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9)
29화
파프닐이 합류한 상단은 아덴시에 도착했다.
바란왕국의 수도 아덴시.
NPC 인구만 300만 명이 사는 대도시였다.
“그럼 슬슬 헤어질 시간이구만.”
관문을 통과한 후, 레드펄 상단과 파프닐은 짧은 작별의 시간을 가졌다.
상단주가 파프닐에게 손을 내밀고 말했다.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게.”
“기억해 두고 있겠습니다.”
상인들과 헤어진 뒤에는 수도의 번화가로 향했다.
‘서신에 나온 대로라면 이쯤일 텐데……. 아, 저기 있군.’
수도는 귀족이나 마법사들만이 사는 하이타운, 상인 및 중간 계층의 지역인 미들타운, 평민들이 주인 로우타운의 3구역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하이타운에서도 중심가에 있는 어느 대저택이 영주가 가르쳐 준 목적지였다.
“펜드래곤 영주님의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잠시 기다리시오.”
저택의 경비병들이 막아섰으나, 용건을 듣자마자 파프닐과 힐데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백작의 대저택이라.’
응접실에 들어선 파프닐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명화 ‘오수’를 감상했습니다.
-손재주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장인 세라믹의 도자기를 감상했습니다.
-지혜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조각상 ‘왕의 만찬’을 감상했습니다.
-체력 스테이터스가 +1 상승했습니다.
각각은 소소하지만 모이면 결코 적지 않은 이득!
이런 것까지 소소하게 챙기는 게 성장의 비결이었다.
잠시 후 풍채 좋은 중년인이 나타났다.
“펜드래곤가에서 왔다고?”
-코르보 백작을 목격했습니다.
-명성이 +1 상승했습니다.
“예, 펜드래곤 님께서 이 서신을…….”
“국왕 폐하께 보내는 서신이로군.”
코르보 백작의 눈썹 사이가 좁혀졌다.
“일단 이건 받아 두도록 하지. 조만간 왕궁에 들어갈 때 국왕 폐하께 전달하겠네.”
“시급한 일입니다. 바이론시가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잘 알겠네. 그래도 일에는 순서나 관례라는 게 있어.”
파프닐이 말했지만 백작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다릴 땐 기다리게, 상소문이 처리가 되면 연락을 주지.”
-퀘스트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은 바이론시 영주에게 획득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 완료 알림까지 떴지만, 파프닐은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그렇게 안심하고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거참, 알았다니깐.”
“이러다간 지방뿐만 아니라 이 수도까지 오크들의 공격이 올 겁니다.”
“오크들의 공격이? 여기 수도에?”
“네, 그러니…….”
순간 백작의 웃음이 터졌다.
“와하하하하! 자네는 농담도 잘하는구먼.”
신나게 웃어 젖힌 백작이 말했다.
“걱정 말게. 수도의 방위는 고작 오크 따위에게 무너질 만큼 약하지 않으니까. 왕실 근위대 1만 명에 각 귀족들의 사병들까지 합치면 3만 명일세. 마탑과 신전까지 합치면, 놈들이 와 봤자 문제없네.”
“오크들만 오지 않을 겁니다. 놈들이 흑마법사들과도 손을 잡았으니까요.”
이번에는 코르보 백작도 웃지 못했다.
“흑마법사라고?”
“네, 터틀락 요새 주변 오크들을 흑마법사가 부리고 있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소문에 적혀 있습니다.”
“으음……. 흑마법사라니, 그놈들이 또…….”
만약 오크가 졸병이고, 진짜가 흑마법사라면?
그 경우엔 정말 수도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지금도 놈들이 수도에 잠입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장 근위대를 움직여 수도 방위부터 철저히 해야 합니다.”
“알겠네. 업적을 이룬 모험가의 말을 너무 무시할 순 없지.”
입맛을 다신 백작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심증만으로 근위대를 움직일 순 없는 법. 지방에 원군을 보내는 것 외에도 폐하를 설득하려면 상소문 외에도 근거가 있어야 하네.”
“제가 증거를 확보하면 되겠습니까?”
“흐음……. 자네가?”
백작은 턱을 쓸었다.
어차피 출입증 정도 준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다.
만약 정말로 증거를 발견하면 그 공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고 말이다.
“그게 확실한 증거라면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위임장을 줄 테니, 한번 해 보게.”
-새로운 퀘스트 ‘아덴시 하수도 조사(레어)’가 생성되었습니다.
[아덴시 하수도 조사]-등급 : 레어
-목표
-아덴시 지하 하수도 내부 조사(0/1)
-오크들의 침입 확인(?/?)
-설명 : 코르보 백작은 병사들을 움직이기 위해 증거가 필요합니다. 그 증거를 찾을 수 있다면 찾고, 만약 증거가 없더라도 이를 확인한 증거를 가져가면 백작의 걱정을 기우로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보상 : 경험치, 3골드, 명성치 +3,000, 레어 등급 아이템 2개
***
파프닐과 힐데는 백작 저택을 나왔다.
“저거 오크 웨이브 관련 보고 아녜요? 이제 곧 지방에서 큰일이 날 거라는?”
“아마 맞을 겁니다.”
“근데 저렇게 무책임하게……! 바로 왕한테 가서 이런 일이 있다고 보고하면 되잖아요!”
힐데가 발을 동동 굴렀다.
“어쩔 수 없죠. 고위 NPC니까요.”
NPC라고 해도 왕이다.
