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크……. 젠장!”
펄럭, 붉은 망토를 휘감은 멋들어진 중년 귀족이 비틀거렸다.
“뭐 이딴 놈이……. 고작 담피르 따위에게 이 갈로스 님이 지다니!”
갈로스.
대륙 10대금역 중 한 곳인 레드 문 랜드의 군주 중 한 명이자, 레벨 550의 진조 보스 몬스터!
지속적인 흡혈과 혈마법으로 수많은 플레이어를 쓰러뜨린 그가 말했다.
“크으으……. 억울하도다. 고위 마물도 아니고, 한낱 해골병들에게 쓰러지다니.”
그와 그가 이끄는 적혈의 일족은, 오랜 옛날부터 수많은 인간을 잡아먹으며 세력을 키워 왔다.
그런 패밀리가 고작 해골병 따위에게 쓰러지다니.
믿기 힘든 일이지만 눈앞에서 벌어지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제길……. 죽여라! 네놈의 핏속에서 나는 살아 숨쉬리라!”
“음……. 힘도 강하고, 마력의 농도도 높아.”
그런데 상대, 네크로맨서의 반응이 이상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좋은 재료가 되겠어.”
“뭐? 재료?”
갈로스가 놀란 순간, 네크로맨서 남자가 손을 뻗었다.
슈아아악, 다음 순간 갈로스의 몸에서 흰 기운이 빨려 나오기 시작했다.
“머, 멈춰라! 혼혈, 아니 네크로맨서!”
뱀파이어는 육신이 죽더라도 유령이나 다른 언데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영혼이 자유로울 때의 이야기.
저렇게 끌려 들어가면 끝장이다.
“차라리 죽여! 죽여 달란 말이다! 영혼은……. 영혼은 안 돼!”
“미안하지만 그게 필요해서 말이지.”
“끄으아아아아!”
갈로스의 영혼이 완전히 검은 정사각형 물체로 빨려 들어갔다.
띠링!
[블랙 칩 B형(갈로스)]-등급 : 임모탈
-분류 : 일반, 룬.
-레벨 제한 : 없음
-내구도 : 50,000/50,000
-설명 : 시체, 골렘에 부착 시 해당 개체의 기존 영혼이 추가 능력을 획득함.
-새로운 신체의 성능이 강력할 시, 레벨에 비례한 수치로 재조정됨.
-효과
-체력 스테이터스 +10, 민첩 스테이터스 +25, 지능 스테이터스 +30
-공격력 +10%, 공격 속도, 모든 스킬 위력 +5% 상승
-모든 일반, 스킬 공격에 흡혈 효과 +20%, HP 회복력 +5%
“역시 뱀파이어 칩이 좋군.”
각 고레벨 사냥터의 몬스터들은 자신들만의 특색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영혼을 추출해 블랙 칩으로 만들어도, 그 능력은 그대로 따라온다.
기사의 혼을 넣은 블랙 칩은 검술 스킬이 향상되고.
마법사의 혼은 해당 원소의 마법 스킬이 향상되는 식.
뱀파이어 칩은 그중에서도 최상품이었다.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름 아닌 흡혈 효과.
관련 아이템은 무조건 두 배 이상 가격이 뛰는, PVE 최상급의 효과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뱀파이어 칩을 좀 더 얻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특히 일반 뱀파이어보다 네임드 뱀파이어들을 잡아 만든 블랙 칩 B형의 효율이 훨씬 더 뛰어났다.
다른 몬스터도 마찬가지지만, 흡혈 퍼센트가 늘어나는 건 특히 엄청난 효과가 있었으니까.
“그리고 밴시, 부두 데몬들의 영혼도 좀 더 모아야 하고…….”
파프닐은 손가락으로 블랙 칩을 헤아리다가 씩 웃었다.
‘이 정도면 블랙 칩 B형도 어느 정도 모였군.’
기존 블랙 칩이 영혼을 옮기는 거라면.
B형은 영혼의 특성과 능력만을 뽑아내고 영혼 자체는 나오지 않는 배터리 형태다.
해골병 1기가 장착 가능한 칩은 대략 두세 개.
워낙 숫자가 많다 보니, 그만큼 블랙 칩과 영혼도 많이 필요했다.
“슬슬 물량 부족은 해결할 수 있겠어.”
