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
2화
“…….”
김강한은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매만졌다. 아무리 봐도 자기 얼굴은 아니었다.
“허,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데.”
눈 밑에 거뭇한 다크서클이 가득한 겜창은 어디에도 없었다.
대신 눈매가 날카롭다는 점을 제외하면 잘생긴 청년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 가지 비현실적인 일이 있다면 그 얼굴 옆에 글자가 가득한 점이었다.
[이름 : 오진환]-레벨 : 1
-새로운 알림이 두 가지 있습니다.
오진환?
들어 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분명히 운빨로 게임 지존에 나오는 빌런 이름이었는데.’
외모를 자세히 뜯어보니 소설 속에 나온 묘사와 흡사했다.
“알림이란 건 뭐지?”
스스로의 입에서 흘러나온 생소한 목소리에 반응해, 거울 속 텍스트들이 기묘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시작]-당신은 운빨로 게임 지존의 세상에 진입했습니다.
-오진환은 능력도 잠재력도 뛰어난 청년입니다. 다만 스토리 전개상 사라졌어야 할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김강한 님의 능력이라면 오진환의 육체를 통해 운빨로 게임 지존의 세계에서 그 운명을 바꾸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작가에게 당당하게 소리쳤던 그 패기를 오진환의 육체를 통해 보여 주세요.
-보상 : 원래 세계로의 귀환, ???
“…….”
김강한은 외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너무 기가 찼기 때문이다.
‘대체 그 작가라는 양반은 뭐 하는 새끼야?’
설마 진짜로 소설 속 세계로 보내 버리다니.
그럼 대충 상황이 이해가 갔다.
김강한은 이제 김강한이 아니라 소설 속에 존재하는 오진환이라는 캐릭터의 몸에 빙의한 것이다.
“……거부권은 없는 건가?”
목소리에 반응하듯 새로운 알림이 떠오른다.
[당신의 목표]-오진환은 전형적인 실패한 인생을 살아온 캐릭터입니다.
-오진환의 인생을 개선하고, 또 나아가 운빨로 게임 지존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해 보세요.
-첫 번째 목표로 운빨로 게임 지존의 메인 게임 ‘호라이즌’을 시작하세요.
-두 번째 목표로 주인공보다 한발 앞서 위대한 업적을 이뤄 보세요.
[새로운 알림이 도착했습니다.] [호라이즌 시작하기.]-당신은 운빨로 게임 지존의 세상을 정복하러 왔습니다. 우선 그 첫걸음으로 게임 호라이즌을 시작하십시오.
-보상 : 10만 원
-오진환의 빚 청산.
-오진환은 과거 스트리머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습니다. 큰손 시청자에게 사기를 당해 거액의 빚을 지기도 했습니다. 이 빚을 모두 청산하십시오.
-보상 : 건강 수치 보너스
-오진환의 건강 개선.
-오진환은 태생적으로 건강이 좋지 못합니다. 이 건강을 최대한 개선하십시오.
-보상 : 힐링 포션 조합서
‘이건 대체 뭔…….’
마치 게임처럼 날아오는 퀘스트들.
첫 번째야 그렇다 치고, 두 번째, 세 번째는 어이가 없는 수준이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건강이 안 좋다고?’
김강한은 거울 속 오진환을 바라보았다.
혈색도 좋고 잘생긴 미남이다.
근데 건강이 안 좋다니?
‘원래 내가 더 안 좋아 보이는데.’
김강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어떻게 된 일인진 모르겠다.
하지만 일단 X 된 건 맞는 거 같다.
***
대충 사태를 파악한 김강한은 우선 오진환이라는 인간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주변을 샅샅이 파악했다.
물론 오진환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이 있는 이 세상 자체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세상.’
일단 이곳도 지구다.
국가가 다른 것도 아니고, 문명, 문화, 인종……. 대부분이 똑같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세계다.
‘브랜드라든가 기업이라든가……. 세세한 면에서는 모든 게 다 달라.’
일단 기술력은 조금 더 좋은 듯했다.
김강한이 살고 있던 세계에서는 끽해 봐야 VR 게임이 전부.
하지만 이곳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풀 다이브 게임, 즉 가상현실 게임이 상용화되어 있었다.
‘……일단 퀘스트를 따르려면 가상현실 게임기부터 구매해야겠군.’
김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오진환의 재산은 보증금 1,000에 월세 40짜리 방 하나.
그리고 3,000만 원가량의 현금이 있었다.
‘알아본 바로는 빚은 1억.’
한 달에 갚아야 할 돈만 100만 원이었다.
‘섣부르게 돈을 썼다가는 당장 이 영문도 모를 세상에서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
일단 게임기값으로 1천만 원이 나간다.
‘장비는 중요하지.’
고급 캡슐은 쾌적할 뿐만 아니라 동기화율이 훨씬 높다.
