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해골병 놈들 생각보다 성가신데?”
“마나를 마구 써라! 어차피 떨어지지도 않아!”
화성 길드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웠다. 그때마다 불꽃이나 얼음의 파동이 주변을 휩쓸었다.
그렇게 무너진 대열을 화성 길드원들은 가볍게 돌파했다.
해골병이나 소환물들은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쓸려 나가는 모습.
차라리 어느 정도 급이 비슷했다면 이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았을 거다.
지루해서라도 최선을 다해서, 신중하게 조금씩 앞서 나가려 할 거다.
이제는 저놈들도 깨달았으리라.
애초에 신의 스킬을 얻은 자신들과, 그냥 네크로맨서 간에는 넘을 수 없는 급의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거기 있었나!”
선두에서 검을 내지르던 헥스가 셋을 발견했다.
“함정에 몰아넣었다고 생각했겠지! 너희가 내 생각을 역으로 이용했다고 말이야!”
솔직히 살짝 놀랐다. 한 번 더 꼬아서 함정을 준비하다니. 그것도 셋이서.
불가능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일어날 거라곤 예상 못 했다.
이유? 간단하다.
네크로맨서, 셋 다 존나 센 네크로맨서니까!
“그런데 어쩌나, 상대를 잘 보고 덤볐어야지.”
이번에는 놓치지 않도록 안팎으로 포위망을 준비해 두었다.
작정하고 판 함정일 테지만, 저 녀석들이 간과한 게 있었다.
100명으로 1만 명을 포위해 봤자 의미가 없다는 사실.
“차라리 작정하고 도주했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을 텐데, 멍청이들 같으니.”
이죽거리는 헥스를 향해 파프닐이 툭 던지듯 물었다.
“할 말은 그게 끝이냐?”
“무슨…….”
“그럼 됐고, 이제 싸워야지.”
“네놈이 말 안 해도 갈 거다!”
헥스는 대답하면서 이맛살을 찌푸렸다.
궁지에 몰렸을 텐데 저 여유로운 태도는 대체 뭐란 말인가?
“죽엇!”
엄청난 속도로 헥스가 돌진해 왔다.
해골병들은 의미가 없고, 골렘이나 다크나이트들도 스킬 한 번에 쓸려 나갔다.
순식간에 좁혀지는 거리.
“어, 어어…….”
잔뜩 겁먹은 바알런이 물러날 때, 검은 기사가 쇄도해 부딪쳤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힘에 헥스도 제대로 싸우기 시작했다.
사령기사 1위 유령왕과 헥스의 전투!
“크하하하하!”
“크윽……!”
챙챙챙, 유령왕은 순식간에 밀려 났다. 스택을 쌓지 않은 상태인지라 파프닐과 싸울 때처럼 강한 모습은 보이지 못했다.
사실 스택이 있어도 별다른 차이는 없었을 거다.
그만큼 스킬을 쓴 헥스의 힘은 막강했다.
“꺼져!”
잘 버티던 유령왕이 결국 헥스의 공격을 제대로 맞고 옆으로 밀려 났다. 최후의 파프닐의 등 뒤로 바알런이 주춤 뒤로 물러났다.
전략적인 움직임이라기에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칠 것 같은 모습.
“자, 우선 네놈부터다.”
파프닐은 가타부타 대답도 하지 않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겁을 먹었나?’
헥스는 승리를 확신했다.
아니, 이건 승리가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주 세력들이 서로 싸우는 사이, 게임 세계를 제패하는 대서사시의 시작.
비슷한 경우가 딱 한 번 있긴 했다.
크로스파이어의 길드 마스터.
그 녀석은 가진 자본이나 투자 금액, 세력의 크기 모두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놈은 실패했다. 힘을 과신해 주변의 관계나 세력 판도를 생각지 못하고 너무 일을 크게 벌인 거다.
‘대기업 로열패밀리, 정치인, 잘난 놈들은 모르는 것들이지.’
남의 눈치를 보는 것.
간단하면서도 간과하기 쉬운 일이다. 자신이 높은 위치에 있다고 들뜨는 순간부터 그렇게 되는 거다.
“나는 아니지.”
아직 더 높이 올라갈 일이 많다. 아니,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이걸로 너를 잡음으로써!”
화악, 헥스의 검이 파프닐의 머리 위에서부터 내리꽂혔다. 다음 순간 파프닐은 한 뼘 뒤로 물러나 있었다.
“피해?”
유령왕도 반응하지 못하는 속도를?
한 번은 운이 좋아서 피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둘 사이엔 절대적인 속도와 스펙의 차이가 있었다.
