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이대로라면 안정적으로 탈출할 수 있다.’
척염이 허무하게 간 순간, 파프닐은 한 가지 계획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일단 내가 죽을 순 없고.’
죽어서 손해를 보고 싶지 않다.
그런 것도 있지만……. 일단 현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
“야! 거기 안 서!”
파프닐을 발견한 로브 남자가 눈에 불을 켜며 걸어온다.
파프닐이 초조해할 무렵.
“야, 짱구 굴리는 거 보니까 무슨 수가 있는 거지?”
“있기야 있지. 하지만 시간을 좀 벌어야 하는데…….”
“흠, 뭐 좋아.”
또각또각.
칠흑의 사신이 앞으로 나아간다.
“일단 시간만 벌어 줘!”
“친한 척하지 마. 흑패의 의뢰라서 도와주는 거니까.”
“일단 다 같이 덤벼들어서 저자를 막아 보세!”
“이봐요, 박사님도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칠흑의 사신이 손을 털자, 가느다란 손가락 사이로 박쥐 모양 표창이 모습을 드러낸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거든?”
“뭐야? 노출증 환자인가?”
칠흑의 사신을 바라본 로브 남자가 멍청한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까지 본 파프닐은 곧바로 반대편으로 달렸다. 당장은 힘이 센 드워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는 곧바로 드워프들에게 머릿속에서 짜낸 계략을 풀어놓았다.
“오! 어표술!”
뒤편에서 카라미트의 감탄이 들려왔다.
“저걸 다시 볼 수 있게 될 줄은 몰랐는데.”
드워프들은 반신반의했고, 일부는 말도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였다. 그것을 확인한 파프닐은 곧바로 밧줄을 들어 몸에 묶었다.
“크아아아!”
“무, 뭔가! 표창들이 전부……!”
“이런 XX! 뭐 저딴 놈이 다 있어!”
몇 겹으로 묶는 사이, 등 뒤에서 지지고 볶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아아악! 좀 맞아! 맞으란 말이야!”
“내, 내 리볼버가 갑자기 왜 이래!?”
“다들 조심하게, 저 녀석의 불은……. 커헉!”
온갖 인원이 다 섞여들어 아수라장이 된 갑판!
애써 무시하고 작업을 진행하는 사이, 드워프들도 준비를 마친 듯했다.
“됐다!”
“뭐가 됐는데?”
등 뒤를 돌아본 파프닐의 말문이 막혔다. 다른 모두가 이미 쓰러져 있었다.
설마 미스틸테인을 맞고도 저 정도라니!
“아까 그 공격은 솔직히 좀 놀랍더라.”
불타는 갤리온선 갑판.
로브가 벗겨진 남자는 미형의 얼굴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현실에서 봤다면 착해 보인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설마 이그나이트의 궁극기를 압도하다니, 그분께서도 놀랐다.”
성스러운 불이라더니, 아무래도 저 남자도 플러시나 크로스파이어 길드 마스터처럼 어떤 신의 사도인 듯했다.
중요한 건 저놈이 말도 안 되게 강하고……. 또 운이 좋다는 것.
“진짜 물어보고 싶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 무기는 대체 어디서 얻었는지. 그리고 왜 나를 그렇게 죽이지 못해 안달을 냈던 건지.”
“죽이다니…….”
“근데 어차피 대답해 줄 것도 아니잖아?”
로브 남자가 검을 꺼내 들었다.
“자, 일단 네놈 따까리들부터 하나씩 죽여 주마.”
하늘로 올라간 검이 내리쳐지기 직전.
파프닐은 자폭병을 소환해 던졌다.
물론 대충 던진 자폭병은 여지없이 놈에게서 빗나가 터졌다.
“이런……!”
폭발의 충격에 로브 남자가 잠시 뒤로 물러난 순간, 파프닐이 외쳤다.
“다들 생명 줄 잡아!”
“……!”
“우오옷!”
널브러져 있던 카라미트, 칠흑의 사신 등이 일제히 움직였다.
다음 순간 밧줄이 거세게 움직이며 일행들을 바다로 이끌었다.
“어!”
로브 남자가 흠칫 놀랐다.
“이 새끼!”
설마 혼자 뒤로 빠져서 저런 짓거리를 하고 있었을 줄이야!
로브 남자의 검에서 초승달 모양의 불꽃이 쏘아졌다.
간단한 공격 같지만, 일반 해골병들이 맞으면 단숨에 성불하고 만다.
파프닐은 몸에 금속을 두른 뒤 앞으로 나갔다.
“크윽!”
검기를 맞을 때마다 뼛속이 시렸다. 그 순간 파프닐은 금속에서 몸을 빼내 뒤로 움직였다.
겉으로 보기엔 계속 공격을 막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빠져나가는 상황!
