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7)
27화
성장 아이템.
호라이즌에서 몇 없는 이것들은, 일단 나오면 유저들에게 엄청난 가격에 팔린다.
하지만 막상 스펙을 본 유저들은 대개 실망하기 마련이다.
일단 만들기 어려울뿐더러, 만들더라도 동 레벨의 유니크 장비보다 약간 더 좋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성장 아이템의 진가는 레벨이 높아질 때 드러난다.
-고레벨 장비 구하기>>>>>넘사벽>>>>>>지금 성장 아이템 키우기
>이거 ㄹㅇ임ㅋㅋ
>랭커들이 괜히 성장템 떡칠하는 게 아니라니깐?
높은 레벨에 맞는 장비는 천금을 줘도 구하기 어렵다.
그러나 성장 아이템을 저레벨부터 키웠다면?
‘돈도 안 들이고 유니크급 최상위 장비를 얻는 셈이지.’
물론 파프닐은 몇 번이나 거절했다.
그러나 영주의 뜻은 바뀌지 않았다.
“우리 가문은 마법사여서 이 인장은 방 안에서 먼지만 쓰고 있었네. 오크 놈들과의 전쟁, 나아가 왕국과 백성들을 위해 써 주게나. 이 인장에 봉인된 여기사도 그걸 바랄 걸세.”
적어도 나중에 이걸 먹었다고 탈 날 위험은 없게 된 셈.
수도에 가는 퀘스트를 강제로 받아 버렸지만, 그 정도야 그다지 큰일은 아니었다.
“수도는 여기서 더 북쪽이군.”
오크들의 준동 이벤트가 다가오고 있으니,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되었다.
‘1호, 2호, 3호와 벨에게 상태창으로 소환 명령을 내리고……. 나도 올라가야겠어.’
사냥을 열심히 해서 강해진 넷을 쓸 때다.
파프닐은 힐데에게도 연락을 넣었다.
-파프닐 : 힐데 님.
-파프닐 :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십니까?
-힐데 : 네?
-파프닐 : 퀘스트 때문에 수도로 가야 하는데.
-힐데 : 같이 가 드릴게요! 지금 바이론시세요?
본론을 말하기도 전에 힐데의 답장이 왔다.
‘힐데 님에게 신세를 많이 지는군.’
지난번도 그렇고, 이번에도 힐데와 같이 간다면 안심이다.
“그럼 나도 잠시…….”
파프닐은 인장을 사용했다.
-인장을 활성화했습니다.
-수호 기사 페넬로페의 영혼이 소환되었습니다.
빛 속에서 나타난 것은 긴 금발을 말총처럼 묶은 장신의 여기사였다.
‘세상에.’
파프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성장형 아이템이란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인간형 서번트 소환에 의사소통까지 된다고?’
의사소통이 되는 건 굉장한 장점이다.
복잡한 계획이나 작전, 착착 맞아떨어져야 하는 공략에도 쓸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게다가 성장형이기까지 하니, 앞으로도 강해질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이거 완전 노다지 중에서도 왕 노다지구만.’
벨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느낌.
그사이 형태를 갖춘 여기사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기사 페넬로페, 새 주군께 의무를 다하려 합니다.”
“아, 잘 부탁하지.”
파프닐이 손을 내밀었다.
속으로는 기뻐 환호성을 지르고 싶지만 짐짓 진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덤.
그러나 그 순간.
“윽……! 네크로맨서!”
페넬로페의 얼굴이 벌레라도 본 것처럼 일그러졌다.
“감히 네크로맨서 따위가 내 주군을 칭하다니, 이 무슨 모독인가!”
“…….”
“……크흠, 죄송합니다. 실언을 했습니다.”
-페넬로페의 호감도가 -50만큼 감소했습니다.
-페넬로페의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감소했습니다.
-페넬로페는 고결하고 의지력 강한 기사입니다. 한평생을 약자를 지키고 왕국에 헌신한 그녀의 올바른 품성은, 악신들을 따르는 자들을 쉬이 용납하지 못합니다.
‘이거 생각보다 애물단지일지도 모르겠군.’
레벨 100이면 기사로서는 그리 강하지 않다.
그런데 마음대로 다루는 것도 쉽지 않다니.
‘일단은 키워 보는 수밖에 없겠군.’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는데 벨과 1, 2, 3호가 그리워진다.
파프닐의 한숨이 깊어졌다.
***
도시 북문.
파프닐은 힐데와 합류한 뒤 수도로 향했다.
“우와……. 이게 어떻게 된 거래요?”
다시 만난 힐데는 파프닐을 보고 세 가지 부분에서 깜짝 놀랐다.
“파프닐 님, 저랑 레벨이 같아요!”
일단 파프닐의 레벨이 힐데와 같아질 만큼 성장한 게 첫 번째.
“옆에 있는 분은……. 고레벨 유저님?”
옆의 기사를 보고 놀란 게 두 번째.
“네? 오크 이벤트에 흑마법사요? 거기다 베인 님까지?”
