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6)
26화
흑마법사.
큰 부분에서 보면 흑마법사는 마법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마법 대신 흑마법을 쓸 뿐, 다른 건 거의 비슷하기도 하고.
이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흑마법사의 이동이 느리다고 보지도 않고 단정 지었다.
하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게 섰거라!”
해골마를 소환한 채 달려오는 흑마법사의 속도는.
결코 어지간한 전사나 도적에 뒤지지 않았으니까.
“미쳤어! 뭘 끌고 온 거야!”
“히익……!”
흑마법사를 본 시현과 시연이 기겁했다.
고작해야 오크일 줄 알았는데, 해골마를 타고 파괴 마법을 쏘아 대는 흑마법사를 달고 오다니!
“이쪽으로 오세요!”
“함정 깔아 뒀으니 우리만 따라와!”
시현과 시현은 그렇게 외치며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파프닐과 베인이 그 뒤를 따라 사라지자, 잠시 후 흑마법사가 탄 해골마가 쫓아왔다.
“죽……. 이놈!”
투투퉁.
어둠의 마나를 모으던 흑마법사에게 화살들이 날아왔다.
공격을 방해받은 흑마법사가 분통을 터뜨렸다.
“크악! 이놈들! 곱게 죽이지 않으리라!”
파프닐은 그 비명을 들으며 속도를 높였다.
“어떻게 된 거야?”
“오크 산채에 흑마법사라니,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옆에서 달리는 시현과 시연이 물었다.
잠시 고민하던 파프닐이 대답했다.
“흑마법사가 오크들을 부하로 두고 부리다가, 우리를 보고 쫓아오는 겁니다.”
“아……. 저놈이 대장이구나!”
“잡으면 대박이겠네요오…….”
단번에 이해해 버린 시현.
뒤쪽에서 거릴 좁혀 온 베인이 물었다.
“그런데 이거 잡힐 것 같은데, 싸우면 이기나?”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최소 레벨 120 이상입니다. 절대 못 잡습니다.”
수백 수천 게임을 클리어한 파프닐의 감각이 보증하는 사실이다.
“그럼 함정이 다하기 전에 흩어져야 하나?”
“아뇨, 제게 생각이 있습니다.”
파프닐은 세 사람에게 작전을 설명했다.
“그게 되나?”
“되든 안 되든 지금은 빨리 결정해야 합니다.”
“난 찬성!”
“어떻게 되건 좋으니 바로 해요. 저 이러다…… 죽을 것 같아요.”
체력이 안 좋은 시연은 이미 숨이 턱에 닿았다.
다른 세 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알았습니다, 그럼 바로 시작하죠.”
파프닐이 곧바로 손짓했다.
동시에 세 사람들이 일제히 여분의 장비를 꺼내 들었다.
***
“으응?”
인간들을 쫓던 흑마법사, 카잔드락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해골병? 놈들 중에 네크로맨서가 있었나?”
도망치던 두 놈은 몸놀림이 재빠르니 예외.
네크로맨서는 아마 밖에서 기다리던 동료이리라.
‘그럼 동료잖아!’
아직 어떤 신을 따르는지는 모르지만, 같은 악 계열 신 문하에 있다니 손 속에 사정을 두고 싶어졌다.
‘되도록 그 녀석만큼은 사로잡아야겠군.’
물론 나머지에겐 가차 없다.
특히 이 함정을 만든 놈은 더욱 그랬다.
주문을 외우거나 속도를 내는 순간 어김없이 나오는 함정들!
치명상을 입히기엔 부족하지만, 무시하기엔 은근히 강했다.
‘이걸 만든 놈도 절대 곱게 못 보낸다.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만들 것이다!’
한참을 달리던 카잔드락스가 눈매를 찡그렸다.
‘저기 있군.’
멀리서 나무 사이로 보이는 네 명의 신형.
활을 들거나 로브를 입은 것을 보니, 저놈들이 틀림없었다.