촤악, 밧줄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 파프닐 일행의 눈앞 풍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바다에 입수했습니다.
-수영을 할 수 있습니다.
“성공했다!”
“와아!”
멀리 대용호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자, 어서 당기세! 시간이 없어!”
“하나, 둘!”
“하나, 둘!”
드워프들이 일제히 힘주어 당기자 세 사람을 묶은 밧줄이 끌려갔다.
물에 빠진 채로 끌려가는 셋, 아니 넷.
그때였다.
“어딜 도망가!”
검은 로브 남자가 공중으로 몸을 날리더니 불덩어리를 비처럼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불타던 배의 돛대가 갑자기 불어온 돌풍에 파프닐 쪽으로 기울어졌다.
“아니, 무슨 저딴…….”
“저, 모험가. 엄청난 강운이로구먼……. 내 500년 동안 있어 왔지만, 저만한 운이 따라 주는 녀석은 단언컨대 처음 보네.”
표창 공격은 전부 주변에 꼬여 박히고, 리볼버 총탄은 발사 불량이 된다.
난감한 일이었다. 칠흑의 사신과 존스 박사의 주된 공격 수단이 전부 막혔다는 것이니까.
“내가 어지간하면 화 잘 안 내는데, 너넨 안 되겠다! 서! 거기 서라고!”
콰앙! 쾅! 검붉은 불길에 스치자 순식간에 HP가 떨어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로브 남자는 기울어지는 돛대 위로 뛰어올라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파프닐!!”
검은 로브 남자의 모습이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파프닐은 급히 손을 모았다. 그 순간 옆에서 한 남자의 형체가 솟구쳤다.
“개새끼가 밥 달라고 오는구먼. 그래, 어디 끝까지 해보자!”
무기를 밟고 물 위로 오른 김철이 돛대 위에 마주 섰다.
평소 김철은 이렇지 않았다. 또라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이 이득 보는 일은 알뜰살뜰하게 챙겼다.
온갖 악행으로 소문난 것도 어찌 됐건 자신의 이득을 챙기기 위한,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인 행동.
파프닐의 의뢰를 자주 받아 주는 것도, 결국 이득이 되니까 도운 거다.
하지만 지금 김철을 움직이는 건 미래의 이득이나 계약 따위가 아니었다.
원한!
설원의 전투 이후.
김철은 로브 남자에게 원한이 아주, 아주 많았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핵이니 운빨이니로 이기고 으스대는 건데!’
심지어 놈은 그사이 더 강해졌다. 파프닐과 의문의 흑기사 셋이서 공격해도 비등, 아니 오히려 더 밀릴 정도로.
여기서 싸워서 지면 또 레벨이 다운될 거고, 어쩌면 아이템도 떨어뜨릴지 모른다.
그래도, 그래도 말이다.
저 녀석이 길동무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으랴아아아!”
김철은 밧줄을 끊고 돛대 쪽으로 향했다. 십여 개의 무기가 원을 그리며 로브 남자를 향했다.
“비켜!”
로브 남자가 손짓하자 그대로 불기둥이 만들어졌다. 김철의 신형이 무기들째로 불기둥에 먹혔다.
“이 자식……!”
재차 파프닐을 노리려는 로브 남자.
그 순간 불 속에서 수백 개의 무기 파편들이 터져 나왔다.
“그럴 줄 알았다! 지난번에 한 걸 또 하냐?”
로브 남자는 능숙하게 불의 방패를 만들어 파편을 막았다.
그 순간 파편의 뒤에서 김철이 또 다른 무기 두 자루를 들고 나타났다.
“웨폰 브레이커!”
“……!”
수류탄처럼 흩뿌려지는 무기 파편.
이번엔 로브 남자의 본체에도 유효타가 있었다.
“커헉!”
몸 곳곳에 구멍이 뚫린 로브 남자가 비틀거렸다.
이제 한 번만 더 치면 되는 상황.
그러나…….
“젠……장…….”
검을 휘두르려던 김철이 그대로 쓰러져 물속에 잠겼다.
그사이 파프닐과 일행은 간신히 대용호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다들 괜찮나!”
“그럭저럭……. 한 명 빼고요.”
“무기를 쓰는 그 녀석인가……. 좋은 녀석 같아 보였는데. 아쉽구먼.”
착잡한 표정으로 있던 글레인이 마음을 다잡고 물었다.
“계획은 그대로인가!”
“네, 그거 쏠 수 있지요?”
“물론일세! 는 발사 준비를 마쳤네!”
저 닉네임을 꼭 다 불러야 하나?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쏴 주십시오. 혹시 모르니 확실하게!”
“알겠네, 발사 준비!”
“발사 준비!”
드워프들이 움직이고, 곧 대용호의 선수상이 불타는 갤리온선을 조준했다.
