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83)
283화
“마, 말도 안 돼…….”
트란은 저도 모르게 독백했다.
신대륙 콘텐츠가 발표된 후.
대규모 길드들은 너나없이 NPC들을 희생양 삼아 힘을 얻었다.
대상은 다름 아닌 이계신과 고대신.
좋지 않은 일이라곤 하나, 어차피 게임이니 거리낄 것도 없었다.
심지어 이들은 한술 더 떠 플레이어들까지도 제물로 바쳤다.
파프닐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보를 흘렸지만, 그와 별개로 실제로 힘을 모으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레벨이 대략 580.
공개된 파이브스타 랭커들의 레벨이 550대이니, 레벨만 따지면 파이브스타보다도 더 위였다.
그런데 그런 정예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이, 이 해골병들!”
“고오오옴!”
“크아악!”
황금 기사 한 명이 창을 휘두르면, 해골병 대여섯이 무기를 맞대어 막는다.
그 순간 생긴 찰나의 틈으로 엘리트 해골병 한 기가 달려들어 와 검을 꽂는다.
놀라운 건 저게 된다는 거다.
600레벨대 힘 스테이터스를 가진 기사 플레이어를 상대로 말이다!
“대체 저 해골병들은 뭐냐!”
트린과 길드 간부들은 연신 뒤로 밀렸다. 파프닐은 전투를 지휘하며 씩 웃었다.
‘역시 블랙 칩들을 맞추니 말도 못 하게 강해지는군.’
직접 몸에 칩을 쓸 수 없는 건 아쉬웠다.
파프닐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금속 파편을 섞은 피가 폭발하며 쇳조각을 흩뿌렸다.
“온다!”
해골병들과 싸우던 황금기사가 양손을 들어 머리를 보호했다. 그 순간 해골병이 기다렸다는 듯 제 몸을 도외시하고 검을 찔렀다.
“커헉!”
황금기사의 입에서 피거품이 뿜어져 나왔다.
해골병이 그런 기사의 목을 베었다.
인간인 기사와 달리, 언데드인 해골병은 몸이 부서지지 않는 이상 파편이 몸에 박혀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미, 미친……!”
“씨X 놈아! 거기 서라!”
칸 길드장, 예스게이가 태도를 뽑고 달려들었다.
파프닐은 피하지 않은 채 창으로 맞부딪쳤다.
다음 순간 은빛 금속이 파프닐의 몸을 감싸더니, 그대로 예스게이의 검을 빨아들였다.
“어, 어어!”
당황하던 예스게이의 목이 하늘을 날았다. 아틀라스 길드장, 트린은 그 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예스게이의 태도는 최상위 랭킹 중에서도 적수가 없기로 유명하다.
PVP 랭킹 투기장은 물론, 방송 대회에서도 까다로운 적인데.
심지어 파워 업 상태인 그를 저렇게 쉽게…….
‘마, 말도 안 돼.’
마치 자신들이 막 게임을 시작한 뉴비 유저들을 다루듯.
아니, 장비만 잘 갖춘 초보들을 상대하듯 하는 모습이다.
“지금이다!”
“뒈져!”
마법병단이 일제히 공격 마법을 쏘아 댔다.
마법사 길드로 유명한 호그와트의 정예 마법사들!
“호오.”
파프닐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공격을 피하더니, 검은 번개를 손에서 만들어 쏘았다.
공중에 떠 있기에 움직임이 제한되는 마법사들은 정확한 각도로 날아오는 번개에 그대로 직격당해 떨어졌다.
깔끔한 대처와 반격.
번개에 맞아 쓰러진 마법사는 다시 해골로 일어났고, 강력한 마법을 이번엔 동료들에게 쏘아 대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쏴! 한꺼번에……. 컥!”
악을 쓰던 한 마법사의 등에서 단검이 뻗어 나왔다.
“이 녀석도 잡았고…….”
“씹새X!”
일을 마친 칠흑의 사신의 모습이 순식간에 그림자로 스며들었다.
호위를 맡았던 기사가 달려왔지만, 이미 늦은 뒤.
이런 일이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다.
지휘를 하려던 지휘관이나 고급 간부들을 쓰러뜨리고 다니는 것이다.
“아, 안 돼!”
“컹컹!”
“끄아아악, 내 다리!”
기사들의 발치 사이를 빠져나간 복돌이는 궁수나 성직자를 노렸다.
인간에 비해 작은 신장과 네 다리라는 이점을 살려, 기동전의 스페셜리스트로 등극!
“젠장! 이젠 개새끼마저!”
