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존스 박사가 구름초를 캐러 간 후.
에메랄드빛 철도 모을 겸, 혼자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기 위해 주변에서 사냥을 하기로 했다.
“사냥 속도는 조금 줄어들겠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길잡이 겸 함정 해체 전문가인 존스 박사의 부재로 길 찾기나 사냥의 속도가 꽤 느려졌다.
그래도 경험치 총량은 비슷할 거다.
원랜 두 사람이 받을 몫을 혼자서 받을 테니까.
“잡을 몬스터는 이미 정해 뒀고. 그럼 바로 사냥을 해 볼까?”
목표는 지난번에 잡았던 비취 고블린.
하지만 이번엔 물건만 구하고 빠지는 게 아니었다.
“한 마리도 도망치지 못하게 잘 막도록. 알겠나?”
“명을 따르겠다.”
“딸그락!”
“멍! 알겠다!”
마을을 해골병과 벨, 복돌이로 물샐틈없이 포위한 뒤.
근처에서 약초를 태운 연기를 흘려보냈다.
키에엑!
키익!
잠시 후 녹색 비취 고블린 수백 기가 일제히 달려 나왔다.
탱커 열댓 명이 있어도 막기 쉽지 않은 몬스터 웨이브.
키에엑!
켁!
달려 나오던 고블린들이 멈칫했다.
장비 중인 고블린 학살자의 칭호를 보고 순간 겁을 먹은 것이리라.
물론 효과는 금방 사라지지만.
그 찰나의 망설임이면 충분했다.
“판네. 그리고 자폭병. 터져라.”
쉬리릭!
대기 중이던 해골병과 판데모니엄 네펜데스 꽃이 폭발을 일으켰다.
그렇게 터져 나가는 고블린들 사이로 뛰어들어 각종 스킬을 난사해 댔다.
파직! 콰쾅!
고블린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여럿이 달려들었지만.
카라미트나 메탈 슬라임 킹의 보호를 받자 오히려 역으로 놈들을 끌어들인 형태가 되었다.
예상대로의 구도였다.
당황하는 놈들에게 휘두르자 비취 조각들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경험치로 변했다.
“후우.”
잠시 후 사냥이 끝났다.
마을 하나를 전부 소탕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0여 분.
그동안 레벨 업을 해 320레벨이 되었고.
레어급 이상의 쓸 만한 360레벨대 토템과 지팡이도 하나씩 얻었다.
“혼자 독점하니 경험치가 더 잘 오르는걸?”
내친김에 다른 마을들도 돌면서 모조리 고블린들을 쓸어 담았다.
-고블린 학살자(레어) 칭호가 강화됩니다.
-고블린 대도살자(유니크)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어지간한 유저들은 중간에 포기한다는 학살자 칭호 업그레이드도 성공!
다른 플레이어도 없이 혼자 몰아 담으니, 오르토스에 이어 또 한 번 개꿀 사냥터가 나타났다.
그러나 무한 동력은 이 세상에 없는 법.
신나게 사냥하다 보니 고블린들이 점차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흠, 슬슬 몬스터 젠이 드물어지는 건가.”
하긴 개체 수 보존이 안 될 만큼 많이 잡긴 했지.
천막들도 마구 부쉈고, 성물이나 토템, 상징 같은 것들도 싸그리 불태우거나 조각내 버렸다.
적당히 내버려 둬야 계속 황금 알을 낳을 텐데.
신을 내며 사냥하다 보니 종자까지 전부 쓸어버린 거다.
‘슬슬 다른 몬스터를 찾아야겠군.’
옛날 농부들도 한 해 농사를 지으면 밭을 잠깐 쉬게 했다.
다른 지역으로 움직인 뒤 해골병들을 풀어 주변을 수색했다.
잠시 후 해골병들이 하나둘씩 돌아와 보고했다.
“……이건…….”
눈매가 살짝 찌푸려졌다.
조사 성과가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서 사냥하기엔 효율이 애매하고, 안 잡기엔 또 경험치나 장비를 주는 놈들밖에 없군.’
