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9)
19화
“제 이름을 걸고 보복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님이 누구길래요?”
“순수악동 길드 소속, 휴온입니다.”
“순수악동에 휴온이라…….”
휴온.
남자의 닉네임을 듣는 순간, 파프닐은 그가 누군지 곧바로 기억해 냈다.
‘운빨로 게임 지존 중반부에 나왔던 네임드였지.’
딱히 주인공과 연관 있는 사람은 아니다.
올바르다고 소문난 네임드 유저이자.
원작 주인공 플러시의 행보를 듣고 놀라는 장면들만 가득한 인물.
흔히 말하는 ‘거수기’ 역할이 바로 이 사람이었다.
‘뭐, 소설에 언급된단 것 자체가 대단한 거지만.’
이 때문에 파프닐은 그런 사람이 곧바로 머릴 숙이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받을 건 받을 테지만 말이다.
“말마따나 휴온 님이 보장한다 해도, 저 사람이 나중에 뒤통수치러 올지 어떻게 알아요?”
“그건…….”
“확실한 보증을 서 주세요.”
파프닐이 본론을 꺼냈다.
“친구 추가 해 놓고, 혹시 일 터지면 바로 와 주시기로.”
“친추…… 말입니까?”
“네, 혹시 저 사람이 따로 공격하려 하면 그때 연락드리는 용도로요. 그 정도면 저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으음…….”
휴온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져들었다.
‘뭐, 그럴 만하지.’
솔직히 조금 막 지른 감이 없지 않은 조건이긴 했다.
작은 정보 하나까지 철저히 값어치가 매겨져 통제되는 게 호라이즌.
고레벨 유저의 커뮤니티 친구창은 그 자체로 높은 가치를 지닌 무언가였다.
‘이제 저기서 거절하면, 대신 적당한 차선책을 제시한다.’
보통 협상에서도 일단 최대한의 조건을 먼저 제시하고.
그다음 점차 조건을 낮춰 가면서 합의점을 찾지 않던가.
‘늑대왕 공략에서 저 작자들 제외하기만 해도 성공이다.’
그때였다.
망설이던 휴온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미쉐린타이 님이 해코지하려 하면, 그때 귓속말 주십시오.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으잉?’
놀란 파프닐에게 휴온이 뭔가를 건넸다.
“이건 담보랑 배상금입니다.”
-블루 서펜트 기사단 평기사단원 배지를 획득했습니다.
-3골드를 획득했습니다.
1골드당 10만 원에 거래되니, 3골드면 무려 30만 원.
거기다 휴온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배지까지 담보로 받아 버렸다.
“이 정도면 괜찮으십니까?”
“다 좋은데 한 가지.”
파프닐이 손가락을 들더니, 미쉐린타이를 가리켰다.
“3골드는 저 사람이 내야지, 왜 제삼자가 냅니까? 당사자 돈 아니면 받을 생각 없습니다.”
“……!”
여기서 돈을 받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편이 보다 깔끔하고, 뒤탈이 날 가능성도 없을 터.
그러나 그럼 저 미쉐린타이는 결국 아무런 손해도 보지 않고 나가는 것 아닌가?
‘어차피 다시 안 볼 놈이지만, 그러니 더욱 받을 건 받아내야지.’
“아…… 아니…….”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직감한 미쉐린타이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니면 저도 멈출 생각 없습니다.”
“미, 미친. 저 여성 유저가 먼저 쳤…….”
“미쉐린타이 님.”
말을 끊은 휴온이 명령했다.
“3골드, 내시죠.”
“…….”
미쉐린타이는 주변을 돌아봤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젠장!”
결국 미쉐린타이는 인벤토리에서 금화 세 개를 꺼내 던졌다.
“……당신들, 두고 봐! 내 반드시 이 일은 따질 거니까, 각오하라고!”
분기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로그아웃하는 미쉐린타이.
한숨을 내쉰 파프닐이 말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 함정을 정비하려던 파프닐에게 휴온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파프닐 님, 바로 제안드리기엔 조금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지만…….”
“네?”
“그게, 아까 보니 실력이 꽤 괜찮으시던데요. 혹시 길드가 없으시다면 순수악동 길드에 들어오지 않으시겠습니까?”
네크로맨서라는 비주류 직업이지만, 그냥 넘겨 버리기엔 방금의 컨트롤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제안을 받은 파프닐이 생각했다.
‘순수악동 길드에 가입하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긴 하겠지.’
휴온이 속해 있는 곳이니만큼, 원작 소설에서도 제법 세력이 큰 길드다.
단체 레이드나 퀘스트 정보 수집, 재료 거래에도 꽤 힘이 될 터.
하나 여기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길드에 드는 순간 내 행동이 크게 제약된다.’
순수악동 길드는 세력 확장에 크게 신경 쓰는 사업체형 길드.
