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돌아오지 못하는 성채 밑에 있는 지하 던전.
그곳을 탐사하기 전에, 먼저 정보를 탐문해야 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얻냐고?
대신 아는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때 봤던 크롬웰 따까리였네. 누군가 했는데 왜 이러고 있냐?”
“미친놈, 내가 말할 것 같냐?”
생포한 드레이크는 당당했다. 어차피 죽어 봤자 게임이고, 부활하면 된다는 태도였다.
“걍 빨리 죽여. 부활 타이밍 맞춰서 오게.”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군.”
하지만 이 녀석 앞에선 어떨까?
-환생 물약을 구매했습니다.
“죽일 땐 죽이더라도, 마시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더라.”
“시, 시발! 해, 드루와! 먹여 보라고! 내가 레벨이 딸리지, 가오가 없냐?”
바로 굽히지 않는 건 조금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큰 조직이 뒷배로 있으면 사람이 겁이 없고 당당해지는구나.
“그런데 말이지, 만약 네가 레벨 1이 되어도 거기서 널 중용할까?”
“뭐?”
프로씬에서도 그렇다. 실력이나 외모가 받쳐 줄 땐 구단이건 팬덤이건 무한히 지원해 주다가도.
일단 하나라도 떨어지게 되면 그 순간 가차 없이 외면당하고 잊힌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
“처음엔 띄워 주는 척하겠지. 책임져 주겠다고. 그런데 6개월, 1년이 지나면 얘기가 달라져. 점점 귀찮아하는 기색이 피부로 느껴지고, 같은 사원들도 말을 하려고만 하면 일이 있다며 피하지.”
“허, 허억…….”
“게임 길드는 더 간단해. 그냥 추방시키고 안면 몰수 하면 그만이잖아. 고소를 해도 입증이 힘들고, 남는 건 아무것도 없게 되지.”
이야기를 듣던 드레이크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런데 그걸 다 감수하고도 비밀을 지키려 하다니, 대단한 극기 정신이군.”
“자, 잠깐.”
“특별히 서비스로 정돌이 녀석에게 물리는 경험을 시켜 주지.”
“으르릉…….”
철혈 길드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름을 바꾼 정돌이(?)가 이를 드러냈다.
“자, 잠깐! 말할게! 아니 말하겠습니다. 저 안엔 이계신의 손가락이 있습니다!”
“신의 손가락?”
“예, 전신이 조각난 고대신의 신체 일부라고 알고 있는데……. 더 이상은 길마님께서 컷신으로만 봤습니다. 진짜 모릅니다!”
“흠, 그렇단 말이지. 좋아, 그럼 아래 있는 몬스터들에 대해서는?”
한 번 뚫린 입은 금방 아는 대로 정보들을 말했다.
“이게 다입니다. 정말로…….”
“흠…….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살았다는 안도감에 녀석의 안색이 펴진다. 그때 단칼에 목을 베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악명이 상승했습니다.
“자, 정보는 대충 들었지.”
던전의 길이는 그렇게 길지 않았다. 빠르게 움직이면 하루 만에 공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건을 처리하면 얻는 분배금은 각자 가져도 좋다.”
“좋아.”
“바알런, 유령왕. 너희는?”
“그야 당연히 참가한다. 사도 네크로맨서 네놈만 히든 피스를 얻겠다고?”
“나도 참가하지. 혼자 나갔다간 후회할 것 같고.”
“이제야 제대로 몸 좀 풀겠군!”
문득 들려온 목소리에 고갤 돌리자, 예상 못 했던 얼굴이 하나 보였다.
“뭐?”
“언제 왔었지?”
웨폰 마스터, 김철은 코웃음을 쳤다.
“아까 1등으로 활약한 게 난데, 설마 그걸 놓친 거냐?”
“흠…….”
그러고 보니 화성 길드 처리용으로 녀석을 부르긴 했었는데.
싸우느라 못 보긴 했지만, 어쨌든 활약했다니 활약한 걸로 치자.
“날뛰긴 했지. 아군이건 적군이건 마구잡이로 잡아서 문제긴 하지만.”
철혈패군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이건 저 녀석에겐 비밀로 해야겠다.
***
지하 던전 탐험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출몰 몬스터들은 레벨 440대의 흑정령이나 세 머리를 가진 심연 트리오버드들.
조우한 트리오버드들이 세 머리를 까악거리며 다가오더니, 엄청난 속도로 부리를 들이댔다.
“딸그락!”
바그작!
전위의 해골병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됐다. 그 순간 구 철혈 길드원들이 사냥을 개시했다.
“여긴 내가 맡지.”
“여긴 내가.”
착착 움직인 뒤 트리오 버드의 목을 깔끔하게 절단!
