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고작 이신(異神)의 저주 따위가 내게 먹힐 거라 생각…….”
오딘의 말이 멎었다. 저놈, 필멸자가 내건 알량한 저주가 실제로 그의 몸을 좀먹기 시작했다.
뇌리에 든 생각은 이곳에서 가장 처음 자신과 대적했던 자. 여러 무기를 다루는 남자의 모습이다.
발할라에 어울릴 용맹스러운 그 전사와의 전투는 자신에게도 대미지를 축적시켰다.
‘그러나 결국은 필멸자의 잔재주.’
오딘은 신력을 끌어올렸다. 뇌기(雷氣)가 전신을 타고 흐른다. 그는 전쟁과 지혜의 신. 천둥과 벼락을 다루는 자였다.
“건방진 놈!”
허공으로 치켜세운 손에서 시퍼런 번개가 사방에 퍼졌다. 하늘이 무너지고 천둥 번개가 오딘을 중심으로 한 반경을 가득 메웠다. 사람이라면 숨조차 쉬지 못할 것이요, 짐승이라면 금방 납작 엎드리게 만들 위용이었다.
“허억……!”
“괴, 괴물이다.”
그 신위에 철혈 길드원들이 꼼짝도 하지 못했다.
갓 피어.
“감히, 잔재주, 따위를, 부리느냐.”
사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오딘이 하나밖에 없는 외눈을 빛냈다. 잿더미가 됐어야 할 파프닐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 갑작스러운 광범위 공격을 할 줄 알았다.’
미리 오딘의 행동반경을 예측한 덕에 자리를 피해 있었다. 검을 뽑는다.
‘이번에야말로 이기실 수 있겠죠?’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카라미트의 목소리는 그답지 않게 떨렸다.
-두 번은 지지 않아.
순간 파프닐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뀐다.
“흠, 영혼의 교체인가. 그러나 잔재주는 신에게 먹히지 않는다.”
오딘은 차분하게 말하며 손을 뻗는다. 허공에서 끝이 굽어진 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창술이라면 나도 제법 일가견이 있지. 어디 신의 창술이 어떤지 한번 볼까?”
“좋지. 다만 나의 창은 일발 백중. 대가는 목숨일세.”
오딘은 창을 바람개비처럼 돌리더니 손을 까닥였다.
“지난번처럼 넘어가 줄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흥.”
파프닐, 아니 카라미트는 혀를 차며 오딘을 향해 뛰었다.
‘벌써 내 움직임을 따라올 정도로 성장했나. 모험가라는 족속들이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
마치 하이 랭커의 검사에게서나 볼 법한 속도, 도저히 네크로맨서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다.
흐릿했던 신영이 모습을 드러내며 검이 거칠게 불을 뿜었다. 오딘은 창대로 그 공격을 막으며 반격의 태세를 갖췄다.
그러나 카라미트는 그 틈을 주지 않는다.
마치 야수와도 같이.
오래전 불패의 기사라 불리었던 남자의 기술이 빛을 발한다.
쩡! 쩌저정!
신과 인간의 무기가 불꽃을 뿜는다.
오딘은 그 자랑인 궁그닐을 한 번 뽑을 틈조차 없었다.
카라미트는 짐승처럼 집요하게 달라붙어 왔다.
도저히 기사였던 남자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야성적인 움직임이다. 그러나 그 송곳니는 날카롭기 짝이 없다.
“저 녀석……. 더 강해졌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철혈패군은 입술을 핥았다.
“저놈이 내 밑에서 충성했다면 천하 통일도 꿈은 아니었을 텐데.”
“주군, 범은 범 밑으로 들어가지 않는 법입니다.”
독고패검이 옆에서 말을 받았다.
흥……. 철혈패군은 혀를 찼다.
미덥지 못한 놈이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제 곁에 있는 유일한 철혈 출신 최고 간부였다. 야욕은 있지만, 배신을 할 만큼 담이 크지 않고 충심이 있는 자였다.
뭐, 물론 실력은 그에 못 미치지만.
“귀찮게 하는구나!”
참다못한 오딘이 손을 치켜들었다. 덕분에 파프닐은 공격의 찬스를 잡았다. 그러나 그는 섣불리 들어가는 대신 오히려 뒤로 급히 물러났다.
“늦었다!”
오딘의 손바닥 끝에서부터 전신에 전류가 흐른다. 다음 순간, 전격은 유형화되어 그 일대를 다시 한번 쓸어버렸다.
오딘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신에게 방심은 없다. 궁그닐을 뒤로 뻗으며 투창 자세를 취한다. 막대한 열에너지가 공기 중의 수분을 태워 막대한 증기가 주변에 가득해, 아직까지 시야가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하나밖에 없는 외눈은 파프닐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포착한다.
“발할라!”
전신의 근육이 꿈틀거리며 굽이진 창이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다. 순간, 소리가 뒤늦게 들려온다.
마창(魔槍) 궁그닐은 소리의 속도를 뛰어넘었다.
