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58)
258화
천장에는 화려한 그림이 그려진 태피스트리가.
벽에는 도자기와 고급 액자에 담긴 그림이 걸려 있고.
바닥은 고급 융단이 깔린 어느 방.
“자, 나는 여기 두겠네.”
“박사님 수가 꽤 날카로우시군요.”
마주 앉아 체스를 두던 파프닐이 머리를 긁적였다.
“헛허, 이래 봬도 학창 시절 반에서 체스로 진 적이 다섯 손가락에 꼽는다네.”
“근데 다른 건 안 하셨습니까……?”
“커흠……! 흠!”
한가로움이란 단어를 그대로 가져다 놓으면 이럴 거다.
그 모습을 보던 김철이 이를 드러냈다.
“너넨 태평해서 참 좋겠다. 쓰읍.”
“너도 편하게 생각해.”
“편하게? 어떻게 편한데? 감옥에 갇혀서 어떻게 편하게 있어! 이게 뭐 하자는 짓이야!”
밀항을 하긴 했지만 파프닐은 귀족.
일반 범죄자들과 같은 대우를 했다가는 외교적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설정상 신대륙과 한국 서버는 대등한 국가들.
귀족은 불법을 저질러도 함부로 감옥에 가둘 수 없는 거다.
결국 타협을 한 결과가 바로 이 귀빈실 격리!
“내가 대박 얻으러 게임하지, 무슨 호캉스 즐기러 게임하는 줄 알아!”
“그러면 뭐 안 되나.”
“여기 뭐 에어컨도 컴퓨터도 없잖아!”
김철은 이를 갈며 창문을 뜯어내려다 기사들에게 제지당하고 괴성을 질렀다.
뭐,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다. 며칠 동안 방 안에 갇혀 있는 건 좀이 쑤실 만도 했다.
‘그래도 뭐, 이미 볼 이득은 다 봐 뒀으니까.’
일단 이곳까지 오면서 적은 해도와 항해일지.
거기다 항해 중 바다에서 출현한 해양 괴수나, 특정 지역마다 있는 기묘한 현상들의 정보까지.
추후 직접 항로를 개척할 때.
이 정보들은 최소 로또 복권급의 가치를 지니리라.
‘아니, 그 이상이지.’
사실상 신형 반도체, 혹은 전기 차나 원자로 기술 같은 차기 먹거리급이다.
괜히 대형 길드들이 항구도시를 인수하는 게 아닌 것.
해도와 일지가 있다면 그런 항해, 개척 콘텐츠에서 쉽게 위기를 피하거나, 숨겨진 보물 등의 이득을 편하게 얻을 수 있었다.
‘투자금은 꽤 썼지만.’
개발 비용이라고 하면 넘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만 하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뭐, 얌전히 있으면 조만간 움직일 수 있긴 할 거다.”
“응?”
“아예 죄인 취급하는 것도 아니니, 운동이나 산책 등을 이유로 하면 사냥 정도는 할 수 있겠지.”
“흐음, 사냥이라.”
김철이 씩 웃었다.
“좋지, 신대륙에서의 사냥이라!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그 정도는 안 될 거다. 한두 시간 정도?”
“아니, 그따위 거면 뭔……!”
“걱정 마라, 플러시 놈은 그마저도 못 하고 있으니.”
“그 정도면 뭐……. 없는 것보단 낫지.”
입맛을 다시는 김철.
존스 박사가 귀엣말을 했다.
“참 알기 쉬운 친구구먼.”
“그렇죠?”
이 말은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그럼 그다음엔?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건데?”
“음…….”
파프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아마 다음 정기선이 도착하면, 출항 함대에 실려 돌려보내지겠지.”
“뭐? 그 고생 했는데 돌려보내져!”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걸. 미리 출항 준비를 시켰으니, 돌아갔다가 다시 배로 개척하면 그만이니까.”
“아오 씨,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올걸.”
투덜대는 김철 옆에서 존스 박사가 허허 웃었다.
“뭐, 너무 그러지 말게. 무소식이 희소식이란 말도 있지 않나.”
“그건 또 뭔…….”
“아무 일 없이 편안히 있다가 가는 게 제일 낫다는 뜻일세.”
그때였다.
쿠웅! 기다렸다는 듯이 도시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성벽 너머에서 다가오는 수많은 검은 물결!
“크아악!”
“크아아아!”
척, 척. 검은 뿔이 달린 좀비들이 가득 밀려온다.
