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벌컥벌컥.
존스 박사는 술을 병째로 비웠다. 뜨거운 기운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지만 씁쓸한 입맛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 젠장……!”
설마 필요하다 했던 게 고고학이 아니라 통역이었다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순간, 저도 모르게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문자 해석이면 진짜 잘할 수 있었는데……!”
탐험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곳곳의 유적을 탐사한다.
존스 박사는 수많은 유적을 돌아다녔고, 파프닐 덕에 어디 가서 말할 수도 없는 각종 탐사를 했다.
하나하나가 평생의 술 안줏거리지만, 정보의 가치가 커서 다물고 있어야 하는 상황.
그러면서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라 생각했었는데.
“설마 나보다 더 그쪽을 잘 아는 사람들을 데려올 줄이야…….”
심지어 파프닐의 동료 티를 내는 NPC 흑기사는 바로 말을 알아들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능력 부족! 실력 부족!
“파프닐 님께서 부르십니다.”
“아, 길섭 군. 고맙네.”
회담이 끝났는지, 저만치 낯선 방문객들의 리더가 떠나고 있었다.
회의실로 들어간 존스 박사는 파프닐, 그리고 흑기사와 자리에 앉았다.
“꽤 당황하신 모양이군요.”
“그야 당연하지. 컴퓨터 공학과를 데려왔다고 컴퓨터 수리를 맡기지 말란 말일세!”
존스 박사는 정곡에 찔려 투덜댔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저 친구들은 대체 누군가? 나름 여러 곳에 다니긴 했는데, 아예 해독 스킬이 먹히질 않더구먼.”
“신대륙 사람들입니다. 업데이트가 되며 공개된 새로운 대륙의 사람들이죠.”
“신대륙……!”
언제 화냈냐는 듯 존스 박사의 눈이 커졌다.
“그럼 그곳에도 탐험할 유적이나 전설적인 보물 등이 많겠군!”
“예, 아마도요?”
“뭣들 하나, 저 사람들에게 지도부터 사지. 그다음 바로 탐사대를 꾸리는 걸세!”
철갑선도 있겠다, 지도만 있으면 당장 닻을 올리는 것도 가능했다.
“여기엔 더 이상 미련이 없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새로운 모험의 냄새가 나지 않는가.”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될 것 같습니다.”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저쪽이 해도는 파는 게 아니라더군요.”
“해도를? 가격을 비싸게 줘도 말인가?”
“네.”
온전한 해도나 신대륙 지도는 절대로 팔지 않고, 정말 원한다면 랜덤으로 쪼갠 작은 조각은 팔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조각 한 개의 가격이 무려 3천 골드!
“1골드당 10만 원대이니……. 미친 폭리군.”
‘정신이 들어?’를 당한 존스 박사가 몸을 떨었다.
“그래서 항해 일지나 배의 항해 지도를 살 수 있나 물어봤더니, 그것도 안 된다더군요.”
“그건 당연히 안 되지, 암.”
“안 되는 겁니까?”
“항해 일지는 비전 레시피 같은 걸세. 자네라면 음식점 개업 비법을 팔아넘기겠나?”
게이머로 치면 공략 노트 달라는 격. 파프닐은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그래서 특산물 교환만 하기로 했습니다. 저쪽에서도 얻을 게 많더군요.”
“또 온다고 하던가?”
“아마 오고 싶지 않아도 오게 될 겁니다.”
한 사람이 항구도시 전체를 장악한 건 파프닐이 유일하다.
다른 곳으로 간 상단들도 곧 그 사실을 깨닫게 될 터.
기왕 사업을 한다면 한 사람만 구워삶아도 되는 곳을 찾는 건 당연지사.
심지어 그 사람이 강짜도 부리지 않고 비즈니스를 존중한다면 더욱 그랬고 말이다.
“흠……. 그냥 그 타이즈 아가씨를 쓰면 안 되나?”
“아무리 그래도 타이즈 아가씨란 말은 조금…….”
“그럼 뭐라 부르나. 칠흑보단 낫지! 아무튼 그 아가씨가 도적질을 잘하니까, 밤에 몰래 배에 넣어서 해도 하나만 슬쩍…….”
“그랬다간 저 NPC 상단들은 두 번 다시 여기 안 올 겁니다. 다른 NPC들도 마찬가지고요.”
존스 박사는 시무룩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보던 파프닐이 씩 웃었다.
“뭐, 당장은 아니라도 몇 달 후면 자연스레 콘텐츠가 풀리게 될 겁니다. 그 전에 방법도 생각해 두고 있고요.”
“그게 사실인가?”
“네, 대신 박사님께서 무슨 일 하나를 해 주셔야 하는데…….”