“흥……. 겨우 이 정도인가.”
오딘이 혀를 찼다.
인간치고는 강했다. 그러나 그 정도다.
‘이제 이곳에 잠자고 있는 이계의 신격을 부활시키는 것으로 대계는 진행될 것이다.’
물론 남은 쓰레기들도 다 처리해야겠지.
몸을 돌리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오딘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파프닐이 기류를 뚫고 날아왔다.
‘어떻게?‘
뇌리에 스치는 생각은 바로 그거였다. 그러나 오딘은 전투의 신답게 의연하게 자세를 취했다.
“큭!”
물론 제아무리 신이라 할지라도 맨몸으로 파프닐의 검을 막아 낼 순 없었다. 회피하기에 늦었다고 판단한 오딘은 대신 왼팔을 내주었다.
신의 왼팔이 핏줄기를 뿜으며 허공에 떠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오딘의 오른손엔 궁그닐이 들려 있었다. 다음으로 쏟아지는 파프닐의 검이 창날을 때리고 튕겨 나갔다.
다행인 점이라면 파프닐의 공세가 좀 전보다 약하다는 점이었다. 침착하게 파고드는 점은 까다로웠지만, 야수와 같은 폭발적인 공세는 아니었다.
오딘은 한 손으로도 신기에 가까운 창술을 펼치며 파프닐과 공방을 나눴다. 아니, 오히려 압도해 나갔다.
인간으로서는 지고의 경지에 오른 카라미트라면 모를까, 파프닐에게 아직 오딘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파프닐에게는 검술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는 네크로맨서였다.
쩡! 창과 검이 부딪친다. 동시에 파프닐이 뒤로 거리를 벌렸다.
어리석은 일이었다. 오딘의 무기는 창. 중장거리의 간격에서 가장 빛을 발한다.
이 거리는 창사의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마법사의 것이기도 하다. 검을 들지 않은 손바닥에서 검은 마력이 넘실거린다.
메타슬라 금속을 쓴 철폭. 현재 파프닐이 펼칠 수 있는 최강 최고의 스킬이 불을 뿜는다.
‘어리석은 놈.’
오딘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좀 더 똑똑한 놈일 줄 알았는데.
‘나의 신격이 의미하는 바조차 모른단 말인가?’
오딘은 전쟁과 천둥의 신. 그러나 동시에 북방의 신 중에서 가장 큰 지혜와 마술을 익힌 자이기도 했다.
오딘의 외눈에서 빛이 발하며 항마의 힘을 내포한 결계가 펼쳐졌다. 철폭의 폭발은 그 강맹한 위력에 어울리지 않게 허무하게 사라졌다.
“죽어라.”
동시에 결계 내부에서 오딘의 어깨가 들썩인다. 필살필중의 마창 궁그닐이 다시 한번 기염을 토한다.
그랬어야 했다.
‘……!’
오딘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다. 순간, 무언가가 발목을 끌었다. 동시에 궁그닐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딸그락!
땅속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해골.
그건 바로 1호였다.
아까 전, 오딘이 전격과 동시에 궁그닐을 쏘았을 때.
‘예상했던 대로다.’
파프닐은 순간적으로 모든 해골을 소환해 그 전격의 방출을 막아 냈다.
또한, 궁그닐은 메탈 슬라임 킹의 절대 방어로 막았다.
절대 방어임에도 불구하고 신격에 의해 4스택이 모두 깎이긴 했으나.
‘그 정도까지는 예상 범위 내.’
그리고 살아남은 유일한 스켈레톤, 1호가 결정적인 순간에 오딘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런 버러지 같은 게!”
콰직!
오딘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1호의 두개골을 밟아 부서트렸다.
그러나 그 큰 빈틈을 파프닐이 놓칠 리 없었다.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지만 검은 통한다. 그 사실은 이미 좀 전에 확인한 뒤다.
그리고 지금은 완벽한 타이밍이다.
이 찰나를 놓치면 오딘에게는 이길 수 없다.
따라서 파프닐은 선택했다.
‘카라미트!’
-정말, 하루에 두 번이라니……. 나를 얼마나 부려 먹을 생각이냐?
신뢰할 만한 상대에게 찬스를 맡긴다.
그리고 카라미트는 기대했던 대로 완벽에 가까운 참격을 날렸다.
오딘의 쇄골부터 골반까지, 길쭉한 상처가 생긴다 싶더니 피가 사방에 튀었다.
“내가…… 인간에게 졌다?”
떨그럭, 하는 소리와 함께 오딘은 궁그닐을 놓쳤다. 외눈, 외팔이의 신은 거세게 웃었다.
“허허……. 대단하군. 너는 그야말로 발할라에 올 자격이 되는 전사다. 둘 다.”
“미안하지만 두 번 죽는 건 사양이다.”
카라미트는 냉소와 함께 오딘의 목을 쳤다.