사체 덩어리가 한데 뭉친 괴수들에.
온몸에 붕대를 감은 소악마들까지.
수만 마리가 넘는 마물의 군대가 도시 주변에 집결했다.
신대륙은 어둠의 힘이 보다 강력한 대륙.
이 정도의 마물 웨이브도 드물지 않은 것이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뭐, 그렇진 않을 겁니다.”
이런 게 위기라면, 애초에 여기에 도시가 있지도 못할 것이다.
창밖을 보자 성벽 너머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몰려온 몬스터 군대가 보였다.
“악마교단이다!”
“막아라!”
도시의 병사들이 성벽 위로 올라가고, 대포와 투석기, 발리스타 등 각종 수성 병기들이 배치되었다.
보통 싸움은 저 정도면 간단히 막을 수 있을 터.
그러나 상대가 저 정도의 군대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흑마법사, 악신의 신관도 끼어 있고, 정예 몬스터들도 많았다.
“어우, 근질근질하네.”
“흠…….”
공성전에서 큰 역할을 하는 대형 마물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서버에선 오크 전선에서밖에 보지 못하던 진짜배기 군단!
“이거 상황이 좋지 않군요.”
“어떻게 할 텐가? 여기 계속 있는 건 위험해 보이는데…….”
“으음…….”
파프닐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할까.’
돈까지 투자하면서 기껏 관계를 만들어 둔 도시.
여기서 도와준다면, 이 도시는 확실하게 거점이 된다.
약자들을 돕는 선행을 하는 것은 덤.
‘선행이라……. 확실한 이득은 되지 않으면서, 고생만 죽어라 해야 하지.’
영화 속에는 영웅들이 나타나 많은 사람을 돕고 구하는 스토리가 있다. 하지만 파프닐이 바라는 건 정점이 되는 것이지,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헌신과 희생? 플러시의 운빨에 맞서 이기려면 그런 사치를 부릴 틈 따윈 없었다.
“돈도 내줬으니 대가는 치른 셈이고. 굳이 더 도울 이유는 없지.”
여기서 죽으면 지금까지 배를 탔던 게 모든 게 허사가 된다.
“유혹에 휘말리면 안 돼. 네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야지.”
창문 밖으로 시민들을 사냥하는 하피들이 보였다.
신대륙답게 시민들의 HP나 공격력도 꽤 강하다.
하지만 약한 어린아이들도 많았고, 거동이 힘든 노인들도 보였다.
“바깥 경비도 허술해진 것 같고, 지금이라면 탈출할 수 있네.”
“뭐 해? 화끈하게 싸우는 게 맞지!”
존스 박사와 김철이 시선을 모았다.
어떻게 하지? 파프닐은 눈을 질끈 감았다.
***
모든 콘텐츠는 소비하는 것보다 만드는 것이 훨씬 어렵다.
영화나 게임, 심지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요리도 마찬가지.
온라인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반년 동안 전 직원을 갈아 만든 신규 콘텐츠가 클리어되는 건 길어야 한 달도 걸리지 않는 게 일상다반사.
기발한 발상을 떠올리거나, 허점이 발견됐을 땐 하루 만에 클리어가 되기도 한다.
게임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격이다.
플레이어와는 시간 감각이 다르다. 한 달은 분명 긴 시간이지만, 게임사의 입장에서는 찰나와도 같은 순간인 것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들은 신규 콘텐츠에 여러 락(LOCK)을 걸곤 했다.
불법 복제품에서 갑자기 파일이 삭제된다거나, 미공개 지역 앞에 죽지 않는 보스 몹을 배치한다든가 하는 식.
당연히 신대륙 콘텐츠는 야심 차게 준비하다 보니 그런 방안도 마련되어 있었다.
불법 프로그램, 치트의 경우에는 슈퍼컴퓨터 이그드라실이 직접 차단 및 역공격을 하지만.
지금과 같은 인게임에서의 돌발 행동.
콘텐츠 내부에서 꼼수를 부리는 일은 같은 인게임 시스템 선에서 제재하고 있었다.
밀항 및 공간 이동 마법, 그 외에 여러 편법을 써서 신대륙에 온다면, 그 지점을 향해 강력한 몬스터 웨이브가 발동하도록 해 놓은 거다.
작정하고 죽이려 만든 것이니, 난이도도 거의 메인 스트림 수준.