그동안 고레벨 사냥터를 돌아다니며, 파프닐은 각종 고레벨 몬스터의 영혼을 200여 개 가까이 확보했다.
그렇게 만든 영혼은 그대로 블랙 칩에 들어갔고, 일반 해골병들의 전력 강화에 사용되었다.
칩 여러 개로 스펙을 끌어올린 엘리트 해골병들이 지휘하는, 마찬가지로 칩 한 개로 강해진 일반 해골병들의 군단!
한번 소환한 해골병의 8할에 칩을 넣고, 나머진 예비, 보조 전력으로 두는 순환 구조다.
칩을 장착한 해골병이 쓰러지면, 바로 예비 전력이 그 칩을 재장착해 전투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저기, 저기 있다!”
“저놈!”
파프닐의 주위를 수십 명의 유저가 둘러쌌다.
“드디어 찾았군.”
“파프닐 님, 맞습니까?”
하나같이 어깨엔 대형 길드의 문양이 새겨진 견장을 차고 있었다.
“헉, 파프닐…….”
“괜찮아. 오늘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유저들 두엇이 숙덕거리는 사이.
선두에 나선 남자가 물었다.
“저희 측 인원들을 마구잡이로 학살하고, 또 통제 구역에 이렇게 멋대로 들어와 사냥을 하시다니…….”
“굳이 이렇게 하지 않으셔도, 말씀만 하셨으면 허가를 내드렸을 텐데요.”
“그리고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대가를 뜯어 갔겠지.”
파프닐은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리고 뭐, 결정적으로 내가 너희 눈치를 볼 이유도 없고.”
대형 길드들이 안중에도 없다는 모습. 포위한 길드원들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뭐……. 뭐라고?”
“너희도 일반 유저랑 NPC들에게 딱히 신경 쓰는 태도를 보이진 않지. 그렇다면 나도 약한 녀석들에게 딱히 그럴 필요가 있나.”
“하……. 말로 해서는 안 될 분이시군.”
선두 남자가 도끼를 꺼내 들었다.
“내 이름은 토르비온입니다. 들어 보셨겠지요.”
토르비온.
한국 서버 바바리안 랭킹 2위이자, 현직 프로게이머로 활동 중인 유명인이다.
“어디 춤 한번 춰 봅시다.”
그가 도끼를 꺼내 들자, 주변 길드원들 사이에서 침 삼키는 소리가 났다.
“자, 그럼…….”
그 순간 파프닐의 앞을 해골병 여럿이 막았다.
흉흉한 눈빛을 빛내는 은빛 해골병들.
파프닐의 특기인 금속 코팅 해골병들이다.
“한번 이겨 봐. 이 녀석들도 못 이기면서 약하지 않다고 주장하긴 좀 그렇잖아?”
“푸핫!”
유저 한 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고작 일반 해골병으로 자신들을 막겠다니.
“그럼 기꺼이!”
성질 급한 유저 한 명이 대검을 휘둘렀다. 그걸 신호로 다른 유저들도 각자 무기를 꺼내 들려던 순간이었다.
“딱.”
깡, 챙, 푹.
해골병은 깔끔하게 유저의 심장에서 창을 빼냈다. 다음 순간 대검 유저의 몸이 앞으로 허물어졌다.
“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다른 유저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음 순간 수많은 해골병이 일제히 사방에서 유저들을 덮쳤다.
“이 녀석들 강……. 크헉!”
“뭔 해골병이……. 끄으아아악!”
이후로 이어지는 건 일방적인 학살극이었다.
전력을 다해도 어려운 상대를, 얕잡아 보고 방심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미, 미친…….”
도끼를 휘두르던 토르비온이 신음성을 흘렸다.
툭 치면 쓰러질 해골병들 따위에게 자신의 도끼가 막히다니?
심지어 파프닐의 네임드, 엘리트 해골병들도 아니다.
고작해야 시간 벌이, 고기 방패용으로 나오는 해골병에게 진 거다.
레벨이 최소 200 이상은 차이가 나야 가능한 일.
하지만 그거야말로 더욱 말도 안 된다.
‘어……떻게…….’
벌벌 떨던 토르비온이 정신을 차렸다. 힘이라면 자신도 충분히 있지 않은가.
파앗, 토르비온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솟구쳤다.
이계신의 힘!
