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82)
282화
길드 연합이 후퇴한 것은 황금기사단과 마법병단이 세 자릿수 가까이 쓰러진 뒤였다.
그렇게 전투가 끝난 자리를 파프닐이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역시 다들 고레벨이라 그런가, 떨어뜨린 게 많군.’
곳곳에 늘어진 시체들은, 가끔 착용 중이던 아이템을 자리에 놓고 있었다.
레벨 제한은 최소 450대 이상에, 등급은 최소 유니크급 이상!
사실상 돈다발이 널린 거나 다름없었다.
‘기껏 다 잡았는데 이걸 그냥 흘릴 수는 없지.’
물론 그 후에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선전포고를 한 상대인 길드 연합에게 파프닐의 복수를 알려 줄 차례였다.
‘철저하게 무너뜨려야지.’
일부러 정보를 흘리긴 했지만, 감히 빈집털이를 하려고 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다.
안 내놓는다면 무슨 수단을 써서든 생각을 바꾸게 할 것이고 말이다.
그때였다.
옆으로 킨도르한이 슬쩍 다가왔다.
무슨 말을 할 건진 뻔했기에, 파프닐은 곧바로 본론부터 꺼냈다.
“너희도 참전해라.”
“어? 그럼, 그야 물론이지.”
“비율은 7 : 3, 거기에 약탈품은 자유.”
“크크, 화끈하구만!”
킨도르한의 어깨가 들썩였다.
길드 연합은 초창기부터 세력을 키웠기에, 전체적으로 굉장히 부유한 편이다.
20%라도 충분히 털 만한데, 10%가 더 오른 것에 추가 약탈은 전부 성과급!
“참, 그리고 한 가지 소식이 더 있는데…….”
“음?”
“파이브스타 주력이 전부 신대륙으로 떠났나 봐. 특무대의 8할이 갔다던데.”
“이사군.”
생각보다 엄청난 소식이었다.
파이브스타가 확실히 신대륙에 집중하겠다는 게 밝혀진 것이고.
코레 대륙, 한국 서버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덜하다 평가한 것이었으니까.
동시에 파프닐은 파이브스타의 진의를 깨달았다.
기존 서버에서 얻은 거점이나 자원 줄을 포기하더라도, 신대륙의 모든 콘텐츠를 먼저 독점해 후발 주자들을 틀어막았다는 뜻이었으니까.
“길드 연합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도 슬슬 가긴 해야 하지 않나…….”
“아니.”
파프닐이 고개를 저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엉?”
“어차피 본 식사는 나중에 시작될 거거든.”
“식사?”
킨도르한이 입맛을 다셨다.
“듣고 보니 배가 좀 고픈데, 어떻게 라면이라도 먹을래? 동업자 양반?”
“나쁘지 않군. 물은 냄비 절반만큼 부어서.”
“뭐, 뭐라고! 너 미쳐 버린 거냐!”
“뭘 모르는군.”
파프닐은 어처구니없어하는 말투로 말했다.
“물을 많이 마실수록 건강에 좋다.”
“젠장……. 역시 민트 초코를 맛없다고 할 때부터…….”
***
-갈드시 지부 지원 요청(시급)
-아렌트 보급소 전몰.
-베스파란트 요새 점령.
그 후 파프닐은 길드 연합의 영지들을 공격했다.
이동할 때는 혼자 움직이고, 거점에 도착하면 언데드 군대를 불러내 공격!
일반 길드원, NPC들만 있는 지부들은 순식간에 당했다.
길드 연합도 재빨리 대처했다.
-전 길드원은 파프닐의 경로를 확인 즉시 보고하도록!
-추적대가 움직이고 있으니 안심하라!
황금기사단과 마법병단, 도적들까지 모인 추적대가 바짝 파프닐을 추격했다.
그러나 그들의 적은 파프닐뿐만이 아니었다.
-우미간파의 공격입니다!
-깡패 놈들이 성안에……. 커헉!
빈틈을 노리는 우미간파에.
-왕국에서 갑자기 단속이 심해졌습니다.
-귀족들이 통행세를 열 배로 올렸는데요? 이거 어떻게 해야…….
한겨울 날씨처럼 쌀쌀해진 귀족 NPC들.
-NPC들을 제물로 바쳐 힘을 얻는 혹세무민의 무리들.
-제세구민의 뜻으로 너희를 벌한다.
혼란한 틈을 타 끼어들어 한몫 잡는 활빈당까지.
