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역시 영화나 중계나 뭐 먹으면서 봐야 제맛이라니깐?”
고급 레스토랑의 VIP석에 앉은 존스 박사와 칠흑의 사신이 화면을 보았다.
“그렇게 먹으시면 뱃살이 늘어날 텐데.”
“게임에서는 아무리 먹어도 살 따윈 안 찐다네. 그게 바로 게임 속 쿠킹의 묘미 아니겠는가.”
흐응. 칠흑의 사신은 눈을 가늘게 뜨며 존스 박사의 옆구리와 배로 눈길을 보냈다.
“현실의 식습관도 알 만하시네.”
“무, 무슨 소리인가. 이건 게임 캐릭터…….”
“호라이즌에서 몸매는 크게 변형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그러는 자네야말로!”
존스 박사가 눈을 부릅뜨고 칠흑의 사신의 몸매를 훑어보……려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이버 성희롱으로 몰려도 할 말이 없지 않은가.
“아니, 나는 좀 봐도 상관없는데요?”
자신이 있으니까. 칠흑의 사신은 탐스러운 머리칼을 손으로 쓸며 포즈를 지었다. 착 달라붙은 슈트 사이로 보이는 실루엣은 그야말로 고혹적이었다.
“흥, 다 큰 처자가 지조 없이.”
존스 박사는 쫑알대며 치킨으로 손을 옮겼다.
“나왔다! 꼰대 발언! 박사님 미혼이죠? 사귀는 아가씨도 없죠?”
“에에이!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오나!”
“아! 좀 조용히 하고 대회나 보자고요!”
시현이 성난 목소리로 으르렁대자, 칠흑의 사신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었다
“이런, 미안. 생각 없이 몸매 얘기를 해 버렸네.”
“뭐라고? 이 젖소 같은 년이!”
“저저저, 젖소?”
“어, 언니. 젖소라면 저도?”
“아니, 너 말고!”
사이에 낀 존스 박사는 관자놀이를 매만졌다. 파프닐 이 작자가 아는 사람들은 다 이 모양인가?
칠흑의 사신은 물론.
대장장이 랭킹 최상위에 문신사 랭킹 최상위인 자매에, 심지어 따로 합류한다는 김철까지.
다 대단한 사람들인데, 어째 직접 만나니 환상이 모조리 깨져 나가는 느낌이다.
그나저나, 이 난장판을 어떻게 말린다?
박사의 고민은 금방 해결됐다.
뿌우우우!
“자 자, 다들 집중! 슬슬 시작할 것 같네.”
도시 곳곳의 화면에 배들이 비쳤다. 검은 깃발에 흰 상어 무늬가 박힌 돛이 바람을 맞아 펄럭였다.
“흑상어 길드는 갤리온 13척……. 대포나 인원들도 신품에, 선원들도 숙련되어 있군.”
“그, 그럼 흑상어 길드가 이기는 건가요?”
“그건 두고 봐야지.”
시연이 급히 묻자 존스 박사가 어깨를 으쓱했다.
다음 순간이었다. 콰아앙! 조선소 문이 열리며 금속 배가 바다 위를 가로질렀다.
“저, 저게 뭐야?”
“철갑선이다!”
도시 전체가 술렁였다. 존스 박사는 허허 웃으며 턱을 쓸었다.
“역시 파프닐 녀석이야, 엄청난 걸 준비했군.”
“저게 그 정도로 대단해요?”
“그럼, 흑상어 놈들이 옛날 전화 쓸 때, 파프닐 녀석은 스마트폰 쓰는 거라고 보면 돼.”
“그것도 몰라? 머리로 갈 영양분이 다 가슴으로라도 간 건지 원.”
시현의 핀잔에도 칠흑의 사신은 여유로웠다.
“왜, 부러워?”
“뭐, 부…… 부러워? 이 돼지 같은…….”
“부럽다면 부럽다고 말해도 되는데.”
“야!”
“언니……! 죄송합니다.”
테이블이 소란스러워지는 걸 보던 존스 박사의 얼굴에 걱정이 깃들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네.”
“네?”
“저 철갑선이 엄청나긴 하지만, 이번엔 방식이 다르니 말일세.”
이번 해상전은 레이스 경주.
무적의 방어력을 갖춘 철갑선이지만, 그 갑옷이 달리기에선 오히려 짐이 된다.
“침몰하지 않아도, 결국 속도를 내지 못하면 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이기는 거예요? 지는 거예요?”
“이대로라면 그렇게 되겠지.”
경주인 이상, 흑상어 길드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지게 된다.
“흑상어 길드란 놈들, 저 정도였나?”
적룡파의 길드장, 중국계 게이머의 우두머리인 척염이 입맛을 다셨다.
저 정도면 중원에서도 한가락 할 정도의 대세력.
