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09)
209화
사라진 보스 몬스터.
못 본 전개는 아니다. 드래곤 헌터의 드래곤들은 기본적으로 비행이 가능했고, 그걸 이용해 공중에서 유리한 입지를 점하거나 아예 멀리 사라지곤 했다.
문제는 인간형 보스에, 창을 든 마법사형이라는 것.
‘마법사형은 좀 까다로운데.’
괴수는 형태를 보면 분석하기 쉽다. 신체의 구조상 움직임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검술이나 궁술, 특이한 병장기들도 마찬가지.
그런데 마법은 다르다. 워낙 많은 스킬이 있다 보니 어떤 공격이 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도망쳤습니다. 텔레포트 마법을 쓴 것 같더군요.”
일단 안쪽으로 가 봐야겠다.
시스템상 보스는 던전 안쪽을 선호할 테니까.
제 위치로 돌아갔다고 하면 이해가 간다.
“확실히 던전 놈들의 생리가 그렇긴 하지.”
존스 박사가 어깨를 풀었다.
“기대되는군, 어떤 보물을 지키고 있길래 이렇게 깽판을 부리고 안에 있는지.”
유적 파괴에 대한 분노를 불태우는 모습!
“내 채찍 맛을 보여 줄 시간이구먼.”
그건 솔직히 말해서 꽤 위험할지도 싶었다.
보스 몬스터 쪽이 아니라, 존스 박사나 이쪽이 말이다.
“일단은 계속 안으로 들어가 보죠. 놈을 찾아야 하니.”
“음, 알겠네.”
더 안으로 들어가자 파괴된 유적 최심층부의 모습이 보였다.
보이는 모든 방이나 복도들, 창고의 문 같은 것들이 전부 파괴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니케의 성소는 이미 다 부서졌군.’
위에서도 봤지만, 안쪽에 있던 성소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직접 손을 쓸 것 없이 깔끔하게 박살 난 모습!
더 이상 저주는 받지 않아도 괜찮으니 다행이긴 한데, 그럼에도 유물들을 못 얻은 건 아쉽다.
그래도 다행인 건 내부에 있던 함정들도 같이 부서졌다는 사실.
덕분에 존스 박사의 해체 작업 없이도 계속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론 긴장을 풀 순 없었다.
‘어디에 놈이 있을지 모르니까.’
다른 플레이어들이 상대라면 그 정도까지 생각지 않겠지만.
적은 미지의 몬스터, 그것도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던 이레귤러다.
어떤 예상치 못한 공격을 해 올지 모르니, 대비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이 주변을 샅샅이 수색해라.”
“딸그락!”
잠시 후.
곳곳으로 사라졌던 해골병들이 하나둘씩 돌아왔다.
각자 손에는 여러 잡동사니를 든 채였다.
[망가진 대관식 그림]-등급 : 레어
-설명 : 한때는 엄청난 가치와 신비한 마력이 깃든 성물이었지만, 창날에 찢긴 지금은 가치가 훼손된 그림이다. 예술적 심미안이 높은 사람이 본다면 그 가치를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 뛰어난 실력을 지닌 절세의 예술가가 온다면 그림을 복구할 수 있으리라.
[목이 잘린 여인의 조각상]-등급 : 유니크
-설명 : 아름다운 여인 한 명이 조각되어 있던 조각상. 목 위의 얼굴이 잘려 나가, 누구를 조각하며 어떤 뜻을 담았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게 되었다.
-망가진 예술품을 감상했습니다.
-예술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아아…….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이구먼.”
존스 박사가 탄식했다.
제대로 원형이 있었다면 적잖은 스테이터스나 명성, 예술 서브 스테이터스를 얻었다는 거다.
“이런 물건들을 전부 부수다니……. 말도 안 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다행인데.
그때였다.
-카를 7세의 대관식 그림에 대한 기억이 들어옵니다.
-화려한 귀부인 조각상에 대한 기억이 들어옵니다.
-명성이 +5 상승했습니다.
-힘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예술 스테이터스가 +3 상승했습니다.
-지혜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무슨 일이지?
갑자기 잘리기 전 원래 예술품에 대한 이미지들이 스며들어 왔다.
페널티나 이벤트 신 같은 건가 싶었지만 존스 박사가 계속 안타까워하는 걸 보면 그런 것도 아니고.
