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레긴샤 평원으로 다시 나온 파프닐은 필드 주변을 살폈다.
그런데 필드의 상황이 뭔가 이상했다.
삼삼오오 몰려다니는 플레이어와 사냥당하는 몬스터들은 사라지고.
대신 세트 아이템과 번개 견장을 갖춰 입은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여긴 워썬더 길드 통제 구역이다!”
“빨리 나가!”
뭐 하는 녀석들이지.
쫓겨나던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보려고 했는데, 이상하게 다들 기겁하며 도망을 쳤다.
“저기, 잠깐만요.”
“히, 히익!”
“미친놈이다!”
왜 이러지? 나도 저놈들 중 한 명으로 오해받은 건가?
하는 수 없이 한 명의 앞길을 가로막고 물어보았다.
“저기.”
“사, 살려 줘! 이 사이코! 저 미친개한테 내 거시기를 물어뜯게 한 다음에 목 밑에 매달고 끌고 다닐 거지? 죽을 때까지!”
이건 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정신병자 PK범이나 할 법한 짓을 내가 왜 해?
“아니, 그런 거 아니고, 그냥 뭣 좀 물어보려고 하는 건데.”
“아, 아니야? PK하려고 하는 거?”
“그런 거 아니니까 진정하고.”
파프닐은 손을 들어 필드 쪽을 가리켰다.
“저기, 저놈들은 대체 뭐냐?”
“아……. 쟤네…… 그 육성 길드원들인데.”
“육성?”
“돈 받고 쩔 해 주는 애들. 사냥 몰이도 해 주고, 파티 레이드나 퀘스트도 버스 태워 주는.”
“그런 거로군.”
철혈에서도 저런 식으로 수익을 내는 걸 본 적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키워 봤자 물살일 뿐이라, 실전 경험 많은 적을 만나면 순식간에 경험치 덩어리가 될 텐데.
뭐, 남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알려 줘서 고맙다. 이제 가 봐도 돼.”
“어, 어어……. 그래.”
“멍멍!”
타탓, 돌아서는 유저를 향해 복돌이가 헥헥 혀를 내밀고 짖었다.
“헥헥, 왕! 잘 가라, 멍!”
“으헉, 으아아악!”
순간 유저가 기겁하더니 중심을 잃다가 그대로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페페라치노 님을 처치했습니다.
-악명이 상승했습니다.
아니, 이러려던 건 아니었는데.
“복돌아.”
“…….”
복돌이는 눈동자를 옆으로 굴리며 딴청을 피웠다.
아무리 복돌이가 순한 녀석이라 해도, 가끔 장난기가 좀 발동할 때가 있다.
역시 대형견이라서 그런가?
-저 녀석 예전에 봤던 인페르노 헬하운드랑 닮았군. 지옥에서 올라왔던 마견들인데, 그 녀석들도 저놈 만나면 한 수 접어 줄 거다.
“그거 좋군요.”
-엉?
“그만큼 강하다는 거 아닙니까.”
-…….
카라미트도 납득했는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자, 그럼 레벨도 많이 올렸겠다.
와일드 카우 우두머리가 나오기 전에, 할 일들을 해 볼까?
***
수도로 돌아온 파프닐은 일단 시현과 시연 자매부터 찾아갔다.
“오…….”
대장간 거리는 망치질 소리와 수증기로 가득했다.
전란을 겪은 수도는 많이 망가진 상태였지만, 이곳은 예전보다 더 크게 성장했다.
부흥군 시절 인맥을 쌓은 드워프 여럿이 합류하며, 그들의 대장 기술 일부가 풀린 덕분이다.
“아니, 의뢰하러 왔다니깐!”
“내가 누군지 몰라? 아스카론 길드 간부라고! in 100위!”
“허가증이 없으면 예외는 없다. 물러나라.”
-허가증이 없으면 더 이상 진입할 수 없습니다.
철저한 가드!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 해도, 혹은 네임드라 해도 예외는 없었다.
몇몇 유저들이 검을 뽑아 들었지만, 그때마다 유니크 세트 장비로 둘둘 말은 강인한 드워프 전사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런데 나도 허가증은 준비 못 했는데, 어디 가서 따로 뽑아야 하나?
차례가 되자 드워프들이 절도 있게 앞을 막았다.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
“잠깐만, 혹시 파프닐 님?”
드워프 병사들을 지휘하던 드워프가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맞군요! 환영합니다, 은인이시여.”
“은인?”
“교단 놈들에게 잡혀 갔었던 저희를 구해 준 게 바로 당신입니다. 그때 일을 절대 잊지 못할 겁니다.”
크로스파이어에게 생포됐던 드워프들인가.
지휘관과 병사들이 경례하며 길을 열었다.
