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휴우, 힘들다.”
이마를 닦자 땀이 흘러내린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지간한 운동으론 잘 오르지도 않는 최대 HP와 스태미나가 2나 올랐다.
그래도 여기에 다다른 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거 참, 장관이구만.”
파프닐은 눈앞에 있는 대자연을 천천히 음미하듯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까지 가득한, 에메랄드빛을 띤 녹음.
이 숲은 이름 그대로 에메랄드빛 숲이었다.
현재까지는 미개척지.
오크제국을 통과해야 다다를 수 있기에 서적이나 지도에서만 언급이 되는 곳이었다.
직접 도착한 사람은 아직 공식적으로는 없고.
내로라하는 프로게이머들의 방송에서도 아주 가끔 언급만 되는 수준.
“확실히 소설로 보는 것보단 실제 경관을 보는 게 더 장관이군.”
숲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이곳은 유적지에 가까웠다.
에메랄드빛 수정과 에메랄드로 이루어진 유적지가 바닥이 되고.
그 위를 활엽수와 이끼가 덮으면서 이런 분위기가 나온 것.
마추픽추나 잉카문명의 도시들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아무래도 현실이다 보니 이곳만큼 신비스럽지는 않았다.
‘현실에 있던 VR 게임들도 현실보다는 못했는데, 여긴 진짜로 다르군.’
호라이즌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가 120%의 현실.
소설 속 세계라고는 하지만.
이런 웅장한 광경을 보자 절로 압도되는 기분이었다.
“관람은 여기까지 하고.”
슬슬 여기 온 본래 목적을 달성해야 할 때다.
“……흠, 여기에 화이트잭이 있단 말이지.”
유저들은 물론, NPC들조차도 이곳에 대해 아는 건 극히 일부다.
나야 소설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이곳의 위치나 신전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낸 우미간과 정보 단체들의 힘도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정보가 보통 정보가 아닌데도 말이지.’
웬만한 게임 정보는 나오자마자 금세 사이트나 코코아톡 오픈채팅방에 나돌게 된다.
보통은 데이터를 뜯거나, 시작하자마자 한 시간 만에 최단 루트로 달린 사람들에 의한 유출.
그런 세상이지만.
이곳, 호라이즌은 다르다.
슈퍼 AI 이그드라실이 관리하며, 전 세계의 기업들은 물론 국가들조차도 월등히 앞선 기술을 가진 (주)타이탄의 기술.
어떤 복돌이는 물론, 유명한 해커조차도 이 호라이즌의 보안만큼은 뚫을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고급 정보는 전부 현금으로 거래되고.
게임 내 콘텐츠, 정보의 가치가 현실의 게임들보다 말도 안 되게 높아진 세계가 바로 지금 이곳이었다.
‘게임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이지. 현실이면 어떻게든 틈이 있을 텐데.’
안 좋다는 건 아니다. 게이머로서 생각하자면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현실에도 있었으면 싶다.
적어도 여기선 데이터를 뜯고 조작하는 놈들 때문에 최초, 최단 기록을 뺏기는 일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슬슬 도착할 때가 됐는데?”
주변을 둘러보아도 에메랄드 숲뿐.
그때였다.
뒤쪽 수풀이 버스럭거리더니 인영 하나가 튀어나왔다.
“후우, 후. 겨우 늦지 않았군.”
인영의 정체는 존스 박사.
해골병의 호위를 받으면서 일행의 후미에서 오고 있었다.
‘이번 여정에 반드시 필요한 분이지.’
에메랄드빛 숲은 일반 숲과 다르다.
편의상 그냥 숲이라곤 했지만 사실 유적지나 마찬가지인 곳.
유적의 함정과 자연의 함정이 같이 있기에.
과장 안 섞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3개 이상의 A급 트랩을 마주칠 수도 있는 곳이 여기였다.
원작에서 플러시 놈은 그냥 지나쳤지만…….
그건 그놈의 운빨이 너무 말도 안 되게 좋은 것이고.
보통은 함정 해체나 길잡이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알고 있는 가장 뛰어난 전문가가 바로 이 사람, 존스 박사였고 말이다.
“오…….”
존스 박사는 에메랄드빛 폭포와 숲을 바라보며 탄성을 냈다.
방금 전 내가 저랬나?
“에메랄드빛 숲이라……. 전부터 한 번쯤 와 보고 싶었던 곳이었지.”
“만족하십니까?”
“그럼, 저 안에 어떤 신비가 잠들어 있을지 벌써부터 두근거리는구먼.”
지난번엔 활빈당 때문에 제대로 탐사할 여유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박사의 얼굴엔 여유가 넘쳐 났다.
“자, 그럼 가시죠. 박사님.”
“음, 그럴까.”