‘최대한 사로잡는 쪽으로 가야겠군.’
카잔드락스는 파괴 마법을 그만두고 대신 저주와 뼈의 벽 등을 만들었다.
어둠의 마나가 네 명의 몸을 무겁게 만들고, 땅은 진흙 늪으로 변해 발목을 붙잡는다.
‘네크로맨서 놈은 설득하고, 다른 놈들은 온갖 고통을 주다가 죽여야지.’
최대한 상처 없이 붙잡기 위해, 주특기인 파괴 마법도 전부 펼치지 않고 잡았다.
실수였다.
쓰러뜨린 네 명에게 가까이 다가간 순간, 카잔드락스는 깨달았다.
“해골병……! 그것도 네 놈 전부가!”
카잔드락스의 눈에 실핏줄이 가득 돋았다.
“이 개자식들이……. 나를…… 속여!”
전부 죽여 버리리라.
하늘 끝까지 차오르는 분노 속에서, 카잔드락스는 눈알을 굴렸다.
‘놈들은 멀리 가지 못했다. 본체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면, 주변 오크들이 그 흔적을 놓칠 리 없어.’
흑마법사는 용암 같은 분노와 차가운 마음을 동시에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길길이 날뛰면서도 카잔드락스의 뇌는 끊임없이 굴러갔다.
‘마법 주문도 없었고, 따로 빠져나간 곳도 없다면…….’
다음 순간 해골마가 180도 뒤로 돌았다.
“이놈들!”
그대로 요새 쪽으로 되돌아가는 카잔드락스.
이번엔 주변에 어둠의 마나를 퍼뜨리며 바닥까지 확인했다.
‘어떤 수작질인지 이제 알았다.’
분명 놈들은 함정 속에 숨어 있으리라.
잠시 후, 카잔드락스의 눈앞에 네 명의 등이 보였다.
이제 막 함정에서 나온 채 도망치려는 로브와 갑옷들.
“못 간다, 이놈들!”
다크 볼을 마구잡이로 날리며 네 명을 막자…….
달칵, 와그락!
네 명의 신형이 거짓말처럼 허물어진다.
그 자리엔 파프닐 파티 대신 부서진 해골병의 뼛조각들만 가득했다.
“아, 아니!”
카잔드락스와 해골마가 동시에 멈춰 섰다.
설마 이번에도 해골병이었다니?
“그럼 대체 놈들은 어디로 간 거지……?”
요새 안은 아니다.
자신이 마력을 발산한 지금, 저 안은 오크들이 최대 경계 태세를 갖추고 돌아다니고 있었으니까.
“텔레포트 마법 같은 게 있을 리 없고……. 그렇다면 도대체…….”
어리둥절해하던 카잔드락스가 요새 안으로 멀어져 갔다.
그렇게 놈이 사라진 뒤 수 분 후.
부스럭.
근처에 있던 함정의 흙 한쪽이 들썩거리더니, 눈 하나가 나타나 주변을 둘러보았다.
“……간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나가도 돼?”
“조용히 하면서요.”
함정 속에서 걸어 나온 건 다름 아닌 파프닐 일행.
파프닐이 가장 먼저 나오고, 뒤이어 시현이 벌떡 일어났다.
“후우, 진짜 갑갑해서 죽는 줄 알았네!”
“난 그냥 죽는 줄 알았는데…….”
흙먼지를 털어 내는 시현과 시연.
그 옆에서 베인은 파프닐의 먼지를 털어 주었다.
“잘했네, 덕분에 네 명 다 살았구만.”
“기왕이면 다 살아야죠. 이거 사망 시에 다시 못 맡는 퀘스트잖아요.”
“그럼, 그렇지.”
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특수부대라 해도 믿겠구만. 이런 걸 그 짧은 시간에 생각해 내다니.”
“네크로맨서가 아니었으면 안 됐을 겁니다.”
