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이곳에서 살고 계십니까? 세계를 방랑하는 줄 알았는데요.”
“늘 그렇지. 금방 다른 데로 움직일 걸세.”
그런 것치고는 저택의 사이즈가 큰데?
뭔가 있다.
가벼운 덕담을 마치고 응접실에 앉았다.
“차는 좋아하나?”
“뭐든 잘 마십니다.”
“좋군. 받게.”
약초 차를 가져온 화이트잭이 물었다.
“헬카이트는 잘 살아 있나? 그 영감 나이가 꽤 되니 말이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영감이 아니라 소녀…… 아니, 고양이 아닙니까?”
“고양이라……. 확실히 그 녀석과 관계된 게 맞군.”
역시 이 질문은 테스트.
만약 대충 대답했다면 곧바로 적대 관계가 되었으리라.
“그 녀석에겐 빚을 졌지. 자네를 돕는 걸로 잊을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어.”
“감사합니다.”
“자, 그래서 내가 무슨 일을 하면 되지?”
“한 가지 시술입니다. 일단…….”
내용을 듣던 화이트잭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실히 난이도가 있는 내용이군. 그거면 빚은 갚았다고 말해도 되겠어.”
“해 주실 겁니까?”
“그래야지. 하지만 지금은 내가 좀 바빠서 말이야. 여유가 나면 부를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 줬으면 하는데…….”
“흠…….”
왠지 김철의 모습이 겹쳐 지나간다.
여기서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수년 동안 시술은 받지도 못하고 시간이 지나가고 말리라.
대가를 내밀어도 소용이 없을 테니 그것도 문제.
협박?
화이트잭은 최소 레벨 550 이상의 막강한 NPC다.
‘그렇다면 방법은 이것뿐이군.’
“알겠다면 이만 돌아가 주게나. 자네가 데려온 그 도굴꾼도 같이.”
“그 바쁜 일이라 하시는 게 혹시…… 연구입니까?”
시종일관 여유롭던 화이트잭의 표정이 굳었다.
“연구라니?”
“이 저택, 보통은 이렇게까지 커다란 건물을 짓지 않지요. 빈틈도 하나 없고, 저택 곳곳에서 다른 향기들이 풍기더군요.”
약초 차로 가리려 했지만 예민한 감각이 다른 냄새들을 감지했다.
“화이트잭 님은 어떤 부와 명예도 다 거절하고 지금까지 백 년 이상을 방랑한 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런 시설까지 만든 건……. 역시 무언가를 조사하거나 실험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안 느껴져서요.”
“으음…….”
“또 저도 공방을 가진 흑마법사다 보니까 그렇게 느꼈습니다.”
드워프들의 대장간과 흑마법사의 실험실을 여러 번 본 경험 덕분이다.
일반 흑마법사 유저들은 이렇게까지는 못 하지만.
현실에서 수많은 게임을 해 온 김강한의 경험과 지식 덕분에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애초에 화이트잭 님이 한 군데에서 오래 있을 만한 게……. 그것밖에 없지요.”
“……역시 헬카이트 놈 밑에서 살아남은 제자답군. 그래, 맞네. 연구를 하고 있지. 그래서 바쁜데 뭐 문제가 있나?”
들키니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는 화이트잭.
향긋한 냄새가 났다.
대박 퀘스트의 냄새가.
“그 연구가 뭔지 가르쳐 주시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흐으음, 뭔지도 모르면서 말은 잘하는군.”
“이 유적에서 뭔가 구해 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
화이트잭은 한참 파프닐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독심술을 쓰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눈치 하나는 빠르구나, 네놈.”
“그럼?”
“좋아, 감춰야 할 것도 아니고. 가르쳐 주지. 아마 들으면 꽤 놀랄걸.”
-흐음, 현자의 돌이라도 만드는 건가?
카라미트가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보통 이런 경우엔 불로불사나 만병통치약 같은 게 나오던데.
뭐 궁극의 마법, 혹은 대규모 프로젝트 같은 걸 하고 있으려나.
“제작 실험을 하나 하고 있네. 내용물은 비밀이다만.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들 중 하나로 꼽힐 만하다고는 확신하고 있지.”
“오…….”
“내가 솔직히 꽤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이것만큼은 살아생전에 꼭 먹……. 아니, 만들어 보고 싶네. 그래서 이곳에서 실험을 계속하고 있지.”
“그렇군요.”
“문제는 재료와 일손인데. 원래는 어떻게든 혼자 해 보려고 하고 있었는데, 자네가 도와준다니 한번 맡겨 보겠네.”
화이트잭이 말을 이었다.