-흠……. 옛날에 봤던 게 여기로 흘러들어 왔군.
카라미트?
-저 그림이나 조각상들은, 내 살아생전에 왕궁이나 저런 데 걸려 있던 그림이었지. 아마 전란의 시대 때 이 유적이 만들어졌거나, 그 이후에 여기로 흘러들어 온 모양이로군.
생각해 보니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이어이, 믿고 있었다고!
‘좀 더 감상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뭐, 어려운 일도 아니니 마음대로 하게.
‘감사합니다.’
카라미트는 그 후 해골병들이 가져오는 걸 계속 감정해 주었다.
-이건 서왕국의 금화인데, 희귀하긴 하지만 예술적 가치는 없지.
-정령의 시체 결정이로군. 꽤 구하기 힘든 거니까 담아 두고.
-아니, 바실리스크 머리뼈? 저걸 어떻게 구해서 담았는지 원…….
이미 부서진 예술품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그 기억으로 스테이터스를 늘리는 데다 덤으로 재료들도 챙길 수 있었다.
존스 박사는 얻지 못한 거라 살짝 미안하긴 한데.
뭐 어쩔 수 없지.
그나저나 카라미트가 예술적 소양도 있을 줄은 몰랐다.
백성, 왕국을 위해 쉼 없이 자신을 갈아 가며 모든 시간을 싸우는 데 썼다고 아는데.
이런 예술품도 볼 줄 아는 교양까지 갖추고 있다니.
-다 돈이 되는 것들이니까. 저게 다 무기랑 보급품인걸.
솔직히 반박할 수 없는 이유긴 하군.
그래, 알아야 눈 뜨고 코 베이지 않지.
“이제 지하로 내려가죠.”
“응? 지하?”
“네, 다른 것도 괜찮지만 에테르 원액은 얻어야 조건이 완수되니까요.”
유물 얻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잊으면 안 되지.
좀 더 내려가자 커다란 홀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닥에 가득한 수많은 에메랄드 조각.
천장에 아무렇게나 박히거나, 바닥에 떨어진 빛의 구슬들이 그런 조각들에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런…….”
“한발 늦은 것 같구먼.”
부서진 홀 중앙.
금빛 액체가 지하수가 섞인 채 솟구치고 있었다.
“저거 에테르만 담으면 쓸 수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안 될 걸세. 저건 순수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액체거든.”
예상대로의 대답에 입맛이 썼다.
니케의 신전을 계속 부수고 성물을 파손한 게 이런 나비효과로 돌아올 줄이야.
에테르 원액이 어디서 흔히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한동안 퀘스트 시간이 끌리는 건 확정인 것 같았다.
그때였다.
“멍멍! 멍멍!”
복돌이가 갑자기 한쪽을 보며 크게 짖었다.
구석 자리에 산산조각 난 램프 하나가 놓여 있었다.
램프에 뭔가 있나.
“이게 왜?”
-모험가……인가.
램프를 만진 순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음?
어느새 머리 위로 심장에 구멍이 뚫린 근육질 거한의 형체가 나타나 있었다.
-나는 고대신을 가둔 봉인의 수호자 포보르스……. 시간이 없다. 곧 거대한 악이 바깥 세계로 나갈 텐데,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그대들뿐이니……. 부디 힘을 빌려다오.
***
포보르스는 항상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먼 옛날, 신족인 그는 여러 전쟁에서 두각을 보이며 신들의 총애를 받았다.
비록 정점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전투를 겪으며 단련된 힘은 몇 번의 열세를 뒤집거나, 팽팽한 싸움을 이쪽의 승리로 가져올 수 있었다.
총애를 받아 일기토의 대전사로 지명된 적도 여러 번.
적들에게서는 두려움을, 동료와 아군에게는 선망과 존경의 시선을 받아 왔다.
무수히 많던 경쟁자는 하나둘씩 스러졌고, 일단 상승세를 탄 그에게 다른 녀석들은 더 이상 적수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쌓이는 신성.
그에 따라 더욱 힘이 강해지면, 포보르스는 그만큼 많은 지명을 받았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
그러던 어느 순간.
포보르스는 자신의 성장이 벽에 부딪혔음을 깨달았다.
비슷한 등급의 적들을 아무리 잡아도.
