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황금 사과밭에 입장하자 알림창이 나타났다.
-황금 사과밭에 입장했습니다.
-‘황금률’ 버프가 적용됩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파티 사냥이 불가능합니다.
-해당 지역은 우호 관계, 종속 관계의 NPC들을 데려올 수 없습니다.
-해당 지역의 모든 몬스터는 상대하는 적의 레벨에 비례해 레벨이 조정됩니다.
-도그 존 버프가 적용됩니다.
코끝으로 맡아지는 거름 썩는 냄새!
재빨리 철 가루를 인중에 바르자 그럭저럭 버틸 만해졌다.
‘남들은 다 좋은 향기라고 할 텐데, 왜 나만 이상한 냄새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담피르의 단점!
빨리 금속의 주인들을 더 찾아야지 하는 결심이 더 강해져 갔다.
‘그나저나 이곳은 소설 속 묘사 그대로군.’
황금 사과밭.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가 복돌이와 같이 방문했던 장소다.
레긴쟈 고원의 보스, 100레벨의 우두머리 카우를 잡아야 들어올 수 있는 상위 사냥터.
‘아직 여기 올 만큼 레벨이 높은 사람들은 없어서 그런가.’
랭커들이 좋아하는 몰이사냥이나 대규모 작업을 하기에 이곳은 그다지 좋은 조건은 아니었다.
파티가 안 되기에, 거의 무조건 개인이 반려견과 직접 사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 유저들은 아직 우두머리 카우를 잡을 레벨이 안 되고.
대형 길드나 기업 회장 같은 사람들은 다른 사냥터에서 파티를 맺고 레이드를 뛰고 있을 터.
‘뭐, 덕분에 나만 이득을 보겠군.’
이런 개꿀 사냥터를 혼자 이용할 수 있다니.
절로 미소가 나오는 상황이었다.
“레벨 조정 덕분에 꿀 좀 빨겠어.”
레벨 조정.
간단히 말해서, 상대의 레벨에 맞춰 몬스터의 레벨이 변화한다는 거다.
직접 상대하면 200레벨대 후반.
복돌이가 싸우면 60레벨대 후반.
그런데 둘이 같이 움직이면 레벨이 섞이지 않냐고?
아쉽지만 그럴 일은 없다.
소설 속 묘사에 따르면.
여기 나타나는 몬스터는…….
“컹! 컹! 컹!”
나무 사이 난 길로 검은 형체들이 나타났다.
머리가 두 개 달린 불도그 개들.
‘오르토스’.
-저, 저건 오르토스! 꽤 골치 아픈 녀석들인데.
카라미트가 외쳤다.
-두 개의 머리를 다 잡아야 쓰러뜨릴 수 있는 마물들이야. 쉽게 보지 마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어쩐지 요즘 따라 ‘쉽지 않은 놈 같다’, ‘조심해라.’ 따위를 입버릇처럼 달고 시작하는 카라미트.
슬슬 게임 속 세상의 인플레가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원래 운빨로 게임 지존의 전개대로라면 플러시는 지금쯤 초보자 존에서 죽임을 당할 게 아니라, 반려견 복돌이와 함께 밖에서 사냥을 하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흔한 게임 소설이 그렇듯 주인공 플러시는 말도 안 되는 기연을 반복하며 이곳에서 폭식에 가까운 레벨 업을 취해, 다른 중간급 고수들에 걸맞은 레벨 업을 이룬다.
‘불합리해.’
플러시는 그간 몇 번의 전쟁을 통해 성장해 온 게임 속 유저들에게 막대한 박탈감을 선사할 정도로 비정상적인 성장세를 보여 준다.
‘하지만 그게 내 힘의 원동력이지.’
그리고 그건 파프닐에게 있어서 행운이었다.
이제부터 그 플러시의 행보를 앞서 나가며 그가 취한 이득을 따라잡을 수 있으니까.
“복돌아.”
“왈! 왈!”
“상대할 수 있겠지?”
복돌이는 세상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낼름거렸다.
황금 사과밭의 오르토스.
카라미트가 경고한 대로 쉽게 볼 몬스터가 아니다.
두 개의 머리를 지닌 놈은 네 개의 반들반들한 눈동자로 파프닐과 복돌이를 뜯어보았다.
크륵.
놈이 땅을 몇 번 찼다. 싸움의 전조다.
“해치워, 복돌아.”
“왈!”
주인의 명에 따라. 기괴하기까지 한 차림새의 복돌이는 헥헥거리며 오르토스를 향해 달려갔다.
‘자, 그럼 나는.’
원래라면 가세해야 할 상황.
그러나 파프닐이 노리는 건 이게 아니었다.
필드 주변을 선선히 바라본다.
