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유적 심층부.
크르륵, 쿠웅. 쿵.
3m가 넘는 비취 골렘 한 마리가 산산조각이 나 부서졌다.
놈은 무려 370대의 고레벨.
강력한 물리, 마법 방어력과 힘, 스피드를 고루 갖춘 완전체 몬스터다.
하지만 그런 놈이라도 파티원들은 별다른 문제 없이 사냥했다.
마법사는 균열을 만들고, 궁수와 도적이 부상을 누적시키면 검사가 나서 핵을 파괴.
일사불란하게 합을 맞춰, 마치 공장의 톱니바퀴처럼 골렘들을 사냥하고 있었다.
“응? 뭐라고?”
그렇게 한창 사냥을 이어 가던 무리가 갑자기 한곳에 모였다.
“전부 모였습니다.”
“그래, 잘 듣도록.”
모여 있던 무리의 리더, 드레이크가 말했다.
“지금 침입자 한 놈이 우리 베이스캠프를 부수고 있다고 하더군.”
현재 호라이즌의 평균 랭킹권 레벨은 340레벨.
비록 비공식이지만 여기 모인 인원들 모두 그 수준은 비슷하게나마 이루고 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이 에메랄드빛 숲 지하 유적의 난이도.
그런데 그 인원들이 있는 캠프를 부수고 있다니?
“탐험가 길드 놈은 아닐 거다. 그 녀석들은 아직 우리가 있는 층까지 오지 못했으니까.”
철혈은 같이 망했고, 파이브스타는 아직 오크제국도 뚫지 못한 상황.
난데없이 NPC라도 나타나지 않으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지원 요청이 왔으니 바로 출발한다. 다들 준비하도록.”
“네.”
파티는 재빨리 베이스캠프로 이동했다.
잠시 후 나타난 캠프의 광경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크르릉……. 컹컹!”
“딸그락. 딱!”
“크아악!”
흰 진돗개와 해골병 군단이 그야말로 캠프를 휩쓸고 있었다.
힐러들은 이미 다 누웠고.
마법사, 궁수들도 절반 가까이 쓰러진 채 나머지가 버티는 상황.
어떻게든 막고는 있지만 파도 앞 모래성처럼 위태위태했다.
“이 자식들……! 감히!”
도대체 어떤 놈이 이렇게 깽판을 쳐 놨단 말인가.
반대편을 본 남자가 기겁했다.
‘아니, 파프닐 저 새끼가 왜 여기 있어!’
남자는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눈앞에 나타난 녀석이 현실인지 꿈인지 믿을 수 없었다.
가끔 꾸는 악몽에나 나오던 놈인데,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실이다.
동시에 어째서 수하들이 단 한 명에게 당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도 했던 건데 지금이라고 못 할 리 없는 것이다.
‘지금 저놈과 싸우는 건 바보짓인데, 이미 늦었군.’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었다.
파프닐과 싸우면 백이면 백 패배한다.
최선의 방법은 접촉하지 않는 건데, 그건 이미 선택지에서 날아간 상황이다.
‘……크크크. 차라리 잘됐군.’
상황을 보던 드레이크가 씩 웃었다.
‘이렇게 된 이상, 저 녀석을 이용해서 목적도 이루고, 겸사겸사 그때의 복수도 하면 좋겠는걸.’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상대라도.
대화가 통하는 이상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이건 기회였다.
지지부진하던 던전 심층부를 뚫을 수 있는 절호조의 찬스!
생각을 마친 드레이크가 외쳤다.
“뭐 하는 짓이야! 이 새X들아!”
“그, 그게……. ”
“드레이크 님?”
“비켜!”
원래는 먼저 상대를 말리고 천천히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상황을 확인한 드레이크는 다른 부하들과 함께 싸움에 끼어들었다.
“잠깐! 잠시만요! 잠깐만 진정해 주시죠!”
해골병들의 연계 공격에 이어, 바닥과 등 뒤 곳곳에서 솟구치는 뼈 창이나 식물 줄기들.
한 번이라도 최선이 아닌 선택을 하는 순간 저 중 하나가 몸을 찌르고, 그 후에는 더욱 대처가 힘들어질 거다.
강맹하고 파괴적이진 않지만, 모든 공격이 마치 기계가 돌아가듯 깔끔하고 완벽하게 맞물렸다.
‘역시 파프닐! 이게 현존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는 네크로맨서인가!’
해골 졸병 한 마리조차 턴을 낭비하게 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다른 인원들도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새로 인원이 합류하자 전투가 살짝 잦아들었다.
그 틈을 타 드레이크가 외쳤다.
“잠깐! 파프닐 님!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를 아나?”
“그야 물론이죠! 파프닐 님이 얼마나 유명한 분이신데.”
“그런데 왜 보자마자 날 공격했지.”
순간 드레이크의 말문이 막혔다.