말 그대로 계륵!
사실 다른 몬스터들도 사냥 효율이 나쁘지는 않긴 한데, 비취 고블린을 보다 보니 눈이 높아진 탓에 성에 차는 놈이 한 마리도 없었다.
“일단 되는 대로 근처를 마저 잡고, 내일 좀 더 멀리까지 수색해 봐야 하나?”
정 안 된다면 비취 곰이라도 사냥하며 데스 나이트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을 듯했다.
그때였다.
“멍멍멍!”
수풀 사이에서 복돌이가 뛰쳐나와 바짓가랑이를 살짝 물었다.
“무슨 일이야?”
“냄새가 난다, 멍! 고기 냄새다!”
“고기 냄새?”
복돌이의 후각이나 추적 능력만큼은 존스 박사도 인정하고 있는 바.
그런 녀석이 뭔가를 찾았다고?
“가 보자.”
녀석을 따라가자 곧 넝쿨로 가려져 있던 바위 사이 틈이 나타났다.
“여기다 멍.”
“흐음…….”
어디 볼까.
안쪽으로 들어가자 숲 한복판에 생긴 넓은 초원이 펼쳐졌다.
그리고 그 초원을 가득 메운 몬스터들은 다름 아닌…….
“토끼?”
끼이익!
끽!
에메랄드빛 철로 만들어진 비취 토끼들이 곳곳의 수풀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거 완전 토끼 밭이군.”
사방에 돌아다니는 토끼들을 보고 있으니 절로 입꼬리가 광대뼈까지 올라가 걸렸다.
“설마 비취 고블린들보다 더 이득인 사냥터가 나올 줄이야.”
토끼는 가장 약한 몬스터들 중 하나다.
가진 힘과는 별개로, 일단 초식동물이라는 점이 그렇다.
애초에 전투보다는 도망이나 은신에 특화된 놈들.
그런데도 드롭 아이템이나 경험치는 다른 몬스터와 비슷하며, 특히 시체는 가죽부터 살까지 버릴 데가 없다.
사냥하기 쉽고 보상은 많은, 그야말로 노다지 몬스터!
이 때문에 레벨이 높은 토끼 종류 몬스터는, 보통 한 마리도 굉장히 찾기 드물다.
즉 여길 발견한 건 엄청난 대박이라는 뜻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사람이 안 와서 그런가. 이놈들 경계심이 없는데?”
이러면 사냥하기가 더욱 쉬워진다.
평원 곳곳을 돌아다니는 비취 토끼들이 이쪽을 보았다.
“좋아, 해 볼까.”
머뭇거릴 틈 없이 곧바로 해골병을 풀어 사냥을 시작했다.
키이잇!
파파팟. 위험을 감지한 토끼들이 도망쳤다.
그 순간 땅 밑에서 솟구친 손들이 그런 토끼들의 귀들을 잡아챘다.
“딸그락!”
“딱!”
땅속에서 나타난 해골병들.
제대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도망치는 토끼들을 잡아채는 건 일도 아니었다.
키이익!
킥!
동료들이 잡힌 걸 본 비취 토끼들이 역으로 덤벼들었다.
선두에 있던 토끼가 막 이를 드러내는 순간.
키……킥!
갑자기 달려들던 토끼들이 일제히 멈췄다.
몇몇 토끼들은 곧바로 반대 방향으로 도망치거나.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리기도 했다.
이유? 간단하다.
머리 위에 이 칭호가 떠 있기 때문이다.
[토끼 대학살자(에픽)]-모든 토끼 계열 몬스터에게 추가 대미지 30%
-마주한 모든 토끼 계열 몬스터가 자동적으로 극심한 공포 상태에 빠집니다.
-모든 스테이터스 +4
몬스터를 잡았을 때 주는 도살자, 학살자 칭호의 강화판.
같은 몬스터를 최소 2만 마리 이상 일방적으로 잡아야 받을 수 있는 칭호다.
