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네 부탁을 못 들어줄 건 없지만.”
헤모라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가자미눈으로 화이트잭을 쏘아봤다.
“정말 네 입맛은 이해할 수 없구나.”
“오랜 시간 비린 피만 마시더니 고상한 맛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헤모라 님, 저도 동감입니다.”
“그렇지?”
“같은 혈족이라고 편드는 건가? 모처럼 귀한 걸 꺼내 줬더니, 에잉.”
아니 이건 누가 봐도 치약이잖아…….
“세계의 문이 열린 이상, 드디어 암약하던 존재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할 거다. 이때를 위해 네게 도움을 줬으니, 너도 내게 약간의 봉사는 해야 하지 않을까?”
“봉사요?”
파프닐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긁었다.
“아, 그, 제가 경험이 좀 없어서요.”
“그런 거 말고!”
화이트잭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헤모라를 바라봤다.
“하아, 쓸데없이 오해를 사겠구나.”
“아무튼 그 얘기는 이쯤 하고, 혹시 원하시는 게 무엇입니까?”
“마음 같아서는 완전히 인간을 초월하라고 하고 싶지만, 네 사정이 있으니 이해하마.”
아직 뱀파이어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모습!
“세계의 벽이 무너지기 이전엔, 수많은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지…….”
헤모라의 표정이 여상스러워졌다.
“룸 대륙, 그곳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고, 한때 그곳에도 나의 다른 혈족들이 뿌리를 내렸을 거다.”
“그럼…….”
“만약 네가 그곳에 간다면, 룸 대륙에 있는 뱀파이어들의 안부를 알아와 다오. 나의 핏방울을 줄 터이니, 이를 그들에게 보여 주면 될 거다.”
-새로운 퀘스트 ‘헤모라의 사소한 부탁(노말)’이 생성되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하지 않으면 미스틸테인의 마개조도 물 건너간다.
“당연히 그 정도야 들어드려야죠.”
“그러고 보니 황혈의 뱀파이어…….”
“크흠, 큼.”
예전 퀘스트를 말하자 파프닐은 헛기침을 했다. 한숨을 내쉰 헤모라가 검은 천으로 미스틸테인을 감쌌다.
“알겠다. 이건 내가 타락을 시킨 후 가져올 테니, 그때까지 너도 의무를 다해라.”
“자, 잠깐만.”
막 헤어지려는 순간 화이트잭이 끼어들었다.
“어떻게 타락시키시는 겁니까?”
“간단하다. 미스틸테인은 검이지만, 동시에 살아 있는 나무이기도 하지.”
신목으로 만든 무기이기에, 계속 재료나 아이템을 먹여 주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니 여기에 나의 피를 계속 먹여, 신목의 체질을 바꾸는 거다.”
“허어, 간단하지만 확실한 방법이군요.”
“…….”
저거 완전 싫어하는 것만 계속 먹이기 아닌가?
파프닐은 속으로 애도를 표했다.
“자, 그럼…….”
돌아가는 문을 연 헤모라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파프닐, 네 행보에 많은 이가 기대를 하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힘낼 수 있도록 하여라.”
“아, 네.”
“그리하면 그분들께서도 더 큰 보상을 내리리라.”
-헤모라와의 호감도가 +1 상승했습니다.
-신성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신들의 관심과 존재감을 조금 더 잘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몸이 공중에 떴다. 파프닐은 자신을 내려다보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크다.’
아득한 하늘 위.
헤아릴 수 없는 무언가들이 느껴진다.
상상을 할 수 없는 크기.
방대하고 광활한 우주를 유유히 다니는 존재들.
지금으로써는 인지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녀석들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와 관심, 대견함.
온갖 감정들이 한데 섞여 수압처럼 내리누른다.
‘개미가 된 기분이군.’
사람, 아니 코끼리 발아래의 개미 한 마리가 된 듯한 체감이 들었다.
저들이 모두 이쪽을 보고 있다고?
온몸이 절로 오싹해지는 가운데.
파프닐은.
‘정말 대단하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다니.’
신들이 있고, 이 세계에서 막강한 힘을 쓸 수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가상현실 게임이라 해도 절대 무시하지 못할 곳.