한국 서버의 대세력은 파악했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지방 길드의 저력이 강했다.
“저 철갑선……. 가지고 싶군!”
척염의 눈가가 번들거렸다.
“벌써 저렇게 힘을 드러내다니…….”
해상전을 지켜보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나카무라 님께 보고해야겠는데.”
“아니, 그분도 알고 계실걸.”
“하긴…….”
“상관은 없지, 어차피 우리가 나설 일은 없을 것 같으니까.”
경기를 지켜보던 깔끔한 인상의 남자들이 혀를 찼다.
명령만 떨어지면, 그들은 품에 가진 일본도를 언제든지 뽑아 들 것이다.
그리고 도시에 있는 플레이어 모두를 학살하는 것으로 시작을 알릴 것이다.
“그나저나 흑상어 녀석들, 마음만 먹으면 저 정도까지 할 수 있었군.”
“별 볼 일 없는 패거린 줄 알았는데.”
남자들은 흑상어 길드의 배들이 앞서 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플레이어가 그랬다. 흑상어 길드의 전력을 확인하고 놀라거나, 이후의 전략을 짜는 데 여념이 없었다.
철갑선을 보는 건 극히 일부.
“역시 속도가 느리군.”
“아잇……. 내가 저거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랬으면 모터를 그냥!”
존스 박사와 시현 자매 일행.
“흠……. 저 배 안에 파프닐이 있다는 게 사실인가?”
“흑기사 놈의 정보에 따르면 맞습니다.”
혹은 파프닐을 노리는 철혈패군과 전 철혈 길드원들 정도가 다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철갑선이 속도를 냈다.
[아아! 철갑선이……. 대용호가 전진합니다! 속도를 내어 10노트, 11, 12노트……! 맙소사, 저 커다란 배가 저만큼 속도를 냅니다!]뻔한 승부라고 이야기하던 중계진 NPC의 목소리에 활기가 깃들었다.
“그렇지! 달려! 실버!”
“언니, 대용호래요.”
“대용호라니……. 저 녀석 네이밍 센스가 대체…….”
“뭐, 뭐시기 뭐시기 사신보다야…….”
“아저씨, 디질래요?”
“아, 미안하네.”
여러 가지 해프닝이 지나갈 때였다.
“아앗! 저 비겁한 놈들, 뭐 하는 거야!”
시현이 경기 상황을 중계하는 모니터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흑상어 길드의 범선 중 일부가 선수를 돌려 파프닐의 배를 가로막은 것이다.
“흑상어는 무조건 완승할 생각인가 보군.”
“어째서죠?”
“충각을 준비하고 있어.”
물론 두 배가 부딪히면 철갑선인 대용호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하지만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흑상어 길드의 승리는 더욱 확실해지게 된다.
“저거 경로 방해잖아! 반칙! 반칙이야!”
“아니, 반칙은 아닐세.”
“박사님!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니……. 애초에 무규칙이잖는가. 그냥 결승점에 도달하면 이기는.”
“매너라는 게 있잖아요 매너! 매너 메이크스 맨도 못 들어 보셨나! 저놈들 확 거시기 떼 버려라!”
애꿎은 존스 박사의 모자를 질겅질겅 씹는 시현을 여동생 시연이 가까스로 진정시키는 바로 그때였다.
“흐음. 어떻게 벗어날 건가? 파프닐.”
지켜보고 있던 특등석, 파이브스타의 파견대 측에서 한 남자가 눈을 빛냈다.
제아무리 크기의 차이가 난다고는 하지만 노련한 기술로 만들어진 범선이 한순간 바다 위에 벽을 만들어 낸다. 선회하기에는 너무 가깝다.
지금 와서 방향을 틀 수도 없는 노릇.
바로 그 순간, 화면 속 파프닐은 결단을 내렸다.
[뚫어 버려!]“어어!”
콰콰쾅! 길을 가로막은 범선들은 그야말로 ‘쪼개졌다’. 선원들의 단말마의 비명이 바닷속에 울려 퍼진다.
“꺄하하하, 완전 미친놈 아니야.”
지켜보던 칠흑의 사신이 복부를 부여잡고 쾌활하게 웃었다.
“이런 미친, 대체 무슨 재질로 만들어졌길래.”
멀리서 망원경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죠스는 경악에 찼다. 아니 선미를 충돌시킬 거라고는 예상했다. 하지만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박아 없애 버리다니! 무슨 배를 공성추로 착각하기라도 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 정도 거리는 누구도 못 따라와.”
죠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일그러진 건 다음 순간이었다.
“……?”
