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황금 사과밭.
신화 속에서는 여신 가이아의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가 있는 성소다.
“보스 몬스터나 다른 적들도 딱히 없고, 이놈들만 계속 나오는 것 같군.”
첫 사냥을 마치고 주변을 정찰한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원작에서도 이곳에는 딱히 보스가 없다.
본래 이곳을 지켜야 하는 건 100개의 머리가 달린 괴물 뱀 라돈.
그러나 이벤트 존으로 복제된 이곳에는 라돈 대신 오르토스가, 그것도 열화판인 가짜 오르토스만이 무한히 생성된다.
시간과 체력만 된다면 무한히 사냥할 수 있는 사냥터.
“그럼 제대로 준비를 해 놓고 사냥을 해야지.”
파프닐은 곧바로 함정 개설 작업을 시작했다.
복잡하진 않다.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위에 나뭇가지와 흙을 덮으면 훌륭한 함정이 완성.
구덩이 밑엔 황금 나무를 벤 가지들을 꽂고 뾰족하게 갈았다.
선신, 악신 가리지 않고 저주를 받을 짓이지만.
복제된 이벤트 존이기에 거리낌 없이 할 수 있었다.
그 후로는 계속해서 몰려드는 오르토스들과 함께하는 사냥의 연속!
사냥을 이어 간 지 네 시간째.
숨을 돌린 파프닐이 생각했다.
‘역시 내 생각이랑 원작 묘사가 맞군.’
이 사냥터.
예상했던 만큼.
아니 예상보다 훨씬 더 대박이었다.
‘이런 사냥터는 밖에서도 찾기 쉽지 않을 텐데.’
오르토스는 상대하는 적의 레벨 비례로 강해진 채 나타난다.
즉, 파프닐이 아무리 성장해도 거기에 맞춰 동 레벨보다 2~3 높게 설정된 몬스터가 나타난다는 뜻.
겉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게이머의 시선으로 보면 이거 엄청난 대박이다.
‘굳이 사냥터를 옮길 필요 없이, 딱 맞는 레벨 몬스터가 무한으로 젠 된다고?’
패턴도 비슷하고, 약점도 같다.
특별한 속성이나 기믹을 준비할 필요 없이.
계속해서 사냥을 이어 갈 수 있다는 뜻.
‘복돌이 녀석의 성장만 생각하고 왔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나도 얻는 게 많은데?’
심지어 이 녀석들.
잡아도 잡아도 끝도 없이 매 순간 다시 리젠된다.
디펜스 게임인데, 같은 몬스터가 끝도 없이 나온다.
이쯤 되면 사냥이 아니라 반복 작업 수준이다.
‘효율도 도그 존 버프 때문에 꽤 괜찮고……. 역시 플러시 놈이 이벤트 끝날 때까지 여기서 계속 사냥할 만해.’
플러시는 비슷한 저레벨의 적들을 복돌이와 같이 사냥하며 여러 퀘스트 및 기연을 얻었다.
그 녀석처럼 운이 넘쳐 나진 않지만, 대신 플러시는 절대로 얻지 못하는 안정감이 느껴졌다.
아이템?
도그 존 버프 덕분에 반려견 아이템도 쓸 만한 게 계속 나오고 있었다.
파프닐은 그중 쓸모없는 것들을 따로 모아 대장장이에게 맡겼다.
반려견용 금속 장비에만 들어 있는 특수 금속.
‘도그 메탈’을 얻기 위해서다.
‘지금 많이 얻어 두지 않으면, 나중엔 부르는 게 값이 될 테니까.’
시간이 지나며 반려견 콘텐츠는 지금보다 몇십, 몇백 배는 더 인기를 끈다.
그만큼 관련 사업도 급격히 커질 테니.
미리 관련 금속을 미리 얻어 두면 이득을 보면 봤지, 손해는 보지 않으리라.
게다가 따로 도그 메탈을 이용해서 해야 할 일도 있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파프닐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중에 다 사냥한 다음에, 그걸 얻기 전에 일단 이곳도 정리해 둬야지.’
혹시라도 플러시가 이곳에서 덕을 보지 못하도록.
다 쓰고 나면 뒤처리까지 깔끔하게 해 놓지 않으면 안 됐다.
-하데스가 당신의 사악한 마음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어둠 속성 마력이 +1 상승했습니다.
사악한 마음이라니.
어디까지나 승리를 위해 취하는 최선의 행동일 뿐인데 어이가 없군.
사다리 걷어차기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세상엔 더 나쁜 게 널렸는데 이 정도 가지고.
역시 컴퓨터 AI라서 그런가? 현실의 맛 좀 보면 저런 반응은 안 보일 거다.
그나저나, 계속 강해지다 보면 하데스나 피의 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시간이 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네크로맨서와 담피르의 비중!
어느 쪽도 버리기 힘든지라, 솔직히 고르기 힘들었다.
‘일단 복돌이랑 같이 이 꿀을 최대한 빨아 두는 게 낫겠군.’
평소에는 이 녀석들을 계속 잡다가.
