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일본이 음지에서 여덟 서버를 공략하기 위해 암약하고 있었다면 중국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한국 서버.
적룡 길드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호라이즌이 글로벌 시대에 들어서면 세계 제패의 전초 기지로 한국 서버를 이용하려고.
척염은 오직 그 목표 하나만을 위해 한국에 파견된 중국인이었다. 적룡 길드의 대다수가 조선족이나 교포 출신임을 생각해 보면 이례적인 경우였다.
“크으으……. 많이도 있네.”
폭발과 함께 배 위로 올라온 남자가 말했다.
“그래서, 누가 파프닐이냐?”
척염의 냉랭한 시선이 갑작스러운 내방자를 향했다.
누추한 검은 로브의 청년. 그러나 방심할 수는 없다. 호라이즌에서는 겉모습만으로 상대의 힘의 척도를 재는 건 멍청한 짓이다.
‘바다를 꿰뚫고 왔다라.’
척염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했다.
자연계 스킬 보유자일 가능성이 컸다.
마법사인가? 그러나 이 거함의 갑판 위로 한 번에 튀어 오른 것을 보아 신체적 능력도 상당할 수 있다.
“크악!”
그때, 청년을 겁박하려 한 적룡 길드의 당원 몇 명이 허공에 솟구쳤다.
“응?”
생각에 몰두하고 있던 척염은 그 상황을 보지 못했다.
다만 부관인 위청은 이맛살을 있는 대로 찌푸린다.
“척염 님, 저놈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 보이는군.”
척염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비록 파프닐과 그 일행을 단번에 제압하고 있지 못하지만, 그가 이끄는 적룡 길드원들은 강했다. 중국 본토에서 지원받은 막대한 재화를 아낌없이 퍼붓고, 인권을 유린하는 스파르타식 고강도 훈련을 감행시켰다.
따라오지 못하는 자는 흑룡강의 변사체가 됐다. 인간은 생과 사의 기로에서 진정한 잠재력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현실과 가상현실을 구분하지 않는 지옥 훈련!
그것을 통과한 적룡 길드원들을 한 번에 제압했다.
‘위청……. 아니면 그 이상의 수준일 수도 있겠군.’
그러나 척염의 표정은 태연했다. 어차피 그에게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파프닐, 명이 길어지겠구나.”
파프닐과 그 일행들도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걸 깨닫고는 몸을 사리는 중이었다.
“네 처리는 저 천둥벌거숭이 같은 애송이를 처치한 다음 진행하지.”
척염이 몸의 방향을 청년에게로 돌렸다.
“지금이라도 물러나면 딱히 해를 가하진 않겠다.”
“넌……. 아니 당신은 뭡니까?”
청년은 의외로 공손한 태도로 물었다.
“흠, 예의가 있는 친구로군. 나는 척염. 적룡 길드의 서브 길드 마스터다. 이 서버에는 내 무명이 없으니……. 뭐 인사치레는 이 정도로 하지.”
척염은 청년의 이름은 묻지도 않았다.
표정, 자세, 태도. 모든 면에서 오만함이 뚝뚝 떨어진다.
어차피 곧 사라질 자의 이름 따윈 알지 않겠다는 내심이 퍼져 나온다.
척염의 무기는 언월도였다. 긴 대 끝에 보기만 해도 무거워 보이는 창날이 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의 진정한 능력은 무예가 아니다.
무(武)로써 본토에서 인정받은 고수였지만 호라이즌에서 그는 또 하나의 능력을 얻었다.
“화염, 혹은 수계의 능력자 같은데. 아쉽지만 그게 네 목을 죌 거다, 청년이여.”
중국 서버에는 10대 초인이라 불리는 플레이어들이 있다.
척염은 자신이 본토에서 활동했다면 10대 초인은 11대 초인이 됐을 거라 자신했다.
그 자신감이 목소리에도 묻어 나온다.
순간 척염의 장신이 불꽃으로 물든다.
레전더리급 스킬, 이몰레이션.
“불꽃은 더 강한 불꽃에 잡아먹히는 법이지.”
척염의 신영이 흐릿해진다. 눈으로 좇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는 뜻이다. 불꽃 능력과 별개로 그의 무예는 위청을 넘어선 수준이었다.
이어서 펼쳐지는 12식 수라멸성천지대겁화는 척염의 자랑이었다.
이 별, 천지를 불태우는 푸른 불꽃이 순식간에 청년을 덮었다.
그리고…….
“크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땅을 뒹군다.
“으아악!! 아아아악!! 끄어어억!!”
온몸을 뒹굴며 어떻게든 불을 끄려 하지만 꺼지지 않는다. 고통을 참고 굴욕을 인내하며 바다로 뛰어들었지만 마찬가지였다. 짙은 수말 사이로 수증기가 하늘로 솟구친다.