돛대가 부러지고 반으로 쪼개지고 있는, 사실상 둥둥 뜬 쓰레기가 된 배.
그런데 왠지 모르게 저 배가 움직여 피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또 도망치려는……!”
“……발사!”
글레인이 외친 순간, 일본 함대를 쓸어버렸던 광선이 로브 남자를 향해 쏘아졌다.
광선이 갤리온선에 닿은 순간, 찬란한 빛이 주변으로 퍼졌다.
“크윽……!”
“큭!”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한데 모여 폭발을 일으키고 있었다.
잠시 후 불꽃이 된 빛이 사방으로 퍼져 나왔다.
콰, 콰콰쾅!
귀청을 찢을 듯한 폭음과 함께 바닷물이 모이며 버섯 형태를 만들었고, 주변으로 물이 터져 나오며 쓰나미가 일어났다.
여기에 막대한 양이 물이 하늘로 올라가며 생긴 열 폭풍까지.
‘이거 무시무시하군.’
마치 핵 폭발을 연상시키는 위력.
하얀빛이 사라진 뒤, 불타던 배가 있던 자리는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주변에 흩어진 건 몇 조각의 나무판자들뿐.
쏴아아, 하늘로 올라간 물이 주변으로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렸다.
“우와…….”
“직접 보니……. 화면보다 몇 배는 더하구먼.”
아예 배 한 척을 지워 버리는 광선의 힘!
칠흑의 사신도, 존스 박사도 다들 넋을 잃었다.
‘이 정도면 놈도 죽었겠지.’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때 칠흑의 사신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해치웠나……?”
“불길한 소리 하지 말게.”
“아니, 이게 뭐가 불길한 소리예요?”
“아가씨, ‘해치웠나’를 모르나……?”
“그게 뭔데? 제발 혼자만 아는 얘기 하지 말라고요.”
존스 박사의 표정이 칼침이라도 몇 번 맞은 것처럼 바뀌었다.
흠,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또 한 번 더 쏘죠.”
신중해서 나쁠 건 없었다.
잠시 후 레일건이 한 번 더 빛을 뿜었다.
“자, 이제 돌아갑시다.”
파프닐이 선언했다.
“남은 경험치 놈들 정리하고, 도시 접수해야지.”
전투를 끝낼 시간이라고.
***
로크아일시.
철혈패군과 철혈 길드원들, 그리고 플레이어들은 열심히 싸웠다.
하지만 상대는 그들에게 있어 최악의 상성이었다.
“젠장! 쥐새끼 같은 놈들!”
“빵즈 놈들, 둔하구먼!”
적룡 길드원들은 실전으로 단련된 PVP파.
철혈 길드원들처럼 몬스터를 상대로 압도적이진 못하지만, 이런 PVP 대전에선 그들을 상대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물론 완전하진 않았고, 많은 수가 쓰러졌지만.
워낙 수 차이가 났기에 딱히 문제는 없었다.
“여기만 공략하면 이긴다!”
“몰아붙여라!”
농성 중인 시청 주변으로 각종 마법과 화살이 쏟아졌다.
“이대로 끝인가……!”
“젠장……. 하필이면 중국 놈들에게……!”
철혈패군이 입술을 깨물었다. 컹컹! 그 옆에서 검은 갑옷을 입은 개 한 마리가 짖었다.
“멍멍이, 너도 어서 도망가라!”
“멍! 소인이 명받은 건 이 도시를 지키라는 것이었소!”
“허, 개라고 얕볼 게 아니군.”
대산물산 사옥에서 키우던 누렁이도 저랬을까?
철혈패군은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냐? 그럼 마지막까지 싸워 보자.”
각오를 다지는 인원들.
잠시 후 거센 공격에 문이 부서지고, 그 안으로 적룡 길드원들이 돌입할 준비를 마쳤다.
그때였다.
“어?”
갑자기 적룡 길드원들의 발밑에서 흰 뼛조각들이 솟구쳤다.
창에 찔린 적룡 길드원들은 시체가 되었고, 그 시체는 곧바로 해골병이 되어 일어났다.
심지어 그 해골들은 몸에 금속을 두른 채였다.
“뭐, 뭐야 이 해골들은!”
“저, 저기!”
적룡 길드원들의 눈이 항구를 향했다. 커다란 배 한 척이 다시 돌아오고. 그 위에서 몇몇 인원들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저놈은 파프닐……!”
“자, 잠깐. 그럼 척염 님은……!”
“마, 말도 안 돼!”
적룡 길드원들의 얼굴에 퍼진 놀람을 표현할 새도 없이, 도시 곳곳에서 일어난 해골병들이 몰려왔다.
해골 기사, 마법사, 창병, 궁수, 방패병, 수많은 병종이 완벽히 어우러진.
바알런의 군대와 대적해도 될 정도의 네크로맨서 군단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