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체내에서 강철을 뽑는 마법사와 공중에서 720도 회전하는 강아지라.”
끝내 암살자들은 청부인을 불지 못했다. 안 한 게 아니라 못했다. 계약에 얽매여 있는 그들은 환생 포션의 위협 앞에서도 결국 청부인에 대한 단편적인 힌트만을 알려 줄 뿐이었다.
‘정보에 의하면 이 도시에 있다고 했지.’
로브를 두른 남자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한적한 도시라고 들었는데, 생각보다 꽤 시끌벅적하군.”
길거리마다 사람들이 가득하고, 그런 사람들을 노리는 가판대와 노점이 가득 늘어서 있었다.
사전에 영상으로 찾아봤던 도시의 풍경과는 영 딴판인 모습.
고개를 들면 거리의 천장마다 수정구 여러 개가 화면을 비추고 있었다. 그 화면 안에는 수십 척의 배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1등에 당첨되었습니다.
-돌고래 반지(레어)를 획득했습니다.
역시 운이 좋았다.
“대단하군! 1만 분의 1인데 거기서 1등을 뽑다니!”
랜덤 박스를 준 상인 NPC가 씩 웃었다.
“운이 좋았죠. 그나저나 무슨 일입니까?”
“실은 해상전이 열려서 그렇다네. 원래 여긴 흑상어 길드가 접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외부인이 와서 한 판 붙는 모양이야.”
외부인이라고? 수상한 냄새가 났다.
“설명 감사합니다.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래, 축제 재밌게 즐기게.”
막 걸음을 옮기려 했다.
“씨X련아!”
근처가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네가 그리 잘났어? 어디 흑상어 이빨 맛 좀 볼 테냐?”
“이거 놔요!”
세 명의 남자들이 한 여성 플레이어를 둘러싸고 있었다.
흑상어 문신을 깔맞춤한, 한눈에 봐도 나 건달이요, 하는 놈들이었다.
“바깥 사람이라 흑상어 길드 무서운 걸 모르나 본데……. 칼 맛 보면 생각이 달라질걸.”
“약속이 있다니까요? 사사게에 올릴까요?”
“올려 보든가. PVP 한두 번에 움직이겠냐?”
남자들이 칼을 뽑았다. 여성 플레이어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거기 그만두시지.”
“뭐야?”
세 남자가 고개를 돌린 순간, 나무 몽둥이가 작렬했다.
-치명타!
-치명타!
-치명타!
순식간에 놈들을 쓰러뜨린 로브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괜찮으십니까?”
“고마워요.”
“별말씀을.”
여성 플레이어는 싱긋 웃었다. 동글고 큰 눈, 오뚝한 코에 새빨간 입술. 윤기 있는 긴 흑발까지.
캐릭터 스킨을 사 맞춘 플레이어들보다도 한층 더 뛰어난, 천연 미인의 극에 달한 모습에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가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이런 녀석들이……. 일행분을 빨리 만나시길 빕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쓱 고개를 숙인 여성 유저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아, 이래서야 암행복 차림이 더 편하겠어.’
여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칠흑의 사신.
마음만 먹는다면 저런 건달 정도는 단숨에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 자네!”
“아, 박사.”
“어후, 드디어 만났군. 오랜만일세.”
베이지색 중절모에 조끼, 벨트 차림을 한 중년 모험가가 손을 들었다.
“칠흑.”
“아니, 뭔 이름이 그렇게 칙칙해요?”
“그럼 흑신은 어떤가? 약자를 따서 가져온 건데.”
“……그냥 대충 불러요.”
존스 박사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나저나 이런 곳에서 그 녀석은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원.”
“아저씬 뭐 때문에 왔어요?”
“그야 보물이지.”
바닷속에도 의외로 보물이 많다. 오래된 산호는 기본, 운송선이 가라앉으며 통째로 수장된 보물들은 육지의 유적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 녀석이 수중 보물을 분배하겠다고 해서.”
“글쎄요. 쉽진 않을 것 같네요.”
칠흑의 사신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후, 꽤 유명한 사람들이 여기 다 얼굴을 비치셨군.”
“유명한?”
“아저씨는 말해도 모를걸요.”
중국 서버의 전초부대, 조선족 길드 적룡파의 최정예들부터.
명문 길드 아발론의 간부인 베론과 드렉슬러, 힐데에.
왕국의 고위 기사 NPC들, 철혈패군과 수하, 김철까지.
심지어는 파이브스타에서도 간부를 파견했다.
작은 어촌이 용담호혈이 된 셈.
지금 보이는 평화는 어디까지나 폭풍전야의 그것이었다.
‘뭐, 그래도 그중 강한 건 역시 나지.’
얼마 전 얻은 새 비전서!
설령 파프닐과 리벤지 매치를 하더라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뭐, 그래도 이번엔 도우러 온 거지만.
‘젠장, 흑패를 쓸 줄이야.’
