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다음 날.
김강한은 일어나자마자 조치를 취했다.
어머니가 소개해 주신 근처의 절에 불공을 드리러 갔다 온 거다.
“그런 일이…… 알겠습니다. 도움이 될진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하지요.”
곰을 닮은 큰스님이 합장하고 불공을 드렸다.
-스님의 불공을 받았습니다.
-영적 수호력이 상승했습니다.
실제로 알림이 뜨는 걸 보니, 최소한 사이비는 아닌 것 같았다.
용한 절이라는 말이 맞군.
잘되었으면 하는 김에 불전도 넉넉하게 냈다.
그렇게 돌아오는 중이었다.
“헥헥헥……. 킁킁……. 월?”
앞장서서 길을 걷던 복돌이가 순간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고개를 쳐들고 코를 킁킁거리더니, 갑자기 길옆으로 달려가 버린 것이다.
저 녀석 왜 저래?
급히 따라가자 오솔길이 나타났고, 그곳을 따라가자 웬 신사가 나타났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숨은 신사를 발견했습니다.
-영적 수호가 아주 약간 더 상승했습니다.
“신사?”
주변 등불이나 길, 홍실문 등은 모두 관리가 되어 있는 듯 깨끗했다.
한가운데엔 커다란 기와집 한 채, 그리고 사람 크기만 한 여우 석상과 새전함이 있었다.
이런 커다란 신사가 있었다니.
주변을 둘러보다 정신을 차렸다.
아 참,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복돌이 이 녀석, 어디 간 거야?”
대체 뭣 때문에 여기까지 들어간 건지 원.
분명 근처에 있을 텐데.
안쪽을 둘러보던 중 신사 뒤편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복돌아!”
“월월! 크르릉! 커헝!”
“캐애액! 캐액!”
저기 있는 건가.
소리를 따라가자 뒷마당 한복판에 흰 형체와 누런 형체가 엉겨 붙어 있는 게 보였다.
아니, 저건 여우잖아?
“대한민국에 야생 여우가 남아 있었나?”
자세히 보니 복돌이가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멧돼지 두개골도 깨 버린 발들로 여우를 깔아 뭉갠 채, 목을 물려고 이를 드러낸 상태.
저대로 두면 진짜 죽일지도 몰랐다.
“워워! 복돌아! 그만해!”
“컹! 컹!”
“함부로 다른 동물을 괴롭히면 쓰나. 풀어 줘.”
“멍멍! 멍!”
“어허.”
“끼이잉…….”
복돌이는 계속 짖었지만 내가 뜻을 꺾지 않자, 결국 여우의 위에서 비켜 주었다.
다행히 여우의 몸엔 별다른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캐애앵…….”
“괜찮아?”
“캥캥!”
여우는 기진맥진한 듯 조용히 손에 기댔다.
다른 쪽 손으로 등을 쓰다듬자 누릿한 개 냄새가 났다.
“복돌아, 야생동물을 함부로 공격하면 안 돼. 동물이 불쌍하지도 않니.”
“끼잉…….”
“게다가 여우는 천연기념물이라서, 함부로 사냥했다간 너는 보호소로 가고, 나도 벌금을 물어야 해.”
지극히 세속적인 이유!
중요한 건 지시 없이 다른 동물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거다.
복돌이는 알겠다는 듯 크게 한번 짖더니, 경계를 풀지 않고 여우를 노려보았다.
“놀랐겠는걸. 이제 괜찮아.”
“케, 케에엥…….”
“흠…….”
계속 머리를 기대 오길래 쓰다듬어 주었다.
흠, 이대로 보내기엔 뭔가 걱정스러운데.
뭐가 없나?
주머니를 뒤지자 묵직한 것들이 딸려 나왔다.
아까 절에서 받았던 유부초밥, 그리고 카스테라 빵이 한 조각 있었던 거다.
“그냥 보내기엔 미안하고, 별건 없는데 이거라도 좀 먹거라.”
“……! 컹컹!”
카스테라를 본 여우가 눈을 빛내더니 알아서 다리에 몸을 부벼 왔다.
-약한 동물을 구해 주며 덕을 쌓았습니다.
-갯과 동물들과의 친화력이 아주 약간 상승했습니다.
훅 끼쳐 오는 개 누린내.
크르릉, 복돌이가 꼬리를 세운 채 으르렁거렸다.
“자, 그럼 우린 이제 간다. 나쁜 사람들한테 잡히지 말고 잘 살아라.”
“……캥!”
여우는 이쪽을 흘긋 보더니 카스테라와 유부초밥을 물고 풀숲 속으로 사라졌다.
