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계산을 마친 후엔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저쪽이 누군지만 들으면 되긴 했다.
“저흰 탐험가 길드의 다이아 등급 멤버들입니다.”
“탐험가 길드요? NPC들 있는?”
“아……. 그 길드가 아니라, 길드명이 탐험가입니다.”
설명을 듣자 기억이 났다.
‘탐험가’ 길드.
소수 인원 중심으로.
미개척지를 탐험하거나.
공략이 어려운 보스, 퀘스트를 수행하는 모험가 친목 길드다.
인원수가 적다고 얕잡아보면 안 될 게, 가입 인원들 하나하나가 랭킹권, 혹은 최상위 랭커들이기 때문이다.
세력 싸움엔 그다지 관심을 보이진 않지만.
모험을 하고 싶어하는 유저들이 대형 길드들을 피해 온다면 최대한 보호해 주는 세력.
원작 소설에서는 사이드 파트 때마다 가끔 나왔던 인원들이다.
주로 한 챕터가 끝나고.
다른 맵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조명되는 식.
흠, 그러고 보니 힐데나 베론, 드렉슬러도 비슷한 포지션이었다.
은근히 경쟁이 붙었던 장면을 본 것 같기도 하고?
‘게임을 진짜 즐기는 거지.’
솔직히 살짝 부럽기도 했다.
작가 놈, 그리고 플러시만 아니었다면 천천히 즐겨 보았을 텐데.
‘그래, 플러시 놈만 제대로 게임 접게 만들어 놓고. 다른 놈들도 앞서게 되면 그때부턴 나도 좀 즐겨도 되겠지.’
대규모 영지전 같은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난공불락의 몬스터에게 도전해서 이기고, 실력만으로 돈과 부하들을 가득 거느린 놈들을 쓰러뜨리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럴 수 있겠지.
“일단 선제공격한 점은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심층으로 안내하던 이성봉인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저희가 웬 이상한 놈들에게 공격을 받은 적 있어서요.”
“이상한 놈들?”
“네, 플레이어들인데, 소속을 도통 알 수가 없는 놈들입니다.”
“그럴 수가 있나. 길드 소속이나 견장 그런 게 없어?”
“네, 말을 하려고 해도 대답이 없이 공격만 해 오니……. 그래서 이번에도 그런 경우인 줄 알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파프닐 님.”
오면서 보였던 시체들도 그런 종류로군.
사과의 말은 많이 듣긴 했지만, 기분은 아직 그다지 좋지 않았다.
다짜고짜 선제공격을 해 놓고 사과만 하면 되는 건가.
“이건 저희 측에서 파프닐 님께 드리는 배상입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맑은 물 5통을 획득했습니다.
-만능 해독 부적 5장을 획득했습니다.
“아니, 뭐 이 정도야…….”
보급이 힘든 던전에서는 같은 무게의 장비보다 귀한 것들이었다.
확실히 존스 박사와 아는 사이라 그런지 꽤 사리 분별이 빠르고 판단을 잘 내리는 것 같았다.
원작 소설 내부에서도 비슷한 모습이긴 했지만, 확실히 좋은 사람인 듯하고 말이다.
“그런데 자네들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건가?”
“유적 정보를 얻어서 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문을 듣자니 이 아래 금은보화와 성소, 그리고 무덤들이 있다고 하더군요. 다 가질 생각은 없고……. 그냥 레벨 업도 하면서 겸사겸사 물건을 캐고 있었습니다.”
유물들을 가져오는 것도 어느 정도껏이다.
숲 전체가 유적이고, 그 지하가 얼마나 되는지 감도 안 잡히면 욕심을 부리다가 패망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었다.
이성봉인이 발걸음을 멈추고 물러났다.
“여기서부턴 저희도 안 들어가 본 곳입니다. 혹시 보급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죠.”
“허허, 고맙네.”
“참, 그런데 파프닐 님. 혹시 대형 길드들 사이에서 조금 힘들진 않으신지.”
“네?”
흠, 철혈이나 파이브스타가 힘들다면 힘들었지. 딱히 내가 힘든 적은 없는데.
“아뇨. 그런 적은.”
“혹시 그쪽에서 압박을 해 와 힘들다면, 저희 길드로 오시는 건 어떠신지.”
아니, 여기서 스카우트 제안을?