뒤이어 몸에서 솟구치는 네 번째 머리도 세 명의 조가 일제히 찔러 끝을 냈다.
그야말로 몬스터 사냥 기계!
‘역시나로군.’
철혈의 진가는 보스전을 비롯한 모든 몬스터 사냥 콘텐츠.
수많은 패턴을 연마하고, 공략을 외운 그들은 사실상 모든 몬스터들을 상대로 레이드를 할 수 있었다.
PVP에서도 물론 약한 건 아니지만, 역시 주된 장기는 이쪽.
아마 몬스터 사냥 경쟁을 한다면 파이브스타와도 좋은 싸움이 되리라.
‘덕분에 이곳도 바로 공략할 수 있고.’
주변 환경도 그렇고.
두 번 오고 싶진 않은 곳이었다.
“음?”
통로에서 나타난 수많은 몬스터 무리를 쓰러뜨린 후.
조금 더 가자 거대한 금속 문이 나타났다.
불과 마수들이 조각된 검은 철문.
맛있어 보이는 게 나중에 뜯어 가도 괜찮을 듯싶었다.
-보스 룸에 입장하시겠습니까?
메시지를 본 선두의 유령왕이 고개를 들었다.
“여기가 끝인 것 같군.”
“후우.”
심호흡을 한 뒤 말했다.
“들어갑시다.”
“그럼 연다.”
그그긍.
문이 열리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다.
공장 지하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크기의 자연 동굴.
그 한가운데에 괴수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열 개의 머리가 달린 거대한 뱀.
“히드라인가?”
“아니, 잠깐만…….”
옆에 있던 철혈패군이 허 하는 소릴 냈다.
“저놈, 이미 죽어 있다.”
“뭐라고?”
보스 몬스터가.
그것도 이제 막 개척한 비밀 던전의 보스가 죽어 있다?
침입자나 플레이어가 아닌, 본래부터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스템이리라.
그 사실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
히드라의 사체 위로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창을 든 외눈의 노인.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일단 패턴부터 알아볼까.’
막 해골병들을 부르려는 순간, 그림자 하나가 앞으로 나섰다.
“좋아, 가 볼까!”
뚜둑, 손목을 푼 녀석이 혼자 앞장선다. 순식간에 노인에게 가까이 가더니 그 자리에서 무기를 뽑아 들었다.
“말리지 않나? 네가 부른 녀석 같던데.”
“아……. 저 녀석은 못 말려.”
마치 제어 불능의 맹견이랄까.
“뭐……. 그럼 한번 해 봐라. 우린 빠져 줄 테니.”
“진작 그러셔야지.”
김철은 피식 웃고 앞으로 다가갔다. 십여 개의 무기가 한꺼번에 움직이더니, 그대로 외눈 노인에게 쏘아졌다.
“웨폰 마스터!”
“이기어검인가? 저 스킬은 좀 욕심이 나는데.”
철혈 길드원들 사이에서 탄성이 나왔다. 김철. 안하무인이지만 확실히 그럴 만한 실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다음 순간이었다.
노인이 창을 가볍게 들어 김철의 무기들을 튕겨 냈다. 그러더니 김철의 앞으로 눈 깜짝할 새 텔레포트 해 창을 내질렀다.
“이 노망난 영감쟁이가!”
순식간에 수십여 합을 교환하는 김철과 노인. 김철은 열댓 개의 창과 칼을 잡았다가 던지고, 놓았다가 잡고 휘둘렀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그걸 다 피하는 노인이었다.
역시 그때 쫓아가 싸우지 않은 건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크윽……!”
시간이 지날수록 승패가 분명해졌다.
김철의 얼굴에 땀이 흥건해졌지만, 노인의 얼굴은 숨이 찬 기색조차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자, 잠깐만.”
“이봐! 물러서!”
이대로면 죽는다.
철혈 길드원들이 나서려는 순간.
콰학! 김철이 다루던 무기 한 자루가 길드원들 바로 앞에 박혔다.
“씨X! 끼어들지 마!”
“헉…….”
“간만에 피가 끓는구만, 드루와, 드루와!”
피 섞인 침을 뱉은 김철이 노인을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완전히 스위치가 눌렸군.
“그냥 내버려 두지.”
“네?”
“하지만…….”
“자기가 나서지 말라는데, 쫄리면 도와달라 하겠지.”
“그…… 그렇겠죠?”
“크흠.”
철혈 길드원들이 헛기침하며 물러났다. 하긴 김철 녀석이 보통 미친개여야지.
물론 나도 안 도와줄 거다.
잠시 후 승부가 갈렸다.
“컥……! 씨바…….”
마지막 일격을 교환한 김철의 몸에서 피가 솟구쳤다.