힐데가 접속하지 못한 사이 일어난 일을 들은 게 세 번째였다.
“와……. 저 없는 사이 혼자 그걸 다 즐기신 거예요?”
“죄송합니다. 힐데 님도 데려갔어야 하는 건데, 상황 진행이 워낙 급박해서.”
파프닐의 사과에 힐데는 웃음과 함께 손사래를 쳤다.
“아이, 농담 좀 한 거예요. 나중에 그분들 소개 좀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안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긴 하다만.’
파프닐이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토르의 몽크여, 잠깐 괜찮을까?”
페넬로페가 힐데를 멀찍이에서 불렀다.
잠시 양해를 구한 힐데가 페넬로페를 따라가자, 페넬로페가 물었다.
“그대는 저자와 친한가?”
“네? 음……. 며칠 동안 같이 있던 사이?”
“……그렇군. 그렇다면 저자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해도 되겠나?”
페넬로페는 아주 오래전, 투쟁의 시대에 살았던 인물이다.
당시 네크로맨서는 지금처럼 허가제 같은 것도 받지 못하는 인류의 적이었을 뿐!
그런데 파프닐은 달랐다.
극악무도한 네크로맨서인 줄 알았는데, 하는 건 영주의 심부름꾼이라니.
“그래도 일단은 주인이니, 내가 섬길 만한 인물인지 알고 싶다.”
“아하…….”
힐데는 좋게 말하면 순수하지만, 나쁘게 보면 포장을 못 하는 사람이었다.
파프닐이 알았다면 어떻게든 말렸겠지만 지금 파프닐은 앞쪽에서 움직이고 있는 상황!
“파프닐 님은……. 뭐, 일단 계산적이에요.”
“손익 타산을 우선한단 건가?”
“그것도 있지만……. 역시 몬스터를 사냥할 때 있죠, 그때가 제일 무섭더라고요!”
“흠…….”
“저는 쉬게 하면서도 혼자선 절대 쉬지 않고 몬스터를 잡고, 또 사람들도 잘 도와주세요. 얼마 전엔 오크 토벌도 했다고 하셨고…….”
힐데는 생각나는 대로 말을 이었다.
“오크 토벌 건은 들었다. 다른 건 처음 듣는군.”
“생각보다 좋은 분이시니까, 너무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거예요.”
한참을 가만히 있던 페넬로페가 이윽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곧바로 파프닐에게 복귀한 페넬로페가 말했다.
“거기, 네크로맨서.”
“……?”
“토르의 몽크에게 얘길 들었다. 너를 인정하고 있더군.”
“인정이요?”
“그……래. 물론 내가 널 주군으로 인정했단 건 아니다. 추악하고, 더러운…… 네크로맨서.”
차가운 목소리로 선을 긋는 페넬로페.
“……그래도 네놈이 근본까지 어둠에 물든 건 아닌 듯하니, 최소한 말 정도는 들어 주지.”
-페넬로페의 호감도가 +2 상승했습니다.
파프닐은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파프닐 : 힐데 님.
-파프닐 : 혹시 무슨 얘기 했나요?
-힐데 : 네?
-힐데 : 아, 아뇨! 별 얘기 안 했어요! 해가 될 만한 얘기 안 했고! 뭐 물어봐서 솔직히 대답하기만 했어요…….
-파프닐 : ……?
의문은 한층 더 깊어져 갔다.
***
파프닐 일행은 말을 타고 수도로 향했다.
말을 달리기만 하는 지루한 일정.
그러나 파프닐은 가만히 있는 동안에도 은근히 바빴다.
-파프닐 : 긴 퀘스트가 생겼으니, 전 기다리지 말고 세 분이서 사냥하시면 됩니다.
-베인 : 알겠네.
-시현 : 와, 그새 수도 간다고? 진짜 밥 먹고 게임만 했나.
-시연 : 잘 다녀오세요!
나머지 세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네 명 모두 내 근처에서 움직이도록. 곧바로 합류하진 말고, 조금 떨어져서 따라와.
페넬로페가 미쳐 날뛸지 모르니 호문쿨루스와 해골병들도 뒤로 빼 두었다.
‘이 정도면 문제는 없겠군.’
말을 빌린 덕에 일정도 충분히 여유가 있다.
파프닐은 모처럼만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때였다.
“네크로맨서.”
앞서가던 페넬로페가 돌아왔다.
“싸우는 소리가 난다.”
“싸우는 소리?”
“그래, 다수의 몬스터가 한 사람을 공격하고 있다.”
직접 꺼내진 않았지만 무슨 속내인지는 뻔했다.
‘시간도 충분하니, 뭐 문제없겠지.’
파프닐이 말했다.
“그럼 구하러 가야지. 힐데 님, 괜찮으시죠?”
“네, 곤란한 사람이 있으면 당연히 도와줘야죠!”
힐데도 선뜻 승낙했다.
하긴, 그러니 몽크가 된 것이리라.