“…….”
“…….”
지켜보던 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음, 맛없는데.”
푸른 불꽃을 집어삼키고, 오히려 그를 불태운 청년의 입에서 나지막한 감상이 흘러나왔다.
“뭔가 잘난 놈인 줄 알았는데, 별것도 아니군.”
“처, 처, 척염 님…….”
“어어…….”
적룡 길드원들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척염은 그들로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고수.
파이브스타의 특무대나, 최상위 프로게이머와 싸워도 밀리지 않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저렇게 간단하게, 그리고 추하게 패배하다니.
“척염……. 척염 님의 원수를 갚아라!”
어차피 여기서 죽어도 실제로 죽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좋은 모습으로 남아 충성심을 입증하는 게 이득이다.
계산을 마친 길드원들이 달려들었다. 검은 로브 남자는 주변을 둘러싸려는 길드원들에게 일검을 휘둘렀다. 검붉은 불길이 일어나며 길드원들을 태웠다. 방어막을 치거나 방패를 들어도 그것째로 불태우는 무시무시한 불길이었다.
‘저, 저건 대체…….’
‘말이 돼? 방어 스킬을 썼는데도 저렇게……!’
길드원들의 기세가 주춤했다. 죽는 건 가능하지만, 아무것도 못 하고 파리처럼 불타는 건 역시 사양이다.
“잠깐……! 진정하시지요.”
위청이 앞으로 나섰다. 검은 로브 남자가 검을 휘두르는 걸 멈췄다.
“넌 뭔데?”
“전 위청이라고 합니다. 파프닐을 찾고 계셨지요?”
위청은 아까 들었던 파프닐이라는 말을 놓치지 않았다.
“저희도 그렇습니다. 파프닐 놈과 싸우고 있었지요.”
위청이란 사람 자체가 그랬다. 실력은 분명 평균에서 한참 상위권이고, 최상위권도 넘볼 수 있는 플레이어지만 항상 만나는 상대들도 그만큼 강했다.
심지어 그보다 더한, 저런 말도 안 되는 상대를 만났을 때 위청을 살아남게 해 준 건 항상 급한 상황에서 벌이는 임기응변과 처세술이었다.
“귀인께서 파프닐 님을 잡으려 한다면 저희는 성심성의껏 돕겠습니다. 저놈이 파프닐입니다!”
“흐음……. 그래?”
위청의 손가락을 따라 로브 남자가 돌아보았다.
‘이런, 젠장.’
저 녀석들이 서로 싸우길 조금 기대했는데, 역시 위청이라도 빨리 처리했어야 하지 싶었다.
안 그래도 저놈들도 쉽지 않은데, 거기에 척염을 단숨에 죽인 로브 남자까지 합류하면 설상가상이다.
흠, 그나저나 저놈은 대체 누구지? 척염을 저렇게 간단히 쓰러뜨릴 정도면 한국 서버에서 정말 다섯 손가락 안에 꼽는 강호다.
몇몇 얼굴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중 저런 스킬을 쓰는 녀석은 없었다.
원작 소설에도 나오지 않았던 놈 같은데……. 그런 놈이 내겐 무슨 볼일이지. 파프닐은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저 녀석이 파프닐? 맞아?”
“제가 왜 귀인님을 속이겠습니까. 어차피 죽은 녀석들은 죽은 녀석들이고, 귀인께서 파프닐을 잡아 주시면 저희 측도 오랜 원한을 풀게 됩니다.”
“흐음…….”
턱을 쓰다듬던 검은 로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강철을 다루는 네크로맨서인데……. 내가 알던 건 마법사였는데 말이지.”
“네크로맨서 맞습니다. 파프닐 검색해 보시죠. 녀석이 해골병들 끌고 다니는 영상만 한가득입니다! 저기 보십쇼, 해골병들 은빛으로 반짝거리는 거.”
파프닐이 급히 해골병을 감싼 금속을 치우다가 혀를 찼다. 검은 로브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흠……. 뭐 좋아, 일단 저놈부터 죽이지.”
“야! 넌 뭔데!”
그때 시현이 빽 소리를 질렀다. 지쳐 있어 말을 못 했지만, 어느 정도 힘이 돌아오자 곧바로 따져 물은 거다.
“뭐?”
“네가 뭔데 여기 와서 상전 노릇이냐고! 레벨 높으면 다야? 이 겜창 새끼가!”
“어…….”
놀랍게도 검은 로브 남자는 움찔거리며 물러났다. 시연이 말리려 했지만, 시현은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죽이지 않고 외쳤다.
“사람을 찾는 거면 정중히 질문을 하고 이야기해야지, 대뜸 나와서 스킬 뿌리면 네 뒤에 있는 짱깨 놈들이랑 다를 게 뭐냐! 그러니 짱깨들이 동족이라고 착각해서 앞발 저렇게 비벼…….”