-신비로운 일을 겪었습니다.
-배포가 약간 더 커졌습니다.
“자, 우리도 가자.”
“……멍.”
근데 복돌이 이 녀석, 왜 이렇게 혀를 차고 아쉬워하는지 원.
역시 사냥개의 본능이라 그런가? 인게임에서는 확실히 몬스터 잘 잡을 것 같긴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 어머니가 나와 물었다.
“잘 갔다 왔어? 길은 안 잃었고?”
“제가 애도 아니고. 그냥 잘 갔다 왔어요.”
“그래, 다행이구나.”
“근데 오는 길에 신기한 데가 있더라고요.”
“신기한?”
“네. 그게…….”
마침 입도 근질근질하겠다.
신사에서 있었던 일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그런데 듣고 있던 어머니 표정이 왠지 심상치 않았다.
“신사……라고?”
“네.”
“우리 마을에 그런 신사가 어디 있어! 듣도 보도 못한 얘긴데……. 에구머니나!”
어머니는 곧바로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주변에 십자가나 염주, 불상을 걸었다.
“어디 나가지 말고 있거라. 곧 용한 분이 오실 거다.”
“네? 잠깐만…….”
별거 아닌 체험담인 줄 알았는데.
뭔가 일이 커지고 있었다.
“여우를 봤다고요?”
“네, 그런데 여우가 무슨 문제가 있나요?”
“있지요.”
절에서 찾아온 스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여우를 본 사람은 백이면 백 죽거나, 혹은 큰 사고를 당했으니.”
“귀신이란 건가요?”
“귀신이라기보단 산신? 신령 같은 존재라 할 수 있습니다. 본래는 예전 일제시대에 세워진 여우신 신사에서 섬기던 신이었는데, 여러 가지 일로 신사가 철거되면서부터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하.”
“처음엔 철거 인부, 그리고 마을 주민…….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고명한 퇴마사들까지 전부요.”
사람 잡아먹는 여우 귀신이라니.
작가 놈, 이런 녀석에게 당하는 건 솔직히 양해해 주겠지?
“불제를 시도해 보겠습니다만, 솔직히 확률은 3할 이하일 것 같습니다…….”
“그럴 수가…….”
“일단 어떻게 된 일인지 들을 수 있을까요?”
“흠……. 네.”
일단 복돌이가 쫓아갔고, 녀석을 따라갔더니 신사가 나왔단 일들을 천천히 이야기했다.
진중히 듣고 있던 스님의 표정이 순간 묘해졌다.
“잠깐만요, 여우를 구해 줬다고요?”
“네? 네.”
“거짓으로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정말 곤경에 처한 여우를 구해 줬다 그 말씀이시죠?”
“그렇긴 한데,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아주 많은 상관이 있습니다.”
스님이 말을 이었다.
“여우신은 보통 마주치는 것만으로 큰 재앙을 내리지만……. 그만큼 받은 은혜에 대해서는 갚음이 확실하거든요.”
“그래요? 그럼 뭐……. 문제는 없는 거죠? 제 개가 물었는데.”
“아마 진환 님은 괜찮을 겁니다. 물린 걸 구해 주고, 공물까지 내어 줬다고 하니까요.”
문제는 복돌이인데…….
나야 괜찮다고 하지만, 직접 해를 끼친 건 복돌이다.
만약 여우신의 저주가 복돌이 녀석에게 닿아서 죽으면?
거의 전 재산을 들여 사고, 정성껏 키운 파트너가 허무하게 죽을 수도 있는 일이다.
“잠깐만요, 스님.”
“네?”
“실은 제 개인 복돌이가 그 여우를 덮쳐서 마구 괴롭혔는데…….”
“개라면……. 저 시주 말이군요.”
마당을 돌아보던 스님이 순간 피식 웃고 말았다.
“허허, 저 녀석은 제가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그려.”
“네?”
“장군감이에요, 장군감.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나라를 세웠을 놈이에요.”
“그, 그런가요.”
“여우신이 왔다가 쫓겨날 겁니다. 저 녀석한테는.”
띠링!
-스님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복돌이의 몸에 파사의 힘이 아주 약간 깃듭니다.
“멍멍!”
나비를 쫓으며 빙빙 돌던 복돌이가, 이쪽으로 해맑게 짖었다.
***
백설화는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17살의 여배우였다.
긴 생머리에 청초한 이미지가 트레이드마크.
그런 그녀를 주목한 게 바로 영화감독 심준호였다.
여러 히트작을 낸 중견 영화 감독인 그는, 이라는 영화를 찍기 위해 거금을 걸고 백설화를 섭외했다.