“그 후 꼭 한 번 다시 뵙고 싶었는데, 이제 파프닐 님을 다시 뵙는군요.”
“뭐? 파프닐?”
“그 파프닐이라고?”
이름을 들은 주변 유저들이 술렁였다.
“당신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시킬 일 있으면 뭐든 말씀하십시오.”
“그렇다면 빨리 들어가게 해 줬으면 하는데…….”
“아, 실례를……! 들어가십시오.”
척, 척. 드워프들이 양옆으로 움직여 길을 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환영을 지나치자, 금방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깡! 깡! 진지하게 망치질을 해 대며 검을 만드는 시현.
그 옆에서 시연은 바늘로 갑옷에 문신을 넣고 있었다.
드워프들의 스킬을 전수받고 있다더니.
확실히 실력이 많이 늘었다.
-저 두 여인들……. 드워프 부족의 대장 기술을 신장과 팔 근육 형태의 차이에 맞게 개량했군.
카라미트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쉽지 않았을 텐데……. 검사나 기사로 성장했어도 경지를 이뤘겠어.
흠, 확실히 그런 소질이 보이긴 했었지.
‘원래 전개보다 훨씬 빠른데, 역시 드워프 퀘스트랑 부흥군 임무 덕분인가.’
역시 토양이 좋으니 그만큼 빠른 성장 속도가 나온다.
원작대로라면 상상도 못 할 일.
흐흐흐,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 실력으로 만든 장비가, 플러시 놈을 좀 더 철저히 때려잡을 수 있게 해 줄 거다.
“어? 왔구나.”
작업을 마친 시현이 다가왔다.
“얘기는 들었어. 도그 메탈 장비를 만든다고?”
“네, 여기 재료입니다.”
아이템들을 꺼내자 자매의 눈이 커졌다.
“이걸 다?”
“혹시 왕국군 공식 업무인가요?”
“아뇨, 저 개인적으로 하는 겁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이 정도 템을 혼자 다 모은 건데!”
시현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물었지만, 사실대로 말한 거라 딱히 꿀릴 게 없었다.
“그럼 장비는 만들고 나머지는?”
“도그 메탈만 정제해서 주시고, 나머진 마음대로 쓰시면 됩니다.”
복돌이의 장비를 만들고 남은 건 금속의 주인을 찾는 데 쓸 거다.
보통은 광산에서 캐거나, 따로 작업을 하겠지만.
기왕 사냥을 해서 아이템이 나왔으면 그걸 직접 쓰는 게 덜 귀찮았다.
‘활빈당이나 다른 놈들에게 주목받지 않는 건 덤이고.’
시현, 시연 자매의 숙련도도 오를 테니 일석삼조였다.
이쪽은 일거리가 많아 좋고. 나도 도그 메탈을 많이 얻을 테니까.
“좋아, 해 주지 뭐. 잠시만 기다려.”
말을 마친 시현이 작업대를 펼쳤다.
이후 작업은 물 흐르듯 진행되었다.
치수를 재다가 복돌이를 보고 깜짝 놀란다던가 하는 정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 후엔 어떤 실수도 없이 금속을 정제해 냈고, 장비 제작도 문제없이 끝났다. 시연도 완성된 갑주에 문신 실력을 아낌없이 뽐냈다.
“자, 다 됐다. 여기.”
-파워 진도지 갑옷 세트(에픽)를 획득했습니다.
-파워 진도지 건틀릿, 그리브(에픽)를 획득했습니다.
빛이 나는 에픽급.
플레이어가 제작한 에픽인 만큼, 인게임 내의 에픽 장비보단 한 수 뒤처져야 정상.
하지만 이 장비들은 일반 에픽 장비들만큼 좋아 보였다.
아니, 문신까지 있으니 한 수 더 떴나?
“이건……. 괜찮아 보이는군요.”
“그럼! 누가 만들었는데.”
“그때 봤던 드워프 분들의 기술을 써 봤는데, 잘됐는지 모르겠네요.”
얇고 미끈하게 생긴 은빛 갑옷.
겉에는 수려한 물결과 바람 무늬가 고풍스럽게 새겨져 있었다.
아름답긴 하지만 이걸로 공격을 잘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껴 봐야…….”
“아, 아직 끼지 마.”
“네?”
“그거 지금 문신 각인이 진행되는 중이라. 좀 시간 지난 다음에 껴야 해. 그래야 성능이 100% 나오거든.”
“흠……. 알겠습니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고.
성능이 잘 나온다는데 전문가의 말을 안 따를 이유가 없지.
“멍멍!”
복돌이가 해맑게 짖었다.
새 장비를 맞춰 준다니 마냥 좋은가 보다.
“그리고 이건 정제한 도그 메탈.”
시현이 성인 남성 상체만 한 금속 구체를 가져다줬다.
