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저 녀석은 대체 누구지?’
파이브스타 남자는 눈매를 좁혔다.
바닷물을 가를 정도로 강한 수 속성 마법사는 몇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인물은 전부 파이브스타의 정보망에 걸려 있었다.
‘전우치 같은 놈인가, 홍길동 녀석의 휘하…….’
천하의 파이브스타 길드라 해도, 활빈당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다.
그곳의 최고급 간부, 홍길동이니 전우치, 박씨부인이니 하는 놈들은 파이브스타 특무대의 인원들과 비교해도 그리 꿀리지 않는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본인 함대, 중국인 길드, 심지어는 철혈의 잔당까지 뒤섞여 혼돈의 도가니가 된 이곳이다.
활빈당이라고 해서 없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우릴 진짜 모를 리 없고.’
고민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커다란 금속 벽이 눈앞을 가로막았다.
“다 왔군.”
“거의 다 왔군.”
검은 로브 남자와 파이브스타 남자가 말했다.
“이걸로 파프닐을 죽일 수 있겠어.”
“이걸로 파프닐을 도울 수 있겠어.”
잠시 일행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방금…… 뭐라고?”
“너희야말로.”
“파프닐을 돕는 게 아니었나?”
“파프닐을 죽이려는 게 아니라고?”
검은 로브의 남자가 검을 뽑아 들었다.
“네놈들, 파프닐의 따까리들이구나!”
“누가 파프닐의 따까리라는……. 아니, 이게 아니라.”
“옵니다!”
수하들이 앞을 막은 순간 검은 로브의 남자가 검붉은 불길을 손에서 내쏘았다.
“커헉!”
휘청거리는 수하를 본 파이브스타 남자의 눈이 커졌다.
‘저 정도의 위력이라고?’
여기 모인 인원들은 모두 최정예인데, 그런 인원 여럿이 나눠 받았는데도 저 정도라니.
“불 속성 마법도 쓰다니, 테크트리를 이상하게 다뤘구나!”
파팟, 대열 안에서 수하 한 명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내가 처리하지!”
그는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연마한 주 속성이 다름 아닌 냉기 속성.
주력인 불 속성에 비해 익히기 어렵지만, 일단 경지에 이르면 불에는 더 큰 힘을 보여 주는 게 바로 냉기였다.
블리자드 나이트라 불리는 그이기에, 저 녀석이 화염을 쓰는 한은 자신이 있었다.
“이얍!”
자신만만하게 돌진하던 수하의 발이 해초를 밟고 미끄러졌다. 미끄럼틀을 타듯 쓰러지는 수하의 가슴팍에 검붉은 칼날이 꽂혔다.
“컥!”
“…….”
정적이 드리웠다. 슥, 칼을 든 남자가 칼날에 묻은 피를 닦았다.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은 어이를 상실한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게 뭔…….’
저런 실수를 할 사람이라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거다.
너무나도 깔끔한 마무리.
“다음은 누구냐.”
검은 로브 남자가 물었다.
“안 오면 내가 간다?”
“……네놈, 우리가 파이브스타 길드인지 알면서도 이러는 거냐?”
파이브스타 남자의 물음에 검은 로브 남자가 짜증스러운 어조로 답했다.
“그러니까.”
화르륵, 사방이 물인 가운데에서 검붉은 불길이 솟구쳤다.
“모른다고 했잖아!”
***
“컹컹!(육지가 보인다! 다들 조금만 더 힘내라!)”
“컹!(네!)”
개헤엄을 치던 선두 개의 말에, 뒤쪽의 개들이 일제히 짖었다.
맨몸 위로 전신 타이즈만을 입은 개들의 모습은 바닷속에 섞여 마치 물결처럼 보였다.
오다 클랜의 함대는 전멸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배에 있던 인간들에 한정된 전멸이었다.
“크르릉…….(저쪽도 슬슬 시작했군.)”
야마타노 오로치 닌자견 부대의 부대장, 다이다라는 이를 드러냈다.
반려견 시스템이 생성된 후, 오다 클랜은 체계적으로 반려견 집단을 육성했다.
그 일환이 바로 이들 닌자견.
말도 안 되는 자금이 들었지만, 오다 노부나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다이다라는 지금껏 수없이 많은 승리로 그것을 증명했다.
이번에도 그중 하나일 뿐.
“도착했다!”