그렇지만 파프닐은 다르다.
‘작가 놈에게 감사해야겠군.’
결국 저 녀석들도, 다른 녀석들도 그 작가 놈이 만들어 낸 존재.
그 녀석에게 말한 대로 증명하고, 그래서 내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겨우 저런 녀석들에게 짓눌려서는 안 되지.
“이보게, 파프닐. 괜찮나?”
화이트잭의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자, 온몸이 축축한 게 느껴졌다.
“온몸에 땀이 가득하구먼. 감기라도 걸렸나?”
“이제 괜찮습니다.”
컷씬의 영향으로 땀이 가득 난 모양이다. 파프닐은 얼굴을 수건으로 훔쳤다.
‘그럼 일단 이걸로 플러시 놈에 대한 대책은 하나 마련해 두었군.’
이제 겨우 하나일 뿐이다.
이중 삼중으로 대책을 마련해도 언젠간 녀석에게 따라잡힐 터.
그 전에 반드시 계획을 시행해야 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상상치 못할 계획.
“혹시 힘들면 이걸 좀 먹게.”
화이트잭이 통을 내밀었다.
“……아니, 저는 정말 괜찮습니다.”
이번엔 진짜로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멍멍! 그럴 거면 나나 줘라, 멍!”
“복돌아, 함부로 방에 들어오지 말랬지.”
“끼잉…….”
저 녀석도 입맛이 정상은 아니군.
파프닐은 혀를 내둘렀다.
***
신대륙 상인들이 닻을 내린 후.
도시는 한층 더 활기로 넘쳤다.
“이, 이건……!”
“엄청난 이득이 되겠군!”
소문을 들은 일반 플레이어, 상인들이 몰려들었다.
유저와 NPC들 모두 직접 거래를 하는 건 아니었지만, 사냥과 퀘스트를 하는 도중 관련 업무를 하는 식으로 이득을 챙기는 이들도 많았다.
[오늘 밤 20시 정각, 신대륙에서 온 새로운 장비들을 특가 판매합니다. -상인 호른.]상인들의 광고 포스터가 부둣가에 붙었다.
“신대륙의 새 장비?”
“이건 돈 냄새가 나는데. 살 준비를 해야겠군.”
각지에서 온 플레이어들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시장에 나온 상품들을 전부 사들였다.
플레이어들이 몰려든 가게는 전부 매진!
“금속을 구한다고요?”
“여기, 관통력 인챈트 스크롤도 있습니다.”
신대륙 NPC들이 원하는 물건들도 순식간에 쌓였다.
벌 떼처럼 몰려든 유저가 돈을 풀었고, 마을 곳곳에는 돈이 넘쳐 났다.
“일자리 구함!”
“마침 근처 산에 오우거가 있어서 개발이 막히고 있었는데, 같이 가지.”
순식간에 산이 깎여 나가고, 그곳에 세워지는 주택과 길, 그리고 창고나 대장간 등의 시설들!
벌 떼처럼 모여든 유저가 공사에 고용되자, 대도서관이나 극장, 추가 부두 등이 세워졌다.
새로 만들어진 각 교단 대신전에는 벽을 가득 채운 그림과 조각상, 예술 작품들이 질서 있게 놓였다.
빛과 어둠 속성의 신들을 모두 공정하게 받드는 대신전은, 도시 어디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높아졌다.
“여기가 그 한산한 부둣가가 맞냐? 신대륙 업데이트는 진짜 전설이다…….”
“솔직히 그 유행어는 짜증 나긴 하지만, 진짜 빨리 바뀌긴 빨리 바뀌는군.”
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들조차 이 변화를 믿을 수 없어 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상인분들은 계속 올 거고, 지을 시설도 많이 남았습니다.”
돈이 많이 도니 필요한 공사도 바로바로 할 수 있었다.
완성된 건축물에 붙은 조각가, 화가, 정원사들이 건물들을 세련되게 바꿔 주었다.
도시와 각지에서 몰려온 상인들의 풍부한 지원을 바탕으로 작업에 참여하자, 예술가들은 아낌없이 재주를 들이부었다.