우두머리 카우가 나왔을 땐 레긴샤 평원으로 가 놈과 주변 무리를 잡고 다시 오는 것의 반복!
계속 숫자를 늘리다 보면 숨겨진 조건을 맞추게 되고, 곧바로 히든 던전이 열린다.
‘플러시가 얻는 기연의 피날레지.’
던전의 적정 입장 레벨은 무려 330 이상.
평균치로 보면 파프닐도 아직은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에, 복돌이까지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파프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옆에 늘어진 줄을 당겼다.
딸랑딸랑! 나무들에 매어 둔 줄에 걸린 종들이 일제히 울린다.
소리를 들은 오르토스들이 또다시 몰려오기 시작했다.
“해골병들, 벨, 페넬로페. 전투 준비.”
“명령을 받듭니다.”
“알겠다.”
“딸그락!”
“복돌이 너도 대답해야지.”
“멍, 안 불렀다 멍!”
이 녀석이?
“그야 넌 안 불러도 착 하고 있어야지. 당연한 거 아니야?”
“와우웅……. 휴식을 보장해 달라! 멍!”
“휴식? 흠……. 대신 개껌 하나 더 줄게.”
“멍!……. 세 개 더 달라!”
“1.5개.”
“끄으응. 2.5개.”
“2개.”
“알겠다 멍!”
복돌이는 언제 불평 부렸냐는 듯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진작 그럴 것이지.
***
-처치한 오르토스 마릿수 : 381
-사냥 시간 : 5시간
-평균 경험치 효율 : 동 레벨 평균 대비 8.02배.
재차 사냥에 들어가는 파프닐과 복돌이.
그들의 모습이 커다란 홀로그램 모니터에서 빛으로 송출되고 있었다.
“어…….”
화면을 지켜보던 호라이즌 개발부 인원들.
황 주임, 오 주임, 백 선임주임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가 일어났다길래 뭔가 싶어서 봤더니, 이거 꽤 큰 문젠데.”
“원래 저러면 한 마리도 못 잡고 빌빌거려야 정상인데, 예상했던 효율을 한참 뛰어넘어서 단독으로 저 정도의 경험치 효율을 낼 줄이야.”
인간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인간이라 문제가 생긴 건지.
분명 개발 당시엔 완벽해 보였는데.
막상 실제로 적용해 보면 저런 녀석들이 꼭 있다.
“근데 뭐, 기획부 쪽에서 난리 피워서 그렇지, 솔직히 이거 하나 가지고 그렇게 심각할 이윤 없지?”
백 선임주임이 어깨를 으쓱했다.
“시그마는 크리 확률이 10도 안 되는 걸 다 맞춰서 DPS를 600퍼센트나 끌어올렸고. 람다는 마왕이랑 계약해서 혼자 군단 만들고 있잖아?”
“그건…….”
“그리고 제타는 금속 조종인가? 그걸로 오크 신규 사천왕 하나랑 오크 수천 마릴 혼자서 때려잡았지. 솔직히 내가 시스템 관리할 수 있었으면 그 녀석은 반드시 막았을걸.”
이시우나 그 특무대 인원들에 대해선 말할 필요도 없다.
그 외에도 이런 이레귤러 케이스들이 한가득.
“하긴 뭐, 그러고 보면 저 베타 개체도 상당히 골치 아픈 녀석이었지…….”
홍길동이나 검노인 같은 밸런스 붕괴급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베타 케이스, 파프닐도 충분히 이레귤러급에 들 만한 녀석은 되었다.
“갑자기 금혈의 뱀파이어가 풀렸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이레귤러는 단순히 컨트롤이나 스펙, 히든 클래스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게임 속에 있는 ‘룰’을 벗어나고.
스스로가 만든 법칙을 호라이즌이라는 세계에 적용시키려 하는 플레이어.
작게는 폭탄의 개발부터.
크게는 시스템 자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놈까지.
그런 의미에서 보면 파프닐도 충분히 이레귤러가 될 ‘가능성’은 있었다.
이번 사태가 그 증거였다.
반려견의 레벨을 빠르게 올리고.
협동심을 고취시키라고 만든 이벤트 존인데.
그걸 따로 나눠서 사냥함으로써, 일반 사냥의 네 배, 아니 그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내버려 두어도 됩니까? 내버려 두면 또 밸런스 붕괴이지 않습니까.”
우물쭈물하던 황 주임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지금이라도 잠시 락(lock)을 걸고 저 이벤트 존 시스템을 수정하는 게……. 저렇게 단독으로? 나눠서 사냥할 수 없도록요.”
“그건 솔직히 에바지.”
옆에 있던 오 주임이 피식 웃었다.
“애초에 이건 기획부 놈들이 계획한 이벤트고, 위로 가서 이사진, 사장님한테까지 다 통과된 안건 아닙니까. 아예 버그 플레이도 아니고, 그냥 플레이어 한 명이 시스템의 허점을 이용해 폭업하는 정도인데, 굳이 패치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 플레이어 한 명이 커뮤니티에 퍼지면, 백 명 천 명 만 명이 되어도 그럴 테요?”