트린은 참지 못하고 검을 들고 달려 나갔다. 낭창낭창하게 휘어지는 연검이 복돌이를 뱀처럼 쫓아 휘어졌다.
“크르릉? 크아아아앙!”
“흥! 어딜!”
복돌이가 이를 드러내고 달려들었다.
트란은 침착하게 입가에다 칼을 갖다 댔다.
그 순간이었다. 막 물어 젖히려 하던 복돌이가 갑자기 공중제비를 돌더니, 그대로 트란의 얼굴에 무언가가 덮쳤다.
진 드래곤 사이클론!
퍼억, 뇌진탕을 일으킨 트란의 몸이 쓰러졌다.
“히, 히익!”
“괴물들!”
싸우고 있던 길드 연합의 전열이 급격히 흐트러진다.
‘슬슬 기울어지는군.’
전장을 훑어본 파프닐이 생각했다.
길드 연합의 기세는 꺾였고, 해골병들은 계속 몸을 바꿔 가며 전투에 임하고 있다.
해골병들뿐이라면 대처가 가능했겠지만, 칠흑의 사신과 복돌이가 후방을 찌르자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무너졌다.
‘역시 간부진인가?’
다대다 PVP에서 상대방 측의 고위직은 추가 경험치를 준다.
그런 놈 중에서도 고르고 고른 간부들이다 보니, 한 명씩 쓰러뜨릴 때마다 경험치바가 성큼성큼 차올랐다.
-레벨 업!
‘오, 대박.’
중간에 항복이나 협상 쪽으로 유도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이 경험치를 못 받았을 테니까.
‘거기다 이계신의 처소까지 부숴 버리면, 추가로 신들의 호감도도 얻을 테고.’
이거야말로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때기까지!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감히 빈집털이를 하려 했던 이 녀석들을 철저히 응징해서 탈겜시키는 거지만.’
물론 먼저 정보를 흘린 건 파프닐이긴 하지만, 일단 먼저 공격해 온 시점에서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진 명확했다.
‘흠, 혹시 모르니 빨리 이곳을 정리해야겠군.’
시간을 끌다가 이계신의 사도라도 나타나면 상황이 꼬인다.
“공격 포메이션으로!”
파프닐은 해골병들에게 명령했다. 이에 맞춰 해골병들의 움직임들이 적극적으로 변했다.
이전엔 손해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신중히 움직였다면, 이젠 몸이 부서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에게 대미지를 주는 식이다.
“참, 저것도 부숴야지.”
해골병들이 길드원들을 상대하는 사이.
파프닐이 손가락이 제단을 향했다.
그때였다.
“후후, 내 집에서 이게 무슨 짓이지?”
남자 같기도 하고, 여자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노인 같기도 한 목소리였다.
“토르와 하데스, 그리고……. 리리스? 후후, 너. 꽤 인기가 있는 모양이구나?”
고개를 돌리자 호리호리한 장신의 형체가 신전 입구 쪽에서부터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다 좋은데……. 털만 조금 더 풍성하면 좋겠어. 후후후.”
‘이런 젠장.’
아무래도 진작부터 이곳의 주인은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띠링!
[이계신 ????의 아바타]-압도적으로 강한 상대와 대면했습니다.
-공격력이 10% 감소했습니다.
-수상할 정도의 매력이 느껴집니다.
-공격속도, 이동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집니다.
-공격력이 추가로 감소했습니다.
-이계신 ????의 신도들의 능력이 추가로 강화됩니다.
형체가 눈에 완전히 들어오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엉?”
“어?”
동시에 그 얼굴을 본 파프닐과 칠흑의 사신의 표정이 괴이하게 변했다.
“저건 대체 무슨…….”
“씨X, 존X 역겨워.”
거의 즉시에 같은 말을 하는 두 사람.
그도 그럴 게, 아바타의 얼굴은 개와 인간을 반씩 섞어 놓은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얼굴뿐만 아니라 몸에도 푸른 털이 무성히 나 있고, 꼬리까지 살랑이는 완전한 반짐승 반인간.
겉보기엔 인형 탈을 쓴 것처럼 생겼지만, 여러 경고 메시지와 몸 주변으로 풍겨 나오는 마력으로 볼 때 저 녀석은 과거 봤던 오딛과 동급인 존재였다.
“퍼, 퍼리우스 님…….”
복돌이에게 맞았다가 정신을 차린 트란이 고개를 들었다.
“면목이 없습니다……. 힘을 받았는데도…….”
“후후, 괜찮아. 나는 관대하니까.”
퍼리우스라 불린 아바타는 손가락을 뾰족한 코끝에 가져다 대더니 가볍게 웃어 보였다.