“음? 다른 사람들은?”
파프닐은 본론을 꺼냈다.
“박사님밖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무슨 일인지 말해 보게.”
“흑기사 블랙과 같이, 저 외국인들의 언어를 번역해서 통역 스킬 북을 만들어 주십시오.”
대화가 되는 블랙과 문자가 통하는 존스 박사의 협동!
“대신 다음 계획을 진행할 때 반드시 끼워 드리겠습니다.”
“뭔가 손해 보는 기분인데……. 조건을 하나 더 걸지.”
“네? 말씀해 보시죠.”
“신대륙에서 던전을 탐사해서 나온 이모탈급 유물 하나! 그것만 주면 돕지.”
“유물이라…….”
“단, 내가 탐사하는 던전 한정으로. 원래 그런 건 직접 얻어야 제맛이니까.”
사실상 수락의 의미였다.
“좋습니다.”
“지루한 일이겠지만……. 하는 수 없지!”
“시간이 얼마 없으니 서둘러 주세요.”
그렇게 파프닐은 언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존스 박사를 보낸 그는 기지개를 켰다.
“이제부터 한참 동안 바빠지겠군.”
드워프들 대신 인간 선원 육성도 하고 있고.
항구도시는 날로 성장해 가고 있다.
조만간 소문이 나고, NPC들이 다시 찾아오면 한국 서버 최고의 도시가 되는 건 시간문제인 셈.
지금 생각해 보니 길섭 제임스를 붙잡은 건 신의 한 수였다.
“그 전에 나도 일을 마쳐야겠지.”
파프닐은 미스틸테인을 보았다. 상태창을 보고 있자니 얼마 전 찾아온 암살자 조직, 몽환각의 길드 마스터가 떠올랐다.
“정말 죄송합니다. 플러시란 놈이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알게 된 것은 엄연히 저희 잘못입니다.”
의뢰인에 대한 정보를 말하지 않는 건 모든 암살 조직의 기본 신념.
마침 암살자 중 몇몇이 조직에 환멸을 품고 있었고.
플러시란 녀석은 그런 암살자들을 ‘운 좋게’ 만나 ‘운 좋게’ 의뢰인의 정보를 얻었다는 거다.
“의뢰인님의 비밀을 내어 준 그 녀석들은 확실히 응징한 후 처리했습니다.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연신 고개를 숙이는 길드 마스터. 덕분에 퍼즐이 맞춰졌다.
배에 찾아왔던 그 녀석이 다름 아닌 플러시!
검은 불꽃을 쓰고, 소설 묘사와 전혀 다른 전투 스타일과 스킬 셋을 가졌기에 전혀 생각도 못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플러시가 아니고서야 그런 운빨이 있을 리 없기도 했었고.
“……플러시 놈이 벌써 그렇게 성장하다니.”
몽환각의 무한 척살.
거기에 이어지는 추적 및 견제를 전부 따돌리면서.
마지막엔 3 : 1로 싸워도 승부가 될 정도로 강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믿을 수 없는 성장 속도.
‘이거 사기잖아……!’
괜히 주인공이 아니다. 그런 녀석을 쓰러뜨리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했다.
‘……이것처럼 말이지.’
미스틸테인.
하루 한 번이지만, 개방한 그 힘은 플레이어 개인이 쓸 수 있는 힘을 넘어섰다.
플러시 놈이 재차 온다면, 그때를 위해서라도 이 녀석을 쓸 수 있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마침 시간이 약간 비니, 지금이 기회군.”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그 사람을 찾아가야겠어.”
***
“아, 앞이 보여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뭘, 매일 우는 게 시끄러워서 안 울게 해 줬을 뿐이오.”
허름한 여관방.
중년 부부의 감사를 받던 노인은 손사래를 치며 나왔다.
“흠흠, 오늘도 좋은 일을 하나 했으니, 나에 대한 보상을 할 차례구먼.”
노인은 품속에서 통 하나를 꺼내더니, 숟갈을 들어 안에 있는 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으으으으~음!”
곧이어 찾아오는 황홀경!
이것만 있으면 저려 오는 허벅지도 멀쩡해지고, 매일 아침 말썽인 떨리는 팔도 깨끗하게 낫는다.
한창 노인이 행복감에 취해 있을 때였다.
“……누구냐!”
창문 쪽을 향해 노인이 검을 들었다. 다음 순간 창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준다고 해도 안 받을 테니까.”
“자네는…… 파프닐?”
노인, 화이트잭은 눈을 비볐다.
“남쪽에 있다더니 여기엔 어떻게?”
“일이 있어서요.”