막 도착한 유저가 리스폰 포인트를 열었을 리 없으니, 사망 시에는 부활할 때는 본래 있던 대륙에서 부활한다.
도망치면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바다까지는 몬스터 웨이브도 쫓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은근히 그런 간단한 걸 생각하지 못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여기까지 온 고생, 남들보다 먼저 꼼수를 써 얻은 특전을 포기 못 하고 거점을 지키려다 죽게 된다.
억울한 일이라 할지 모르지만.
원래 시간을 들여 공략을 만들어야 하는 걸 꼼수로 뚫으려 하는 녀석들이니, 이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게 개발진의 생각이었다.
“……어쩔 수 없지요.”
눈을 질끈 감고 생각하던 파프닐이 말했다.
“도망칩시다.”
“뭐? 기껏 자유인데 튀자고?”
“잘 생각했네!”
김철과 존스 박사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기서 죽으면 그동안 고생한 게 전부 허사로 돌아간다.”
해도랑 기록이 삭제되고, 리스폰 포인트도 본 대륙에 있어서 그쪽으로 가게 된다.
‘비겁한 선택 좀 하지 뭐. NPC들한테 비겁하다, 자비 없다고 비난받더라도, 뭐든 다 할 수 없는 거 아냐.’
결정을 내린 파프닐은 곧바로 출발했다.
그때, 방문을 열고 하녀 여럿이 들어왔다.
“뭐야!”
“사, 살려 주세요! 제발 부탁드릴게요!”
“아니, 우리가 그런 능력이 어디 있다고…….”
“정령들에게 들었어요. 여러분이 외국에서 정말 최고의 모험가라고……. 저희를 구해 줄 능력이 있다고요.”
-하녀 멜라니가 새로운 퀘스트 ‘시민들의 대피’를 의뢰하려 합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보상 : 정령이 깃든 돌(에픽).
아주 작정하고 막는 모습.
“으음…….”
파프닐은 헛기침을 하며 멜라니의 손을 보았다.
평범한 돌 같지만, 자세히 보면 보통 아이템이 아니었다.
에픽급 이상의 정령석.
강력한 정령을 수하로 부릴 수도 있고, 힘을 추출해 골렘이나 호문쿨루스에 쓸 수도 있는 게 평범한 팔찌에 끼어 있었다.
‘본 대륙에선 극히 구하기 힘든 아이템인데, 대륙 간 나오는 게 다르다 보니 저런 것도 보이는군.’
가격이 어마어마하지만, 자연의 마나와 해당 속성의 힘이 가득하다고 한다.
호문쿨루스인 벨, 데스 나이트인 베이디르에게 쓰면, 막혀 있는 성장 한계를 뚫을 수도 있을 터.
파프닐이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일단 대피만 도와드리겠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퀘스트를 받았지만, 몬스터. 아니 악마교단의 침공에 맞서 데리고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항구에 있는 배는 얼마 안 되는데, 과연 몇 사람이나 태울 수 있겠는가.
파프닐이 있는 시청 주변에는 수만에 달하는 시민이 우왕좌왕 도망 다니고 있었다.
“이건 위험하군.”
병력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공중에서 날아드는 몬스터들까지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대피를 하더라도, 바다까지 갈 수 있을지. 혹은 바다에서도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
“존스 박사님.”
“으음?”
“박사님은 사람들을 하수도로 대피시키세요. 바다 쪽으로 가면 안전할 겁니다.”
주민 대피는 적당히 존스 박사에게 떠넘겨 놓고.
“김철, 너는 나와 같이 싸운다.”
“흥……. 뭔가 지시를 내리면 죽을 줄 알아.”
“제대로 따르면 전리품 중 무기 하나는 네 몫이다.”
“맡겨만 주십쇼!”
김철과 따로 싸워도 되지만, 기왕이면 최강의 조커 카드는 같이 써야 제맛이지.
“자, 그럼 이제 한번 날뛰어 보실까.”
어디부터 가서 막아야 하지.
기다렸다는 듯 한쪽 성벽이 무너지며 거대 마물들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 아래로 빼곡히 모습을 드러낸 악마교단의 악마 몬스터들!
주변에서 시티 가드들이 달려왔지만, 대형 마물이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자 뿔뿔이 튕겨 나갔다.
파프닐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해졌군.”
제작자들이 예상치 못한 게 있다면.
이곳에 온 사람 중 대규모 단체전에서 최강급인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다는 점이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