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황 노인은 40년 경력의 엽사다.
성년이 되기 전부터 부친의 사냥을 도왔고.
한평생 사냥만으로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낸.
인간문화재로 여겨지며, 방송도 몇 번이나 탄 프로.
아마 대한민국에서 사냥을 가장 잘하는 사람을 뽑으면.
아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그를 뽑을 거다.
하지만 그런 황 노인이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비키게나.”
“안 됩니다.”
이 중령은 손사래를 쳤다.
근방 대대장으로서 절대로 들여보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르신, 그놈이 어떤 놈인 줄 아십니까? 군인들도 우습게 보는 놈입니다. 괜히 피 보지 말고 돌아가십쇼.”
“군인들로는 안 돼! 그놈이 얼마나 영악한 놈인데.”
“아니, 그래서 장비랑 엽사분들도 같이 보냈잖습니까?”
“그 녀석들론 안 돼! 놈은 내가 잡아야 해…….”
질끈, 활을 쥐는 황 노인.
“아니, 그보다 활 같은 걸로 어떻게 놈을 잡는다고 그럽니까?”
“자네, 이 활을 무시하는 겐가?”
“그게 아니라…….”
“내가 총만 봐도 토악질을 한다고는 하지만, 사냥 실력 하나만큼은 자네보다 낫네.”
“…….”
“아니면, 내가 뭣 때문에 총을 못 쓰게 됐는지 설명해야 하겠나?”
어린 시절, 군인들에 의해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황 노인이 활을 쓴다는 건 근방에서 유명한 이야기였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이 중령은 왠지 자신이 못 할 짓을 저지르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비켜 주게나. 놈은 내 아들의 원수……. 아비로서 그 짐을 갚아야 하네.”
“아니, 어르신. 아무리 그래도 허가증이 있어야…….”
“부탁하네!”
“그래도 안 된다니까요. 안 그래도 근처에서 영화 촬영 중인 촬영팀 대피 중인데, 민간인을 어떻게 더 들여보냅니까? 안 돼요!”
한창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을 때였다.
무전기로 보고받던 간부 한 명이 크게 외쳤다.
“뭐! 그게 사실이야?”
“음?”
“무슨…….”
“알았어, 보고할게. 필승.”
치칙. 무전을 끊은 간부가 다가왔다.
“대대장님. 중위 강XX입니다.”
“어, 뭔데?”
“그게……. 상황 종료됐답니다.”
“잡았대?”
“잡았다고!”
이 중령과 황 노인이 깜짝 놀라 돌아봤다.
추적하는 멧돼지가 어떤 놈인가.
거의 작은 경트럭 크기만큼 커져서, 웬만한 불곰도 찢어 버리는 괴수급 멧돼지다.
머리는 또 얼마나 좋던지.
몇 번이나 짠 포위망을 가볍게 넘어가 버린다.
그런데 마침내 그놈을 잡았다고?
“엽사분들이? 아니면 뭐……. 혹시 문제가 있었나?”
최악의 경우엔 영화팀의 트럭에 부딪히거나 해서 잡힌 것일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인명 피해라도 생겼다면?
진급은 바라지도 말고, 옷 벗지 말길 바라야 한다.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중령에게 간부가 설명했다.
“아니요. 그건 아니고……. 엽사분들도 아니랍니다.”
“그럼?”
“목표물 ‘치우’가 농사짓던 민간인을 습격했는데, 그 민간인이 사육하던 강아지가 멧돼지를 단신으로 잡았다고…….”
“……뭐?”
황 노인은 어이없음을 느끼며 활을 떨어뜨렸다.
“가 보세!”
“……그러죠.”
중령도 이번엔 말리지 않았다.
자신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
“3일 입원이라…….”
김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안 좋은데.”
복돌이의 발 차기를 맞은 멧돼지는 그 자리에서 뻗었다.
뒤이어 달려든 수많은 사람.
동네 사람들부터 촬영 중이던 영화감독 및 조연출, 그리고 구급차와 군인들까지.
뭔가 표창이니, 영화 촬영이니 하는 이야기를 한 것 같긴 한데.
팔도 아프고, 정신도 없고 하다 보니 기억이 안 났다.
‘뭐, 별거 아니겠지.’
유해 조수 잡았으니 뭐, 초등학교 상장 같은 거 한 장 주려나.
‘이거야 원…….’
원랜 다음 날 올라갈 생각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정이 꼬였다.
하지만 설마 누가 예상했겠는가.
농사 좀 돕다가 괴물 멧돼지에게 습격당하다니, 코미디 영화 속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일인데, 이게 되네.”
부러진 팔이 완치되기까지의 기간은 최소 3일.
그동안은 게임도 하지 말고 쉬어야 했다.
