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고인물들은 게임의 웬만한 상황을 보아도 잘 놀라지 않는다.
유령왕도 마찬가지였다.
사령 기사 랭킹 1위이자, 전 세계 100위 안에 드는 플레이어.
수많은 몬스터는 물론, 상대한 플레이어들의 다양한 스킬을 보고 쓰러뜨린 베테랑이다.
그런 그가 파프닐의 바뀐 목소리를 듣고 놀라지 않은 건 결코 그가 단순해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는 유령왕이 유능하다는 증거였다.
“버서크? 재밌네.”
피식 웃은 유령왕이 목을 향해 창을 내질렀다. 순간 파프닐이 창날을 마주 부딪치더니 회전시켰다.
“어!”
네크로맨서가 쓰는 공격 흘리기 스킬.
PVP를 즐기던 유령왕도 이것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창을 밀어 낸 파프닐, 아니 강철 파프닐이 회전을 넣은 창을 찔러 왔다.
‘이런 기사 스킬들을 대체 어떻게!’
아까까지만 해도 마법사를 상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스타일이 바뀐 상황.
심지어 이쪽도 네크로맨서만큼 능숙하다.
당황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 생긴 틈을 카라미트는 기다리고 있었다.
곧바로 내지른 창날이 옆구리로 쇄도했다.
“하!”
유령왕도 피하지 않고 맞받아쳤다. 둘의 무기가 몇 번이나 부딪치더니 핏물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커헉!”
유령왕이 비틀거렸다. 물론 치명상은 아니었다. 최상위 랭커인 그를 고작 한 번의 공격으로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한 일.
하지만 파프닐은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애초에 그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고, 이미 목적은 달성한 뒤였으니까.
-막철 뱀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시야가 제한됩니다.
-버프의 효과가 대폭 반감됩니다.
-환상이 보입니다.
연달아 뜨는 메시지. 그 뒤에서 파프닐이 계속 창을 찔러 왔다. 유령왕도 공격을 막았지만, 치명상을 막을 뿐 계속 대미지가 누적되고 있었다.
“흐, 흐하하. 재미있군.”
유령왕은 눈을 번득였다.
“분명 심장을 찔렀을 텐데. 너 무슨 짓을 한 거냐?”
“흠.”
파프닐이 고개를 내렸다. 사령철이 뚫린 가슴에서, 빛나는 구슬과 검은 금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보험은 많이 들어 두는 게 좋군.”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재차 돌진하는 파프닐.
“어어?”
지켜보던 바알런이 경악했다. 저게 대체 무슨 일이래?
안 그래도 강했던 유령왕인데, 스택을 끝까지 쌓은 지금은 거의 무적에 가까운 상태다.
화성 길드를 일방적으로 유린한 게 그 증거.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가. 저 심장은 또 뭐고.
‘서, 설마 지는 거 아냐?’
바알런과 유령왕은 서로가 약점을 보완해 주고 있었다.
적의 수가 많으면 숫자로 대응하고.
고수가 들어오면 유령왕이 직접 출도해 꺾는다.
합이 전혀 맞지 않긴 했어도,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
그런데 유령왕이 지면 혼자 파프닐을 상대해야 한다.
‘저놈을 나 혼자?’
바알런은 유령왕을 몰아붙이는 파프닐을 흘긋 보았다.
‘이, 이거 X 되는 거 아냐?’
유령왕이 강해졌다지만 무적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스펙은 본래대로 돌아온다.
파프닐이 바보도 아니고, 두 번째로 스택을 쌓을 시간을 주지 않을 테니까.
‘저 녀석, 어떻게 그사이 저렇게 강해진 거지?’
동시에 드는 생각은 두려움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분명 흔한 초보자 중 한 명이었는데.
설마 지금 와서 저 유령왕과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이다니?
말도 안 되는 성장 속도.
지금은 둘이서 싸워 이기지만, 다음 달에도 그럴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유령왕이 계속 밀려 나고 있다는 것.
‘내가 처리해야 해.’
바알런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스스스, 휘하 리치들이 일제히 손을 들었다.
-커스 블리자드! 프로스트 아머! 망령의 외침!
두 사람의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사방에서 울부짖는 밴시들의 소리는 덤.
파프닐의 HP가 줄어들고 공격이 느려졌지만, 냉기 갑옷이 쓰인 유령왕은 대미지를 받지 않았다.
“가라! 놈을 죽여!”
데스나이트, 리치들이 일제히 움직였다. 바알런의 최정예 중의 최정예. 420레벨대 랭커 서너 명은 상대할 수 있는 엘리트 부대였다.
“해골바가지들이!”
강철 파프닐은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놈들 한복판으로 들어가 학살극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사이 바알런은 유령왕을 후방으로 데려왔다.