화이트잭을 찾아 에메랄드빛 숲에 갔지만, 이미 연구 시설은 비어 있었다.
몽환각의 도움을 받고,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게 아니었다면 이렇게 만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어르신께 조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흠, 내 조언은 그렇게 내킨다고 받을 수 있는 게 아닌데…….”
수염을 쓸던 화이트잭의 표정에 살며시 노기가 어렸다.
“나는 자네가 해 달라면 해 주는 사람이 아니란 말일세. 이런 행동, 솔직히 말해서 무례하구먼.”
-화이트잭의 호감도가 -1 감소했습니다.
뼈아픈 호감도 감소까지!
그 순간 파프닐이 대답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 미천한 식견으로 둘러봤을 때,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화이트잭 님만 한 분이 없었기 때문에…….”
“흐으음……?”
“주변에 물어보려고 해도 다들 이상한 대답을 하거나, 상식과 조금 벗어나 있었습니다. 해서 제가 아는 가장 고명한 분을 찾다 보니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곧 이어지는 신들린 듯한 언변!
파프닐은 열정적으로 자신이 어려운 문제에 처했고, 그것에 대해서 현명한 해답을 줄 분은 화이트잭밖에 없다는 걸 설득했다.
“제 스승 쪽으로 가면 헬카이트란 분이 계시는데, 그분도 모르는 것이기에 정말로…….”
“아, 됐네. 됐어. 문제나 말해 보게.”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화이트잭이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지만, 파프닐은 그가 마음을 풀었다는 걸 확신했다.
“일단 이것을.”
파프닐은 목검 한 자루를 꺼냈다. 화이트잭의 표정에 의문이 어렸다.
“평범한 목검……. 아니, 뭔가 있는데. 대체 이건 뭔가?”
“우연히 입수한 고대의 물건인데, 진짜 능력은 따로 있습니다.”
파프닐은 잠시 고민하다 (진)미스틸테인을 개방했다.
목검이 산산조각 나며 나타난 빛의 검!
“아니……!”
화이트잭의 눈이 찢어져라 부릅 떠졌다.
“성물…… 그것도 신의 힘이 이렇게나 가득한 성물이라니, 각 교단의 교황청에 가져다주면 엄청난 보수를 받을 수 있겠군……!”
“이것 때문에 말씀을 드리고자 한 겁니다.”
“흠, 그래? 하긴 자네는 흑마법사였지…….”
일반인, 성기사라면 그대로 쓰면 되지만,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다른 흑마법사에게 가져가면 백이면 백 부숴 버리라고 하겠군. 이제 알겠어.”
화이트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는 이걸 타락시켜서 쓰고 싶은 거로군. 그렇지?”
“헛, 그걸 어떻게……!”
“환자의 눈만 봐도 척 하면 착이지. 흐흐흐흐.”
어느새 화이트잭은 적극적으로 이 이야기에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정확합니다.”
“역시.”
“기왕 얻은 성물, 부수는 것보다는 어떻게든 쓰고 싶은데, 타락시키려니 신성력이 너무 강하더군요. 명의 화이트잭 님이라면 뭔가 알고 있으시지 않을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으음, 미안하지만 나도 이것을 타락시키는 방법은 모른다네.”
아무리 명의이자 뛰어난 연금술사라지만, 신의 유물을 다루는 건 그의 영역 밖이었다.
“필멸자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 하나 인세를 벗어난 초월자라면 또 모르겠지.”
“초월자……요?”
“그래, 최소 마장군, 마신관급 이상의 힘을 가진 자! 특히 그중에서도 타락에 가장 능한 자들이라면 이런 신물도 타락시킬 수 있을지 모르네.”
“흐음…….”
“자네가 원한다면 내 한번 알아보지. 하나 초월적인 존재와 접선하는 일인 만큼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네.”
-화이트잭이 새로운 퀘스트 ‘초월자를 부르는 일(레전더리)’을 의뢰하고자 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일단 100만 골드부터 가져오게. 그다음에는 그때그때 달라질…….”
“아뇨. 뭐, 괜찮습니다.”
파프닐은 미스틸테인을 가져가며 말했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뭐, 뭐?”
“이분이면 되겠군요.”
파프닐은 곧바로 피를 냈다. 그 순간 피가 고리 모양을 그리더니, 이내 고리 한가운데부터 금속 문 하나가 나타났다.
“무, 무슨……!”
“흐음…….”
잠시 후 문 안에서부터 검은 드레스를 입은 소녀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구나, 나의 아이야.”
“그동안 별래무양하셨습니까, 헤모라 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느니라.”
피의 마장군, 헤모라는 주변을 일별하곤 생긋 미소 지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