저 멀리, 오르토스 한 마리가 보인다.
-너, 설마?
카라미트가 흠칫한 목소리로 물었다.
“예.”
파프닐은 씨익 웃었다.
“사냥은 효율적으로 해야죠.”
그리고 그대로 오르토스를 향해 달려갔다.
***
주식회사 (주)타이탄의 실시간 모니터링실.
다른 게임이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겠지만, 이곳은 한가한 편이다.
폴라리스.
머신 러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는 스스로 생각하며 서버를 보완하고 또 고쳐 나간다. 따라서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별로 없는 편이었다.
“어?”
커피를 마시며 시큰한 시선으로 모니터를 살펴보던 박 대리가 인상을 찌푸렸다.
“김 과장님, 이거 좀 보셔야겠는데요.”
“또 무슨 일이야?”
“특별 관리 대상에 있는 인물 중 한 명이 또 무슨 사고를 치는 모양인데요.”
“혹시 그 사람이야? 최근에 이벤트 당첨된 사람?”
김 과장은 지레짐작하면서도 한숨을 내쉬었다. 특별 관리 대상에 있는 자들은 하나같이 AI로서는 손을 대지 못하는 인물이다. 게임 내에서는 별로 문제가 없는데 다른 유저와의 형평성이나 타당성에 어긋날 정도로 신박하거나 도덕적으로 타락한 방법 따위로 이득을 취했다.
그중 한 명이 최근에 관리 대상에 들어온 플레이어였다. 0.001% 확률로 드롭률이 책정된 아이템을 게임 시작하자마자 3개 연속으로 획득한 사람. 무슨 핵 프로그램을 쓴 게 아닐까 싶어 데이터 로그를 이리저리 뜯고 뒤지느라 머리가 깨질 거 같았다.
“아뇨, 전의 그 ‘베타’인데요.”
“베타? 아, 파프닐이? 걔가 왜?”
“그……. 이벤트 존에 들어왔는데요.”
“어, 어.”
“오르토스를 혼자 잡아 버리는데요?”
“뭐?”
***
오르토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서, 저 ‘네메아의 사자’나 ‘케르베로스’, ‘히드라’ 등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네임드급 마수와 남매 관계라 할 수 있는 괴물이었다.
두 개의 머리에서는 불을 내뿜고, 또 뱀의 머리 형태를 한 꼬리에는 강력한 독이 있어 형제들과 함께 상당히 강력한 몬스터였다.
물론, 황금 사과밭에 출몰하는 오르토스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이벤트용으로 만들어진 카피 몬스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나 무시할 상대는 아니다.
‘소설 속 설명에 의하면, 원래는 일대일로 절대 못 이기게 만들어진 괴물이다.’
크아아앙!
오르토스의 왼쪽 머리가 불을 내뿜었다.
파프닐은 간신히 옆으로 피하며 땅을 쳤다.
그의 충실한 수하인 해골병들이 땅에서 솟아났다.
“왼쪽 머리를 상대해라.”
파프닐은 그리 명령하고는 오른쪽 머리를 향해 달려가며 칼을 뽑아 들었다.
-끼릭, 끽.
-명, 령, 대, 로…….
그간 오랜 전투 경험을 쌓아 온 해골병들은 능숙한 솜씨로 오르토스의 왼쪽 머리와 맞서 싸웠다.
불을 뿜으면 서로 협력을 해서 막아 내기도 하고, 거대한 주둥이로 후려치려 하면 날렵하게 그 공격을 피했다.
도저히 스켈레톤의 움직임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저 기민함이야말로 일반 스켈레톤과 엘리트 해골병들의 차이였다.
“자, 그럼 죽여 볼까.”
해골병들이 한쪽 머리를 맡는 동안, 파프닐은 오른쪽 머리를 향해 공격에 들어갔다.
오르토스의 행동 패턴은 그리 복잡한 편이 아니었다. 앞서 말한 불을 뿜거나, 그 큰 주둥이로 후려치려는 게 거의 전부다.
애초에 한 몸에 두 개의 머리가 달려 있는 형태니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
따라서 오르토스는 반려견과 유저. 반드시 둘이서 상대해야 했다.
단순히 일대일로만 싸우게 되면, 팔다리를 쉽게 쓰는 야수를 상대하기 어렵다.
두 개의 머리를 모두 상대할 수 있도록. 주인과 반려견의 호흡이 맞아야 공략의 키를 잡을 수 있는 상대.
굉장히 성가신 기믹으로 악명이 높은 적이지만.
본질을 파악하고 보면 별것 아닌 놈이었다.
크아앙!
쇄도하는 오르토스의 머리와 파프닐의 몸이 교차했다.