“멍멍!”
해변가에 도달한 개들이 발을 땅에 디디려 했다.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검은 신형이 나타나 닌자견들을 공격했다.
“컹컹! 뭐냐!”
막 육지에 도달할 때가 가장 약할 때.
그때를 노린 공격에 순식간에 닌자견들 대여섯의 사체가 쌓였다.
그래도 헛되이 죽은 건 아니었다.
그들이 당하는 사이, 다른 닌자견들이 해변으로 나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크르릉……. 칙쇼! 네놈은 뭐냐!”
“헥헥, 소견은 복돌이라 하오.”
일본 서버의 유저들은 전투 전 통성명을 하는 문화가 있었다.
닌자견도 마찬가지였다.
“멍……. 뭘 좀 아는군, 나는 오다 클랜의 클랜견! 하토리다!”
“킁, 그래서 여기까지는 무슨 일로?”
“으르릉……. 예를 아는 개를 죽이고 싶진 않군. 비키면 이번만큼은 살려 주겠다.”
“대장!”
“하지만…….”
“아무 말 마라, 내가 결정한 일!”
하토리의 단호한 말에 수하들이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복돌이가 씩 웃었다.
“멍,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소.”
“어째서지?”
“주인께서 내게 여길 지키라 말했기 때문이오.”
복돌이는 깔끔하게 말했다.
“……서로가 물러날 수 없는 처지로군. 공격해라!”
“멍멍!”
곧바로 달려드는 십수 마리의 닌자견.
그 순간 복돌이 주변에서 해변 모래가 튀어 올랐다.
“깨갱깽!”
“깨앵!”
모래에 눈이 먼 개들을 향해 복돌이의 뒷다리가 날아들었다. 다음 순간 수많은 닌자견의 형체가 그곳으로 들어갔다.
‘빠르다……!’
일본 서버에는 카마이타치라는 몬스터가 있다.
바람보다 빠른 족제비 요괴로, 그 속도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
그 속도를 최고의 속도라 생각했건만, 지금 눈앞에서 날뛰는 복돌이의 속도도 결코 그에 뒤지지 않아 보였다.
‘이 땅에서 저 정도의 개가 있을 줄이야……!’
하토리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 되겠군, 쓰지 않으려 했는데…….’
단숨에 개들을 정리한 복돌이가 물었다.
“멍, 이게 끝이오?”
“그럴 리가.”
어깨를 으쓱한 하토리와 몇몇 닌자견이 움직였다.
“크르릉, 일본 열도를 제패한 오다 클랜의 닌자견들은, 한 가지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지.”
스스스, 하토리의 눈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다른 닌자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 힘을 지금 쓴다, 영광으로 알도록, 멍.”
눈동자에 생겨난 만다라의 문양!
-레벨이 1 하락했습니다.
비록 스킬을 쓰면 레벨이 낮아지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눈이었다.
저주의 눈동자를 본 순간 상대는 온몸이 수 시간 동안 마비된다.
어떤 면역이나 결계, 해독 스킬도 통하지 않는 무적의 저주.
대미지를 주진 못하지만, 마비가 된 시점에서 그런 건 딱히 의미가 없는 필살 스킬이었다.
“자아, 내 마안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토리가 저주의 눈동자를 들었다. 그 순간 그의 양옆으로 수하 두 마리가 날려 가는 게 보였다.
“무스…….”
“멍!”
복돌이는 눈을 아래로 한 채 공중제비를 돌았다.
“아까보다……. 훨씬 더 빠르다고?”
“그래야 할 것 같았소. 멍!”
저 눈동자가 해롭다는 건 보기 전부터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리고 복돌이는 거의 곧바로 대처법을 떠올렸다.
“멍, 눈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오?”
시각이 차단된 상태에서 싸우는 것?
그 정도야 주인의 훈련에 비하면 식은 죽 먹기였다.
“캐앵! 마, 말도 안 되는…….”
“말이 되오. 이렇게.”
하토리와 부하들은 수많은 기술과 그 기술을 응용한 전투를 할 수 있는 엘리트 닌자견이었다.
그들의 불행은 처음으로 만난 상대가 다름 아닌 복돌이라는 것이었다.
“크르릉! 눈을 보지 않고 나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파파팍, 하토리가 땅을 박찼다. 복돌이도 이에 맞서 공중으로 몸을 날렸다. 두 마리 개, 시바견과 진돗개의 형체가 서로 교차했다.