사실 이 정도면 운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다.
복돌이가 아니었다면, 정말 누구 하나 죽었을지도 모를 아찔한 상황이었으니까.
문제는 하필 지금 시간대라는 것.
플러시를 견제하고, 계속 성장해야 하는 상황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거다.
물론 손해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멧돼지 가죽을 포함한 모든 부위가 고스란히 내 소유가 되었다.
어머니의 호감도도 올랐고, 놈에게 걸린 현상금은 물론, 영화 촬영진 및 마을 사람들에게 사례금도 두둑이 획득!
심지어 남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보상도 있었다.
[퀘스트 ‘괴저에게서의 생존’을 완료했습니다.]-보상 : 일회용 완전 피로 회복제 1정을 획득했습니다.
[퀘스트 ‘괴수 퇴치’를 완료했습니다.]-보상 : 영적 감각을 획득했습니다.
작가가 내준 퀘스트 두 개를 해결!
그 보상으로 얼마나 피로가 쌓였건 바로 풀어 주는 완전 회복제와 영적인 감각도 얻었다.
‘영감? 뭐 무당 같은 건가.’
원작 소설에서 이런 설정은 못 본 것 같은데.
하기야 소설 속 세계에 집어넣을 수 있는 작가도 있는 지금.
귀신이나 오컬트 정도야 얼마든지 대면 가능이다.
‘뭐, 갑자기 신병앓이 같은 거 하는 건 아니겠지.’
창밖을 보자 멀리서 몸이 흐릿한 어르신 한 분이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잘못 본 거겠지?
아무튼 여러 가지 퇴치 퀘스트의 보상도 얻었고, 군청이나 다른 곳에서도 세간의 화제가 된 덕에 유명세가 퍼져 그만큼 몸에 보너스를 얻었다.
그 외에도 뭔가 표창이니 영화 촬영이니 여러 가지 얘길 한 것 같은데.
워낙 정신이 없다 보니 기억나지 않았다.
‘아무튼 잘 해결되었으니 다행이긴 한데…….’
순간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설마 이것도 그 플러시 녀석의 운빨인가?’
일단 플러시와 사건이 엮이면, 모든 운이 플러시를 도와주기 시작한다.
지금까지는 문제없었지만.
설마 그런 의도로 움직이는 걸 미리 감지한 운이 이렇게 사건을 일으킨 거라면?
‘……예상을 하긴 했지만, 쉽지 않겠군.’
모든 변수를 줄이고, 외통수를 쳐야 이길 수 있다.
계획은 있지만 새삼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스타팅 포인트부터 마크하기로 했었나?’
직접 못 보는 게 아쉽지만.
뭐, 최고의 암살 길드에 의뢰했으니 알아서 잘 해 주겠지.
옆을 보자 복돌이가 침대 머리맡에서 고개를 내민 게 보였다.
“복돌아.”
“멍!”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다.”
“멍멍!”
그때였다.
“저기, 환자분. 면회 왔는데 허락할까요?”
“네? 네.”
어머니인가? 문 쪽을 보자 날카로운 인상의 노인 한 명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크르릉…….”
순간 복돌이가 꼬리와 털을 곤두세웠다.
“미안하네, 몸은 괜찮은가?”
“네, 다행히……. 그런데 어르신께서는?”
“소개가 늦었군, 황만수라 하네. 엽사지.”
황만수, 황 노인은 그렇게 말하며 물러났다.
엽사라, 그래서 복돌이가 경계한 건가?
‘그럼 여기 온 건 멧돼지 건 때문이겠군.’
이미 그런 사람 여럿이 먼저 온 적 있었다.
그때마다 복돌이가 이를 드러내 쫓아내긴 했는데…….
저 노인도 보통이 아닌 기세라 어찌 될지 모르겠다.
천천히 너스 콜 벨에 손을 가져다 대려는 순간.
노인이 말했다.
“실은 이번에 온 건 자네에게 사죄와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서라네.”
“네?”
“그 멧돼지, 내가 계속 쫓던 녀석이었거든.”
“아아…….”
노인은 후련한, 그러면서도 씁쓸한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포위망을 돌파한 놈인데, 이번에 자네 덕분에 잡았어. 원래는 우리 엽사들이 처리해야 할 일인데 이렇게 되어 정말 미안하네.”
“아닙니다. 보니까 그놈도 보통 놈이 아니던데요.”
영물이 있다면 그런 놈이 영물일 거다.
소설 속 세계이니 어쩌면 실제로 그런 게 있을지도?
“이 녀석이 멧돼지를 잡았다고?”
“네, 복돌이입니다.”
“복돌이라……. 복스러운 이름이구먼. 보아하니 아직 강아지인 것 같은데. 참으로 대단한 일을 해냈어.”