“헉, 김철이 당하다니!”
“말도 안 돼!”
철혈 길드원들은 물론, 유령왕과 바알런도 적잖게 놀랐다.
7분 28초.
많이 버틴 셈이었다.
“흐흐, 인간치고는 제법이군.”
쓰러진 김철을 본 노인이 말했다.
“하나 이 몸을 상대로 필멸자는 이길 수 없으리니…….”
“누군지 대충 알겠군.”
김철과 싸우는 걸 보며 확실히 깨달았다.
저놈의 정체는 다름 아닌 오딘.
외형에다 쓰는 기술들까지.
영락없이 에메랄드 숲에서 봤던 그 녀석이었다.
마검사형에, 무투 실력도 꽤 수준급이다.
생길 수밖에 없는 빈틈을 정확히 찌르고, 너무 늦게 빠져나가지 않으며 천천히 상처를 늘린다.
느리지만 확실한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방식이다.
나만큼은 아니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잘 싸우는 축에 들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앞에 있는 오딘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지 않았다.
‘도망칠 필요는 없겠어.’
레이드의 최소 조건은 탱커가 버티고, 딜러가 충분히 대미지를 꽂아 넣을 수 있느냐다.
김철이 단칼에 베이면 전자부터 성립이 안 되지만.
저만큼 싸울 정도면 충분히 레이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네놈들도 이놈과 같은 편이었지?”
처억, 오딘이 자세를 잡자 구름과 천둥이 일었다.
“온다!”
소리가 들린 순간, 오딘이 눈앞에 나타났다.
깡! 날카로운 금속 소리가 레이드의 시작을 알렸다.
***
오딘은 천둥과 번개, 지식을 다스리는 신.
그런 신답게 전투가 시작하자마자 놈은 곧바로 천둥과 번개를 쏟아 내기 시작했다.
“스킬이다. 뇌격 방어!”
“뇌 방어 진영으로!”
대비하고 있던 탱커들이 앞으로 나섰다.
처억, 완벽에 가까운 방패진이 완성되었다.
오직 정면의 오딘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
후방에 있던 힐러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방의 탱커들에게 버프를 걸어 주며 HP바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레이드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강한 모습.
바로 그 순간, 힐러들의 눈앞에 오딘이 나타났다.
“크악!”
무방비한 상태의 힐러는 단칼에 두 동강이 났다. 뒤이어 궁수와 마법사들까지 죽인 오딘은 다시 빛이 되어 사라졌다.
“아까 봤지! 이 녀석 순간 이동을 쓴다!”
철혈패군이 외치는 순간, 또 다른 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너츠! 부릴!”
이번 희생자는 바알런의 데스나이트.
진영을 짜도 그 순간 텔레포트를 해 버리니, 목표를 잃은 공격들이 서로를 맞췄다.
“막앗!”
“크아악!”
철혈 길드의 전사들이 악착같이 공격을 막았지만, 오딘은 그때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해 번개를 쏘거나 창을 휘둘렀다.
“해골병들 사이에 끼어들어! 방패를 대!”
그래도 다행인 건 이쪽의 물량도 많다는 것.
바알런이 스킬을 쓰자마자 죽은 인원만큼의 해골병과 리치들이 일어났다.
“크으읏!”
스택을 가득 쌓은 유령왕이 재차 나타난 오딘의 시선을 끌었다. 놀랍게도 오딘은 유령왕을 역으로 밀어 내며 힘을 과시했다.
“무슨 노인네 힘이……!”
“됐다! 프로스트 노바!”
바알런과 해골 마법사들이 일제히 마법을 썼다. 그 위로 해골 궁수들의 화살이 쏟아졌다. 화살들이 닿기 직전 오딘의 몸이 지우개로 지운 듯 사라졌다.
“젠장, 또!”
“또 사라졌다, 조심해!”
“저기다! 홀리 스피어!”
“마그마 익스플로전!”
철혈 공격조들은 연달아 마법을 쏘았지만, 오딘에게 맞지는 않았다.
한참 움직이던 오딘의 눈이 한 명에게 멈췄다.
끝없이 해골들을 일으키고, 악령을 불러내는 네크로맨서.
불결했다. 감히 언데드 따위를 자신의 시야에 들이대는 것 자체가.
오딘은 순간이동을 써 놈의 앞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대로 창을 들었다.
푹!
“음……!”
오딘의 몸을 칼 한 자루가 관통했다.
“여기로 올 줄 알고 있었지.”
파프닐은 씩 웃으며 스킬을 썼다.
“커스! 하데스의 인장!”
네크로맨서의 고위 저주들!
어두운 오라 여럿이 일제히 오딘을 덮쳤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