“컹!”
“크릉.”
한 폭의 그림처럼 착지하는 두 개. 잠시 후 복돌이가 피를 토하며 휘청거렸다.
“크릉……! 대단하오! 과연 주인님께서 무조건 막으라고 지시할 정도의 상대…….”
그런 복돌이의 옆구리엔 날카로운 손톱에 뜯겨 나간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흘긋 상처를 본 하토리가 물었다.
“……컹, 네 주인이 누구냐.”
“내 주인은……. 세계 최고의 네크로맨서요. 멍.”
“세계 최고……. 그 이름, 기억했…….”
다음 순간 하토리의 신형이 힘을 잃고 바닥에 엎어졌다. 그리고 곧바로 빛이 되어 사라졌다.
“멍! 다음은 누구요!”
“……깨, 깨갱.”
남은 닌자견들이 이를 악물었다. 복돌이는 그 모습을 보며 씨익 웃었다.
“도망치는 견은 쫓지 않으리다.”
“……깨갱깽깽깽!”
“깨갱!”
닌자견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닷속으로 다시 몸을 던졌다.
씩 웃은 복돌이는 상추 한 장을 꺼내 입에 물었다.
아삭아삭!
“역시 이기고 먹는 상추가 제맛이오.”
***
“헉……. 헉…….”
파프닐은 턱에 닿은 숨을 몰아쉬며 뒤로 물러났다.
지친 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적룡 길드의 파상공세를 버텨 내느라,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쓴 탓이다.
물론 상대편도 마찬가지.
곳곳에 적룡 길드원들의 시체가 누워 있고, 위청도 숨을 헐떡였다.
이렇게 되자 양측 다 섣불리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괜찮습니까?”
“괜찮네.”
“나도 아직은 버틸 만해!”
시현과 존스 박사가 대답했다.
“근데 그 젖소 처녀는 어디 간 거야?”
“어, 언니……!”
“도망쳤나?”
“안 도망쳤거든!”
적룡 길드원 무리 사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쓰러지는 적룡 길드 힐러 한 명까지, 완벽한 대화였다.
다들 생존해 있는 걸 확인했지만,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지겠군.’
파프닐은 숨을 들이마셨다.
지금은 비등하긴 하지만, 원체 숫자 차이가 나다 보니 아직도 적룡 길드원들이 한가득 남아 있다.
게다가 저 아래에서 파프닐을 노리는 다른 적들까지 온다면?
“젠장……. 이 녀석들은 되도록 안 부르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주변 바닥에서 은빛 해골병들 그리고 해골 기사들이 일어났다.
“딱……. 딱?”
“딱딱딱!”
“딱? 딸그락!”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의 해골병들. 방금 전까지 한창 전쟁을 했는지, 몸엔 핏물이 가득 묻어 있었다.
“저 녀석들은……!”
“젠장……. 파프닐 개자식……. 간부 언데드들은 일부러 안 불렀던 거였나!”
흑상어 길드와 싸울 때 일반 해골병들만을 불러냈기에, 간부급들에겐 무슨 일이 생긴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았다.
“오호라, 역시 숨겨 둔 한 수가 있었군.”
팔짱을 끼고 있던 척염이 반응을 보이자 위청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아, 아직 척염 님께서 나설 것도 없습니다. 저희가 어떻게든……!”
“뒤로 빠지게. 시간과 전력을 더 이상 낭비하기도 질리는군.”
“……!”
“이 건에 대해서는 추후 이야기하지.”
위청은 한마디도 못 하고 물러났다. 파프닐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하필 지금 최종 보스가 나서다니.’
비록 파프닐에게 밀렸다지만 위청의 실력은 최상위 플레이어급인 게 사실이다.
그런 위청이 찍소리도 못 내고 정중히 공경하는 걸 보면, 척염이라는 자도 최소 위청 이상의 상대인 건 틀림없었다.
“빈도들이 신세를 졌군. 웃어른으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겠어.”
“힘이 빠지니까 막타 치려고 나오는 건 아니고?”
“허허,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이 정도로 웃어른을 공경할 줄 모르는 녀석이라니.”
예의가, 사람을 만든다.
척염이 그렇게 말하며 장비를 꺼내려던 순간.
콰아아아앙!
대용호의 아래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