대규모 전쟁이나 이벤트 시 강제 징발은 당연한 수순이다.
길드 명성치나 공적을 위해, 개인의 퀘스트를 강제 포기시키는 것도 흔한 일.
한시라도 바삐 ‘플러시’와 차이를 벌려야 하는 지금.
길드쟁이나 대외 행사 같은 족쇄를 차는 건 결코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근본적으론 길드에 속해서 명령 들으면서 게임하는 건 재미가 없기도 하고.’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거지, 직장처럼 하는 게 아니다.
현생에서부터 있던 김강한의 신조였다.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강제로 들어오란 것도 아닌걸요.”
정중한 거절.
휴온은 양손을 내저으며 물러났다.
“혹시 나중에 길드 필요하거나 들고 싶으실 땐 언제든지 제 친구창으로 귓속말 주시면 됩니다. 그럼……!”
그렇게 휴온과 미쉐린타이가 사라진 뒤.
파프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간단했다.
‘마법사랑 도적의 인골이라. 이건 못 놓치지.’
곧바로 바닥에 몸을 숙인 뒤.
해골병을 만들 때 쓸 수 있는 유저의 뼈를 채집!
탈 안 나는 PVP를 할 기회 자체가 드문 호라이즌에서, 유저의 뼈 재료는 꽤나 큰 수확이었다.
“주인님.”
아이템을 수거하던 파프닐 곁으로 벨이 다가왔다.
“이상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아니, 괜찮아. 잘했다.”
지시 없이 움직인 건 명령 불복종이지만.
파프닐의 목숨과 관련된 사항인 건 예외였다.
‘보험 스킬이 있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패니까.’
호문쿨루스가 먼저 빈틈을 봐 준다면, 걱정을 한 번 더 덜고 공격에 집중할 수 있으리라.
“좋아, 사냥을 계속할 테니 함정을 마저 준비해.”
“네.”
벨은 그렇게 말하고 엘리트 해골병에게 향하더니, 말없이 1호의 머리를 때렸다.
“…….”
어째 기묘한 익숙함이 드는 장면이었다.
‘소환물들 주제에 군기반장 역이 있나?’
잠시 후 정비를 마친 파프닐이 사냥을 재개했다.
고기를 걸어 놓자 기다렸다는 듯 몰려드는 핏빛 늑대들!
다른 사람이 없어서인지 무려 이백 마리에 가까운 숫자의 늑대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왔다.
“1, 2, 3호는 각각 길목을 막고, 벨은 후방을 교란해!”
“알겠습니다.”
이번엔 해골병과 벨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다.
파프닐의 눈엔 그게 다 경험치로 보였다.
“좋지!”
저 정도의 경험치를 공짜로 먹으려는 건 도둑이나 할 법한 생각!
파프닐도 몸을 움직여 쉴 틈 없이 함정 곳곳을 들쑤시며 싸웠다.
좁은 안에서 막아 내다 물러난 뒤, 다른 쪽 구덩이 사이의 좁은 길로 뛰어다니며 싸움, 싸움, 또 싸움!
-치명타!
-약점 공격!
-뱀파이어릭 오라의 효과로 HP가 55 상승했습니다.
-뱀파이어릭 오라의 효과로 HP가 49 상승했습니다.
공격마다 치명타를 입히자 뱀파이어릭 오라의 회복 효과가 들어왔다.
-해골병 소환!
여차할 땐 새 해골병을 소환해 방패나 방어구로 썼다.
서너 대를 맞으면 부서지지만, 그때면 이미 파프닐의 쿨타임이 다 되거나 다른 위치를 점한 뒤였다.
크아앙!
핏빛 늑대들도 전략을 썼다.
어떻게든 해골병들을 피해 진지 안에 들어온 뒤.
열댓 마리가 한꺼번에 파프닐을 포위해 공격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파프닐의 정면에서 붉은 폭발이 터졌다.
-블러드 익스플로전.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후략……
‘폭발은 모여 있을 때 터뜨려야 제맛이지!’
세상이 느려진 듯한 기분.
파프닐은 그것을 한껏 만끽하며 함정 위를 뛰어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레벨 업!
-한계에 다다른 전투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새로운 업적 ‘한 시간의 한계 돌파’를 달성했습니다.
-힘이 1 상승했습니다.
-체력이 1 상승했습니다.
-의지가 1 상승했습니다.
뭔가 축하해야 할 내용들이 뜨며 마지막 늑대가 쓰러졌다.
그렇게 전투가 끝난 무대에서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후…….”
‘오랜만에 스릴 있는 전투였군.’
핏빛 늑대들은 엄청난 강적이었다.
현재 파프닐의 스펙으론 한두 번의 공격이라도 맞으면 치명상이 되는 상대.