“그럼 그때 수정하면 되지. 어차피 이그드라실이 있으니까 어렵지도 않잖아?”
서로 옥신각신하는 황 주임과 오 주임.
이 모습을 지켜보던 백 선임주임이 한숨을 내쉬었다.
‘또 이 상황인가.’
작은 실수나 오류라도 반드시 잡아서 수정하고, 또 몇 번이나 검토하는 황 주임.
그에 비해 오 주임은 정말로 큰일이 아니라 생각하면 적절히 덮고 넘어가는 융통성 있는 면모를 보인다.
각각 장단점이 있는 포지션.
그렇지만 그만큼 이렇게 의견이 안 맞아 다툴 때도 많다.
‘이대로 두면 끝이 안 나겠군.’
아마 이대로 내버려 두면 저녁까지 계속 이 문제로 이야기하고 있을 터.
뭐, 양쪽 다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둘 다 그만들 해. 처치는 대충 결정했으니까.”
“네?”
“도그 존 이벤트에서 베타 변수 한 명이 편법으로 경험치 부당 이득……. 버그 요소는 발견되지 않은 상황이지.”
백 선임주임이 턱을 쓰다듬었다.
중요한 건 패치를 언제 하느냐, 어떻게 하느냐가 아니다.
저 베타의 행동을 내버려 두느냐. 혹은 제재를 가하고 감시를 강화하느냐일 뿐.
“그러니까 최대한 빨리 긴급 패치를 넣고, 시스템을 수정해서 저 유저가 악용 못 하게 막아야 합니다.”
“아니, 개인 메시지로 말하거나, 적당한 인카운터 투입으로 저 유저만 막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굳이 시스템 자체를 뒤집어엎는 건…….”
또다시 불이 붙으려는 두 사람.
하지만 백 선임주임은 두 부하 직원과 생각이 달랐다.
“뭐 할 필요가 있나. 그냥 내버려 두지.”
“네? 그게 무슨…….”
“백 선임주임님. 제가 봐도 그건 좀…….”
한창 말싸움하던 두 사람이 일제히 같은 반응을 보였다.
흔히 못 보는 모습에 피식 웃은 백 선임주임이 설명을 이어 갔다.
“어차피 저 녀석 저러다가 제풀에 지칠걸.”
“네?”
“잘 봐 봐.”
오르토스는 상대가 강해질수록 이쪽도 강해진다.
처음이라면 모를까. 계속 강해지는 적을 반복적으로 상대하다 보면 금세 피로감을 느낄 거다.
“몇백 시간이면 모를까. 저래서는 몇 시간도 사냥 못 할걸. 그마저도 저 플레이어 혼자만 가능한 거고.”
“하지만…….”
“뭐, 다른 곳들만 봐도 저거보다 큰일이 널렸는데. 아까 말한 시그마랑 람다, 제타들만 해도 저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 테고.”
멀리 가지 않아도 이시우나 직속들부터가 그랬다.
새로 개척 중인 던전 공략, 그리고 대기업의 자본과 시스템을 이용해 파프닐보다 약간 떨어지는 급의 성장 효율을 보이고 있다.
“고작 몇 시간 더 저기서 사냥하는 걸로는 크게 밸런스에 영향을 주지 못해. 별일 아니니까 다들 가서 하던 일 보도록. 기획부에도 그렇게 말해 두고.”
말을 마친 백 선임주임이 직원들을 보냈다.
잠시 후.
혼자 남은 백 선임주임은 잠시 홀로그램을 관찰했다.
“그러고 보니 저 베타 플레이어, 그때 회사 커뮤니티에 소문 퍼졌었던 그 녀석인가.”
틀림없다. 오크 전장에서 공헌도가 말도 안 되게 올라서 확인했었던 바로 그 플레이어다.
“이건 회장님께서 재미있어하시겠는데.”
호라이즌사는 표면적으로 여러 대주주와 임원진이 경영한다.
하지만 그 뒤에 숨은 회사의 주인, 이 회사의 회장에 대한 건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나이는 몇인지.
심지어는 사람인지조차 말이다.
개인 정보를 아는 건 몇몇 최중요 인물들뿐.
다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지금의 호라이즌을 지탱하는 위그드라실, 그리고 (주)타이탄의 수많은 과학기술 중 태반은 회장의 머릿속에서 나왔다는 것!
그런 회장의 지시 사항 중 하나가 바로 특출난 플레이어의 정보 수집이었다.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 드리면 좋아하겠군. 이레귤러 엔트리에 변화가 생겼다고.”
자연스레 윗선에서 관심을 준다면?
“승진 각이다! 크흐흐.”
백 선임주임은 흐뭇한 미소를 짓다가 흠칫 놀랐다.
“아니, 이레귤러 하나 때문에 벌써 시간이…….”
도그 존 이후 새로 진행될 대규모 콘텐츠를 준비하려면, 이제부터 쉴 시간도 없이 바삐 움직여야 했다.
허둥지둥, 급히 움직인 백 선임주임의 모습이 이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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