촬영지는 경주 외곽.
순조롭게 촬영이 이어지던 중 소란이 일어났다.
“뭐? 멧돼지? 설마 그놈이 여기까지 오겠어.”
“위험하답니다.”
“못 가! 배우랑 조연출 고용료가 얼만데, 일정 늦어지면 그 손해는 다 보상해 줄 거야?”
군청의 피난 권유에도 심준호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최근 폼이 떨어졌단 소리만 듣는 지금.
이번 작품으로 평론가들의 입을 다물게 하려는 집념으로 가득 찬 그에게 그런 말이 들어올 리 없었다.
“설화 씨, 촬영 끝나고 식사나 같이하실래요?”
영화의 주연 남배우, 김현수가 물었다.
“아뇨, 시간이 없어서.”
“에이, 그러지 말고. 친목 도모도 다 영화 잘 찍자고…….”
“됐다니까요.”
차갑게 거절하는 백설화.
머쓱하게 물러나는 김현수를 보던 그녀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아, 촬영 언제 끝나지?’
유명 감독의 러브 콜을 거절하기 뭣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는데.
일은 강행군에, 다른 배우들은 연일 치근덕거린다.
일상의 낙이던 호라이즌 접속도 최근 수일은 못 했을 정도.
왕국 부흥군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나서 참가도 하지 못한 게 계속 마음에 걸렸다.
‘촬영 끝나면 또 다른 영화 오디션 봐야 하고, 보컬이랑 헬스 트레이닝에……. 도저히 시간이 안 나네.’
아쉬움을 감추고 영화 촬영에 임하는 백설화였다.
호라이즌에 대한 소망과는 별개로 연기 실력은 발군이었기에, 촬영은 NG 하나 없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자, 잠깐만. 저거 뭐야?”
“카메라에 뭐……. 어……. 어어? 어어어억!”
카메라를 보던 조연출들이 기겁했다.
화면 뒤편에 거대한 괴물 멧돼지가 잡혔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악!”
“도망쳐!”
배우들은 물론, 조연출까지 기겁했다. 저 멧돼지에게 잘못 걸리면, 한두 주 입원하는 것으론 끝나지 않는다.
“자, 잠깐……!”
도망치던 백설화의 발이 흙무더기에 빠졌다. 앞쪽에서 걷던 김현수가 순간 멈칫했다.
“도, 도와줘요!”
“어, 어어……. 으아아……!”
김현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
백설화의 눈가에 그늘이 졌다.
‘죽나? 진짜로?’
그런데 올 멧돼지가 오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저만치에서 한 남자가 멧돼지를 피해 몸을 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위험……!’
경고하고 싶어도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
그사이 멧돼지가 남자를 재차 노렸다.
‘안 돼……!’
그때였다.
휘익, 멧돼지의 정수리 위로 어떤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그대로 열댓 바퀴를 회전하며 뒷다리를 내리쳤다.
단숨에 네 다리를 뻗고 대자로 널브러지는 멧돼지의 모습.
일이 모두 끝난 지금도, 그 모습이 계속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백설화 씨. 들으셨죠?”
“네? 뭘요?”
“그러니까……. 영화 대본이나 장르가 바뀔 것 같다 그 말입니다.”
심준호 감독이 말을 이었다.
“한국적 판타지 괴수 영화! 멧돼지 괴수의 습격을 받은 마을 사람들과, 토벌하는 사냥꾼들의 영화를 찍을 겁니다!”
이름하여 멧돼지 괴수, ‘치우’의 영화를 찍는다는 것.
왠지 구리구리한 냄새가 나는 게 척 봐도 영 이상한 쪽일 것 같았다.
“저, 그럼 저는 빠지…….”
“주연 배우들은 그대로 쓰고, 거기에 조연으로 그 친구랑 강아지를 넣지! 누구였더라……. 이번에 멧돼지 잡은 그 친구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그것만은 양보 못 해!”
“……!”
백설화는 잠시 감독을 지켜보다가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저도 그대로 참가하면 되는 거죠?”
“아? 어! 물론. 자세한 건 대본 다 쓰고 부를 테니, 그때 얘기하자고.”
“그럼 그때…….”
곧바로 일어나서 나가는 백설화.
“그 강아지랑 남자분……. 둘이서 멧돼지를 잡다니 보통 대단한 게 아니던데.”
생각에 잠긴 백설화에게 다가온 매니저가 흠칫 놀랐다.
평소 백설공주란 별명으로 불리던 백설화의 얼굴이 단 홍시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