“갑시다, 어디서 소리가 나지?”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해골병과 벨을 불러들였다.
‘괜히 숨긴답시고 전력으로 안 싸우는 것보다, 이쪽이 더 나을 것 같군.’
본능적인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쪽입니다.”
페넬로페가 손짓하는 곳으로 향하자, 곧 무기 부딪치는 소리와 카악거리는 괴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좀 더 가까이 가자 전장이 보였다.
키키킥! 키익!
“빼앗고 죽여라!”
크아악!
“고용주님을 지켜!”
마차 서너 대를 둘러싼 이십여 명의 남녀.
그 주변으로 가지각색의 고블린 수백 마리가 침을 흘리고 있었다.
[피에 굶주린 물어뜯는 이빨 부족 고블린] [번개에 맞고 살아남은 새빨간 고기 부족 고블린]하나같이 보통 고블린이 아닌, 칭호를 가득 두른 별종들!
‘이거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거지꼴을 못 면하겠는데.’
파프닐의 눈이 주변을 훑었다.
그 모습을 본 상단 중간의 상인이 손을 들었다.
“사, 살려 줘요! 님들! 퀘스트 있어요! 제발 도와주세요!”
퀘스트를 이야기하는 걸 보면 플레이어가 맞았다.
동시에 다른 상인과 호위 들이 일제히 힐데와 파프닐을 돌아봤다.
고블린은 물론이다.
“……이런.”
“사, 사람이다!”
“이보시오, 우릴 좀 도와주시오! 보상은 두둑이 주겠소!”
-상인이 퀘스트 ‘고블린 도적 떼 격퇴’를 제안했습니다.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이거 기회가 왔군.’
저 외침 덕분에 고블린들의 기세나 움직임이 잠시나마 멈췄다.
공격한다면 지금이 최적의 시기.
“금방 구해 드리겠습니다.”
파프닐은 고개를 끄덕였다.
퀘스트가 수락되는 순간!
“간악한 몬스터 놈들, 내 검을 받아라!”
가장 먼저 나선 건 페넬로페였다.
페넬로페가 선두에서 검을 꺼내 휘두르자,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갈대처럼 쓰러졌다.
일반인은 물론, 운동선수나 군인에게서도 보기 힘든 뛰어난 컨트롤!
‘약해도 기사는 기사라는 건가!’
파프닐은 살짝 놀랐다.
레벨 100이면 기사 축에선 약한 편.
그럼에도 페넬로페는 고블린들 열대여섯 마리를 단신으로 쓸어 내며 길을 열었다.
심지어 저게 20%의 힘이 차감된 상태라는 게 더욱 놀라운 일.
‘성장하면 확실히 보통 퍼텐셜이 아니겠군.’
파프닐도 놀고 있지만은 않았다.
해골병들을 불러온 파프닐이 지시했다.
“고블린들을 전부 쓸어버려. 사람들이랑 같이 싸우고……. 저 여기사한텐 가까이 다가가지 마.”
“알겠습니다, 주인.”
“딸그락딸그락!”
벨과 1, 2, 3호는 턱을 짧게 부딪치고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뒤이어 일어나는 해골병들.
곳곳에 있던 고블린의 사체에서 만들어진 해골병들이 합류했다.
“마법사! 마법사다! 킥!”
“저기 마법사가 있다!”
파프닐을 발견한 고블린 열세 마리가 일제히 달려왔다.
상당히 똑똑한 선택이었다.
근접전이 약한 마법사 한 명에게, 열 마리가 넘는 고블린은 절대 이길 수 없는 벽이었으니까.
“파프닐 님, 피하세요!”
힐데가 세 마리를 막아섰지만, 다른 열 마리는 그대로 파프닐에게 달려들었다.
“쭈우거어어!”
고블린들이 이를 드러냈다.
득의양양한 미소.
그 순간 파프닐이 학살자의 검을 휘둘렀다.
퍼걱.
단숨에 고블린 한 놈의 머리가 두 동강 났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뱀파이어릭 오라로 체력이 회복됐습니다.
고블린들이 예상 못 한 게 있다면, 파프닐의 컨트롤이 이 중 누구보다도 뛰어나다는 사실이었다.
“이놈들은 제가 처리할 수 있습니다! 앞에 집중하세요!”
파프닐은 그렇게 외치며 뒤로 빠졌다.
이어지는 블러드 익스플로전!
쓰러지는 고블린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 나갔다.
주변 고블린들 아홉 마리가 한꺼번에 전투 불능이 되는 순간이었다.
“흠.”
굉장한 전과를 냈지만, 파프닐의 표정은 그렇게 좋지 않았다.
‘풀피인데 체력이 회복되니 왠지 손해 같군.’
체력이 조금 줄어 있었다면 방금 걸로 전부 다시 찼을 텐데…….
실제로 손해 본 건 하나도 없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지.’
재차 싸우려던 파프닐의 시야가 이질적인 뭔가를 잡아냈다.
‘응?’
순간 파프닐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저 몬스터……. 설마?!’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