수많은 사람에게 칭송을 받거나, 적의 심장, 강력한 에너지를 아무리 먹어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힘을 모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커다란 업과 깨달음이 필요했다.
물론 그 길은 엄청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벽을 넘으면 포보르스는 자신이 진정한 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포보르스는 망설임 없이 무기를 들었다. 더 강한 상대와 생사를 걸고 싸우고, 싸움이 없을 땐 정신을 갈고닦았다.
그러던 중 어떤 신과 싸우게 되었다.
손짓 한 번에 모든 무를 박살 내는 상대는 재앙 그 자체였다.
이뤘던 모든 위업과 격, 힘을 한순간에 빼앗기고 쓰러진 뒤.
원래대로라면 소멸해야 했지만, 누군가가 그를 살리고 제안했다.
신들의 신전, 아울러 그 밑에 잠든 고대신의 봉인을 지키는 경비견이 되라고.
죽느냐 받아들이냐의 선택.
포보르스는 신의 손을 잡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그 봉인은 풀릴 거다. 그러니 그 전에 너무 집착하지 않길 바란다.
-흥, 내가 있는 한 절대 그럴 일 없을 거요.
포보로스는 신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그 후 오랜 세월 동안 그는 수많은 위협으로부터 성공적으로 봉인을 지켰다.
어차피 고대신의 봉인은 신전과 성소들이 알아서 지켜 낸다.
자신은 외부의 침입자만을 막으면 되는 것.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성소 한 곳이 무너지며 봉인이 풀렸다.
그 후 나타난 것이 그 노인.
얼마 남지 않은 힘을 끌어내어 막았지만, 놈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각종 마법을 자유자재로 쓰고, 신력을 잠식하며 순식간에 힘을 흡수해 강해지는 놈.
결국 쓰러져 소멸만을 기다리던 찰나, 갑자기 살아 있는 인간 둘…… 아니, 인간 하나와 담피르 하나, 영혼 하나가 들어왔다.
***
예상대로 램프에서 나온 거인은 유적 봉인의 수호자였다.
솔직히 적대형 몬스터나 중간 보스일 가능성도 생각했는데, 좋은 쪽이었다.
봉인이 풀린 걸 사건이라고 하면, 수호자형 NPC는 무조건 퀘스트를 주는 존재.
드래곤 헌터, 다른 RPG 게임 모두 백이면 백 그런 전개로 이어졌으니 이번에도 같을 거라 예상했다.
-나는 수호자 포보르스. 그대들의 힘을 빌려다오. 시간이 없느니라.
-새로운 퀘스트 ‘고대신 봉인(에픽)’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내용은 알겠다. 봉인에서 풀린 고대신이 유적을 나가기 전에 잡아 달라는 것.
-세상을 구하는 일이라면 내가 나설 때군.
이제 이쪽 차롄가.
자신만만하게 나서는 카라미트를 제지한 뒤 말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자살이 취미는 아니니까요.”
-자살……?
“어떻게 저희만으로 신을 상대합니까? 말도 안 되지.”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상대가 지구방위대 미군이라면 방법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
-그 점은 걱정하지 마라……. 놈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나도 너희에게 힘을 부여하겠다.
“그것뿐입니까?”
-건방진……! 본래는 이곳까지 온 침입자는 모두 철저히 응징당하는 것이 원칙이거늘, 상황이 급해서 대화를 하려고 하니 하등한 필멸자가 주제를 모르고 날뛰는…….
이 정도면 됐다.
나는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됐습니다. 가죠, 박사님.”
“어? 괘, 괜찮은 겐가?”
“어차피 이거 풀린다고 게임 안 터집니다. 열정 페이로 부려 먹히느니 막사냥 하는 게 낫죠.”
산뜻하게 등을 돌리고 숫자를 세었다.
셋, 둘, 하나…….
-……잠, 잠깐 기다려라, 필멸자여! 거래를 하자. 내가 사과하겠다.
탁,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급히 상체를 앞으로 굽힌 거인이 눈에 들어왔다.
이래서 존중받고 싶으면 먼저 존중할 환경을 만들라는 거다.
어디서 NPC들 주제에 하늘 같은 유저님에게 약을 팔려고 해?
이제 대등한, 아니. 내 쪽으로 기울어진 협상의 책상 위에 앉을 때였다.
“거래라……. 일단 들어 보고 대답을 드리도록 하죠.”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