-분령 오딛을 무찔렀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운 업적을 이룩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피스 갓 슬레이어(레전더리)’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10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마창 궁드닐(하이퍼)을 획득했습니다.
-다크니스 썬더 스킬 북(레전더리)을 획득했습니다.
-미스틸테인(???)을 획득했습니다.
-명성이 +10,000 상승했습니다.
-신들이 당신의 업적을…
……(후략)……
***
“하, 내가 신을 이기다니…….”
치열한 싸움이 끝나자 온몸에 만족감이 가득 차올랐다.
이 맛 때문에 게임을 시작했고, 드래곤 헌터를 극한까지 연마하며 최상의 컨트롤을 찾았다.
이 녀석은 그때 봤던 보스들과 비교해도 전혀 떨어지지 않는 강적이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정신을 차리고, 또 카라미트의 극의가 아니었다면 쓰러지는 건 이쪽이 되었을 거다.
부활은 할 수 있지만, 다시 잡는 건 요원해졌겠지.
“정말 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겠지.”
어디 다시 한번 확인해 볼까?
세부 내용을 보던 순간, 메시지에 적혀 있던 이름이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챘다.
“오딛?”
에이, 개발자의 오타겠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모든 메시지가 다 같은 오타를 내고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분령…… 오딛이라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그러니까 이 녀석은 사실 오딘이 아니라는 말인가.
나는 오딘이 아닌 오딘인 척하는 정신병자(?) 오딛을 물리쳤다는 건가.
“아니……!”
가슴이 답답하고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마치 기껏 산 컴퓨터가 알고 보니 채굴에 이용된 중고 컴퓨터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기분!
-뭐야, 눈치채지 못한 거냐? 나는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었다고?
-그야 마법도 그렇고, 능력도 진짜 신이라기엔 좀 하자가 있지 않았나.
그러니까 신의 조각이지 신은 아니라는 뜻이군.
-뭐, 그것만 해도 대단한 거다. 저 녀석의 수준. 거의 마장군이나 마신관에 근접하니까.
“그 정도나 됩니까?”
피의 마장군을 떠올리자 고개가 절로 양옆으로 움직였다. 확실히 엄청 강하긴 했지.
-그래, 그러니 마음 풀고 얻은 거나 확인해 봐라.
아, 참. 그렇지.
알림창을 보자 새삼 대박 났단 게 느껴졌다.
일단 안 그래도 많이 올랐던 레벨이 또 대량으로 뛰었다.
그뿐인가.
“궁드닐은 뭐지, 인벤토리!”
띠링.
[마창 궁드닐]-등급 : 하이퍼
-분류 : 무기(창)
-레벨 제한 : 300
-스테이터스 제한 : 지능 스테이터스 1,000 이상 착용 가능
-마법사 계열 직업만 착용 가능
-내구도 : 2,400/2,400
-물리 공격력 : 4,150~4,500
-마법 공격력 : 7,480~8,100
-힘 스테이터스 +100
-지능 스테이터스 +250
-창술 스킬 대미지 +30% 상승.
-모든 창술 스킬 레벨 +1
-창 공격의 치명타 확률 상승.
-명중률 +80%(회피 스킬이나 명중률 감소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음.)
-근접 공격 시 신성한 신력이 추가 대미지를 줌.
-방어구 및 스킬 관통+20%
-모든 마법 계열 스킬 레벨+1
-마법 스킬 관통력 +30%
-모든 마법 스킬의 위력 +70%
-모든 마법에 추가 효과 1개 부여.
-마법으로 대미지를 줄 때마다 그 일부를 HP와 MP로 흡수함.
-마법 명중률 +85%(회피 스킬이나 명중률 감소 효과에 영향을 받지 않음.)
-무기 파괴 불가능
-설명 : 신의 분령이 쓰던, 진신 신 무기의 복제본. 신의 막강한 힘을 그대로 가져오진 못했지만, 그 편린을 통해 신의 힘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대박……!’
오딛이 쓰던 창은 그야말로 하이퍼였다.
스테이터스나 스펙부터가 기존 장비의 1.5배 이상.
여러 옵션도 굉장히 좋고, 명중률 버프 덕에 스킬 회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부르는 게 값이라는 무기 파괴 불가 옵션 까지.
‘이게 있으면 무기 걱정은 끝이군.’
심지어 이건 단순 마검사보다, 법사 및 술사 계열이 쓰는 창 종류의 무기.
근접전에 익숙한 네크로맨서로 육성한 지금, 딱 쓰기 좋은 때 나온 녀석이었다.
“다른 두 개도 중요하지만……. 그건 조금 나중에 봐야겠군.”
몬스터가 쓰러졌지만, 아직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아직 수확해야 할 것들이 남아 있으니.”
오딛은 어디까지나 침입자.
기존 보스의 드롭 아이템, 그리고 던전의 보스 룸에 있는 여러 아이템은 아직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나는 씩 웃으며 해골병들을 소환했다.
“자아, 일할 시간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