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이렇게 환대해 주시는 것에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허허, 아닙니다.”
신대륙 상단이 떠나는 날.
부둣가는 수많은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서로 우의를 다지고, 교류를 해 나가는 거지요.”
“다음 방문은 언제……?”
“확실하지는 않지요. 하나 최대한 빨리 올 거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대표로 나온 길섭과 인사를 나누던 가이우스가 질문했다.
“그런데 파프닐 공작님은?”
“아……. 엘리자베스 왕녀님께서 수도로 데려가셨답니다. 중요한 일이라 하더군요.”
“하아,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지요.”
진심으로 아쉬워하던 표정의 가이우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흰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는 길이 머니 부디 편안하시고, 오실 때는 순풍보다 빠르게 오실 수 있길 바랍니다.”
펄럭! 돛이 펴진 채 십여 척의 상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육지가 멀어지다가 수평선이 될 무렵.
가이우스는 짧게 숨을 내쉬었다.
“흠, 위대한 영웅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는데…….”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요.”
“그렇겠지……?”
“제가 본 그는 영웅이며 탐험가였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그가 우리 룸 대륙에 올 수도 있겠지요.”
“허허, 말도 안 되는 소리. 해도나 항로 정보는 철저히 관리하지 않았는가. 아무리 그가 대단하다 해도 최소한 5년은 걸릴 걸세.”
부관과 한담을 나누던 가이우스가 선장실로 들어갔다.
한편 그 시각.
떠나는 상선의 물류 창고 지하.
술통 한 개의 뚜껑이 살짝 열리고, 눈 한 쌍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군.”
술통 안의 형체는 곧 밖으로 나온 뒤 다른 두 통을 열었다.
“이제 나와도 좋아.”
“후우.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네.”
“나도 마찬가질세.”
두 통에서 나온 존스 박사와 김철이 턱까지 찬 숨을 몰아쉬었다.
그 모습을 보던 파프닐이 말했다.
“뭐, 최초 업적 얻으려면 참아야죠.”
-새로운 업적 ‘밀항’을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밀항자’를 획득했습니다.
-민첩이 +1 상승했습니다.
새 스테이터스는 덤이고 말이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럼 다들 준비 단단히 하세요. 이 항해가 끝나면, 우리는 유저 최초로 신대륙에 있을 테니.”
해적들처럼 직접 배를 띄우거나.
캐러밴들과 생사를 건 싸움을 하는 것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맛있는 건 역시 날먹!
‘자, 그럼 최초 발견자 타이틀을 얻으러 가 보실까?’
파프닐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
항해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아니,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배의 밑바닥에서 알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뿐이었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하지……?”
“그야 배가 도착할 때까지일세.”
“으으윽……. 죽여 줘…….”
김철이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파프닐과 존스 박사도 딱히 방법이 없었다.
물론 허송세월로 보내진 않았다.
선원들의 잡담을 엿듣거나, 배 안에서 바깥을 보는 것으로 배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는지를 기록했다.
“흠……. 남쪽에서 동쪽, 그리고 계절풍을 타고 북쪽으로 크게 올라갔다가 다시 동쪽…….”
물론 밖에서 직접 기록하거나, 도구를 써 계산하는 것만큼 정확하진 않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분명히 나았다.
‘나중에 항로를 확인할 때 큰 재산이 되겠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평소처럼 숨어 있는데, 선원들의 잡담이 들려왔다.
“Q#%%#@…….”
“)@#%#%”
‘아쉽군…….’
파프닐이 혀를 찼다.
블랙과 존스 박사가 통역을 성공했지만, 아직은 숙련도가 부족해 간단한 대화만 뜻을 알 수 있었다.
‘하는 수 없지, 일단 무시하고 지나가길 기다려야…….’
그때였다.
“$)$*%~파프닐. %#%#”
“%%@#병신 새X! %#%@#%”
선원들의 대화 속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오자, 더 이상 남의 일이라 할 수 없게 되었다.
‘잠깐만, 저게 뭔…….’
파프닐은 유심히 귀를 기울였다.
“파프닐! $%%@@병신 새X!”
“병신새x……. %%@$@! 파프닐?”
“@#@%.”
자신의 이름과 함께 항상 나오는 병신 새X라는 말.
선원들이 사라진 후, 파프닐은 심호흡을 했다.
“자네……. 괜찮나?”