최상급 보스 몬스터나 잡몹이나 한 방에 죽는 게 똑같다면, 그만큼 어렵다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남았고……. 보상도 많이 얻었다.’
현재 파프닐의 레벨은 무려 45.
수많은 핏빛 늑대들을 잡으며 단숨에 3레벨이나 성장한 것이다.
스킬 레벨도 크게 올랐으니.
몇 시간 동안 모든 공격을 피하며 전투를 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성장한 건 나뿐만이 아니고……. 상태창 프로필!’
[1호]-레벨 : 48
[2호]-레벨 : 47
[3호]-레벨 : 46
[벨]-레벨 : 51
사역마들을 확인한 파프닐이 씩 웃었다.
‘해골병과 호문쿨루스의 경험치도 충분히 올랐군.’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제 늑대왕이라는 보스 몬스터를 잡으러 가 볼까?’
***
‘늑대왕’.
2m가 조금 넘는 체구의 놈은, 늑대의 머리에 인간의 몸통을 붙여 놓은 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피부나 털, 팔다리나 머리 모양은 늑대지만.
두 발로 선 채 갑옷을 입은 모습은 영락없이 인간에 가까운 모습.
이미 늑대들을 쓸어버려서 그런지.
늑대들의 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놈은 덩그러니 혼자 서 있었다.
‘물론 완전히 혼자는 아니지만.’
파프닐은 늑대왕 주변을 둘러보고 미간을 좁혔다.
‘문제는 저 주변을 빙 둘러싸고 있는 놈들인데.’
늑대왕의 주변에 있는 초록 피부의 장정들!
[강인한 녹색 바람 부족의 오크 대전사] [피 묻은 녹색 해골 부족의 오크 샤먼] [100명 이상의 인간을 잡은 녹색 바위 부족의 오크 대장]하나같이 보통 오크가 아니라 수식어가 붙은 엘리트 오크들이다.
본랜 싸워야 할 두 몬스터가, 서로 같이 돌아다니면서 지켜 주고 있는 것!
‘확실하군.’
-라이칸슬로프 ‘늑대왕’은 오크들의 비호를 받고 있습니다.
-적대 관계인 두 몬스터 간의 은밀한 동맹을 밝혀냈습니다.
-해당 사실을 경비대에 보고할 시 추가 보상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실을 보고 시 퀘스트 완료로 취급되어 기존 보상의 70%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띠링!
메시지를 닫은 파프닐이 생각했다.
‘돌아가서 말하는 것만으로 퀘스트 완료라…….’
일반 유저라면 당연히 복귀할 것이다.
그러나 파프닐은 대신 늑대왕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정점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하이 리스크는 짊어질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니까.
‘일단 늑대왕의 움직임을 분석해야 하는데.’
늑대왕은 소설 속에서 나오지 않은 몬스터.
이 때문에 파프닐은 그 공략을 위해 비슷한 경우를 떠올렸다.
‘그레이 울브즈 산 공략이었나.’
원작 소설 속에서.
플러시가 핍박받던 하플링들을 도와 라이칸슬로프들의 요새를 무너뜨렸던 파트.
그곳에서 라이칸슬로프를 상대했을 때의 묘사가 있었다.
‘앞발로 맨손 격투를 하고, 가끔 포효와 광폭화 스킬을 사용한다.’
온라인 게임에서 몬스터의 패턴이 전혀 다른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같은 종이라면 아주 약간이나마 비슷하게 움직이는 게 사실.
당연한 일이다.
같은 분류에 속한 몬스터의 신체 구조가 완전히 다른 게 더 이상한 일이었으니까.
‘경비대장의 정보에 의하면 놈은 핏빛 늑대들보다 좀 더 강하니, 높아도 70레벨은 안 넘겠군.’
얼추 정보들을 정리한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다.’
단 거기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그 전에 저 오크들을 떼어 내야 한다.’
늑대왕이 한 스테이지의 보스라면.
저 오크들은 그 늑대왕에게 각종 버프를 거는 토템 같은 것들이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오크들을 떼어 내는 건 쉽다.
문제는 싸우는 기색을 감지하고 금세 합류할 늑대왕.
‘변장을 해도 금세 눈치챌 테고, 불을 지르거나 독을 풀어도 마찬가지겠지.’
그렇다고 늑대왕과 혼자 싸우기도 뭣하다.
패턴이 분석되지
그때였다.
파프닐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늑대들은 아무리 죽여도 다시 리스폰이 된다.
하지만 늑대왕은 다르다.
퀘스트와 관련된 몬스터이기에, 한 번 죽이면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는 고유한 개체.
그렇다면…….
‘저 오크들은 어떤지, 한번 실험해 봐야겠군.’
방법은 간단했다.
‘그럼 당장 시작해 볼까?’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늑대왕 공략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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