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전 세계에서 30억 명 이상이 플레이 중인 초가상현실 게임 호라이즌.
현시점 한국 서버에서 가장 유명한 네크로맨서는 당연히 파프닐이다.
그러나 가장 네크로맨서다운 네크로맨서 플레이어를 꼽는다면?
네크로맨서.
수많은 망자를 죽음으로 일으키고, 죽은 자의 군대를 통솔하는 사령관이자 흑마법사.
그 길을 똑바로 걷고 있고, 가장 선두인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어떤 놈이 겁도 없이 내 영역을 침범했나 했더니…….”
네크로맨서 랭킹 1위.
바알런은 띠꺼운 눈으로 이쪽을 보았다.
“또 네놈이냐, 파프닐!”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수천 마리의 해골병이 재차 솟구쳤다.
사방에 나타난 해골 기사, 공중에는 가고일들이 날아 다니고. 데스나이트들이 귀화를 빛냈다.
“지난번에는 임시 동맹이라 보내 줬는데, 이렇게 다시 왔다는 건 결판을 내자는 거겠지?”
네크로맨서 1위 자리를 둔 생사결!
막 공격 명령이 떨어지려는 순간 파프닐이 손을 들었다.
“거래를 하자.”
“뭐?”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람?
“그럼 언제 싸우게?”
“다른 경쟁자를 전부 쓰러뜨린 다음.”
“이 새끼가 약을…….”
“최소한 파이브스타는 없애고.”
파이브스타가 나오자 바알런의 말문이 막혔다.
아무리 군대가 많고 병사들이 강하면 뭐 하나.
최강의 랭커들과 정예 유저들이 모인 파이브스타와 비교하면, 자신은 태양 앞의 반딧불 신세였다.
하지만 그걸 내색하면 지고 들어가는 것.
바알런은 애써 태연한 척했다.
“흥, 그딴 녀석들. 나 혼자서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뭐 싸워도 좋고.”
“그래? 좋아, 이번에야말로 네크로맨서 지존을 겨뤄보자고!”
바알런은 호기 좋게 외쳤다.
파프닐은 멀뚱히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지?”
“그, 그럼.”
바알런의 관자놀이에 땀이 흘렀다.
솔직히 말하면 저놈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일대일로 싸우면 아직 못 이긴다.
‘비장의 카드만 완성됐으면 무조건 내가 이기는데!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난 원래 거래만 나누려고 한건데, 굳이 싸우자면 어쩔 수 없지.”
“자, 잠깐.”
바알런의 눈이 빛났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날이 안좋군. 거래라고? 얘기나 한번 들어 보자.”
파프닐이 피식 웃었다.
파프닐이 말했다.
“서로 스킬을 교환하자. 해골병 강화 스킬을 줄 테니, 더 많은 해골병을 불러낼 수 있는 스킬을 다오.”
“너어……. 대체 무슨 꿍꿍이냐.”
바알런은 잔뜩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까지 소수 정예 플레이를 고수하던 파프닐이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알려 줘야 하나?”
“필수는 아니지만, 알려 주면 나도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겠지?”
“별건 없고. 물량이 필요하게 되었을 뿐이야.”
“흐음…….”
바알런은 턱을 쓰다듬었다. 뭔가 생각하던 그가 질문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네크로맨서 헬카이트의 엘리트 해골병과 고급 언데드, 골렘 제작법.”
“흐음, 그다지 내키지 않는데.”
비록 헬카이트의 비전 스킬이 강력하긴 하지만.
이미 일가를 이룬 바알런에게 딱히 아쉬울 건 없다.
“그보다는 네 해골병들이 끌려.”
바알런의 눈이 번득였다.
“뭔가 했지? 네 해골병들, 갑자기 내 스컬 나이트들을 때려잡을 만큼 강해졌어. 비결이 뭐야?”
“비결?”
파프닐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간단해. 스켈레톤에 금속을 때려 박는 거다.”
“금속을?”
“내 특기가 금속 코팅 해골병인 건 알고 있겠지. 자세한 건 거래를 받으면 알려 주지.”
어차피 서로 숨긴 패를 다 깔 수는 없지만, 저 바알런에게서 유용한 걸 얻기 위해선 적당한 것 정도는 풀어야 했다.
“금속 해골병과 언데드라……. 무기 코팅이나 강화 같은 방식인가……? 일리가 있군.”
고민하던 바알런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파프닐과 바알런은 곧이어 스킬 북을 교환했다.