이 정도면 충분히 도그 메탈의 주인을 찾을 수 있었다.
“값은…….”
“어허, 넣어 둬. 요즘 엄청 잘나가던데. 빚 하나 지운 셈 치지 뭐.”
“언니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고마우니까 괜찮다는 뜻이에요.”
“뭐어? 야, 시연 너!”
투닥대는 두 사람을 급히 말렸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어차피 너 아니었으면 배우지도 못했을 스킬들인데.”
“저희야말로 감사하죠.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도움을 받을 일이라.
지금은 딱히 없는 것 같은데…….
아니, 생각해 보니 하나 있긴 했다.
원래는 조금 더 나중에 해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내친김에 지금부터 시작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그럼 한 가지 더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응? 뭔데.”
“실은 제가 길드를 하나 만들려고 합니다.”
혼자서는 플러시를 막으면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거대한 조직을 갖춘 대기업 길드와 랭커들.
강력한 NPC 세력과 이어지는 메인 시나리오.
해외에서 압도적인 세력을 갖춘 해외 랭커들까지.
마지막으로 파이브스타와 플러시를 생각하면.
이제는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는 힘이 부족해 음지에 숨었지만.
엘리자베스 왕녀가 왕이 된 이상.
이제는 정체를 감출 이유도 없었고 말이다.
“아직 계획 중이긴 한데. 혹시 가능하시다면 제 길드에 창립 멤버로 들어와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길드라……. 근데 내 몸값은 좀 비싼데.”
“언니…….”
시연은 시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움찔거리며 눈을 피하던 시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조건 하나만 채워지면 들어가 주지.”
“조건이요?”
“주 4일 근무에 휴가, 연차 보장. 급여는 월 500이상.”
“흠……. 못 할 것도 없긴 한데. 계약서를 쓸까요?”
“어? 아냐! 됐어.”
“그럼 뭐 녹화나 서약이라도…….”
“됐어! 농담이야, 농담.”
“아, 그렇군요.”
농담이었군. 시현이 말을 이었다.
“그냥 이것만 보장해 줘. 우리 실업자로 만들지 말 것.”
“아하.”
그거야 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다.
일에 치여서 과로사 한다면 모를까.
일이 없어서 놀릴 일은 만에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
시현 자매를 만난 후.
내친김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길드 이야기를 꺼냈다.
킨도르한과 힐데, 힐데의 동료 및 존스 박사에게도 연락을 했고 말이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
연락한 사람들이 다 찬성한 덕분에, 길드 생성의 최소 조건인 5명을 금방 초과할 수 있었다.
‘소수 정예 길드면 이 정도로 충분하지.’
철혈이나 파이브스타처럼 몸집을 일부러 불리지는 않을 거다.
플러시를 잡으려면 큰 코끼리보다 작고 빠른 표범이 필요했다.
이 때문에 초청을 넣은 사람들도 다들 실력자였고.
최소한 자기 분야에서 한가락은 하는 사람들이었다.
다만 김철은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반골 기질로 가득 찬 놈이니, 제안을 하면 무조건 거절할 터.
역으로 아무 말도 안 하면 그 녀석은 알아서 올 거다.
“장비는……. 뭐 이거 조금만 더 쓰자. 괜찮지?”
“멍!”
아직 기존 장비 내구도가 꽤 남았으니 굳이 빠르게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슬슬 우두머리 카우가 젠될 시간.
놈을 잡고 숨겨진 보스도 처리하면, 이곳과도 작별이다.
파프닐은 곧바로 레긴샤 평원으로 향했다.
“자, 그럼 잡고 끝내 볼까. 가자, 복돌아.”
“알았다, 멍!”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순간.
“잠깐만, 쟤 뭐야?”
“자리인 것도 모르나? 빨리 내보내지.”
웬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대여섯 명의 유저들이 이쪽을 손가락질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고급 장비로 도배한 모습이었다.
저 녀석들이 아까 버스를 받고 있다던 놈들이로군.
딱 봐도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게 생겼다.
“우와, 저기 봐! 저 개 진짜 병신같이 생겼네.”
“어디? 푸핫!”
“저게 뭐야! 스킨 살 돈도 없어서 저따위로 입힌 건가?”
복돌이를 본 놈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크르릉……!”
이를 드러내는 복돌이.
그 모습을 봤는지 번개 견장을 한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여기 지금 통제 중이다.”
“자리?”
“높은 분들 버스 태워 드리는 중이니까, 쪼렙은 꺼지라고.”
플레이어 한 명이 검을 들고 위협했다.
그런데 저놈이 착각한 게 있었다.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대처도 못 한 플레이어의 목과 몸이 분리되었다.
싸늘하게 굳은 분위기.
다른 놈들 앞에 대고 말했다.
“쪼렙은 너네인 것 같은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