NPC들을 제물로 바쳐 얻은 마력이 도끼의 공격력과 속도를 한층 더 강화했다.
-치명타!
-방어구 관통!
콰자작! 강화 해골병 세 기가 단번에 전투 불능이 되었다.
“흠, 역시 일반 강화 해골병들로는 안 되겠군.”
누군가 했는데 이제 기억이 난다. 악튜러스랑 같이 네임드 목록에 있던 놈인 것 같기도 하고?
그 정도면 이쪽도 제대로 싸워 줘야겠지.
“개XX! 어디냐!”
파프닐을 찾던 토르비온의 앞에 해골병 한 구가 나타났다.
칼 한 자루를 든 해골병 한 기.
“비켜!”
“딱.”
검은 기운을 가득 머금은 도끼가 휘둘러졌다. 해골병, 1호의 손이 오른쪽으로 움직여지더니, 도끼를 정면으로 받아쳤다.
“어?”
힘 대결에서 밀린 토르비온이 헛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숨이 내쉬어지는 일은 없었다.
-토르비온이 사망했습니다.
“마, 말도 안 돼.”
“우리 길드 최강이……. 크헉!”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토벌대원들도 하나둘씩 땅에 몸을 눕힌다.
하나같이 명문 길드의 플레이어.
온갖 상급 아이템으로 둘둘 말고 고급 스킬을 난사하는 자들.
그러나 끝에 남은 건 파프닐의 해골 군세였다.
‘군세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한가?’
엘리트 해골병들만 이끌고 다닐 때보다는 확실히 많아졌다.
그러나 진짜 불사의 군세가 뭔지 파프닐은 직접 본 적 있었다.
‘지금 내 전력에 그만한 수가 추가된다면…….’
이런 소설에 나오지도 않은 허접한 길드 따위가 아니라 파이브스타니 플러시니 하는 주역들과 맞붙어도 이길 수 있다.
‘아무래도 그놈하고 거래를 해 봐야겠군.’
“영혼 회수.”
파프닐은 손을 들어 쓰러진 해골들의 영혼을 끌어모았다.
“실전 테스트는 아주 만족스럽군.”
물론 바바리안 전사 토르비온에게는 아직 통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최소 엘리트 해골병들은 되어야 맞붙을 수 있는 수준.
그러나 그건 토르비온이 랭커기 때문이다.
그 외의 일반 길드원들, 일반 상위권 플레이어들에게는 확실히 먹힌다. 몬스터들에게도.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언데드 군세에게는 문제라 할 수 있는 부활 비용 문제까지 해결.
‘완전 개사기인데.’
큭큭큭……. 파프닐은 음침하게 웃었다.
블랙 칩의 사기성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무한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더불어 성능 개선까지 가능하다는 점.
‘더 좋은 영혼, 더 좋은 공정 개선을 통한 칩 생산만 하면 해골병들의 성능도 여기서 훨씬 비약적으로 늘어날 거다.’
그뿐만 아니라 이것은 현재 자신이 독점하고 있는 독문 비전 스킬.
소설에 등장도 하지 않은 방법이었기에, 같은 스킬을 쓰는 자가 나올 리도 없었다.
‘어차피 본신의 힘만으로 플러시나 검노인을 이길 수는 없겠지. 하지만 네크로맨서 물량빨로 다 밀어 주마.’
물론 이것만으로 100% 확실히 이겼다고는 할 수 없다.
플러시가 가진 운빨이라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놈의 운빨을 감안하면 칩이 갑자기 버그를 일으키거나.
혹은 갑자기 지원군이 오는 것도 생각해 봐야 했다.
‘필요한 건 외통수지. 어떤 운이 작용해도 절대로 뒤집을 수 없는.’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금속들도 계속 모이고 있고, 금속의 주인들도 계속 찾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연철의 주인이 있었지?”
물처럼 흐르듯이 잘 휘어지는 부드러운 금속.
그 철의 주인을 거둔다면, 꽤 유용하게 쓸 수 있으리라.
파프닐은 해골병들을 소환했다.
“일단 챙길 건 마저 챙기고 생각해야겠군.”
어느새 눈앞엔 리젠된 뱀파이어 간부들이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아까의 토벌대들이라 하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 적들.
그러나 파프닐의 눈엔 그 녀석들이 전부 황금 덩어리로 보였다.
“뱀파이어 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