바알런에게서는 카론과의 거래(유니크), 군단 확장(레어), 카론의 언데드 컨트롤 마스터리(레어) 등 숫자를 늘리는 강력한 스킬들을 새로 습득!
대가로 헬카이트의 엘리트 해골병, 골렘 사역법을 넘겼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남는 거래였다.
“금속 코팅은 간단해. 해골병들에게 금속을 코팅하거나, 뼈를 일부만 남겨 두고 나머지를 금속으로 만들어 움직이게 하는 거다.”
“호오.”
“어차피 언데드들이니까, 장비 아이템 같은 효과를 받게 되지.”
“해골병을 아이템이나 펫처럼! 확실히 스킬 소환물처럼 생각하다 보니 이건 또 다르게 보이는걸.”
“그럼 난 이만 할 일이 있어서.”
거래를 마친 파프닐은 자리를 떴다.
홀로 남은 바알런은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저 녀석, 어지간히도 급한가 보군.”
하긴 그럴 거다.
스킬을 거래하러 온 목적을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으니.
“신대륙 원정 준비를 따라가려면 지금부터 바삐 움직여도 힘들 테니. 크크크크.”
신대륙으로 가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게 많다.
당연히 그만한 인건비나 인원 투자도 필수.
배를 제작하는 노동자, 배에 탈 선원 모두 해골병들로 채워진다면, 기존 해골병의 소환 수로는 부족함이 느껴질 만도 했다.
“하지만 파프닐, 네놈은 잘못 생각하고 있어.”
굳이 먼저 신대륙에 가 봤자, 얻는 거라곤 칭호 한두 개나 퀘스트가 끝!
네크로맨서인 자신들은 오히려 여기서 천천히 시체를 파밍한 뒤 넘어가는 게 이득이었다.
물론 바알런이 굳이 그걸 말해 줄 의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열심히 고생하시라고. 그사이 나는 네놈에게 얻은 이 지식을 써 볼 테니.”
금속으로 반짝거리는 해골병들을 떠올리자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바알런은 해골병들을 보았다. 다음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해골병들에게 어떤 식으로 금속을 씌운 거지? 그냥 쇠를 통째로 박아 넣었나?”
그가 파프닐이 가진 메탈 담피르의 종족, 그리고 그 특성이나 스킬에 대해 알 리가 없었다.
바알런의 고민에 찬 신음성이 점차 길어져 갔다.
한편 같은 시각.
파프닐은 다른 금역으로 향했다.
“새 능력을 얻었으면 시험해 봐야지.”
바알런과의 거래?
스킬을 서로 교환했으니, 그 후 일은 알 바 아니다.
반드래곤, 반인간인 용인들이 등장하는 칸드라고니안 협곡.
용인들은 숫자가 많진 않지만, 개개인이 강력한 전사이자 마법사이며 뛰어나기에, 이들의 협곡은 금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자, 그럼 어디 한번 써 볼까.”
파프닐은 용인들 앞에 서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나 아무 일도 없었다.
켁?
킥…….
서로를 흘긋 본 용인들이 거리를 좁혔다.
그때였다.
막 용인 한 마리가 파프닐을 덮치려는 순간.
콰콰콰콱!
땅 밑에서 수백, 수천 개의 뼈로 된 손들이 일어나 용인을 잡아끌었다.
“켁, 켁!”
발버둥 치는 용인을 향해 다가간 엘리트 해골병이 놈의 목을 잘랐다.
허무할 정도로 쉬운 사냥.
“됐다.”
파프닐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어렸다.
***
[파이브스타 원정대, 신대륙으로 돛을 펼치다.] [씨 서펜트를 처치한 해적들!] [신대륙에 가기 위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guide.]전 세계의 호라이즌 커뮤니티가 신대륙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마침내 파이브스타 길드와 여러 길드의 대규모 원정대가 배를 띄웠다.
파프닐과 프론티어 길드도 철갑선을 띄웠고, 그 옆에는 블랙 마리아호와 여러 갤리온이 함께했다.
대부분의 유저는 흥미를 가지고 그것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거기서 기회의 냄새를 맡은 사람들도 있었다.
“그 녀석의 오만방자함을 더 이상 참고 넘길 수 없습니다.”
어두운 방.
대여섯 명의 인원들이 원탁을 둘러싸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파프닐, 그 개새X에게 토르비온이 당했습니다. 우리들의 사냥터는 철저히 유린당했고요.”
한 명 한 명이 명문 길드의 수장, 혹은 최상위 랭커 아닌 사람이 없었다.