그것도 매번 공포를 주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려운 칭호라고들 하는데.
뭐, 매번 그래 와서 딱히 그런지는 모르겠다.
‘중요한 건 토끼를 잡을 땐 이 칭호가 효과가 있다는 거지.’
사냥 방식은 간단했다.
단단한 베이디르는 그냥 못 나가게 막는 벽 용도로 쓰고.
해골병들이 토끼를 몰아오면 하나씩 사냥하는 것.
끼익!
쓰러진 토끼에게서 나온 아이템들을 챙기고, 놈의 몸을 검으로 긁어냈다.
-불순물이 많은 에메랄드빛 철(레어)을 획득했습니다.
-손상된 에메랄드빛 철(레어)을 획득했습니다.
……(중략)……
-에메랄드빛 철(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검날로 토끼 사체를 긁어내자 계속 철 조각이 떨어졌다.
품질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마구 긁어내기!
다른 유저들이 봤다면 거품을 물었겠지만, 사실 지금 캐는 금속에 품질은 딱히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전부 금속의 주인을 만나는 데 쓸 테니까.
생각해 보니 드워프들을 나중에 여기 데려와서 따로 채광을 시켜도 괜찮겠다 싶었다.
‘에메랄드빛 철이 어중이떠중이 금속은 아니니 뭐…….’
그때였다.
아이템을 마저 줍던 도중 이상한 알림창이 보였다.
-아만나 치즈를 획득했습니다.
토끼한테서 왜 치즈가 나오지?
믿기지가 않아서 직접 인벤토리를 살펴봐도 치즈가 맞았다.
“……이거 먹어 봐도 되나?”
잘못해서 독에 중독되면 꼼짝없이 화이트잭의 도움을 빌거나 죽어야 한다.
하지만 게이머의 본능이 일단 한 입 먹고 보라고 유혹하고 있었다.
“으음…….”
그때였다.
“멍멍!”
고민하는 사이 복돌이가 다가와 냉큼 치즈를 뺏어 갔다.
뭐라 따지기도 전에 개미 눈곱만큼 베어 무는 녀석.
“……멍!”
순간 복돌이의 눈이 커졌다.
“무슨 일이야? 뭐 어디 아파?”
“……다.”
“뭐라고?”
“……진짜! 진짜 맛있다, 멍!”
맛있다. 복돌이는 입가에서 침을 흩뿌리며 말했다.
독이 든 치즈는 아닌 것 같으니 한번 먹어 볼까.
크게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으로 치즈의 맛이 퍼져 나갔다.
“음……? 음!”
적당히 고소하면서 순식간에 입 안에서 녹아드는 맛.
너무 텁텁하거나 짜지도 않고, 너무 시원하지도 않은.
금속이 아님에도 그럭저럭 먹을 만한 맛이었다.
‘이건 꽤 먹을 만한데?’
복돌이 녀석이 그럭저럭 잘 평가한 것 같았다.
정말로 맛이 있다는 느낌은 아닌데, 맛으로 치면 가성비 있는 동네 피자나 치킨집 같은 느낌이다.
“이거 네 말대로 맛있는 것 같기도 하고?”
“멍멍! 더 잡자, 멍!”
치즈 맛을 본 복돌이가 눈을 번득이며 말했다.
금속 때문에라도 잡아야 하는 놈들이니 이참에 복돌이용 간식까지 얻어 둘까?
“좋아, 계속 몰아와서 잡자. 복돌이 네가 반대편에서 토끼들을 이쪽으로 보내.”
“멍멍! 알겠다, 멍!”
작전을 지시하던 중 어떤 생각이 들었다.
‘참, 그러고 보니 담피르는 일반 음식의 맛을 반대로 느끼지 않나?’
그런데 복돌이는 분명 이 치즈를 맛있다고 했었단 말이다.
……이 녀석, 같은 VR 머신을 쓰면서 미각이 나랑 똑같이 변한 건가?
“……설마, 아니겠지.”