“왕왕!”
황만수 노인은 복돌이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흠, 역시 전문가 눈엔 저 녀석이 강아지라는 게 보이나 보다.
그때 한별이 친구들은 다들 성견인 줄로만 알던데.
역시 뭐든지 배워야 제대로 볼 수 있다니깐.
한참 복돌이를 쓰다듬던 노인이 고개를 숙였다.
“자네랑, 이 강아지 덕분에 아들의 원수를 갚았어. 내가 직접 숨통을 끊지 못한 건 원통하지만……. 그래도 놈이 죽었다니 여한은 없네.”
“……!”
“이 소식을 전하면 아들도 좋아할 거야……. 정말 고맙네. 오진환 군, 그리고 복돌아.”
원수를 갚았다고?
설마…….
“그럼 설마 아드님께서 멧돼지에게 당한 건가요?”
“……맞네.”
“그럴 수가…….”
멧돼지가 작정하고 돌진하거나 분노하면, 사람이라 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미 체급 자체가 맹수들도 방심할 수 없는 수준.
이번에 잡은 멧돼지는 그런 놈들보다도 한층 더 큰, 역대 최대 크기였으니 사상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실제로 사상자가 나온 놈일 줄이야.
‘위험했다.’
일단 사람 맛을 본 짐승은 이후로도 계속 사람을 노리게 된다.
복돌이가 아니었으면 나도 저 노인의 아들처럼 됐을지도 몰랐다.
흠, 이럴 땐 뭐라 말하는 게 맞겠지?
“……아드님 일은 유감입니다.”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분위기.
끼이잉, 복돌이마저 꼬리를 내리고 경계를 풀고 있다.
고개 숙인 황 노인이 말을 이었다.
“……밭에서 심혈을 다해 키웠던 야채들이 전부 놈에게 파헤쳐져서, 충격에 그대로 실신했다네.”
“…….”
“멍멍! 속았다! 멍!”
복돌이가 컹컹 짖었다.
***
황만수 노인은 그 후로도 계속 이야기를 하다 갔다.
총을 안 쓰는 건 어릴 적 사건 이후 트라우마가 생겨서이니, 한땐 자기가 최고의 사냥꾼이었고, 호라이즌이란 게임 안에서도 꽤 날리고 있다느니 하는 잡다한 내용들.
갈 땐 나중에 보자면서 닉네임 쪽지를 주고 갔는데, 귀찮아서 그냥 버려 버렸다.
솔직히 얼마나 날리는지 좀 궁금하긴 한데.
굳이 그거 때문에 친구 추가를 하면서 신상을 노출할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았다.
‘저 사람이 누군지 알고 친구 추가를 해?’
대형 길드들과 언제라도 싸워야 하는 지금, 쓸데없는 연락처는 최대한 덜 뿌리는 게 맞지.
노인이 간 뒤로도 계속해서 여러 사람이 찾아왔다.
지방신문 기자, 군청 공무원, 심지어는 멧돼지 고기를 마을 공동 소유로 해야 한다는 이장 및 일동까지.
마지막 방문은 면전에서 쫓아내었고, 그다음엔 재빨리 퇴원 조치를 밟았다.
“그래도 집 안에서 하릴없이 누워 있을 수는 없지.”
김강한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찾아 해결해 냈다.
-동네 강아지들과 일정 부문 이상 친해지는 데 성공했습니다.
-동물들이 호감을 갖기 조금 더 쉬워집니다.
-다섯 개 이상의 도구 제작 및 수리에 성공했습니다.
-손재주가 아주 약간 더 늘어났습니다.
-길가 서낭당 보수 및 청소를 완료했습니다.
-제6감이 아주 약간 강해졌습니다.
-잔병치레를 할 확률이 약간 줄었습니다.
작가가 내려 준 현실 퀘스트.
팔에 깁스를 찬 상태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할 시간이 거의 나지 않을 게 확실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
“게임을 못 하는 건 답답하지만, 이참에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팔이 다 붙기 전까진 호라이즌 절대 금지!
몸 전체의 신경과 근육을 인식하고 플레이하기에, 실제 현실의 몸에 상처가 생기면 인식이 힘들다고 한다.
물론 일반 기기는 그런 점도 다 보완한 견적이 나온다.
하지만 김강한의 기기는 직접 커스터마이징한 것.
그만큼 예민하기에 약간의 부상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영감이 생기면 뭐 무슨 일이 있으려나.’
흠, 별일은 없겠지.
김강한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수 시간 후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났다.
“아니, 미친…….”
이유? 간단하다.
눈앞에서 웬 처녀 귀신이 자꾸 복근을 쓰다듬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