곡물 창고들엔 고양이 조각상이나 경비견 조각상, 풍요의 여신에게 기원하는 신상 등이 지어졌다.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것 같은 고양이와 개들이 뒹굴거나 쥐를 쫓는 게 그려졌다.
당장은 비어 있는 창고이지만, 조만간 상단들이 곳간에 상품을 채우면 실제 효과가 나타나리라.
“파프닐 그 사람이 온 후로 이렇게나 바뀌다니…….”
“어떻게 신대륙 상인들이 오고, 또 무역을 할 걸 예측하고 여기 투자할 생각을 하냐고.”
“원래 그런 미친놈들이 주식장에서 버는 거지. 봐 봐라, 과자 무역 제재 한다는 소식 나올 때 주식 사는 놈들이 돈 벌었잖아?”
“그러고 보니 그 사람 부흥군 코인 투자한 다음 철혈이랑 파이브스타랑 싸움 붙여서 대박 냈잖아.”
“야수의 심장이구먼……. 난놈은 난놈이야.”
술집이나 음식점에 모인 유저들은 바뀐 도시, 그리고 파프닐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단하군요. 이런 활기는 우리들의 대도시에서도 찾기 쉽지 않습니다.”
창밖을 보던 양파 수염의 중년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다시 한번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친절에 감사를 표합니다.”
“과찬이십니다.”
블랙과 존스 박사의 노오오오력 덕분에, 예상보다 빠르게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운송한 상품들도 순조롭게 팔리고 있고, 저희도 영주님 덕에 좋은 물건들을 많이 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양파 수염의 남자, 가이우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이 도시가 마음에 드시는 건가요?”
“물론이오! 다른 도시들에서는 문전 박대를 당하고 쫓겨나거나, 심지어는 그쪽에서 인간 도적단이 되어서 약탈을 하려 들거나…….”
“그거 다행이군요.”
가벼운 덕담을 나눈 가이우스가 말끝을 흐렸다.
“그래서 영주님께서 이렇게 저흴 부른 건…….”
“별일은 아닙니다.”
파프닐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생각해 보니 별일이 맞긴 하군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시려는 겁니까?”
“가이우스 님, 당신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가 여기 있는 상단 인원들뿐만 아니라, 각지에 흩어진 신대륙 상단의 대표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이 항구로 당신과 독점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독점 계약?? 일개 시장 따위와 그런 거래를 해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지?”
그동안 친절한 태도만을 보여 왔던 가이우스가 차가운 어조로 대답했다.
“우리는 이래 봬도 룸 대륙의 황실을 대표해서 온 공식 대상단이다. 그런 우리와 독점으로 계약하려면, 그에 맞는 대가는 준비되어 있겠지?”
파프닐은 가벼운 태도로 창가를 바라봤다.
“흠, 글쎄요. 확실히 별거 못 해 줄 것 같군요. 뭐…….”
파프닐은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했다.
“교역 면세 특권이라든가……. 바란왕국에서 직접 관리하는 1급 특산물, 그리고 왕국 국가에서 독점 관리 중인 마나, 연금술 기술 관련 거래라든가……. 양국 간의 무역 동맹 체결이라든가……. 그 정도?”
가이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벽촌의 시장이 그런 권한을 갖고 있다고?”
시립해 있던 길섭 제임스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무엄합니다. 이분은 이래 봬도 통일 바란왕국의 공작이십니다.”
“으음……. 하지만 좀 전에 말한 그 특혜들은 제아무리 공작이라 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아닙니까?”
“뭐 싫으시면 말고요.”
파프닐은 씩 웃었다.
“하지만 이렇게 동등한 조건으로 말씀드리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겁니다.”
“으음…….”
잘못 계약한다면 상단 전체가 이 남자의 이득을 위한 도구가 된다.
그렇지만 저게 가능한 건가?
“……알겠소. 단, 조건이 있소.”
“흠?”
“당신이 내건 조건, 그 조건을 실제로 허가한다는 공문서, 그리고 최소 후작 이상의 고위 귀족이 직접 보증을 해 주는 거요.”
“보증이라…….”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신 바란왕국의 여왕.
엘리자베스가 도시를 찾아온 것은 그다음 날의 일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