“주변에서 전투가 몇 번 있어서 저희가 오해했습니다. 파프닐 님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공격하지 않았을 겁니다. 부디 저희에게 사죄할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일단은 오해가 있었다는 말로 넘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파프닐이 진짜로 여기 모인 인원들을 다 죽여 버릴 테니까.
“파프닐 님은 다른 네크로맨서들과 다른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왕국을 복구하고, 정의의 편에서 싸운 분으로 알고 있는데, 이러면 빌런이나 철혈 놈들과 똑같지 않습니까.”
철혈을 멸망시킨 사람에게 철혈을 말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지만 별수 없었다.
다행히 그 순간 파프닐의 행동이 멈췄다. 그 틈을 타 드레이크가 말을 이었다.
“말뿐인 사과가 아닙니다. 손해 보신 게 있다면 두 배로 배상하겠습니다!”
“두 배라고?”
“네, 거기다가 저희가 조사한 던전 지형 지도와, 그리고 아래쪽 유물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부족하시면…….”
뭐가 더 있지? 장비? 골드? 퀘스트?
고작해야 이 정도밖에 생각하지 못하나?
과거 대형 길드의 간부 중 한 명으로 있었던 자신의 임기응변이 살짝 부끄러워졌다.
전략적으로 저놈을 이용해 던전을 뚫기 위해선 일단 파프닐을 포섭하거나 구슬려 뭔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이건 수작을 부리기도 전 그대로 죽을 상황.
‘아……. 역시 그거까지 같이 언급을 해야 했었나?’
판돈을 더 올리면 본전도 남지 않지만.
일단은 걸어 보는 수밖에 없어 보였다.
그때였다.
막 드레이크가 말을 이으려 할 무렵.
“사과가 조금 적당히 진심인 것 같으니, 이번에는 넘어가 주지.”
“달그락.”
해골병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대신 유물이랑 아이템들, 확실하게 내주도록.”
“아……! 네! 감사합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저쪽에, 다른 플레이어들 습격하는 것도 그만두고.”
“네. 네.”
드레이크는 고개를 숙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살아남았으니 첫걸음을 떼는 덴 성공한 셈이었다.
***
공격을 멈춘 뒤.
의문의 유저들에게 간단한 설명을 들었다.
자신들도 던전을 탐사하던 유저였고, 이번에 공격한 건 정말로 오해였다는 것.
오해가 일어난 대가로 골드랑 장비, 유물도 여러 가지 받았고, 그 후 길을 비켜 주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서 살짝 아쉬웠다.
계속 덤벼 왔으면 경험치랑 악명을 올릴 좋은 기회였는데 말이지.
그냥 무시하고 죽일 수도 있지만, 존스 박사도 있고 사리 분별도 해야 하니 그만두었다.
너무 죽이고 다니다 보면 안 죽인다 말해도 다들 안 믿을 테니까.
“자네 대단하긴 하구먼.”
옆을 걷던 존스 박사가 말했다.
“저 사람들은 나도 모르는 사람들인데, 자네 이름만 딱 대면 알아서 길을 비켜 주다니.”
“뉴스에 많이 떠서 그렇겠죠.”
“그것도 사람 나름이지. 나 아는 사람 중에 호개라는 놈이 있는데, 하도 보상 먹튀나 PK를 많이 해 대니까 이름 들으면 다 막아선다고 하더군.”
대충 대답하면서 등 뒤를 쳐다보았다.
존스 박사는 별 생각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저 녀석들도 나름 꿍꿍이가 있으리라.
단순히 먼저 내려 보내서 함정이나 몬스터를 치우길 바라는 것?
아마 거기서 한술 더 뜰지도 몰랐다.
‘눈길이 조금 수상했었지.’
유명세 때문에 알아본다?
그런 거라기엔 긴장이 과했다.
살짝 수상하긴 한데.
뭐, 그것 때문에 무턱대고 다 죽이면 되겠나.
내가 김철도 아니고.
“일단 계속 사냥하면서 가죠.”
“그러지.”
존스 박사의 안내를 받으며 계속 아래로 전진.
비취 골렘들이나 비취 기사들 같은 고위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베이디르를 탱커로 세우고 천천히 대미지를 누적시키자 저쪽이 먼저 쓰러졌다.
그렇게 유적 안쪽으로 전진하길 수 시간째.
좁은 복도들이 사라지고, 널찍한 공동이나 커다란 홀, 도시의 길거리 같은 장소들이 나타났다.
그런데 모양새가 알고 있던 것과 뭔가 달랐다.
멀쩡한 것보다 부서진 것들이 더 많은 느낌인데?
“……음?”
존스 박사도 마찬가지였던 걸까.
주변을 둘러보던 박사가 신음성을 냈다.
“이거 뭔가 이상하군. 유적의 시설과 성물이 모조리 부서져 있는데…….”
“아까 그놈들입니까?”