존스 박사는 90도로 구부러진 피뢰침과 돋보기, 등산지팡이 등을 꺼냈다.
“선금은 20일 동안 50골드일세.”
“네?”
“뭐 하나? 돈을 줘야 일을 시작하지.”
원래 의뢰가 선불이었나?
“잠깐만요. 박사님.”
“으응?”
“원래 보수는 일 끝나고 받는 거 아닙니까?”
“어허. 자네 인디안 존스를 보지 않았나. 원래 탐사 의뢰는 다 선금 받고 하는 거야.”
영화광답게 온갖 영화의 사례들을 가져오면서 떠들어 댄다.
흠, 뭐 돈 떼먹을 사람은 아니니까.
골드를 건네주자 존스 박사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배에 기름칠 좀 하겠구먼.”
“…….”
“자, 그럼 가 봄세.”
신난 듯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앞으로 향하는 존스 박사.
숲 안으로 진입하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에메랄드빛 숲에 진입했습니다.
태양빛을 받은 나뭇잎과 에메랄드 조각들이 일제히 빛났다.
가지와 잎에 가린 수많은 빛줄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산란하는 모습.
나뭇잎과 나뭇가지들로 완전히 가려진 아래임에도 이렇게 밝은 건 이 숲만의 특색이다.
“섣불리 움직이지 말게.”
그래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빛에 한눈 파는 순간.
숲 유적 곳곳에 있는 함정들에 걸려 목숨이 끊어지게 될 테니까.
“나를 따라오게.”
존스 박사가 심호흡하고 움직였다.
한 걸음 움직이고 돋보기로 바닥을 보더니, 곧 뒤로 발을 내딛거나 폴짝 점프를 하며 발걸음을 내디딘다.
그 뒤를 따라 해골병과 함께 움직이자, 점차 숲 바깥의 경치가 사라져 갔다.
‘역시 베테랑이군.’
데려오길 잘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만약 해골병의 육탄 돌격으로 뚫으려 했다면.
지금의 천 배, 아니 만 배의 해골병이 있어도 뚫지 못했을 거다.
“그런데 이곳에 먼저 들어온 선객이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이런 살벌한 유적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니. 겁도 없구먼.”
“헥헥, 와삭와삭.”
그때였다.
옆을 돌아보자 복돌이가 나뭇잎 무더기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뭐 있어?”
“멍!”
고개를 든 복돌이의 입가엔 에메랄드빛 나뭇잎이 가득 물려 있었다.
“딱히 뭐 없는 것 같은데……. 잠깐만.”
이 녀석 설마 나뭇잎을 먹고 있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바라보자 복돌이가 헤실 웃었다.
“아니 복돌아, 나뭇잎은 왜 먹는 거야?”
“멍멍! 맛있다, 멍!”
맛있다고?
“자네……. 혹시 개 며칠 굶긴 적 있나……?”
“그럴 리 없잖습니까.”
존스 박사가 보내는 의심 어린 시선을 넘기고 복돌이의 입을 털어 냈다.
“이 녀석, 이상한 거 먹으면 밥 안 준다?”
“멍멍! 진짜로 맛있다! 믿어 달라, 멍!”
“흠…….”
복돌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날 봤다.
진짜로 맛있나?
어쩌면 정말로 특별한 효과나 포션 같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여기 있는 잎들 모두가 고급 아이템인 셈.
“어디…….”
나뭇잎 한 움큼을 집어 들어 입 안에 넣자,
입 안 가득 톡톡 튀는 듯한 상쾌함과 청량감이 퍼져 나왔다.
온몸이 가볍게 붕 뜨고, 깨끗해지는 기분.
…….
“엣퉷퉷! 이거 치약 맛이잖아!”
급히 이파리를 뱉어 내고 물로 몇 번이나 입 안을 헹궜다.
“이런 걸 맛있다고?”
“멍멍! 주인도 매일 밥 먹고 그거 먹는 거 알고 있다 멍.”
“아니 그건 이 닦으려고 한 거고…….”
“민트? 민트 맛있는데 왜 그러나.”
이파리를 집어 든 존스 박사가 피식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 이파리들 민트 맛이 나는군. 진짜 민트보다 더 진해.”
역시 탐험이나 영화 같은 걸 하다 보면 입맛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약간 벗어나게 되는 게 틀림없었다.
***
존스 박사의 인도를 따라 숲 안을 탐험한 지 두어 시간 후.
숲의 외곽에 가득한 함정 지대를 넘자 오두막 한 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 오두막이 보이는군, 한번 가 보세.”
“저건 저택인데요?”
3층까지 있고, 복도나 별실 등까지 보이는 커다란 목조 건물.
숫제 오두막이 아니라 나무로 된 저택 수준이다.
“그런데 이 숲 안에 대체 누가 사는 거지? 자네가 말한 그 사람인가?”