해골병으로 미끼를 만들어 보낸 뒤.
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2차로 미끼를 보내 정신을 어지럽혔다.
“놈이 조금만 더 신중했다면 한 번 더 함정을 뒤져 봤을 텐데, 그렇지 않아 다행이로군.”
그래도 시간이 얼마 없었다.
지금쯤 요새 내부는 발칵 뒤집혀 있을 테니 말이다.
“자, 그럼 이만 돌아가죠. 지금이 타이밍입니다.”
“내가 길을 알아보지.”
일행이 막 움직이려던 순간.
“자, 잠깐만!”
시현이 파프닐을 불러 세웠다.
“무슨 일 있습니까?”
“그……. 그게…….”
파프닐의 물음에 시현은 쥐구멍에 기어들어 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가 나서.”
“네?”
“그……. 오래 누워 있었더니 쥐가 났대요.”
“…….”
***
파프닐은 요새로 돌아오자마자 자료들을 제출했다.
그 여파는 대단했다.
“자, 잠깐 기다리게.”
요새 사령관.
요새에서 가장 높은 사람까지 한달음에 튀어나올 정도로 말이다.
“자네가 이 정보들을 얻어 온 파프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렇구먼…….”
심호흡을 한 사령관이 파프닐 앞에서 고갤 숙였다.
“정말 고맙네, 자네가 아니었으면 오크 놈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뻔했어.”
-테러 활동 및 첩보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전투 공헌도를 획득했습니다.
-굉장히 중대한 정보를 보고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10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명성치가 +100 상승했습니다.
-터틀락 기사단의 깃발(레어)을 획득했습니다.
-요새 사령관 카다스의 호감도가 +20 상승했습니다.
곧바로 이어지는 커다란 보상!
“이, 이건 과합니다.”
“아냐, 자네 파티는 이 이상을 해 줬네. 부디 받아 주게나.”
오크 군대의 규모나 진격로, 보급 상황에, 흑마법사의 건까지.
몬스터로 치면 약점이나 사소한 습관까지 전부 발가벗겨 온 셈이었다.
“나머지 보상은 바이론시 영주에게 말하게. 나는 이 일에 대해 대비해야겠어.”
-새로운 연계 퀘스트 ‘바이론시로’가 생성되었습니다.
파프닐은 나머지 셋에게 물었다.
“전 바로 돌아갈 것 같은데, 세 분은 어쩌시겠습니까?”
“나는 좀 쉬어야겠네. 빨래랑 청소도 해야 하고…….”
“오늘은 지쳤어……. 더 하고 싶지만 여기서 끝!”
“저도 들어가 볼게요.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파프닐 님.”
시현과 시연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파프닐도 피곤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처럼 쉴 수는 없었다.
‘아직 퇴근 시간이 안 됐으니 그때까진 해야지.’
파프닐은 다시금 바이론시로 향했다.
“성안에 들어오겠다고? 익숙한 모험가긴 한데…….”
“영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사령관의 명령서를 보여 주자 곧바로 영주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영주네. 사령관님께서 보내셨다고?”
“여기 있습니다.”
“……!”
명령서를 전달하자 영주의 눈이 커졌다.
“이럴 수가, 자네 정말 엄청난 일들을 해냈군!”
명령서에는 파프닐이 세운 전공과 업적, 그리고 오크 군대의 움직임과 대비할 요소가 적혀 있었다.
섭섭지 않게 포상을 챙겨 주라는 말도 함께.
“자네, 정말로 고생이 많았네. 덕분에 왕국이 큰 은혜를 입었군.”
“그 정도까지야…….”
“오크들의 배후를 확인한 건 충분히 그런 찬사를 들을 만하네.”
-5골드를 획득했습니다.
-다이아몬드 5개를 획득했습니다.
-사파이어 5개를 획득했습니다.
-루비 5개를 획득했습니다.