“이봐, 어떻게 된 거야! 자신 있다더니 무슨…….”
“흥, 그렇게 내 걱정을 해 줄 줄은 몰랐는데.”
“그야 네가 지면 나도 같이 지니까!”
엘리트 데스나이트와 리치들이 모 삼국지 게임 속 잡병들처럼 정리당하고 있다.
마나통이 두 개라도 되는지, 스킬을 마구 퍼붓는데도 지치지 않는 것은 덤.
“상대가 안 되잖아.”
이러나저러나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젠장, 한 번 더 스택 쌓아. 지금 죽이지 못하면 우리가 죽는다.”
유령왕은 대답 없이 노말 해골병들을 죽이기 시작했다.
바알런은 고개를 들었다. 엘리트 데스나이트와 리치들 한가운데에서 연신 괴성과 싸움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다행이다. 녀석도 힘이 빠지나 보군.’
아까 같은 돌파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그때였다.
바알런의 앞, 친위 데스나이트들의 한복판에서 한 인영이 솟구쳤다.
“억! 파프닐!”
강철 갑옷이 아니라 맨몸 상태인 파프닐이다.
그럼 저 한복판에 있는 건?
고오오옴! 데스나이트들 사이에서 금속 갑옷을 두른 거대 데스나이트가 포효했다.
“잡았군.”
파프닐이 곧바로 달려왔다. 몇몇 데스나이트들이 앞을 막았지만 철폭이나 식물 줄기를 맞자 반응도 못 하고 터져 나갔다.
절체절명. 바알런은 숨을 들이마셨다.
“와라!”
파프닐의 신형이 달리는 순간, 바알런은 두 손을 모았다.
핸드 오브 헬(레전더리).
땅이 갈라지며 마그마가 나타나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손 한 개가 파프닐을 잡아챘다.
파프닐은 창을 손가락에 휘둘렀다.
캉! 창날과 손가락이 부딪치며 쇳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손이 그대로 속도를 내어 파프닐을 낚아챘다.
필살의 타겟팅 기술이기에, 걸리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스킬.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만, 쓴다면 걸린 자는 무조건 지옥으로 끌려가 사망한다.
“네가 이렇게 올 걸 예상했다! 죽어!”
악에 받친 바알런의 외침을 배경음으로, 손이 그대로 지하로 빨려 갔다.
그렇게 파프닐이 사라진 무대에서, 바알런은 헛숨을 삼켰다.
“이, 이겼다.”
레벨 다운 물약, 캐삭약을 못 쓴 건 아쉽지만,
그래도 겨우 이기는 데 성공했다.
-데스나이트 1구가 역소환되었습니다.
메시지 알림을 보자 멀리서 곰을 외치는 기사가 아직 싸우는 게 보였다.
플레이어가 죽으면 소환물들은 보통 곧바로 사라질 텐데?
“엎드려!”
유령왕이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채앵! 바알런의 머리 위에서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반대 방향을 본 바알런이 기겁했다.
“파프닐! 어떻게 내 스킬을!”
“비장의 한 수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
방어 스킬이나 회피기가 전부 안 통하는 즉사 스킬.
심지어 지옥으로 끌려가기에 생명선 스킬도 소용이 없다.
마지막 순간, 벨이 빼내 주지 않았다면 해골병으로 바꿔치기를 할 여유도 나지 않았을 터.
“이제 끝내자.”
파프닐은 곧바로 돌진하려 했다.
유령왕과 바알런도 애써 무기를 들었다.
그때였다.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던 전투가 재개되려 할 무렵.
“찾았다! 이 새끼들!”
사방에서 수십여 명의 플레이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헥스와 드레이크를 비롯한 화성 길드원들의 모습.
그런데 외형이 뭔가 특이했다.
괴물의 살점을 갑옷으로 두른 것 같기도 하고, 몇몇은 아예 팔다리가 게딱지이거나 혹은 문어처럼 촉수가 나 있었다.
“그 꼴은 대체?”
“흐흐흐, 파프닐 님, 성가신 골렘을 치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마에 눈이 달린 상태의 헥스가 히죽 웃었다.
“쓰임새를 다한 칼은 녹여야 하는 법, 이제 당신도 그렇게 될 겁니다.”
“미친 새끼들…….”
바알런이 어이없다는 듯 외쳤다.
“야! 너네 아까 유령왕 한 놈도 못 잡아서 난리였잖아? 근데 뭐? 셋 다 죽인다고?”
아무리 힘이 빠졌다지만 해골병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파프닐까지 적으로 돌리다니?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다.
감정에 이끌려 잘못된 판단을 내렸거나.
아니면 믿는 구석이 있거나.