“이제는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됩니다.”
랭킹 3위 길드, 아틀라스 길드장의 말에, 랭킹 6위, 칸 길드장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요?”
“간단합니다.”
아틀라스 길드장은 뿌드득 이를 갈았다.
“그놈의 본거지인 로크아일, 거길 쳐서 싹쓸이하는 겁니다.”
“하지만 파프닐과 정면 대결이라니, 자칫하다가는 손해가 너무 커질지도 모릅니다.”
랭킹 5위인 호그와트 길드의 길드장이 우려를 표했다.
마법사 길드장으로, 평소 통제보단 아이템 제작, 판매를 주로 했기에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
“후후, 그 점은 걱정 마십시오.”
순간 아틀라스 길드장이 씩 웃었다.
“제 정보에 의하면, 파프닐은 죽었다 깨어나도 로크아일에 나타날 수 없으니까요.”
“응?”
“그 말은……. 설마!”
장내가 술렁였다.
“그렇습니다. 놈은 신대륙으로 가는 배에 탔습니다. 아무리 빨리 온다 해도 사흘은 걸릴 겁니다.”
“그럼 로크아일은 빈집이로구먼!”
“파프닐 녀석이 우리 빈집을 털었으니, 이번엔 우리가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겁니다.”
장내의 인원들 사이에 눈짓이 오갔다.
로크아일은 현재 한국 서버에서 가장 큰 대도시 중 하나.
그곳을 턴다면 엄청난 부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파프닐에 대한 복수는 덤.
돌아온 파프닐이 보복을 하려 해도, 파이브스타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다.
“아크 길드의 여러 프로게이머분들도 협력해 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아틀라스 길드장이 쐐기를 박았다.
그렇게 3~6위의 명문 길드들이 모인 길드 연합군이 결성되었다.
일단 목적이 정해지자 그다음은 순풍에 돛을 단 듯 빠르게 움직였다.
신대륙으로 가는 척하고 모여 있던 각 길드의 정예들이 뭉치고.
의뢰를 받는 솔로 랭커들에게도 스카우트 제의들이 갔다.
각 길드의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에서 은밀한 메시지들이 오가고.
랭커들의 통장에 수상한 거금이 입금되길 여러 번.
마침내 로크아일 외곽에 수많은 인원이 집결했다.
“저기인가.”
아틀라스 길드장, 트란이 도시를 보며 씩 웃었다.
길드 연합의 군세!
숫자는 이만으로, 대군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400레벨을 넘는 초정예 부대였다.
심지어 이들을 이끄는 최고 간부진들의 레벨은 전부 500 이상.
파프닐이 없는 이상, 아무리 도시의 수비 병력이나 인원들이 강하더라도 이 공격을 막는 건 불가능했다.
“다들! 긴말 안 하겠다!”
트란은 모인 병력을 향해 외쳤다.
“빈집 털이 들어간다!”
“우오오오!”
수많은 길드원이 함성을 내지르며 전진했다.
가까워지는 로크아일의 건물들.
그때였다.
선두에 있던 간부 한 명이 손가락질했다.
“잠깐만, 넌 뭐냐?”
유저고 NPC고 전부 피한 평지 위.
검은 로브의 남자 한 명이 군대 앞에 혼자 서 있었던 거다.
“…….”
“별 잡놈이…….”
남자가 침묵하자, 성질 급한 간부 한 명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그대로 창을 내지르던 순간.
푸욱! 푹! 땅 밑에서 솟구친 뼈 창이 말과 함께 간부를 꿰뚫었다.
“헉.”
“어?”
군대가 잠잠해졌다. 그 앞에서 로브 남자가 머리 쪽을 걷었다.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눈앞에 가득한 플레이어 군단을 마주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트란과 길드 연합 간부진은 꿀꺽 침을 삼켰다.
‘어떻게……?’
‘분명 신대륙에 갔다고……. 아니, 가야 정상 아닌가?’
수많은 생각이 오가는 앞.
파프닐은 천천히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고개를 움직였다.
평원을 가득 채운 플레이어 군대들.
이만 명이 작은 숫자라지만, 이렇게 보니 말도 안 되게 많다.
그런 전력 차이이지만, 그 앞에 선 파프닐의 표정은 태연했다.
“이 정도의 군대는 처음 보는군.”
아니, 오히려 기쁨에 들뜬 기색이었다.
“새로 얻은 스킬들의 효과를 시험해 보기에 딱 좋겠어.”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