“이 에메랄드빛 숲, 그리고 지하 유적에서 내가 지정한 재료들을 찾아 준다면 일이 빨리 끝날 수 있을 것 같군.”
“흠……. 알겠습니다. 도와드리죠.”
“좋네, 바로 시작을…….”
“하지만 그 전에.”
어딜 공짜로 노동력만 부려먹으려고.
“계산은 확실히 하죠. 시술은 공짜로 해 주시는 건데, 옛날의 빚을 갚으시고 일도 해 달라 하면 제 쪽이 너무 손해가 아닙니까.”
“끄응……. 누가 그놈 제자 아니랄까 봐……. 좋아, 알았어! 뭔데?”
나는 씩 웃고 별것 아닌 것처럼 말했다.
“지금 실험하시는 그것, 그게 완성되면 저랑 제 일행에게도 조금 나눠 주십시오.”
***
“가장 가치 있는 것? 뭔가 큰 걸 연구하고 있는 모양인데.”
존스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정도라고 말하면 최소 에픽급, 어쩌면 이모탈급 재료나 아이템일지도 모르겠군.”
“그래서 그 작업을 돕기로 했습니다.”
“알겠네. 내가 할 일은 뭔가?”
“흠…….”
퀘스트창을 열자 내용이 나타났다.
[제목 : 화이트잭의 연구]-등급 : 레어
[목표]-에메랄드빛 숲 서쪽에서 비취 태양 획득 후 가져오기 (0/1)
-에메랄드빛 숲 동쪽에서 진 청련수 5병 가져오기 (0/5)
-에메랄드빛 숲 남쪽에서 축복받은 흰 구름초 100개 획득 후 가져오기 (0/100)
-에메랄드빛 숲 지하의 유적 최심부에서 액체화 에테르 원액병 획득 후 가져오기 (0/1)
-보상 : 경험치, 실험의 결과물(?) 일부
“유적은 나중에 들어가고, 일단은 숲 탐사부터 시작하죠.”
공략법을 만들기 위해선 최소한 어떤 적들이 있는지 한 번은 봐야겠지.
존스 박사를 데리고 숲 곳곳을 돌아다니며 조사를 마쳤다.
다시 안전지대로 돌아올 때까지, 수많은 몬스터나 함정들을 확인했다.
“숲 몬스터는 크게는 세 종류가 있군요.”
일단은 레벨 380대 고급 몬스터인 비취 고블린 무리.
“이 녀석들, 무리를 지어서 게릴라전을 하는 데 능숙하군.”
일반적인 고블린과 비슷한 습성을 가졌지만, 신체 스펙이 비교도 안 되게 뛰어나니 굉장히 까다로운 상대다.
함정 가득한 숲속을 자유자재로 누비며.
치고 빠지기에 도가 튼 베테랑 전사들.
“압도적인 전력을 가졌다 해도 상대하기 힘들겠지.”
현실의 베트남이 생각났다.
대학살을 하고 다니던 몽골군도.
세계 최강 미국군도 끝내 정글에 숨은 베트남군을 이기지 못했다.
그럼 어떻게든 이놈들만 잡으면 괜찮은가?
“천만에.”
비취 곰 무리나 식충식물, 비취 곤충들이 가득한 군락.
수많은 적이 숲 곳곳에서 희생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걸음마다 있는 함정은 덤.
고레벨 사냥터답게 오두막 주변을 제외하곤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긴, 이 정돈 되어야 어려운 사냥터지.”
지옥 같던 드래곤 헌터의 맵들에 비하면 이 정돈 그럭저럭 적응할 만했다.
“정보는 대강 파악했으니, 바로 사냥을 시작해 볼까.”
손짓을 하자 수많은 해골병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일단 가장 쉬운 비취 고블린은 약간의 꾀를 써서 처치했다.
약한 해골병들을 내세워 유인한 뒤.
추격해 오는 놈들의 뒤로 돌아가 포위한 뒤 하나둘씩 사냥한 거다.
‘고블린 놈들은 도망치는 적의 등에 칼을 꽂길 좋아하니까.’
사실 비취 고블린들도 꿀릴 게 없는 구도긴 했다.
숲속의 싸움이라면 놈들도 잘하는 데다, 이곳은 고블린들의 홈그라운드니까.
그러나 놈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정글과 숲속의 싸움이라면 파프닐 쪽이 한층 위에 있다는 것!
“비취 수식어가 붙어서 강해졌다고는 해도, 고블린들의 습성이 그대로라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지.”
함정이나 절벽을 맞은편에 둬, 놈들이 도망치는 걸 막고 사냥!