그래도 의뢰는 의뢰이니 어쩔 수 없지.
“흠, 하나 먹겠나?”
슥, 존스 박사가 사탕을 하나 내밀었다. 무심결에 입에 넣은 칠흑의 사신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우웩! 홍삼 캔디잖아요!”
“홍삼이 어때서? 딱 맛있는데.”
***
먼저 앞서 나가는 건 블랙 마리아호였다. 이기고 있지만 죠스는 어리둥절한 기색이었다.
“뭐지? 저거……. 증기선이 아닌가?”
“증기선치고는 속도가 느립니다. 아무래도 저건 모양만 내놓은 것 같습니다.”
“오……. 그래?”
“네, 게다가 색도 누리끼리한 게……. 쇠가 좀 부족했나 봅니다.”
“흐흐……. 역시 모양만 그럭저럭 흉내 낸 가짜라는 건가?”
철갑선은 분명 오버 테크놀로지이며, 나오는 순간 모든 배가 상대도 안 될 거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진짜 철갑선일 때의 이야기.
겉에만 철을 씌운 목재 범선이라면, 이 함대가 굳이 겁먹을 필요는 없었다.
“좋아, 가자!”
“와아아아!”
누가 뭐니 뭐니 해도 이쪽엔 블랙 마리아호가 있다.
기세를 찾은 죠스의 외침에 수하들이 일제히 외쳤다.
그 모습을 망원경으로 보던 파프닐은 씩 웃었다.
“저 녀석들, 기세가 올랐군.”
범선들의 속도가 점차 붙기 시작했다.
“글레인 님, 그건?”
“안 그래도 방금 증기가 다 찼네. 이제 쓰면 돼.”
“알겠습니다.”
금속 지배 스킬을 끄자 배의 속도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위험했다.’
파프닐은 땀을 닦았다.
‘금속 지배의 능력을 이렇게 써 보긴 처음이군.’
[금속 지배]-스킬 숙련도 : 31%
기술을 잘 배우려면 최대한 그것을 많이 써 봐야 한다.
일하는 시간 외에도 식사나 놀이 중에도 그걸 하면, 안 늘 수 없는 게 숙련도.
수시로 계속 썼더니, 이 스킬도 꽤 숙련도가 늘었다.
“자, 그럼 가 볼까.”
이미 시동을 보기 위해 드워프들이 갑판에 모여 있었다.
탱크에 있던 바닷물이 끓어오르며 증기를 공급하자, 배의 후미에서 거품이 일었다.
“오, 스크류!”
“설계 때처럼 잘 돌아가는구먼그래! 하하하!”
드워프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증기, 귀찮기만 했던 그걸 이렇게 쓸 수 있다니!”
“마을의 녀석들에게 전달해 주면, 냉각수를 좀 더 유용하게 쓸 수 있겠구먼!”
드워프가 아무리 최고의 대장장이라고 하지만, 주력 분야인 금속 외에 이런 활용은 약간 부족했다.
배 건조 작업을 보면서 느꼈는데, 이런 데 익숙해지면 나중에 좋은 조선공들을 독점할 수 있으리라.
“증기 스크류 엔진은 조금 오버인가 싶었는데……. 다행이군.”
상태창에 뜨는 속도는 현재 11노트(약 20.4km/h).
자동차나 자전거에 비해선 말도 안 되게 느리지만, 범선이 대세인 시대에, 이 정도 크기의 대형선인 걸 감안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다.
게다가 이 녀석은 철갑선.
같은 크기 배보다 두 배 가까이 무거운 걸 감안하면, 사실 지금 속도는 굉장한 것이었다.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음?”
드워프들을 보던 킨도르한이 물었다.
“그냥 마나 엔진? 그거 대충 해서 골렘처럼 쓰면 되는 거 아냐?”
아니, 이건 좀…….
“야, 이 멍청아. 직접 쓸 수 있으면 저 녀석들이 진작 그렇게 만들었지.”
엔진은 어디까지나 주변 선체와 같이 합을 맞춰야 한다.
화력이나 수력, 원자력 발전이 결국 터빈을 돌리는 형식인 것처럼.
아무리 에너지를 만들어도, 결국 힘을 받아 움직일 장치가 있어야 했다.
“마나를 직접 내뿜으면 마나석을 물 쓰듯 써야 하는데, 그거 다 네가 댈래?”
“얼마나 들길래 그러는데?”
“음……. 한 번 속도 낼 때 레어급 마나석이…….”
“한 개? 그 정도야 뭐…….”
“한 피스. 12개.”
“죄송합니다.”
킨도르한은 곧바로 태도를 바꿨다. 겨우 설명을 마치고 보자, 그사이 육지가 꽤 멀어져 있었다.
“오…….”
본격적으로 가속하는 철갑선!
물론 블랙 마리아호보단 아니었다.
시작부터 속도를 낸 블랙 마리아호는, 다른 흑상어 길드 선박들보다도 한참 더 앞서가고 있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군.”