“아니, 방향이 다르네.”
주변을 훑던 존스 박사가 말했다.
“항아리나 기둥들이 쓰러진 방향, 조각이 흩뿌려진 거나 파괴된 봉인들 모두 안에서 바깥쪽으로 향하고 있더군.”
“그렇다면 안쪽에서?”
“던전 심층부에서 무언가가 풀려난 걸세.”
이건 원작 소설에서 없던 일이었는데?
경우의수는 두 가지였다.
철혈이나 크로스파이어가 몰래 이곳을 토벌하고 유적을 복구했었거나.
혹은 원래 멀쩡해야 할 게 다른 변수로 인해 미리 부서진 것이거나.
-여기 있는 니케의 성소, 혹시 그것이 뭔가를 봉인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 부순 니케의 성소는 최소 세 곳.
그 외에도 여러 공작을 했으니, 여신 자체의 힘이 약해졌을지도 모른다.
원작 소설에서 플러시는 이 던전의 봉인을 상대한 적이 없다.
혜택만 가득 보고, 기존 던전의 보스였던 에메랄드 자이언트를 상대해 이겼을 뿐.
단서가 전혀 없는 만큼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일단 이 흔적을 쫓지요.”
“알겠네. 아직 놈은 안쪽에 있는 것 같군.”
흔적을 따라가자 곧 파괴된 유적들이 드러났다.
수많은 값비싼 아이템이나 성물, 보는 것만으로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전부 부서져 있었다.
“이럴 수가……. 이걸 다 부수다니.”
보이는 모든 유적들은 놈이 휩쓸고 지나간 뒤.
니케의 성소까지 확인했지만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
할 일을 덜긴 했는데, 챙겨야 할 유물도 놈이 다 부쉈으니 말이다.
“파프닐 군. 서둘러야 할 것 같네. 이러다 놈이 에테르 원액은 물론 다른 유물들까지 다 부술 걸세.”
유물이 다 터질 걸 생각하니 안타까운 듯, 존스 박사가 동동 발을 굴렀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일단 만나면 전초전으로 가볍게 한번 부딪쳐 보죠.”
“음? 바로 안 싸우고?”
“놈을 잡기 위해선, 최소한 놈의 실력이나 급은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500레벨이 넘는 괴물이라면 솔직히 억지로 깨는 것보다 성장을 해 오는 게 좀 더 경제적이다.
당장 잡지 않아도 에테르 원액만 얻고 빠지면 퀘스트는 완수할 수 있으니까.
“부서진 자국이 이 앞에서…….”
존스 박사의 말이 멈췄다.
동시에 저 멀리로 검은 형체가 비쳤다.
처음에는 플레이어나 NPC인 줄 알았다.
크기나 모양이 사람과 비슷하고.
손에는 창 한 자루를 들고, 챙 넓은 모자를 쓴 남자의 모습.
다음 순간, 어떤 이미지 하나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오딘?”
존스 박사가 중얼거린 순간.
있는 힘껏 던진 창이 놈을 향해 날아갔다.
문제는 저쪽도 여길 향해 빛을 쏜 것.
“고오오옴!”
베이디르가 번개를 대신 맞았다. HP가 반 넘게 줄어드는 강력한 공격!
그러나 대신 저놈도 공격을 맞았다.
“복돌아! 물어!”
“컹컹!”
기다렸다는 듯 달려 나가던 복돌이가 멈칫했다.
“멍……. 사라졌다, 멍.”
보스가 도망쳤다고?
달려 나가던 걸음이 순간 탁 멈췄다.
***
“찾았다! 기록 원판이야!”
“오오……!”
탐험가 길드원들은 파프닐을 보내고 계속 탐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원판을 맞춘 이성봉인이 내용을 읽었다.
“그리하여 우트가르트의 로키가 룬 문자로써 오딘의 발을 묶고, 모두가 합심하여 오딘의 팔과 다리를 베고 머리를 뜯으매. 이로써 가장 지혜로운 이의 지혜가 산산이 조각이 나고……”
북구 신화와 다른 신화가 섞인 내용.
게임사에서 만든 역사를 파헤치고 퀘스트를 찾아내는 것도 재미가 있었다.
“계속 찾지. 뭐가 더 나올지 모르니.”
“음.”
그때였다.
파앗, 푸른빛과 함께 창이 꽂힌 인간 형체 하나가 눈앞에 나타났다.
넓은 챙 모자를 쓰고, 눈이 가려진 인간의 형상이다.
“어!”
“괜찮습니까? 이보세요!”
부상자를 향해 다가서는 길드원들.
그 순간 이성봉인의 시선이 창을 살폈다.
파프닐이 들고 다니던 바로 그 창.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외쳤다.
“피해-! 저놈 몬스터다!”
“헉!”
급히 유저들이 물러나는 순간.
챙 모자를 쓴 외눈의 노인이 번개가 가득 모인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