사방에서 들불처럼 일어나는 게릴라에, 길드 연합은 힘이 있어도 표적을 찾지 못하고 얻어맞아야 했다.
그래도 역시 가장 부담스럽고, 가장 지독한 건 당사자인 파프닐이었다.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이 개XX야!
-정정당당? 내가 왜? 먼저 빈집털이 하려 했던 건 너희인데.
파프닐은 해골병들을 사방에 풀어 대며 길드 연합을 괴롭혔다.
일반 해골병이라고 방심하면 CPU를 장착한 채 유저들을 학살해 대고.
정예 해골병이라 생각해 포위하면 일반 해골병이다.
추격대가 도착하면 귀신같이 사라지고, 뭔가 하기도 전 또 다른 지점에서 나타나 거점을 부수기를 반복!
이런 일이 반복되자, 길드 연합의 인력 운용 사이클에 공백이 생기기 시작했다.
-오늘 오전 당직 한 번만 더 서 줘. 33조가 당해서…….
-아니, 저 잠 좀 잡시다. 돈 벌려고 게임하는 거지, 죽으려고 해요?
해골병과 달리 길드 연합의 군대는 24시간 내내 이곳에 있지 않는다. 아니, 못 한다.
사람이기에 바깥에서 밥을 먹어야 하고, 일을 해야 하며, 밤에는 잠도 자야 한다.
그렇게 할 일을 다 하는 사이, 해골병들은 실컷 날뛰며 거점들을 초토화시켰다.
“길드 예산이 10% 아래로 떨어졌소. 이대로라면 세 달 후면 파산이요!”
“크아아악!”
연합 내부에서도 하나둘씩 이탈자가 나오기 시작했다.
당연한 일이다.
반드시 죽여야 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큰 이득을 쉽고 빠르게 얻으려고 일으킨 것이니, 계획이 꼬였을 때 흩어지는 것도 빨랐다.
-차라리 파프닐과 교섭을 합시다!
-맞소, 지난 일은 오해가 있었고……. 적절한 배상을 할 테니…….
-헛소리. 고작 네크로맨서 한 명 따위에게 그러면, 유저들이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멀쩡한 거점이나 길드 연합의 창고들을 계속 테러하며, 자원 줄만을 말리고 또 말려 갔다.
이대로라면 로크아일을 공격했던 한 번의 전투 이후 제대로 된 전투 한번 못 해 보고 패배를 인정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길드 연합이 비밀 병기를 준비 중이라더라.
-NPC들이랑 유저들이랑 모아서 뭔가 준비 중인 모양이라던데.
비록 유저들 사이에 도는 소문이었고, 그 진위도 잘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지만 NPC들을 데려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프닐의 발걸음을 끌었다.
만약 생각하고 있는 게 맞다면.
절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으니까.
***
“자, 가자.”
“흑흑…….”
밀리는 꽃 왕관 만들기와 술래잡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아이였다.
오크 전쟁이 왕국을 덮치고 혼란기가 찾아왔지만,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운 좋게 전란을 피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그것이 아틀라스 길드 덕분이라고, 그러니 그곳의 모험가 말을 잘 들으라고 말했다.
세금이 많아졌다며 부모님이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래도 밀리는 노는 게 마냥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일상이 바뀌었다.
가끔 부탁을 들어주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마을 사람들을 어디론가 데려가 가둬 둔 것이다.
처음엔 감옥이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리에 여유가 났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끌려가고, 그리고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돌아오지 못한 사람 중엔, 밀리 대신 나서서 끌려간 그녀의 부모님도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오늘 그녀의 차례가 온 거다.
“자, 드가자.”
“싫어어어!”
“이 새X가!”
아틀라스 길드원들은 거칠게 밀리를 끌고 어딘가로 향했다.
다른 NPC들도 줄줄이 포승에 엮여서 가고 있었다.
“후후, 도착이다.”
앞서가던 길드원이 멈췄다. 그 앞엔 커다란 제단 하나가 있었고. 그 주변엔 수많은 해골이 나뒹굴고 있었다.
“빨리빨리 와!”
“허, 허억…….”
“왜들 이러는 겁니까!”
“살려 주세요!”
같이 끌려온 사람들이 아우성을 내질렀다.
“아, 우리도 어쩔 수 없어.”
“파프닐 그 새끼를 원망해라.”
길드원들은 툴툴거리면서도 익숙하게 NPC들을 제단에 눕혔다.
뎅겅! 목이 잘려 나갈 때마다 회색 기운이 플레이어들에게 빨려들어 갔다.
“오, 이계신 이거 진짜 세네.”