“자랑하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희 길드가 유저 보호 면에서는 또 철저하거든요. 아마 들어오시면 상대가 파이브스타라고 해도 방해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뭐 상납비 같은 게 있습니까?”
“아뇨. 말 그대로 친목형이라. 서로 돕고 사는데 비용 같은 게 있을 리가요.”
나쁜 조건은 아니다.
탐험가 길드엔 쟁쟁한 멤버들이 있고, 이들이 도와준다면 최소한 부당한 압력은 당하지 않을 테니까.
그렇지만 가입 제안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마 앞으로의 계획대로라면, 나는 파이브스타는 물론 전 세계 모든 길드 위에 서야 하니까.
“죄송합니다. 당장은 그럴 계획이 없군요.”
“하긴 그럴 것 같았습니다.”
이성봉인은 씩 웃고 당부했다.
“그럼 조심하십시오. 이 앞에 적은 몬스터뿐만 아니라 플레이어도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이것도.”
-엘릭서 X20병을 획득했습니다.
-배부름의 임금초X10개 획득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성의입니다. 박사님과 나누어 쓰시죠.”
“아…….”
“그럼 이만.”
배웅을 받고 헤어지자, 던전 안은 다시 고요로 휩싸였다.
그 조용함 속에서 생각했다.
‘또 다른 플레이어들이라.’
이곳까지 들어온 놈들이라면 꽤 정예라는 이야긴데.
만약 마주칠 시엔 상당히 성가신 상대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일단 할 일부터 다 끝내고 생각해 볼까.”
“응? 뭘 생각해 본다고?”
“유적 탐사 말입니다. 에테르였나……. 그것도 얻는 김에 주변도 찾아봐야죠.”
“흐흠, 기대되는구먼.”
대충 대답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니케의 성소도 부수고, 이 유적 내부도 천천히 둘러볼 생각.
‘생각해 보니 니케의 성소를 부숴서 봉인을 풀면, 거기가 외신의 신전이 되고 사도가 나오는 거 아닌가?’
예전 벨제크 정도 수준이라면 솔직히 인원이 더 필요하긴 할 텐데.
정 어렵다면 화이트잭을 끌어들이면 그만이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럼 계속 길잡이 임무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조사를 하던 존스 박사가 질문했다.
“참, 아까 뭔가 받는 것 같던데…….”
“아, 그거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길드 스카우트용 선물입니다. 추석 한우 세트 같은 거죠.”
“그래? 근데 그거 법에 걸리지 않던가?”
“공무원 아니니 괜찮습니다.”
어차피 가다 보면 같이 쓸 거니까, 딱히 문제는 없을 거다.
-자네 이거 사기일세.
카라미트는 융통성이 없는, 고지식한 기사 출신이니 저렇게 말하는 거고.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던전 안쪽으로 향하자 곧 다른 건축 구조 양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안쪽 복도에서 철컥이는 소리가 가까워져 왔다.
금속과 돌로 만들어진 유적 수호자들의 출현!
“크크크, 고작 두 놈이서 이곳을 들어오다니.”
“겁도 없구나.”
생각을 할 줄 아는 놈들인 듯.
비웃음을 흘리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뭐, 일단은 사냥부터 해 볼까?”
강해진 해골병들도 쉽게 상대하기 힘든 고난이도의 적들이 가득한 곳.
레벨을 올리기엔 최고의 상황이었다.
***
존스 박사는 호라이즌에 크게 세 가지 장점을 꼽았다.
첫째는 영화 같은 탐험을 실제로 할 수 있다는 것.
둘째는 그걸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마지막 셋째는 그러면서도 건강하고, 활력이 솟구치는 몸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호라이즌에서밖에 못 하는 거지. 암, 그렇고 말고.’
탐험가라는 직업 특성상, 정글이나 사막, 북극의 오지 같은 험한 지형에서 며칠, 몇 주는 지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실이라면 숱한 고생을 해야지만, 호라이즌은 스테이터스와 아이템의 힘이 있었다.
포션 한 방이면 피로가 뚝딱!
모든 직장인의 꿈이자, 박사가 아무리 열심히 탐험해도 지치지 않는 이유다.
‘포션이랑 음식만 있다면, 일주일 연속으로 계속 게임 해도 될 것 같구먼.’
밤샘 게임을 해도 한숨 자면 회복되던 바로 그 시절.
호라이즌에서는 24시간 그때의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정신적인 피로가 없는 모험이라니, 이건 정말 좋군.’