모니터를 바라보던 관중석에 물음표 하나가 띄워졌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대용호의 속도가 10노트에서 점점 상승하더니……. 30노트……. 50노트……. 아니! 60노트에 달합니다!]바다에 흰 선이 그어진다. 모니터 화면이 쫓아가지 못한다. 물보라를 일으키며 증기선이 폭발적인 속도로 나아간다.
최종 속도 66노트. 현대의 제트 스크류 엔진을 장착한 쾌속선을 아득히 넘는 속도.
중세 배경의 판타지 게임 호라이즌에서는 불가능한 현상이, 드워프의 기술과 천재 조선공, 그리고 파프닐의 아이디어가 삼위일체를 이뤄 일어나고 있었다.
기적!
그 말밖에 더 할 말이 없으리라.
“미, 미친!”
죠스의 턱이 빠졌다.
“이건 반칙이잖아!”
“하지만 길드 마스터!”
“선장이라고 부르라고!”
“선장! 이 속도면 금방 따라잡힙니다!”
“막아! 몸으로라도 막아!”
“막을 수도 없을 텐데 막을 속도도 안 됩니다!”
“이런 무식한 놈들! 안 되겠다, 포격전 준비!”
“예에?!”
성품이야 어떻든 죠스 선장와 블랙 마리아호의 선원들은 뱃사람으로서 유능했다.
“포격전 준비! 세이호!”
“세이호!”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블랙 마리아호과 제자리에서 선회한다. 고속 회전 한 블랙 마리아호의 측면에서 대구경 포들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적측의 포격전 준비 확인!”
“사정거리까지 앞으로 약 5해리!”
파프닐이 선두에 선 채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나한테도 생각이 있지.
높이 팔을 수평으로 뻗는다.
“뉴 네오 암스트롱 디럭스 파이널 Ver 2.7877(최종) 포 준비.”
“우어어어어억!”
그런데 돌아오는 반응이 뭔가 이상했다.
“무슨……. 설마?”
“커헉……!”
풀썩. 힘없이 쓰러지는 드워프들.
얼굴은 하나같이 새하얗고, 팔다리는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설마…….”
파프닐은 아연했다. 옆에 있던 킨도르한이 이마를 짚었다.
“맙소사. 이 늙다리들, 설마 몰랐던 거야?”
육지 사람들이 배를 타면 겪어야 하는 가장 큰 난관!
“아아!”
화면을 보던 중계진이 탄식했다.
[멀미! 강철바다 조선소 측 선원들, 모두 멀미를 하고 있어요!]“미친.”
“아.”
“아이고야.”
시현과 시연, 칠흑의 사신이 일제히 반응했다.
설마 저렇게 끝난다고?
“파프닐……. 겨우 그 정도였나?”
철혈패군이 어이없어하고.
“이제 끝났군. 놈을 잡으러 가 볼까.”
척염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러면 굳이 나설 것도 없겠는걸.”
일본도 남자들이 어깨를 으쓱할 때.
“어쩔 수 없지.”
파프닐이 말했다.
“킨도르한,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응? 나 불렀어?”
“그래, 멀미가 나을 때까지, 방향타를 잡고 있어라.”
“어, 응……. 뭐라고?”
드워프들이 쓰러진 지금, 믿을 수 있는 건 킨도르한 한 명뿐.
“이대로면 블랙 마리아호가 이기겠군.”
“그러게 말이야.”
화면을 보던 플레이어, NPC들이 혀를 찼다.
“왜들 저래? 아직 배는 남아 있잖아!”
“으음, 배만 남아 있다고 봐야겠지. 선원이 없는 배는 피가 없는 사람이랑 같네. 피가 없으면 죽지? 배도 마찬가지야.”
분통을 터뜨리는 시현에게 존스 박사가 한숨을 내쉬었다.
“흠, 그러면 아직 살아 있긴 한데.”
“음?”
칠흑의 사신이 팔짱을 끼자 거기에 따라 가슴 모양이 출렁거렸다.
“커흠……!”
급히 눈을 피하는 존스 박사.
그러거나 말거나 칠흑의 사신은 화면을 보며 말했다.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저 녀석은 지금 미친 짓을 하려고 하고 있어.”
“미친 짓?”
“혹시 짐작 가는 게 있으신가요?”
“응, 아마 저 녀석은…….”
블랙 마리아호에서 나온 36개의 대포가 대용호를 노렸다.
“조준!”
죠스의 외침에 맞춰 포수들이 불을 붙였다. 치치칙. 심지가 타들어 가는 포신을 조준한 흑상어 길드원들이 팔뚝에 힘을 주었다.
“준비…… 발사!”
“뽜이야!”
콰앙! 쾅!
대포들이 불을 뿜은 순간, 두 배가 크게 흔들렸다.
빠르게 움직이던 블랙 마리아호가 잠깐 속도를 늦춘 바로 그 순간.
대용호에서 검은 신형 하나가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