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헤르메스의 날개에서 제공한 좌표.
왕국에서 멀찍이 떨어진 산중이었다.
활빈당.
중반 이후 플러시가 맞붙게 되는 조직.
어쩌면 파이브스타 이상의 저력을 지닌 비밀스러운 길드였다.
‘당주인 홍길동은 후반부에도 활약할 정도로 강자였지.’
소설은 후반으로 갈수록 인플레가 끊임없이 벌어진다.
철혈패검이니 독고패검이니 하는 놈들은 명함도 못 내밀 강자들이 득실거리는 후반부.
거기서도 활빈당은 강한 세력으로 꼽힌다.
‘지금 싸우면 뼈도 못 추리겠군.’
직접 경험해 봤다.
컨트롤로는 극복할 수 없는 스펙의 차이.
인간이 아무리 맹수와 싸워 이겨도, 폭풍이나 천둥, 해일을 상대론 이길 수 없다.
“오래 기다리셨나.”
숲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음? 지난번의 그놈인가.
카라미트의 반응대로.
모습을 드러낸 목소리의 주인공.
얼굴을 가린 가면, 숲속을 걷는 데도 먼지 한 톨 안묻어 있는 백의, 발소리조차 나지 않는 사내가 파프닐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에 보는군.”
거만한 태도와 그에 걸맞은 목소리.
단아한 백우선으로 살랑살랑 부채질하는 이 남자.
바로 전우치였다.
“그래, 우리에게 용무가 있다고?”
전우치의 목소리는 어딘지 들떠 있었다.
“자네 같은 인물이 본 당에 입당한다면 꽤 큰 도움이 될 거 같은데. 내가 기대하는 바였으면 좋겠군.”
“그건 아니고 그냥 거래를 하고 싶은데.”
“거래?”
“알고 있겠지만 최근에 큰 돈벌이가 있어서 말이야. 재산을 처리하고 싶은데 이만한 물량을 처분할 곳이 없더군.”
사락. 전우치가 백우선을 품속에 집어넣었다.
“겨우 그깟 일 때문에 본 당을 귀찮게 하나?”
가라앉은 목소리.
“자네는 지난번에 본 당의 행사를 방해해서……. 딱히 좋은 인상도 아닌데 말이야. 사바세계의 공적 따윈 관심도 없다.”
고작 게임이다.
그런데 완전히 몰입한 듯한 언행.
‘배워 둬야겠군.’
파프닐은 오히려 그리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게임이지만 자신에게는 아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게이머로서의 역량을 입증해야 할 입장이다.
“그쪽같이 높은 사람을 요청한 적은 없는데? 마음대로 나와 놓고 왜 혼자 난리야?”
가면 너머 전우치의 눈이 파프닐을 빤히 살핀다.
“한국 서버가 원활히 돌아가는 이유가 다 우리 덕분이다. 본 당이 아니었으면 너흰 제대로 게임을 하지도 못해. 그렇게 바쁜 우리를 방해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또 쓸데없는 일로 불러?”
전우치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강자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
“네깟놈이 우리가 하는 일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어?”
“외신 사냥 아닌가?”
툭, 내뱉는 파프닐.
전우치의 눈동자가 좀 떨렸다.
현재 한국 서버에서는 거의 모르는 일.
그러나 파프닐은 알고 있다.
‘그야 소설을 봤으니까.’
그리고, 오히려 그는 핍박받을 이유가 없었다.
“그거라면 오히려 내가 도움을 줬으면 줬지, 너희 방해는 안 한 것 같은데?”
“뭐? 건방진 놈이.”
전우치가 우산을 펴는 순간이었다.
“그쯤 해 둬라.”
어디선가 제삼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때는 파프닐도 진심으로 놀랐다.
심지어 카라미트조차.
-저건?
나무에서 내려오는 참새 한 마리.
주먹만 한 참새가 파프닐과 전우치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파프닐 님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실제로 그는 외신의 사도 중 하나를 처치하기도 했고, 사막에서의 일도 결과적으로 외신의 신전을 부수는 건 실패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않나?”
참새의 부리에서 튀어나온 건 맑고 부드러운 성인 남성의 목소리.
“당주, 어이하여 이런 곳까지……. ”
당주? 파프닐의 눈이 동그래졌다. 설마 저 참새 한 마리가 당주란 말인가?
“거래를 하러 오신 분에게 실례를 범할 필요는 없지. 나도 개인적으로 파프닐 님에게는 관심이 있어서 말이야.”
참새는 부리로 땅을 톡톡 두드리더니 지렁이 한 마리를 꺼내 물어뜯었다.
“어디 거래 내용이란 걸 말해 보시게, 파프닐 님.”
파프닐이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 참새에게 공손히 건넸다.