“흐흐, 그때는 전력이 아니었지. 게다가 너희가 싸워 주며 힘을 다 뺐는데, 뭐 설 수는 있겠나?”
헥스의 반응이 후자라는 걸 증명했다.
파프닐에게 이미 대량의 병사들이 쓰러졌고, 필살기까지 쓰느라 힘이 빠진 상황.
노린 것이라면 확실히 최고의 적기였다.
“크크, 이 개새끼들…….”
유령왕이 괴소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너희 같은 족속들이다. 어디 몇 놈이나 데려갈 수 있을지 보자.”
몸에 모이는 암흑 투기.
그뿐만이 아니다.
아무리 힘이 빠졌다지만 해골병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심지어 파프닐까지 적으로 돌린다?
“좆밥 새끼들이.”
단일 전투는 랭커치고는 약하다지만, 대규모 전투는 바알런의 주특기.
“내가 왜 일인군단이라 불리는지 보여 줘?”
바알런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어둠의 마력이 넘실거린다.
땅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건 수백, 수천에 달하는 스켈레톤.
저급한 스켈레톤? 그럴 리가.
파프닐처럼 강함을 압축하지는 않았다고는 하나 바알런 역시도 군단의 질을 중요시했다.
실더, 워리어, 헌터, 나이트, 메이지, 아쳐.
온갖 종류의 스켈레톤 군상들.
“누구를 적으로 돌리는지 깨닫게 해 주마.”
바알런은 엄숙하게 선포했다. 공간을 찢고 그의 주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엘리트 스켈레톤들. 어둠의 마수들. 그리고 그 선봉에는 유령마를 탄 검은 갑주의 기사들이 보인다. 그 수만 약 100여 기.
다크나이트.
데스나이트의 전 단계로서, 웬만한 네크로맨서 랭커들은 약 1기에서 3기의 다크나이트를 부린다.
한마디로 바알런은 일반적인 네크로맨서 랭커보다 30배 이상 뛰어나다는 뜻이다.
“죽여라.”
바알런의 명이 떨어지자 사자(死者)의 해일이 헥스 들을 덮쳤다. 제아무리 뛰어난 전력의 플레이어라 할지라도 절대적인 고수라 할 수 있는 하이 랭커가 아니라면, 아니 설사 그 정도 스펙이라 할지라도 버텨 내기 어려울 정도의 파도였다.
‘아직도 저 정도 전력을 숨기고 있었다니.’
지켜보던 파프닐은 솔직하게 감탄했다. 추구하는 길은 다르지만, 정도(正道)를 따지자면 진짜 네크로맨서에 가까운 이는 바알런일 거다.
물론 사령술에 정도란 게 어디 있겠냐만은.
“씨발! 뭐야! 말이 돼?!”
그런데 바알런이 제자리에서 발을 쿵쿵 굴렀다.
“딕! 존슨! 피너스! 대체 어떻게 된 거냐?!”
밀리는 쪽은……. 바알런의 군단이었다.
“크하하핫! 겨우 이 정도인가?”
헥스는 칼을 쥐고 날뛰며 스켈레톤들을 무참히 부서트렸다.
10기의 다크나이트들이 합심해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속수무책.
“아까까지만 해도 모기만도 못한 새끼들이었는데?”
헥스뿐만이 아니다. 그를 따르는 수하들 역시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상태였다.
몸 주변에 흐르는, 육안으로 선명히 확인될 만큼 불길한 칠흑의 오라가 그들을 감싸고 있었다.
파괴력, 속도, 스킬의 정밀성. 모든 게 말도 안 되게 상승해 있었다. 마치 최고 신의 축복이란 축복은 다 받은 마스터급의 성기사들처럼.
“바알런 바알런 하더니, 겨우 이 정도냐!”
헥스와 그 수하들은 순식간에 수천에 달하는 스켈레톤들을 정리하고는 바알런을 향해 쇄도해 왔다.
“으, 으윽……. 씨발…… 조트!”
바알런은 하는 수 없이 비장의 수를 꺼냈다.
이번에 소환된 소환수는 다크나이트처럼 검은 갑주를 입은 기사.
그러나 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흉폭하면서도 또한 절제된 엄숙함이 돋보이는 오라가 풍겼다.
“데스……. 아니, 블랙 데스나이트라고?”
파프닐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직까지는 그조차도 부릴 수 없는 네크로맨서의 꽃, 바로 블랙 데스나이트였다.
“파프닐의 빈틈을 노리려고 아껴 둔 건데……. 저 새끼를 막아라, 조트!”
조트라 불린 블랙 데스나이트가 달려오는 헥스와 검을 부딪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프닐은 물론 바알런의 눈이 커졌다.
단 3합.
3격 만에 블랙 데스나이트의 투구가 땅으로 떨어졌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