스펙 차이가 나는 해골 기사들이 밀릴 때는 직접 카라미트와 함께 전면에서 싸우며 고블린들을 잡았다.
결국 비취 고블린들의 족장을 잡고 고블린의 성물인 비취 태양을 획득하는 데 성공.
마찬가지로 비취 곰은 베이디르를 이용해 치고 빠지며 싸우자 알아서 재료들을 얻을 상황이 마련되었다.
정면 싸움에선 워낙 강해 상대하기 힘든 놈들이지만, 장소를 지켜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이 없다 보니 재료를 얻는 데 집중할 수 있었던 거다.
“그나저나 저 녀석, 곰 계열 몬스터를 상대로 하면 미쳐 날뛰는군.”
곰과 싸우는 베이디르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설마 이곳의 고레벨 몬스터를 일대일로 이기는 소환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고오오오옴!”
베이디르가 괴성을 질렀다. 뭔가 말을 할 수만 있다면 더 좋을 텐데.
혹시 나중에 가능하다면 뇌만 갈아 끼우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겠다.
-이 녀석, 마족보다 독하군.
그럴 리가.
내가 보기엔 오히려 카라미트가 너무 올곧은 거다.
강해질 수 있다면 뇌 정도야 교체할 수도 있지.
뭐 그래도 덕분에 여기서 얻을 퀘스트 아이템은 다 모았으니, 이 정도는 참아 주도록 할까.
“대단하구먼. 그런데 그다음 재료는 어떻게 할 셈인가?”
“음…….”
다음 재료는 축복받은 흰 구름초.
몬스터 무리가 지키고 있진 않지만.
수많은 식충식물이나 곤충들, 그리고 기묘한 기관 진식들이 발에 차이는 숲을 지나야 겨우 구름초의 군락지에 도달할 수 있었다.
해골병들을 이끌고 가 봤자 의미가 없고.
혼자 가도 여러모로 고달픈 상황.
그래도 괜찮다.
이럴 때 쓰라고 준비해 둔 게 있지 않은가.
“일단 조금 쉰 다음에 따로 작전을…….”
“박사님.”
“어, 어?”
“평소 늘 인디안 존스 영화를 보면서 모험을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지요.”
“……으, 으음. 그랬지?”
“마침내 그 실력을 펼칠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어……. 어어?”
“지도는 여기 만든 게 있고, 탐험 물품이나 짐꾼 역할은 제 스켈레톤 나이트들이 해 줄 겁니다.”
“아, 아니. 그래도 퀘스트 당사자인 자네가…….”
“물건만 있으면 화이트잭 님도 괜찮다 하시더군요. 이참에 그분께 호감도 얻어 두시죠.”
호감작!
고위 NPC와 친해지면, 떡고물 하나라도 줄지 누가 아는가.
‘뭐, 김철 같은 놈이라면 딱히 쓸모는 없겠지만.’
중요한 건 이 발언이 설득에 꽤 효과가 있다는 거다.
그래도 아직 망설이는 것 같으니 한 번 더 밀어 보자.
“만약 이 모험을 성공하고, 그게 영상으로 나온다면 박사님 유명세가 엄청 올라갈 겁니다. 실력 있는 탐험가 인증인 셈이죠.”
“……!”
최고의 탐험가.
막대한 명예는 물론, 제시되는 외주 의뢰비나 건의 규모가 달라질 수도 있는 이야기다.
우물쭈물하던 존스 박사가 그 말을 듣자마자 지도를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까짓거 한번 해 보지. 나 존스 박사에게 걸리면 약초 하나 정도야.”
배낭에 여러 가지 장비를 챙기더니, 당당하게 수풀 사이로 멀어져 가는 모습.
저 정도면 흰 구름초도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그럼 남는 시간 동안에 히든 피스들이나 얻어 볼까?”
에메랄드빛 숲에는 유적 말고도 여러 곳에 히든 피스들이 숨어 있다.
미개척 지대이니만큼 먼저 닿는 사람이 전부 가지는 것.
그때였다.
바스락.
에메랄드빛 금속 조각이 신발에 스쳤다.
“이건…….”
비취 코볼트와 비취 곰들의 몸에 붙어 있던 에메랄드.
그런데 다른 에메랄드와 다르게, 이 녀석들은 약간 검은색이 섞여 있었다.
조각 하나를 입으로 가져간 뒤 그대로 씹어 보자.
파삭.
-에메랄드 철을 섭취했습니다.
-지식이 일시적으로 +3 상승했습니다.
-마법의 위력이 일시적으로 상승했습니다.
“……빙고.”
씨익, 입가 위로 웃음이 절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할 일이 생긴 모양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