그뿐만이 아니다.
“온다!”
“1번함 출진!”
완전히 짓밟으려는 듯, 일반 선박들이 항로를 변경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해상전인가.”
“줄을 엮어서 싸우려나 본데.”
드워프들이 코웃음을 쳤다.
“우리 작품이 전투선인데, 제대로 보여 줄 수 있겠군.”
“심지어 따로따로 오잖아? 어이가 없어서.”
그러나 파프닐과 킨도르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당방위군.”
일단 부딪치면 저쪽도 반격을 할 수 있다.
해상전의 시작!
“이기는 거야 이기겠지만, 그사이 블랙 마리아호가 돌아오면 해상전은 놈들의 승리니까.”
해상 레이스의 패자는 이곳에서 얻은 걸 내놓고 떠나야 한다.
이 철갑선도 그중에 있을 터.
그걸 얻기 위해선 배가 어느 정도 부서지는 것도 감수했으리라.
“흠……. 아직 그걸 쓸 필욘 없겠군. 어르신.”
“음!”
“그걸.”
“알겠네.”
드워프들이 일제히 아래로 내려갔다.
“제트 엔진 준비!”
“우오오!”
제트 엔진이라고? 킨도르한이 눈이 휘둥그레진 채 파프닐을 바라봤다.
“진짜?”
“그럼 설마 이 정도 속도로 만족할 거라 생각했나?”
드워프들까지 데려왔으니, 할 만큼 해 봐야지.
증기가 가득 차자 곧 배 후미에서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막았다!”
철갑선의 앞을 막은 범선들이 포문을 열었다.
“어디 들이댈 테면 들이대 보라지. 쏴!”
“쏴라!”
투투투퉁! 흑상어 길드 측 화포들이 불을 뿜었다.
대부분은 물 쪽에 쏟아졌지만, 몇 개는 선체에 부딪혀 터졌다.
“맞았다!”
주먹에 힘을 쥐던 흑상어 길드원들의 표정이 굳었다.
“멀쩡하다고?”
게임의 대포는 현실의 포와 다르다. 골드 강화 시스템, 마법으로 강화된 포는 300레벨대 마법사의 대형 스킬급 위력을 자랑한다.
아무리 고레벨 유저라도, 그 정도 레벨의 포 세례 앞에선 순식간에 육편이 될 정도.
그런데 그런 포를 맞고 멀쩡하다니, 몇몇 길드원이 눈가를 비볐다.
“말도 안 돼!”
“계속 쏴라! 거리를 좁히고 갈고리를 걸어라!”
갤리온선들 여럿이 그대로 접근했다.
“우워어어……! 지금 대포를 맞는 건가!”
킨도르한이 발을 굴렀다.
“이거 캐리비안 만의 해적처럼 마구 터지진 않네?”
“암! 인간 놈의 포에 박살 날 정도로 약하게 만들지 않았어.”
반면 드워프들은 여유로웠다.
“그보다 뭔가 꽉 잡는 건 어떤가.”
“네?”
“이제 발사할 테니 말일세.”
“……!”
킨도르한의 눈이 커졌다.
쿠쿠쿵!
배가 거세게 흔들렸다. 동시에 배의 뒤에서 엄청난 거품이 일었다.
“어어?”
“자, 잠깐!”
그대로 포환처럼 앞으로 튀어나오는 철갑선.
주변을 막고 있던 배들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악!”
“안 돼!”
도망치려던 갤리온선 한 척에 그대로 철갑선이 들이박혔다. 그 상태로 전진하자, 갤리온선이 점차 두 갈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으, 으헉!”
“쏴, 포를 쏴! 안 부서지……. 으악, 부서진다!”
흑상어 길드의 일반 배들도 보통 배는 아니다.
나름 엄선된 목재를 이용했고, 프랭크만큼은 아니지만 뛰어난 조선공들이 제작한 A 등급품!
현실 원화로 따져 봐도 최소 수억대의 게임 콘텐츠다.
그런 게 눈앞에서 쓰레기로 변하고 있었다.
콰지직, 콰작!
마치 충돌 사고와 같은 모습. 철갑선과 부딪친 갤리온선에서 나무 부러지는 소리가 연달아 일어났다.
“배, 배를 버려라!”
“으아아아!”
기겁한 선원들이 급히 바다로 뛰어들었다. 다음 순간 밀려나던 갤리온선이 그대로 두 동강으로 찢어져 나갔다.
“쏴, 쏴라!”
“쏴!”
주변 배에서 연신 대포를 쐈지만, 전부 빗나가거나 표면에서 튕겨 나갈 뿐!
“무……. 무슨…….”
“허억…….”
비명과 아우성으로 가득한 바다!
갑판에서 지켜보던 파프닐의 입꼬리가 반달을 그렸다.
“예상대로군.”
철갑선의 첫 데뷔.
상상 이상의 성공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