간단하게 한 번 더 걸음을 내디디고 휘두름으로써 끝을 낼 수 있는 것.
“아니.”
파프닐이 짧게 고개를 저었다.
“그게 끝이다. 방금이 네가 나를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어.”
다음 순간 검은 미스릴 갑옷이 파프닐의 온몸을 덮었다.
네크로맨서에서 기사로 바뀌는 파프닐.
동시에 곳곳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나타났다.
던전 입구 쪽에서 합류한 그들은, 각자 다른 무기를 들고 전장에 합류했다.
“뭐야, 저놈들은?”
다른 유저 파티가 또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데?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지!”
성질 급한 길드원 한 명이 먼저 움직였다.
퍽, 콰득! 푸푹!
3 : 1로 급소가 찔린 채 쓰러진 길드원이 그대로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인상을 각인시킨 묵빛 장포인들이 말했다.
“확실히 스펙은 세군.”
“그러게나 말이야.”
파프닐은 씩 웃고
“너희 전문이지.”
***
“어떻게……. 신의 힘을 받은 우리와 맞서는 거지?”
지금까지 보여 온 자신만만한 기세등등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헥스의 음색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그러니까 재밌는 거 아니겠어? 모든 게 변수 없이 흘러가면 게임이 재밌을 리 없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파프닐의 목소리가 쓰게 박혀 온다.
“있을 수 없다. 파이브스타의 정예 길드원들도 아니고……. 어떻게!”
묵빛 장포의 플레이어들은 헥스의 부하들과 대등하게 맞서고 있었다.
각성을 마친 길드원들은 하이 랭커 네크로맨서 3인이 당해 내지 못하고 도망갔어야 할 만큼 강한 자들이었다.
설사 어떤 집단이 몰려온다 할지라도 이겨 낼 자신이 있었다.
길드원들보다 더 강한 자는…… 머릿수가 적을 테고.
머릿수가 많은 자는……. 자신들의 무력을 당해 내지 못했을 거다.
‘완벽한 계획이었는데.’
그러나……. 전세는 점차 묵빛 장포의 사내들에게 기울었다.
“파이브스타는 아니지만……. 파이브스타와 맞선 자들이긴 하지.”
“……!”
헥스의 눈이 크게 뜨인다.
“설마……. 네가 어떻게 그들과……?”
“글쎄, 그런 건 게임 끄고 인벤에서나 알아보시지.”
잡담은 끝이다. 파프닐이 헥스를 향해 뛰었다.
“헥스 님, 피하십시오!”
파프닐이라는 고수가 다가온다. 그러나 헥스는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파프닐이 부를 수 있는 놈들이라고 해 봤자 더러운 깡패 놈들이 전부일 줄 알았는데.’
왕국의 기사들에게 지원을 부르기에는 시간이 너무 더디다. 플레이어와 달리 NPC들은 온갖 절차에 의거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다.
‘설마 그자들과 끈이 있을 줄은……. 대체……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겠냐 말이다…….’
부하들이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저 수수께끼의 묵빛 장포인들은 틀림없이 한국 서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들이었다.
‘지난 시간 동안 준비해 온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고?’
붉은 살의가 헥스의 정신을 휘감는다.
“일대일이라면 이길 거라 생각하는 거냐!”
파프닐이 지척에 온 순간.
헥스의 전신에 예의 붉은 오라가 피어났다.
질감을 지닌 것처럼, 불꽃처럼 불길하기 짝이 없는 힘이 전신에 솟구친다.
-모든 능력치가 +50%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들려오는 알림음은 가히 치트에 가까운 상승치를 전달한다.
“우오오오옷!”
피가 들끓는 고양감. 지금이라면 누구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구쳐 오른다.
헥스와 파프닐의 검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유성우 같은 불똥을 튀긴다.
“네크로맨서 따위가! 검사! 이계의 신의 힘을 얻은 내게 당해 낼 거 같아?”
호언장담. 그 말대로 점차 밀리는 건 파프닐이었다.
“이게! 앞으로 이 게임을, 세계를 지배할 자의 힘이다!”
헥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다. 번들거리는 두 눈에 광기가 깃든다.
파프닐이 조용히 읊조렸다.
“지랄한다.”
헥스의 몸 주변에 인장 하나가 찍혔다.
하데스의 인장.
당사자의 어둠 속성 내성을 크게 깎는, 파프닐의 최대 디버프였다.
“무스…….”
캉, 카캉, 챙!
단 세 번의 칼질로 파프닐은 헥스의 검을 허공으로 튕겨 냈다.