“네, 차라리 잘됐습니다.”
존스 박사의 물음에 파프닐은 씩 웃었다.
“이제 저도 저자들이 제 뒤통수를 칠 생각이 만전이라는 걸 알았으니까요. 좋은 정보를 얻은 겁니다.”
아무것도 몰랐다가는 그대로 뒤통수를 맞을 뻔!
참으로 무시무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차라리 다행이었다.
이제 저자들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을 버릴 수 있었으니까.
기회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
“@@$ 크라켄! %#^@^!!!”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갑판과 선내부가 소란스러워졌다.
“……!”
“%$%^!”
배 바깥을 보자, 문어 다리 여러 개가 벽을 타고 올라가고 있었다.
“크라켄……!”
“오, 저게 크라켄이란 놈인가? 좀 세 보이는데.”
샌드 크라켄이 아닌 원조 크라켄!
존스 박사의 낯빛이 하얗게 질렸다.
“파프닐, 아무래도 도와야 하지 않겠나?”
“괜찮습니다.”
애초에 크라켄에게 당할 NPC들이었다면, 신대륙에서부터 한국 서버까지 올 수도 없었을 터.
게다가 뒤통수를 칠 거라는 이야기까지 들었기에 더욱 도울 마음이 들지 않았다.
“박사님, 그보다 한 가지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음? 뭔가?”
“선장이 없는 지금, 선장실에서, 항해일지와 해도를 찾으십시오.”
“그, 그건 안 되네. 도둑질도 안 될뿐더러 금방 들킬 텐…….”
“물론 가져오라는 건 아닙니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그냥 스크린 샷만 찍어 주시면 됩니다.”
“스, 스크린 샷이라고.”
플레이어들에게만 허락되는 치트키!
워낙 현실을 그대로 구현한 듯한 호라이즌이기에,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기능이긴 했다.
“뭐……. 지하 유적에서 고대 성물들을 찾으시던 분께 이런 건 너무 쉬운 일인지라, 시키는 게 조금 죄송스럽긴 합니다만…….”
“까짓것 맡겨 주게. 멋지게 해 보이지.”
존스 박사는 곧바로 배 위로 사라졌다.
홀로 남은 파프닐은 숨을 죽인 채 크라켄의 형태나 움직임, 습성 등을 기록했다.
“크기는 대략 수십여 미터 정도……. 형체는 문어 느낌이지만, 마법이나 공격 상당수를 튕겨 내고……. 아, 얼음 마법은 반사시키는군.”
“저건……. 대형 청새치? 바다에선 괴상한 놈들이 가득하군.”
“번개를 쓰는 해파리……! 잡아서 번개 속성 마나를 채취하면 꽤 이득이겠어.”
사방이 천둥 소리와 파도 소리로 가득한 사이.
노트에 끼적이는 소리만이 조용히 선창 밑을 채웠다.
***
한 달 정도의 항해가 끝나자, 마침내 육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육지다!”
“드디어……!”
“만세!”
수많은 파도를 뚫어 낸 배들이 마침내 돛을 내렸다.
“드디어 도착했군. 우리의 고향에!”
가이우스는 두 팔을 벌렸다.
머나먼 대륙에 갔다 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고난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파프닐…….”
이번 상행에선 그 사람의 인상이 가장 깊이 기억에 남았다.
눈빛이 형형하고, 목소리에 힘이 있으며.
결정적으로 모든 약속들을 전부 간단히 지킬 수 있을 만큼 힘이 있는 자.
‘그자와 어떤 관계를 만드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상행이 달라지겠군…….’
아무튼 생각은 나중으로.
부두에 도착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 녀석들아, 일할 시간이다!”
드르륵, 사다리들이 내려지고, 창고에서 물건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가이우스의 명령을 받은 간부들이 연신 명령을 외쳤고, 선원들이 움직이며 통행로를 만들었다.
그때였다.
창고 안에서 세 사람의 모습이 버르적거리며 스리슬쩍 걸어 나온 것은.
“허어, 드디어 도착이구만.”
“으윽……. 아이고, 삭신이야.”
김철과 존스 박사를 양옆에 거느린 파프닐!
“자, 지금부터입니다.”
“알겠네.”
파프닐이 선두에 선 채, 셋은 평범한 선원이나 승객처럼 행세하며 내려갔다.