“아이템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아이템? 아이템은, 짹, 우리도 많은데.”
참새가 조그만 머리통을 이리저리 흔들며 두루마리를 읽었다.
“음……. 이건 확실히 본 당이 아니면 처분하기 어려운 것들이군.”
파프닐이 판매하고 싶은 아이템들.
바로 저주받거나 축복받은 아이템들이다.
왕궁의 보고에 쌓여 있는 것들.
저주는 그렇다 치고 축복받은 아이템들은 왜인가.
그건 바로 장난의 신, 트리키의 축복을 받았다고 써 있기 때문.
스펙 제한도 높고, 지닌 바 능력도 출중한 무구들.
그러나 헤르메스의 날개는 물론 어떤 상가에서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트리키의 축복을 받은 아이템들.
이건 그야말로 운빨 좆망템이기 때문이다.
신들은 인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생각을 하는 자들.
예를 들면 슬라임 신의 축복을 받은 무기는 사용자를 점점 슬라임으로 만든다.
사용자에게는 저주지만, 슬라임 신에게는 축복이다.
이 때문에 이런 확인 사항이 없는 아이템들은 플레이어 입장에서 사용하기가 꺼려진다.
심지어 축복이나 저주를 내린 신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고레벨의 사제가 필요한데, 그게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아이템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 중에서 외신의 축복을 받은 아이템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왜 우리를 찾아왔나?”
“활빈당이라면 이런 아이템을 활용할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저는 이걸 처분해야 할 입장이고, 당신들은 잘 쓸 수 있을 테니 좋은 거래 대상 아닙니까?”
참새는 사방팔방을 두리번거리며 땅을 찍어 댔다. 아마도 고민하는 듯했다.
“당주님,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여기서 이 녀석을 제거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저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짹, 부당주는 게임에 너무 과몰입해서 문제야. 쯧쯧. 제세 구민의 기치를 내건 게 활빈당인데 이런 훌륭한 플레이어를 여기서 제거하면 되나.”
참새는 혀를 날름거리더니 말했다.
“좋아, 우리가 사 주지. 대신 한 가지 부탁 좀 해도 되겠나?”
“부탁이요?”
“자네가 추측한 대로 우리는 외신을 사냥해서 일반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조율하는 집단일세. 자네가 생각하는 거보다 외신의 사도들은 이 게임 내에 수두룩하게 도사리고 있단 말이야.”
-그럴 리가? 고대 신들의 결계에 의해 외신들은 절대 이 세계에 들어오지 못할 텐데…….
카라미트가 의아해했으나,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 정보는 소설을 봐서 알고 있었다.
“근데 조만간 서버가 전부 개방될 예정인데……. 안 그래도 바쁜 본 당이 더욱 분주해질 예정이야. 그래서 그런데, 외신의 신전 하나를 좀 부숴 주지 않겠나? 한 신의 요청이 있었네.”
“신이라뇨?”
“음…….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인간을 사랑하는 한 신이 있지. 지금 그 신의 신전이 한 외신의 영향력을 봉인하고 있는데, 외신의 사도 한 명이 나타나서 신전을 부수고 있다고 하네.”
어? 파프닐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거?
“무슨 신입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행운의 여신 니케일세.”
***
“복돌아!”
“왈!”
김강한은 팔뚝만 한 강아지 앞발을 집고는 펄쩍펄쩍 뛰었다.
“오늘은 고기 파티다!”
“왈왈!”
그간 꾸며 온 간계가 드디어 모두 먹혀들어 갔다. 이제는 축하할 날이었다.
‘대체 얼마나 이득을 많이 본 거냐.’
이번 전쟁으로 얻은 공로 포인트와 수를 셀 수 없는 아이템들. 조금 이상한(?) 특성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S급의 데스나이트와 관계를 맺고 있는 NPC들의 호감도. 그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욱더 강해질 수 있는 스킬과 특성들의 발견.
파이브스타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암말도 하지 못할 테고, 입지는 더더욱 굳어진다.
‘앞으로 벌어질 월드 서버 개방 후에도 좀 더 수월하게 플레이가 가능하겠구만.’
물론 해야 할 일이 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활빈당에서 말한 외신의 신전 한 개를 부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해야 할 일이다.
문제는…….
‘니케라. 잘됐군.’
파프닐은 음흉하게 웃었다.
니케는 플레이어가 초반에 선택할 수 없는 숨겨진 여신.
안 그래도 니케의 신전을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다.
‘분명 계약에 니케 신전을 부수지 말아야 한단 법은 없었지.’
이참에 위치를 찾아서 같이 처리하면, 외신도 털고 플러시도 막을 수 있는 거다.
‘어쨌든 잘되었군.’
활빈당에게 아이템을 다 처분한다면, 농담이 아니라 수십억, 수백억 원의 자산가가 되는 게 가능했다.