그리고 네 번째 공격은 어김없이 헥스의 심장에 박혀 들었다.
“컥……!”
그러나 헥스도 만만치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새 무기를 꺼내 파프닐의 가슴을 찌른 것이다.
카앙! 가슴팍을 파고들어 가던 무기가 튕겨 나와 바닥에 떨어졌다.
“……너……. 그건 뭐냐.”
파프닐의 가슴팍을 메운 다크 미스릴을 본 헥스가 물었다.
“장비? 하지만 그런 게 어떻게……. 갑옷인…….”
“그래, 갑옷이 아니지.”
“그……럼?”
“개조했지. 내 몸을.”
“미친……. 아이언가이도 아니고.”
네크로맨서에게 저런 금속 갑옷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일단 캐릭터 가슴에 보철물을 넣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않은가.
그 차이가 승패를 깔끔하게 갈랐다.
“……아…… 아.”
“뭐, 덕분에 사냥 잘했다.”
심장에 박힌 칼날을 비틀었다. 헥스는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쓰러졌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말도 안 되는 레벨 업 수치!
뒤이어 부관과 여러 길드원의 경악에 찬 외침이 울려 퍼졌다.
“헥스 님이 전사하셨다!”
“미, 미친.”
“누가 그분을 죽여?!”
“저놈,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후퇴, 후퇴해라!”
뒤로 물러나려는 그들의 앞을, 묵빛 장포의 남자들과 수많은 언데드가 막아섰다.
“어딜 도망가?”
바알런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손짓 한 번에 지금까지 사라졌던 만큼의 병력이 그대로 일어나 복구되었다.
어느새 스택을 자연스레 전부 쌓은 유령왕이 그 선두에 섰다.
파프닐에겐 한 수 접어 주지만, 이들도 최강급 네크로맨서 유저들.
화성 길드원들의 표정에 그림자가 졌다.
죽음의 그림자였다.
***
그 이후의 전투는 금방 끝났다.
헥스가 쓰러지자 사기가 크게 꺾였고, 지휘 계통도 순식간에 흐트러졌다.
덕분에 묵빛 장포 인원들과 파프닐은 놈들을 일방적으로 사냥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군, 흑기사.”
마지막 화성 길드원의 심장에 검을 찔러 넣는 자리.
묵빛 장포인들의 리더가 걸어 나와 말했다.
“그동안 꽤 잘 지낸 것 같던데.”
“보다시피.”
어차피 이 사람들이라면 다 정보 알고 있을 텐데 말이지.
“그쪽이야말로 잘 지낸 것 같은데.”
“……잘 지냈다라. 크흐흐.”
리더가 천천히 장포를 걷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자리에 있던 모두가 묵빛 장포를 밀어 냈다.
“어?”
“저 사람들은!”
바알런과 유령왕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떠졌다.
그럴 만했다.
장포 안에서 나온 사람들은 한때 호라이즌의 한국 서버를 제패했던 군주와 그 심복들이었으니까.
“뭐, 레벨이 오른 걸 잘 지낸 거라 하면 잘 지낸 거겠지.”
군주라 불린 남자, 철혈패군은 텁수룩한 수염을 쓸며 말했다.
“그래도 예전보다 만족스럽냐 하면……. 그건 절대로 아니지.”
옥좌에 앉고, 권력을 맛본 사람은 그것을 일평생 잊지 못한다.
특히 강제로 쫓겨났을 경우에는 더더욱.
이 때문에 철혈패군은 흑기사가 지시하는 대로 충실히 사냥을 했고, 이번에도 명령을 받고 부하들을 이끌고 왔다.
“계약은 잊지 말게. 파프닐 그 녀석이랑 파이브스타 놈들, 두 놈은 반드시 처치해야 하네.”
“물론, 나도 그 녀석에게 원한이 있어.”
태연히 거짓말을 늘어놓는 파프닐.
철혈패군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아직 화성 길드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남은 것 같은데, 그놈들을 처리하면 끝인가?”
“뭐 일단 용건이 그게 끝이긴 한데.”
파프닐은 씩 웃고 물었다.
“하나만 더 도와줬으면 싶다.”
“하나만?”
“그래, 궁금한 게 있거든.”
던전을 공략하고, 화성 길드원들을 상대하며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이 밑에 있는 거, 저 녀석들이 그렇게까지 손에 넣고 싶어 하던 게 대체 뭘까?”
갈 때 가더라도, 그건 알고 나가야겠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지. 직접 까 보는 거.”
“……!”
즉 추가 던전 공략을 하자는 거였다.
심지어 화성 길드가 재차 정비해 오기 전에, 아주 빠르게 말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