“잠시 기다리도록, Guy들.”
목소리를 듣던 파프닐의 피부에 닭살이 돋았다.
그 사이 퍼리우스가 이쪽을 보았다.
“거기 너, 보아하니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는 모양인데. 어때? 나와도 깊은 인연을 한번 쌓아 보는 건.”
“거절하지.”
파프닐은 단칼에 선을 잘랐다.
“어머, 자기 그러니 더욱 가지고 싶어진다. 털만 조금 더 있으면 완벽한 내 이상형인데.”
손사래를 치던 퍼리우스가 눈웃음을 지었다.
“우훗, 덤으로 그쪽의 Guy도 같이 받고.”
“……크르릉……. 컹! 컹!”
거세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복돌이.
어차피 녀석이 아니더라도 파프닐은 NPC들을 제물로 먹는 놈의 제안 따위 받아들일 생각은 만에 하나도 없었다.
“어차피 거기 그 녀석들 지키려고 나온 거 아닌가? 그놈들은 내 적인데. 그러면 너도 내 적이지.”
“어머, 복슬복슬한 대화를 해 보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모르는데?”
“하아……. 이 녀석은 어째서 이계신인가 했더니, 대충 알겠군.”
“우훗, 거친 Guy네.”
진하게 웃은 퍼리우스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과연 이걸 보고도 계속 그럴 수 있을까?”
다음 순간 퍼리우스가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씰룩, 씰룩.
팔로 뒷머리를 짚은 채, 꼬리까지 살랑이며 움직이는 모습.
-퍼리우스가 ‘수상할 정도로 매혹적인 유혹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현혹 대상이 되면 유혹에 넘어가게 됩니다.
서큐버스나 인큐버스 계열이 쓰는 유혹의 춤!
하지만 저건 뭔가 달랐다.
파프닐은 춤을 추는 퍼리우스의 아바타를 흘긋 보았다.
“후후……. 역시 내 매력에 굴복하는 건가? 이리 와. Guy도 좀 더 아름다워질 수 있어.”
푸른 털 강아지 얼굴로 말을 걸어오는 퍼리우스.
파프닐은 대답 대신 다짜고짜 흑뢰를 날렸다.
콰르릉! 검은 번개가 퍼리우스를 향해 쏟아졌다.
급히 몸을 날려 다른 곳으로 피하는 퍼리우스에게 이번에는 검은 표창들이 쏟아졌다.
“하아…….”
촤라락, 퍼리우스의 손이 표창들을 쳐 냈다.
“너희……. 버릇없는 Guy구나.”
뒤로 물러난 퍼리우스가 불쾌한 듯 눈매를 꿈틀거렸다.
“거기 Girl도 마찬가지고.”
“네 춤이 더 버르장머리 없어! 이 역겨운 새X야!”
칠흑의 사신이 시원하게 쏘아붙이며 표창과 단도들을 꺼냈다.
욕이 좀 섞이긴 했지만 틀린 말은 없었다.
춤 자체는 괜찮긴 한데, 강아지 얼굴이랑 몸으로 저렇게 추니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역겨움이 솟구친다.
차라리 사람이면 사람, 개면 개가 추는 거라면 그나마 버틸 텐데 말이다.
“하아, 이런 녀석들을 내 아이들로 만드는 것도 신으로서의 책무지.”
퍼리우스가 털을 곤두세웠다.
“자, 나의 아이들아. 저 아이들에게 진짜 매력을 보여 주렴.”
“크르르르…….”
“크아아아!”
곳곳에 널브러져 있던 길드 연합 길드원들이, 온몸에서 각양각색의 털이 난 채로 울부짖었다.
늑대인간 같으면서도, 뭔가 인형 탈 괴물 같은 비정상적인 모습.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고 싶은 몰골이군.”
“나도 그래.”
칠흑의 사신이 부르르 몸을 떨며 옆으로 왔다.
평소라면 늘 경계했겠지만, 파프닐은 이번만큼은 안쪽 영역으로 들어오는 걸 허락했다.
“그럼 바로 싸워 볼까…….”
신의 아바타를 상대할 시간.
그때였다.
“…….”
“응? 복돌이 너…….”
저벅, 저벅. 복돌이가 천천히 퍼리우스에게로 걸어갔다.
이윽고 퍼리우스의 바로 앞에 도달한 복돌이는 잠시 숨을 들이켜더니, 곧바로 몸을 돌려 이쪽을 향해 이를 드러냈다.
“멍! 주인님을 위해, 그리고 퍼리우스 님을 위해 싸우겠다, 멍!”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