“그만!”
검은 로브 남자가 손을 내질렀다.
“……위험!”
파프닐이 급히 몸을 던졌다. 메탈 슬라임 킹이 자동으로 몸을 감싼 순간, 그 위를 검붉은 불덩어리가 정통으로 때렸다.
“뀨우웃!”
메탈 슬라임 킹이 이 정도로 격렬하게 요동치는 건 처음이었다.
역시 척염이라는 놈의 불꽃을 단숨에 집어삼킨 괴물다운 모습!
“괜찮습니까?”
“어, 어? 어……. 덕분에.”
“그럼 일어나시고, 지금부터…….”
파프닐은 시현에게 뭔가를 속삭였다. 한편 욕을 먹은 쪽도 곧바로 반응했다.
“저, 저 계집년이!”
위청은 언월도와 장팔 사모를 뽑더니, 그대로 양손에 나눠 들었다.
“귀인님! 저 버르장머리 없는 계집년을 내버려 두실 겁니까? 어서…….”
“흐으음…….”
검은 로브 남자는 가타부타 나서지 않고 고민하고 있었다.
“제가 먼저 나서겠습니다. 귀인님은…….”
“잠깐만, 이거 중요한 건데. 너 짱깨냐?”
“네? 그런 게 중요한…….”
“대답해.”
갑자기 그게 무슨……. 위청은 머리를 긁으면서 대답했다.
“저는 중국인은 아니고, 재중 한국인…….”
다음 순간 검은 로브 남자의 칼이 위청의 복부에 파고들었다. 위청은 급히 물러났지만, 이미 치명상을 입은 뒤였다. 비틀거리던 그의 눈에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떠올랐다.
“무, 무슨…….”
“이거 아냐? 나 어릴 적에 판자촌에서 살았거든.”
“뭐……?”
그런데 그게 왜……?
검은 로브 남자가 위청 일행 쪽을 쳐다보았다.
“근데 그게 너희 같은 조선족 보이스 피싱 놈들 때문이다, 이 씨X 새X들아!”
검붉은 불꽃 기둥이 배 위를 휩쓸었다.
“파프닐 놈을 잡으려고 왔는데, 또 치워야 할 쓰레기 놈들이 많네?”
분노에 이글거리는 어조로 검은 로브 남자가 말했다.
“역시 난 운이 좋다니깐!”
***
로크아일시 곳곳에 불이 올랐다.
중국, 일본, 한국, NPC.
4국이 모두 섞여 서로 싸우는 아수라장!
“전부 죽여라! 놈의 배가 항구에 올 때까지 전부 처리하라는 명령이다!”
가장 세력이 많은 건 적룡 길드였다. 수천 명의 플레이어와 NPC 도적들이 도시 곳곳에서 칼을 휘둘렀다.
“죽여!”
중국 플레이어들에게 시가전은 익숙했다. 적룡 길드원 왕오와 왕칠은 흩어진 유저들, NPC들을 어린애 손목 비틀듯 처치해 나갔다.
“핵? 짱퀴벌레? 죽어 봐라, 그냥.”
“너네 뭐야! 윽……!”
“사, 살려 주세요! 저 지금 죽으면 퀘스트가…….”
“컷!”
두 사람은 한국인에게 원한이 많았다. 게임을 하려고만 하면 신고, 신고, 또 신고!
아니, 게임에서 핵을 쓰는 게 왜 안 된단 말인가?
“너희 때문에 손해 본 게 몇 위안인데, 어딜 살려 달라고 빌긴…….”
“저기 봐!”
“오.”
왕오, 왕칠은 골목에서 오는 한 남자를 보았다. 거한? 아니, 체형은 일반인이지만 등에 무기를 주렁주렁 단 녀석이다.
여러 가지 무기를 쓸 수 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녀석. 두 사람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크흐흐, 어딜 가시나.”
“도망 못 간다.”
두 사람이 접근했다. 그때 무기를 든 사람이 고갤 갸웃했다.
“마릴린, 저 녀석들이 무슨 소릴 하는 거냐? 도망이라니, 너도 모르겠지?
왕오와 왕칠은 정신병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것 때문에 둘은 남자의 눈에 피어오르는 독기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냥 죽어!”
“하앗!”
두 사람의 검이 용의 형상을 그리면서 나갔다. 다음 순간 무기를 든 사람이 도끼를 내리쳤다.
콰직!
검과 함께 양단된 왕오, 왕칠은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남자가 그제야 말했다.
“나는 복수를 하러 왔는데.”
남자, 김철이 항구를 바라봤다. 불길이 오르는 가운데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 개새끼, 이번엔 반드시 잡아 조진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