잔고장이 없는 건 물론이다.
‘일단 캡슐부터 주문하고…….’
지금 김강한에게는 두 가지 무기가 있었다.
첫째는 이 퀘스트와 오진환의 건강한 몸.
둘째는 바깥에서 가져온 게임 소설 속의 지식.
이 두 가지 무기를 잘 쓴다면.
작가 놈이 준 임무.
어렵지만 못 할 건 아니었다.
‘빚이야 그리 큰 문제도 아니고.’
게임에 모두 올인한 게임 폐인이나 할 법한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애초에 이건 막무가내로 돈을 쓰는 것도 아니었다.
이 세계가 현실과 다른 점이 하나.
게임 아이템이나 자산이 법적으로 인정받는다는 점이다.
‘원작 소설에선 게임 아이템으로 서울 아파트도 샀었지.’
주식과 코인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금방 포기했다.
기업명도, 품목도 현실에서 바뀐 세계.
함부로 돈 넣다가는 진짜로 길바닥에 나앉아 버린다.
애초에 시드 머니도 없는데 뭘.
“자, 그럼 계획은 얼추 세워졌나.”
게임에서 성장해 돈을 번다.
그리고 그 돈으로 빚부터 갚는다.
김강한은 곧바로 일어났다.
“어디, 가상현실이 얼마나 잘 나왔는지 한번 보자고.”
***
“설치 끝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일 후.
김강한은 새로 얻은 원룸에서 기지개를 켰다.
“이게 그거군.”
눈앞에 놓인 은색 유선형 캡슐.
저 자그마한 캡슐이 무려 소형차 한 대급 가격이다.
그러나 김강한은 후회하지 않았다.
애초에 차를 사는 목적이 뭔가.
실제 타는 것도 있지만, 자기만족도 다수다.
그런 의미에서 김강한은 이 기기에 충분히 만족했다.
‘난생처음으로 경험할 테니까.’
VR 게임인 ‘드래곤 월드’에서 정점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항상 뭔가 부족한 게 있었다.
고글 시야 너머로 가슴이 가빠 올 때마다, 보스전 도중 방바닥에 넘어질 때마다 그 사실이 느껴졌다.
진정한 가상현실 게임은 그 갈증을 채워 줄 수 있을까?
“접속.”
캡슐 안에 들어간 김강한이 말했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오다가……. 멀어진다.
다음 순간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 앞으로 메시지창 두 개가 나타났다.
-호라이즌에 뇌파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수평선을 넘었습니다.
탁 트이는 시야와 움직이는 몸.
김강한은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
사방이 새하얀 빛으로 가득 찬 공간.
그 안에서 김강한만이 서 있었다.
“이거 진짜 신기한데?”
단순히 시야뿐만이 아니다.
팔굽혀펴기나 점프를 해도 실제 현실처럼 감각이 느껴진다.
너무 현실적이라 오히려 접속이 안 된 건 아닌가 싶을 정도.
“아니, 이럴 때가 아니지.”
김강한은 곧바로 작업을 진행했다.
캐릭터와 스타팅 포인트를 고르고 이어지는 튜토리얼을 들었다.
물론 되는대로 정한 건 아니었다.
‘원작 소설에서 분명 이 마을의 시작이 좋다고 했었지.’
운빨로 게임 지존의 주인공, 플러시.
녀석의 운은 그야말로 하늘에 닿은 수준이다.
길 가다 넘어지기만 해도 레어 아이템, 확률형 스킬을 얻게 되는.
시대가 선택한 천운의 주인공인 셈.
그런 녀석이 검증한 ‘명당’이 김강한의 머릿속에 있었다.
‘실수하면 안 돼.’
김강한은 기억을 짚어 나가며 모든 과정을 이수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메시지를 보고 순간 멈칫했다.
-모든 튜토리얼 과정을 완료했습니다.
-닉네임을 정해 주세요.
닉네임?
닉네임이라.
“……파프닐.”
잠시 고민하던 김강한이 대답했다.
드래곤 월드 PVE 세계 랭킹 1위.
PVP 1위에 빛나는 정점의 이름이었다.
-‘파프닐’로 정해졌습니다.
-수평선을 넘었습니다.
-호라이즌의 세계에 입장하셨습니다.
파앗.
재차 찬란한 빛이 눈앞을 가렸다.
그 빛이 사라졌을 때 눈을 뜬 김강한, 아니 파프닐은.
“……와우.”
저도 모르게 감탄의 말을 토해 냈다.
***
-클로버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퀘스트와 NPC와의 상호작용, 레벨 업, 스킬 사용 등을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고, 당신의 페이지를 당신만의 기록으로 채워 나가세요.
마을에 도착한 사람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런 걸 확인할 틈이 없었다.
감탄과 흥분으로 가득 찬 마을 광장!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와, 진짜 내 맘대로 움직이네.”