“그러니까. 왜 지금까지 안 했나 몰라.”
NPC들이 얼마나 두려움에 떨건, 플레이어들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가축들을 고기를 위해 도살하듯.
아니, 찰흙 인형이나 장난감을 흥미 본위로 망가뜨리듯 태연한 모습.
“자, 꼬마 숙녀 차례다.”
“사, 살려 주세요!”
어느새 차례가 왔다. 턱, 제단에 눕혀진 밀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너무 그러지 마. 이래 봬도 간 사람들 모두 클레임 하나 안 거는 좋은 데라고.”
“내 이럴 줄 알았다.”
어둠 속에서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데드 레이즈.”
동시에 곳곳에서 뼈로 된 화살들이 쏘아져 길드원들을 처치했다.
“크, 크헉……! 이건 설마!”
“파프니……. 컥!”
무기를 들려던 다른 길드원들이 쓰러졌다. 그 뒤로 타이즈를 입은 육감적인 몸매의 여인이 나타났다.
“이 새X들 또 음습한 짓 하네. 누가 통제질 하는 오타쿠들 아니랄까 봐.”
하아. 칠흑의 사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NPC 일은 원래 별로 안 했는데…….’
NPC는 어디까지나 데이터상의 존재이자 도구일 뿐.
지난번과 이번 모두 지시를 받았으니 하긴 한다만, 사실 지금까진 별달리 깊이 생각지 않았다.
하지만 눈앞에서 어린아이까지 목을 치는 걸 보니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신파극을 싫어한다지만, 이건 선을 넘어도 심하게 넘었으니까.
“아, 알려야…….”
“크아악!”
그사이 다른 NPC들도 해골병에 의해 정리가 되었다.
“컹! 컹!”
“끄어어억!”
마지막 길드원의 목을 물어뜯은 복돌이가 돌아오는 걸로 전투가 일단락.
“다들 괜찮습니까?”
“우에에엥!”
막 베이기 직전이었던 꼬마 여자아이는 칠흑의 사신에게 얼굴을 묻은 채 울어 젖혔다.
“어떻게 된 거야?”
“엄마랑 아빠랑 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길드원 아저씨들이 끌고 와선……. 엄마랑 아빠를……. 우에에엥! 우리 엄마 아빠 구해 주세여!”
“…….”
칠흑의 사신은 말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삶을 포기했었는데……. 네크로맨서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한편 다른 마을 사람들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해했다.
“로크아일로 곧장 가세요. 아니면 수도로 가거나.”
다른 명문 길드들이 차지한 영역은 더 이상 NPC들에게 안전하지 않았다.
NPC를 인격체가 아니라 자원으로 보게 된 이상 더더욱 그랬다.
“가자, 밀리.”
“하지만 엄마 아빠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 찾아볼게.”
울먹이는 밀리를 마을 사람들이 데려갔다.
그 방향을 바라보던 칠흑의 사신이 말했다.
“저 꼬맹이 부모님…….”
“아마 늦었을 거다.”
이미 이 제단에서만 수백 수천 명이 시체로 변했다.
살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을 거다.
“하아…….”
칠흑의 사신이 기지개를 켜자 팔에서 뚜둑이는 소리가 났다.
“자, 가자.”
“멍! 멍!”
복돌이가 한쪽을 보며 짖었다.
그때였다.
“크흐흐, 드디어 왔구나, 파프닐.”
어둠 속에서 으스스한 목소리와 함께 트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로는 여러 길드 연합의 최고 간부들이 있었다.
“네놈이 여기 올 줄 예상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죽어라 도망 다니던데, 이젠 그것도 끝이다.”
길드 연합 인원들은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파프닐이 피식 웃었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음?”
“내가 도망친 건 너희가 무서워서가 아니야.”
말을 마친 파프닐의 주변으로 해골병들이 일어섰다.
일반 해골병들은 물론, 그들을 지휘하는 은빛 금속의 엘리트 해골병들까지.
“그게 가장 이득이라서 그렇게 했을 뿐이지.”
“……!”
“애초에 너희들을 내버려 둘 생각 같은 건 없었어.”
가장 보상이 많은 길드장들을 내버려 둔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닌가.
“물량이 워낙 많아서 빼긴 했는데, 이제 그것도 없고.”
말을 마친 파프닐이 손에 궁드닐을 들었다.
“즉, 여긴 나를 위한 사냥터이기도 한 셈이지.”
그리고 이제 가장 먹음직스러운 사냥감들을 잡을 시간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