선원복 차림으로 손엔 짐을 든 채, 완벽에 가까운 위장으로 지상에 착지하자.
띠링!
-새로운 업적 ‘신대륙의 두 번째 발견자’를 달성했습니다.
-새로운 칭호 ‘세컨드 팔로워(임모탈)’를 획득했습니다.
왜 두 번째지?
파프닐의 표정이 굳었다.
‘분명 플러시 놈이 왔을 땐 첫 번째였던 것 같은데……. 이상하군.’
이래서 운빨이 없으면 아무리 빨리 움직여도 칭호를 얻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뒤이어 내려온 존스 박사와 김철도 의아한 기색이었다.
“혹시 저 도시에 누군가 더 있는 게 아닌가? 우리 같은 밀항자라든가.”
“흠……. 일단 가 보면 알겠죠.”
파프닐은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였다.
파팟, 배 위에서 단번에 뛰어내린 양파 수염의 남자가 이쪽을 향해 검을 겨눴다.
“가이우스.”
“당신들, 여기, 어떻게?”
가이우스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금, 당신들, 큰 죄 저질렀다. 뭔지 아는가?”
“알고 있지. 배에 빈자리가 있기에 몸을 좀 실었을 뿐인데.”
“……미친, 미친 놈들.”
어이없어하던 가이우스가 검을 겨눴다.
“당신들, 못 보낸다.”
“흠…….”
“거래도, 없는 걸로 하겠다. 범죄! 도적놈들!”
노발대발하는 가이우스.
“아무래도 곱게는 못 넘어갈 듯 하구먼.”
“육지에서부터 싸움이라, 몸 좀 풀어 볼까……!”
김철이 목에서 뚜둑거리는 소리를 냈다.
일촉즉발의 상황.
파프닐이 가이우스에게 다가가더니, 검은 보따리 하나를 손 위에 얹어 주었다.
“뭐, 뭔…….”
“죄송합니다……!”
다음 순간, 파프닐이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무슨…….”
“정말 죄송합니다. 신대륙의 모습이 너무 궁금한 나머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때맞춰 보따리가 살짝 풀리고 그 안에 있던 게 드러났다.
가이우스의 눈에 번쩍이는 금빛이 보였다.
“……이건……!”
금, 그것도 팔이 아파 올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무슨…….”
“여기, 이건 부족하지만 여러분들께 드리는 운행료입니다.”
슥슥, 파프닐은 재빨리 다른 선원들에게도 주머니를 하나씩 돌렸다.
자고로 한쪽이 잘못을 저질렀을 땐, 정말 큰일이 아니라면 대부분 이렇게 해결이 된다.
현실, 소설 속 현실 양쪽에서 검증된 사실!
‘여기도 마찬가지지.’
아무리 NPC라도 사람의 행동을 의식한 이상, 이건 그냥 넘길 수 없을걸!
“……커흠!”
잠시 주머니를 보던 그가 품속에 그것을 넣었다.
“뭐, 귀공이 모험가에 가깝다는 건 알고 있었소. 조금 과감한 행동을 하긴 했지만……. 그 열정 이해 못 하는 바도 아니니, 이번에는 넘어가 드리리다.”
“감사합니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저 녀석에게 1천 골드.
나머지 선원들에겐 20골드씩을 뿌려 총 3천 골드가 사라졌다.
그래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다.
신대륙에 합법적으로 들어오고, 아무 문제 없이 넘어간다면 말이다!
“역시 병신 새X다운 배포와 간담! 나 가이우스……. 대단하다고 생각하오.”
그때였다. 가이우스가 또다시 이상한 말을 한 것은.
“병신새X?”
“그렇소! 당신이야말로 최고의 병신 새X요.”
“…….”
옆에 있던 존스 박사가 물었다.
“자, 잠깐만요. 그 병신 새X란 게 무슨 뜻입니까?”
“병신 새X를 모르오? 우리나라 말로 최고의 남자, 위대한 업적을 이룬 뛰어난 남자를 그렇게 부르오.”
“…….”
그러니까 저게 칭찬이라고?
“당신이야말로 최고의 병신 새X지! 암, 내가 인정하겠소. 설마 당당히 밀항을 해 신대륙에 올 줄이야! 하하하하!”
껄껄 웃으며 어깨를 치는 가이우스.
파프닐은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이 된 채 마주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