많다고?
대기업 후원이 아니라도, 유명 BJ나 랭커들 모두 억대 연봉은 다들 벌고 있었다.
고객이 더욱 많아졌으니 당연한 일.
랭커만 유지할 수 있다면 돈 걱정 하나만큼은 치울 수 있는 거다.
‘플러시 놈을 막는 데 더 쓸 수도 있다는 이야기지.’
김강한은 기분이 좋았다. 그 대가로 평소에는 꿈에도 꾸지 못할 고급 고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곧바로 축협으로 가 그날 먹지 않으면 그 맛이 뚝뚝 떨어질 소고기, 돼지고기, 허브잎 따위를 줄줄이 사 왔다.
-응? 오빠? 무슨 일이야? 고기?
기분이다, 오한별도 불렀다.
-한턱 쏜다고?
“그래, 야, 시간 비는 사람 있으면 다 불러와, 진짜 제대로 쏠 테니까.”
-웬일이래? 로또라도 당첨됐어?
“비슷하지.”
-뭐! 진짜야?
“아니, 진짜 로또 당첨된 건 아니고…….”
소설 속 세계라 해도 로또 복권은 로또 복권.
말을 얼버무리고 적당히 얘기하자 오한별도 사람을 불렀다.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총 여섯.
나와 한별이를 제외하면 네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한별이 친구입니다.”
“실례하겠습니다.”
딱 봐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녀석 둘에.
잘 꾸미게 생긴 여자 한 명, 땡글이 안경에 공부 잘할 것 같은 여자 한 명이었다.
“안녕하세요! 한별이 친구 류시현이에요.”
“……세요.”
우물쭈물하며 고개를 숙이는 게, 한별이랑 180도 다른 성격의 모양새.
잠깐, 방금 전에 시현이라고?
“너 혹시 여동생 있냐?”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설마 그럴 린 없겠지.
“근데 진환 오빠, 혹시 뭐 운동이나 경찰 시험 준비 같은 거 하세요?”
“응? 아니.”
“흐음…….”
시현은 이쪽을 훑더니 오한별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
“미쳤냐?”
“어머, 얘는…….”
질색하는 걸 봐선 좋은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흠, 아무튼 동생이 이렇게 친구를 많이 사귀고 있다니 보기 좋았다.
‘그러고 보니 원래 몸은 친구가 있나 모르겠군.’
공부만 시키는 부모에게 반발해서 시골에서 올라왔다가, 빚을 지고 작업장을 차렸던 초반 악당.
오진환에 대해서 아는 건 딱 그 정도였다.
‘여유가 나면 연락처라도 찾아봐야겠군.’
빚을 갚고 성장하는 것에 몰두하느라 이쪽은 못 봤는데.
실제 친구나 원수에 대해서도 슬슬 알아 둘 때가 되긴 했지.
슬슬 불판 위 고기의 색이 변하고 있었다.
타이밍에 맞춰 고기를 몇 번 뒤집으며 굽자, 오한별의 친구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왕!”
“우왓!”
한창 고기를 굽고 있는데 안쪽 방에서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헥헥헥.”
“헉, 이 녀석……!”
“멍멍!”
“말했잖아. 걔가 복돌이야.”
“아니…….”
오한별의 핀잔에 남학생은 머뭇거리다 말끝을 흐렸다.
“분명 저번에 그……. 복돌이가 강아지라고 말 안 했어?”
“맞잖아? 얼굴 봐 봐.”
“왕왕!”
생긴 건 분명 강아지가 맞는데, 덩치는 거의 늑대급으로 크다.
얼굴만 아니었으면 다 자란 늑대라고 착각했을 것 같기도 했다.
뭐, 잘 먹이니 살이 좀 찐 거 같긴 한데…….
어차피 조만간 움직이면서 뺄 거니까 상관은 없다.
“자, 여기 네 몫도 있다.”
다가오는 복돌이에게 미리 준비한 고개를 내밀었다.
그 순간 고개를 저은 복돌이가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거? 먹고 싶다고?”
“멍!”
쫄래쫄래, 방 안에서 나온 복돌이가 구석 바구니 앞에 멈췄다.
잠깐만, 저건…….
“어?”
“우와.”
“먹어도 된대. 복돌아, 먹어!”
“멍멍! 와르르를…… 촉촉촉!”
말이 끝나자 복돌이가 바구니에 얼굴을 파묻었다.
순식간에 줄어드는 상추 이파리!
고기 살점을 들고 있던 류시현과 남학생들이 머쓱해져서 손을 내렸다.
허 참.
개가 진짜로 풀을 뜯어 먹고 있네.
“촉촉촉! 왕!”
순식간에 상추 한 바구니를 해치운 복돌이가 눈을 빛내며 짖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