하지만 이번 모험에서 존스 박사는 생각을 바꿨다.
‘으윽…….’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을 네 시간씩 잔 지 사흘째.
햇빛을 못 본 것도 같은 시간대만큼이다.
-그리쿰어 해독을 시작합니다.
-그리쿰어 해독에 성공했습니다.
-미의 여신은 거짓과 환상, 마술에 능하고, 전투의 신은 싸움을 좋아한다. 오직 외눈을 가진 자만이 지혜로 길을 열리라.
-그리쿰어 스킬의 숙련도가 상승했습니다.
“이쪽으로 가면 되네.”
“알겠습니다.”
연이어 진행하는 사냥과 탐험의 연속.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또 그만큼 더 이어 가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파프닐과 같이 다니며, 존스 박사의 레벨은 지금까지 중 가장 빨리 레벨이 오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흘 만에 레벨이 9나 올랐군…….’
310대 후반이었던 레벨이 크게 올라 328이 되었고.
스킬 숙련도나 연계, 컨트롤도 확연히 나아졌다.
더욱 놀라운 건 사냥 자체가 굉장히 편하다는 것.
파프닐이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니 거의 버스 탑승한 것처럼 부드럽게 몬스터들이 쓰러졌다.
‘진짜로 쩔 받는 기분이야.’
물론 해독이나 유적 탐사, 길잡이는 해야 했지만.
그건 원래부터 주특기였으니 자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친구는 어떻게 저러는 건지 원…….’
전투 시엔 거의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자신도 눈앞이 어지러운데.
파프닐은 24시간 긴장을 풀지 않는 걸 무려 사흘이나 이어 가고 있다.
‘하긴, 그런 놈이니 그 치즈를 먹고도 표정 하나 안 변했지.’
취두부 한 덩어리를 그대로 입에 넣으면 날 법한 향취와 맛!
지금 생각해도 진짜로 이가 갈리는데, 정작 파프닐 본인은 먹고도 태연함을 연기한 걸 보면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다.
‘선수금 이야기 좀 했다고 그렇게 기강을 잡다니……. 레벨은 오르긴 하지만, 절대로 선을 넘으면 안 되겠어.’
만약 또 그렇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도 싫었다.
존스 박사는 졸린 눈을 비비며 계속 탐색을 이어 나갔다.
***
던전 심층부로 들어온 지 하루가 지났다.
그동안 계속 사냥을 하자 성과가 쏠쏠하게 나왔다.
레벨은 물론, 아이템과 골드들도 마찬가지.
‘여기도 확실히 사냥하기 꽤 좋은 지역이군.’
퀘스트나 유적을 제외하고서라도.
사냥 효율 자체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슬슬 지치는구먼……. 태양을 본 게 한참 전 같아.”
존스 박사는 빨리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 모습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볼 거 다 보고, 누릴 거 다 누려 가면서 어떻게 레벨 업을 하고 앞서 나간단 말인가.
“그럼 잠깐 로그아웃하고 산책이라도 하시겠습니까?”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그럼 뭐, 계속 진행하시죠.”
“……알겠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탐사를 하는 모습!
한참 앞으로 가던 중, 갑자기 복돌이가 숨을 죽였다.
“멍. 사람 냄새 난다, 멍.”
“……!”
“몬스터 아니라 진짜 사람들이다 멍.”
그때 탐험가 길드원들이 말해 줬던 침입자인가?
“박사님.”
“알겠네. 내 스킬로…….”
“……그냥 숨어 계십시오.”
존스 박사를 뒤로 보낸 뒤, 복돌이와 함께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후 나타난 커다란 홀.
그 한복판에는 베이스캠프와 등불, 간단한 바리케이드와 주변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흠…….”
비슷하긴 한데.
그때였다.
달그락! 같이 움직이던 복돌이의 발에 무언가가 걸렸다.
동시에 사방에서 종이 울리며, 화살과 창들이 날아왔다.
“적이다!”
“죽여!”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유저들.
보아하니 이번에는 싸워도 될 것 같았다.
“돌격!”
막 달리려던 유저의 발목이 당겨졌다.
등 뒤를 돌아보려던 유저의 가슴팍에 창날이 솟구쳤다.
“복돌아, 물어!”
“컹컹!”
해골병들에게 걸린 유저들을 향해, 이를 드러낸 복돌이가 달려들었다.
학살의 시작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