-진 강철 주괴 10개를 획득했습니다.
-바리안의 가벼운 깃털 망토를 획득했습니다.
요새에서도 보상을 얻고, 여기서도 또다시 보상을 획득!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말 그대로였다.
‘보석 중 흑마법 재료로 쓸 건 내가 가지고, 나머진 시현 쪽에 분배하면 되겠군.’
물론 파티가 네 명이니 4분의 1로 나눠야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차고 넘쳤다.
‘그럼 슬슬 해골병을 부르고 정비도 해 볼까?’
그때였다.
파프닐이 막 돌아서려 할 무렵.
상을 다 내린 영주가 어깨를 붙들고 물었다.
“참, 자네 혹시 지금 한가한가?”
“네? 네.”
“그거 잘됐군. 혹시 부탁 한 가지만 들어줄 수 있겠나?”
-연계 퀘스트 ‘영주의 부탁(매직)’이 생성되었습니다.’
“무슨 부탁이신지요?”
“정보대로라면 수도에 지원과 토벌군 편성을 부탁해야 하는데, 정규병을 보내기엔 전력이 부족하군.”
당장 오크들이 내일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성의 병사들을 뺄 순 없다는 뜻.
“자네 같은 믿음직한 모험가가 대신 가 준다면 정말 마음이 놓일 것 같은데, 어떻게 안 되겠나?”
“…….”
그냥 받는 것도 좋지만, 여기선 좀 더 협상을 해 보자.
“그렇게 믿어 주시면 저야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답하던 파프닐이 말끝을 흐렸다.
“다만…….”
“다만 뭔가?”
“제 직업이 네크로맨서다 보니, 수도에서 무시당하거나 하지 않을지 걱정이라서…….”
“음……!”
호라이즌에서 악 계열 직업들은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한다.
비록 공존 허가는 받았지만, 무슨 일을 꾸밀지 모르기에 매일같이 감시와 불신의 눈동자를 끼고 살아야 했다.
특히 왕국의 수도라면 더욱 그런 시선이 짙으리라.
“영주님의 지시를 따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제가 가도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는군요.”
“걱정하지 말게, 내 조치를 취해 주지.”
영주는 품속에서 인장을 하나 꺼내더니, 파프닐에게 넘겼다.
“이름을 적게.”
“이건 무엇입니까?”
“수호 기사 인장일세. 마나를 불어 넣으면 여기사의 영혼이 나와 자넬 호위하니, 혹여 습격당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걸세.”
-페넬로페의 수호 기사 인장(유니크)을 획득했습니다.
‘신변 걱정을 안 해도 된다고? 이게 뭐길래?’
상태창을 열자 정보가 나타났다.
[페넬로페의 수호 기사 인장]-분류 : 액세서리
-등급 : 유니크
-레벨 제한 : 50
-착용 시 힘, 체력, 민첩, 지혜, 지능, 손재주 +3, 행운 +1
-활성화 시 분당 80의 MP 소모.
-활성화 시 인장에 깃든 수호 기사 페넬로페(레벨 100)를 소환할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모든 기사 관련 스킬 레벨 +1 상승(최대 레벨이어도 마찬가지)
-착용하지 않아도 활성화 가능.
-페넬로페의 스테이터스 및 스킬 보기.
-페넬로페의 장비 확인.
-페넬로페의 영혼은 성장할 수 있습니다.
-경험치가 쌓일수록 발휘할 수 있는 힘이 커지고, 힘이 전부 커진 이후에도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설명 : 고대의 여기사 페넬로페(?)의 영혼이 봉인된 인장. 바이론시의 영주인 펜드래곤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과거, 더없이 고결했던 한 여기사의 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이곳에 봉인되었다고 한다.
‘이런 미친……!’
성장 아이템!
파프닐의 가슴이 턱 막혔다.
‘말 한마디 잘했더니, 복권 1등이 뻥 터지는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