“그럴지도 모르고, 아닐지도 모르죠.”
일단 열어 봐야 집주인이 누군지 확인할 수 있을 터.
-???의 집에 진입했습니다.
-가디언 ‘우드 골렘’이 침입자를 감지했습니다.
저택에 다가서자 주변의 통나무 여럿이 거인의 형태를 갖추고 나타났다.
“우드 골렘이라, 이 정돈 간단하지.”
존스 박사가 코웃음을 치고 나섰다.
“포박 그물! 올가미 던지기!”
철추가 달린 쇠그물, 그리고 단단한 밧줄이 골렘을 조였다.
그동안 놀고만 있진 않았던 듯.
능숙하게 연계 스킬들을 쓰며 골렘을 제압하는 모습.
그러나…….
“복돌아, 슬슬 준비해라.”
“멍, 알았다, 멍.”
복돌이가 다리에 힘을 주었다.
쿵, 동시에 골렘이 통나무 여러 개로 나뉘더니 각각의 조각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러더니 다시 뭉쳐서 만들어지는 우드 골렘.
일반적인 골렘은 불가능한 임기응변에 존스 박사의 입이 떡 벌어졌다.
“어, 어어!”
순식간에 골렘이 주먹을 뻗었다.
위기의 순간.
흰 그림자 하나가 골렘의 팔을 쳐 냈다.
콰작!
“크오!”
“멍멍!”
복돌이가 이를 드러낸 채 연이어 움직였다.
그때마다 우드 골렘의 통나무가 흰 톱밥을 흩뿌렸다.
“괜찮습니까?”
“고맙네. 그런데 저 복돌이 녀석……. 무슨 힘이…….”
“폭업 덕분에 힘이 좀 셉니다.”
사실 폭업이 아니라도 진짜 나무 정돈 가볍게 부숴 버리는 놈이긴 하지만.
거짓말은 아니니까 상관없다.
크어어어…….
결국 몸의 1/3이 박살 난 우드 골렘이 뒤로 넘어갔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고운 톱밥(노말)을 획득했습니다.
“괜찮습니까?”
“고, 고맙네. 하마터면 죽을 뻔했군.”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저택 주변 숲이나 연못, 다른 곳에서도 가지각색의 골렘들이 일어나고 있다.
한바탕 전투를 각오해야 할 것 같은 상황.
그때였다.
등 뒤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갈! 멈추어라!”
뒤를 보자 호호백발의 노인 한 명이 보였다.
“시끄러운 소리가 나길래 뭔가 했더니, 웬 좀도둑 두 놈이 걸렸구먼.”
“잠깐, 우리는 도둑이 아니라…….”
“당신이 화이트잭입니까? 세상에서 가장 기괴한 의사?”
화이트잭이 김철과 비슷한 부류라면, 해명을 해 봤자 제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듣지도 않을 터.
존스 박사의 설명을 제지한 채 곧바로 질문했다.
“기괴한 의사라……. 재미있군.”
노인은 히죽 웃고 말을 이었다.
“그래, 내가 바로 기괴한 의사 화이트잭이다. 그러는 너희는 누구냐?”
“저는 파프닐, 이 사람은 존스라는 탐험가입니다. 어르신의 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치료라……. 내 치료에 대해서 알고 온 거겠지?”
“물론입니다. 대가 없는 치료……. 하지만 어느 부위를 어떻게 치료할지 모두 마음대로 하시는 분이잖습니까.”
화이트잭.
광의라 불리는 그는, 치료 행위에 있어서 돈이나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는다.
받는 환자도 오로지 자신이 내키는 대로.
문제는 치료법이나 부위도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라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서 치료를 받는데 갑자기 대장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는 뜻.
이 때문에 그는 가장 기괴한 의사라고 불렸다.
그러나…….
“어르신의 실력이 필요합니다. 헬카이트 님께 여쭤보았더니, 어르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더군요.”
“……헬카이트와 무슨 관계이지?”
“그 제자분의 제자입니다. 태사조 되시지요.”
“……끄으응……!”
화이트잭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헬카이트 놈에겐 은혜를 입은 게 있지. 자네는 꽤 운이 좋군. 일단 들어오게.”
“오오……!”
다행히 1차는 잘 풀린 것 같았다.
그때 화이트잭이 덧붙였다.
“참, 다른 한 놈은 내보내게. 난 자네만 들어오라 했지, 다른 놈은 들여보내라고 한 적이 없으니까.”
“음? 뭐, 뭐? 잠깐만! 이보게!”
기겁하는 존스 박사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흠, 이럴 때는 역시 이거지.
“노숙은 탐험가의 소양 중 하나니까요. 금방 끝내겠습니다.”
진심을 담은 격려!
존스 박사의 낯빛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