***
사흘이 지나고, 풀을 가지러 갔던 존스 박사가 돌아왔다.
최소 5일은 걸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빠른 복귀였다.
“모험은 어떠셨습니까?”
“가끔은 영화보다 더 살벌한 현실도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유익한 시간이었네.”
살벌한 어조로 대답한 존스 박사가 흰색 털이 가득한 풀을 내밀었다.
“이게 자네가 말한 구름초 같은데, 맞나? 정말 찾느라 죽는 줄 알았네.”
“네, 정확합니다.”
“들어 봐, 자네도 같이 있었으면 이게 보통 모험이 아니란 걸 알걸.”
이로써 재료들은 전부 모였다.
사냥도 마쳤고, 에메랄드빛 철도 충분히 모았으니 남은 건 유적에서 에테르 원액을 얻는 것뿐.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제 유적을 찾아야 하나.’
니케의 성소가 있는 지하 유척.
원작에서도 묘사가 생략된 부분이라 그곳의 정확한 위치는 직접 찾아봐야 한다.
화이트잭도 있다고만 했지 알려 주진 않았으니 더더욱.
그때였다.
“거대 벌과 싸워 이기고, 악어가 가득한 강도 건너고……. 독 비를 피해 숨거나, 폭포 안쪽으로 파인 길을 따라 강을 넘기도 했지.”
흘려듣던 존스 박사의 말 중에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게 들려왔다.
“방금 폭포 안쪽 길이라 했습니까?”
“어? 그래. 절벽 안쪽에 물이 깎아 내 만든 자연 길이었지. 뒤에서 비취 재규어가 쫓아오지 않았다면 거기 들어가는 미친 짓은 안 했을 거야.”
“…….”
폭포 안쪽 길.
원작에서 그곳은 플러시가 가장 감탄하던 유적 내 시설 중 하나다.
쏟아지는 폭포를 보며 스킬의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그곳에서 또 다른 것도 줍기도 했었기 때문.
즉, 주인공 보정 운빨을 빼고 본다면.
그곳은 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 중 하나라는 거다.
“바로 가죠.”
“알겠……. 응? 뭐? 어딜 간다고?”
“그 폭포 뒤편의 샛길 말입니다. 거기가 아마 제가 찾던 곳일 겁니다.”
“거기에 유적이 있다고?”
멍한 표정을 짓던 존스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니 일리가 있군. 대개 그런 유적의 입구나 길들은 보통 남들이 들어오기 힘든 곳에 지어진단 말이지. 폭포도 그중 하나일 테고……. 그럼 설마!”
방금 전까지 온갖 고난을 헤쳐 왔던 사람이, 다시 눈을 빛냈다.
탐험에 진심인 것.
하긴, 그렇지 않으면 최고의 탐험가라 불리지도 못했을 거다.
“참, 그러고 보니 추가 보수를…….”
“돈 대신 다른 걸로 드리겠습니다.”
“다른 것? 뭐…… 유물이라도 얻었나?”
“유물은 아니고, 여기.”
가방 속에서 치즈를 꺼내 건네자 존스 박사의 표정이 묘해졌다.
“치즈라? 후려치는 건 아니겠지?”
“여기서 나는 특산품입니다. 복돌이도 먹고 공중제비를 돌더군요.”
미각 테스트도 해 볼 겸.
보수는 적당히 이걸로 때울 수 있다면 때우기로 결심했다.
“……그럼 일단 좀 먹어 보고 결정하지.”
존스 박사는 치즈 한 덩이를 받아 크게 깨물었다.
그 순간 박사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우, 우오오오오옷!!”
“어떠십니까?”
역시 맛이 있는 건가.
다음 순간 엎드린 존스 박사가 아까 먹은 것들을 그대로 바닥에 게워 냈다.
바로 내시경검사를 해도 될 만큼 말끔히 게워 내는 모습!
조용히 복돌이를 보자, 녀석은 귀만 이쪽으로 향한 채 눈동자를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우웨에에에에엑!”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