이빨이 아슬아슬하게 빗나가는 순간, 파프닐의 손에 들린 검이 그대로 놈의 잇몸부터 입술을 베어 냈다.
케르륵!
오르토스의 오른쪽 머리가 거품을 물고 불꽃을 뿜었다.
그 순간 옆으로 돌아간 파프닐이 블러드 익스플로전을 사용했다.
펑!
피의 폭발이 일어나며 오르토스의 이빨 여러 개가 살점과 함께 떨어져 나왔다.
치명상까진 아니지만, 꽤 깊은 상처.
오르토스의 눈에 핏발이 섰다.
크어엉! 컹!
레벨 비례로 괴물이 되어서 그런지 이런 공격들을 맞아도 멀쩡하다.
해골병들이 상대하는 쪽도 오래 버틸 수 없을 터.
“흠.”
파프닐은 계속 공격을 피하며 놈을 약 올렸다.
크어엉! 컹!
어떻게든 이를 맞대려던 놈의 옆으로 화살과 검은 화염구들이 쏟아졌다.
커엉!
급히 고개를 든 오르토스의 두 머리가, 멀리 있는 해골병 무리를 보았다.
엘리트가 아닌 일반 해골 궁수와 마법사들의 공격.
-상처에 대미지를 주었습니다.
-기존의 상처가 더 깊어집니다.
그 사실에 오르토스의 마지막 이성이 끊어졌다.
커엉! 오르토스의 오른쪽 머리에서 유황 냄새와 불길이 일었다.
단숨에 불을 뿜어 해골병들과 파프닐을 지워 버리려는 속셈.
하지만 큰 공격을 하려고 숨을 들이켜자 자연스레 빈틈이 생겼다.
그 순간을 노린 파프닐이 움직였다.
“여기는 저 녀석이 못 무는 곳이지.”
머리 위에서 검을 드는 파프닐.
그 순간 해골병들을 밀어 낸 왼쪽 머리가 보란 듯 이를 벌리고 쇄도했다.
크헝!
오르토스의 두 머리는 본래 서로 간섭하지 않는다.
반려견과 주인이 각각 머리 하나를 상대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충분히 간섭할 수 있었다.
아니, 두 머리가 하나처럼 파프닐을 밀어붙인다.
이 때문에 오르토스는 이번 공격으로 파프닐을 끝장낼 거라 확신했다.
해골병들이 일부러 한쪽 머리에 집중하게 한 것도, 바로 이 틈을 위해서였으니까.
두 개의 머리가 연계할 시, 그 위력은 각각의 몬스터 두 마리를 능가한다.
하물며 지금은 한 머리가 공격받는 상황.
다른 쪽이 안 도울 이유가 없었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그리고 그게 바로 파프닐이 노리는 바였다.
탓, 파프닐은 머리의 쇄도에 맞춰 몸을 피했다.
멈추지 않은 왼쪽 머리가 그대로 오른쪽 머리의 목을 물었다.
커거! 불꽃을 토해 내려던 오른쪽 머리의 표정이 뒤틀렸다.
그대로 터져 나온 불꽃이 두 머리를 휩쓴 건 거의 동시였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11실버를 획득했습니다.
-10실버 50코퍼를 획득했습니다.
-오르토스의 털뭉치(노말)를 획득했습니다.
터져 나가는 두 머리와 동시에 뜨는 메시지.
복돌이 쪽을 보자 녀석도 오르토스 한 마리를 마침 마무리하고 있었다.
한쪽 머리는 목을 물어뜯었고, 다른 쪽 머리의 정수리 위를 내리치는 드래곤 사이클론!
[훗, 꽤 거친 공격이지만, 결국 불을 뿜는 사술로는 무를 이길 수 없는 것을…….]“방금 잡았냐?”
“멍멍! 그렇다 멍!”
복돌이는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때마다 꼬리에 맨 방울이 연신 딸랑거렸다.
가볍게 오르토스를 잡은 것을 보니, 역시 원작에서 인증된 S급 반려견이었다.
‘이대로 계속 사냥하면 되겠군.’
그런데 방울 때문에 조금 움직임이 둔해지지 않으려나?
저 방울은 빠른 시일 내에 교체하고…… 다른 액세서리로 뭐가 좋을까.
소설 원작에서는 에픽급 반려견 액세서리 중 고양이 모양 꼬리 덮개가 있던데, 가능하다면 한번 구해 보면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라.”
별생각 없이 생각하던 중 상태창이 눈에 들어왔다.
경험치 칸을 보던 파프닐의 입꼬리에 웃음이 깃들었다.
“오호라…….”
원작 소설에 나온 대로였다.
“이거 좀 대박이겠는걸.”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