“허이~짜! 옆 구르기!”
“이게 나……?”
“와, 진짜 움직이네.”
몸을 만져 보거나 체조 동작을 해 보는 것부터.
“촌장 인사 마쳤지?”
“어? 어. 방금 하고 왔어.”
“그럼 바로 남쪽 가자. 거기서 토끼 잡고 바로 여우로 넘어가는 게 제일 빠르대.”
듣거나 보고 온 공략을 따라 곧바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보였고.
“지방 사라지니까 살 것 같네.”
“와, 눈이 탁 트였잖아? 안경 없이 이렇게 볼 수 있다니…….”
“스읍-하. 스읍-하…….”
“와, 이거 꼬치 얼마예요? 3코퍼? 10개 주세요!”
새로운 세계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원작 소설 내용 그대로로군.’
시대를 앞선 과학기술이 만들어 냈다는 설정인 만큼,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계를 만들어 냈다.
그런 세계를 처음 맛봤으니 저렇게 흥분할 만도 했다.
물론 흥분한 건 파프닐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파프닐은 숨을 들이마셨다.
시골길을 걸을 때 느껴지는 맑은 공기.
볼을 스치듯 지나가는 바람.
모든 게 위화감 없이 흘러간다.
‘이게 게임……?’
현실의 VR 게임이 한강 라면이라면, 이건 불닭볶음면 수준!
실제로 해 보자, 그 이상의 차이가 느껴졌다.
‘이거 대박이군!’
작가 놈은 죽이고 싶을 만큼 밉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이 게임 자체는.
‘진짜 잘 만들었네.’
생각을 마친 파프닐이 원작 소설을 떠올렸다.
운빨로 게임 지존 속에 있던 유저들의 반응.
그리고 원작 소설 속의 전개까지.
‘아마 다들 사냥만 했었던가.’
웹 사이트의 공략을 보면서 사냥, 그리고 또 사냥!
1초라도 빨리 큰 도시로 나가기 위해 전력을 다한다.
당연한 일이다.
마을에서 주는 퀘스트는…….
‘정말로 더럽게 재미가 없다고 적혀 있었지.’
현실의 시골 농촌에 외노자로 떨어지다.
스타팅 포인트에 제목을 붙인다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여기 달걀 좀 받아 주세요.”
“양털을 깎아야 하는데, 내가 다른 일이 바쁘구먼. 대신 좀 해 줄 수 있겠나?”
“외양간 청소 좀 도와줘! 급해!”
좋게 말하면 구수하고, 나쁘게 말하면 똥내 나는 퀘스트들!
심지어 보상도 쥐꼬리만 한 경험치와 코퍼가 끝이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달걀 2개를 획득했습니다.
-3코퍼를 획득했습니다.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낡은 빗자루를 획득했습니다.
종일 뙤약볕 아래서 일하고.
고작해야 달걀이나 빗자루?
‘진짜 시골 농부라도 그 짓거린 안 하지.’
TV 화면 속 광고에서 나왔던 용과 기사의 싸움.
혼자 대규모 전장의 판도를 뒤집는 대마법사.
그런 모습을 바라던 유저들에게 닭똥과 잡초를 들이밀면 누가 하겠냔 말이다.
‘플러시만 빼고 다들 사냥만 한 게 그런 이유고.’
다른 많은 초보자 마을들에선 그 선택이 옳았다.
죽어라 고생해도 경험치와 호감도만 얻고 땡.
심지어 여긴 고레벨이 되면 못 들어온다.
훈련소 조교에게 호감을 따 놓아 봤자 소용없는 것과 마찬가지!
하지만 이 마을은 조금 특별했다.
‘원작 주인공이 여기 온 이유가 있다.’
다른 스타팅 포인트에선 얻을 수 없는 히든 피스.
원작 소설 속에서, 이 마을은 그것을 감춘 곳 중 하나였다.
‘애초에 보통 방법으론 절대 플러시를 따라잡을 수 없지.’
파프닐은 인정했다.
플러시는 운빨의 제왕이다.
길 가다 레어 아이템을 줍고, 들르는 마을마다 고급 퀘스트를 무더기로 얻는다.
대기업의 후계자나, 해외의 큰손마저도 그 앞에선 빛이 바랠 정도.
정상적인 방법으론 도저히 놈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니 가지고 있는 ‘공략집’을 마음껏 쓴다.
‘그래야 현실로 돌아가서, 작가 놈한테 따질 수 있을 테니까.’
보상을 받는 건 덤.
찬란한 미래를 얻기 위해.
그리고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서.
파프닐은 낫을 들었다.
“혹시 잡초 베기 일손이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오, 마침 농사일이 힘들었는데……. 부탁해도 되겠나?”
“물론입니다.”
클로버 마을에 미친 농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