현실에서 대통령을 만나는 것과 마찬가지.
오히려 대통령보다도 더 일정을 잡기 힘들 테니 이 정돈 이해해야 했다.
“처리가 끝나면 호출이 된다 했으니 그 전까진 마음을 편히 가지죠.”
“하아, 이러다 바이론시 신전이 무너지면 정말 큰일인데…….”
“괜찮을 겁니다. 그곳의 토르 신전은 보통이 아니니까요.”
걱정 가득한 힐데를 파프닐이 안심시켰다.
“그럼 슬슬 헤어질까요? 저도 수도에서 할 사냥이나 퀘스트를 찾아봐야지 싶은데.”
“아, 잠깐만요.”
힐데가 파프닐을 붙잡았다.
“안 그래도 수도에 간다니까 대신관님이 새 퀘스트를 주셨거든요.”
“새 퀘스트?”
“네, 의뢰한 게 끝났다고 캘버린 후작가에 물건을 전달해 달라 하셨어요.”
“연계 퀘스트군요.”
보통 이런 건 단순 전달에서 끝나지 않고 두세 단계를 거치는 게 대부분이다.
“네, 보상도 꽤나 좋을 것 같고……. 그래서 그런데 혹시 시간 되시면 같이 가실래요?”
“그럼 저야 감사하죠.”
좋은 퀘스트를 소개받을 수 있다면 마다할 게 없었다.
“이쪽으로 오세요.”
힐데는 파프닐과 함께 후작가로 향했다.
캘버린 후작가에 도착한 힐데와 파프닐은 곧 집사를 만날 수 있었다.
“호르 대신관님이 보냈다고?”
“네, 여기 서신과 물건입니다.”
“후작님은 부재중이시니 내가 대신 받지. 이리 줘 보게.”
대귀족 NPC들은 항상 저택이나 고정된 장소에 있지 않는다.
일정이나 사건에 따라 왕궁이나 부임지, 수도를 오가기에, 정보가 없다면 낭패를 볼 수 있었다.
슥, 서신을 읽던 후작가의 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인했네. 정화를 부탁했던 오르골도 멀쩡해졌고, 일을 해결해 줄 사람도 잘 왔으니 후작님께서도 좋아하시겠군.”
“일이라면?”
“실은 요즘 하인용 별채에서 고스트들이 자주 나온다길래, 별채를 정화할 사람을 보내 달라고 했다네. 어떤가, 할 수 있겠나?”
“맡겨만 주세요.”
“단, 소문은 안 나게 부탁하네. 대외적으로 그런 사건이 터진 게 있다면……. 후작가의 이미지에 금이 갈 수 있거든.”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파티원이 퀘스트를 수락했습니다.
-새로운 퀘스트 ‘별채 청소’ 가 생성되었습니다.
[별채 청소]-등급 : 노말
[목표]-하인용 별채의 모든 유령 처치(0/50)
-하인용 별채에 깃든 어두운 기운 정화(0/5)
-설명 : 캘버린 후작은 별채에 나타난 유령을 소문나지 않게 처리하길 원합니다.
-보상 : 경험치, 15실버, 65레벨 매직급 장비 아이템 1개
‘이 정도면 나쁘지 않군.’
그때였다.
집사가 갑자기 파프닐 쪽을 바라보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자넨 누군가? 이쪽 몽크는 확인이 되었는데, 서신엔 자네 이야긴 없던데.”
“아……. 제 동료입니다. 신관은 아니고…….”
“네크로맨서! 네크로맨서구만. 이 장비 모양새나 어둠의 마나까지, 흑마법사 놈이 분명해!”
집사의 언성이 높아졌다.
“이게 무슨 일인가! 네크로맨서 따위가 동료라고? 음모나 꾸미는 흑마법사 따위를 어떻게 믿겠나!”
“파프닐 님은 그런 분이 아니에요! 바이론시에서도 인정을 받았고, 오는 길에도 사람들을 구했다고요.”
“그것도 전부 가면이라는 걸 모르는군. 방금 얘긴 취소하지! 네크로맨서 따위에게 일을 맡기느니, 대신관에게 다시 서신을 보내겠네.”
힐데가 아무리 설득해도 집사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꼬장꼬장하구만…….’
이대로라면 힐데까지도 퀘스트를 맡지 못하게 될 분위기였다.
‘어쩔 수 없지.’
파프닐은 힐데에게 다가갔다.
“힐데 님, 아무래도 힐데 님 혼자서 하시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파프닐 님…….”
“저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서로 작업을 마치고 만나도록 하죠.”
힐데도 뭔가 말하려 했지만 별도리가 없었다.
그때였다.
두 사람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자넨 파프닐 아닌가?”
“레드펄 상단주님?”
“혹시 여기에서 볼일이 있었나?”
“제 동료가 일이 있죠, 별일은 아닙니다.”
파프닐은 적당히 얼버무리려 했다.
그 순간 집사가 달려 나와 고갤 숙였다.
“오셨습니까, 상단주님.”
“험험, 집사도 오랜만이오. 후작님께선?”
“왕궁에 계십니다. 저녁때쯤이면 돌아오실 겁니다.”
“허허, 그렇군.”
살갑게 대화를 주고받는 두 사람.
그 순간 상단주가 파프닐 쪽으로 다가왔다.
“그나저나 목적지가 같았군. 말을 하지 그랬나.”
“엥, 아는 사이입니까?”
“물론! 생명의 은인이오.”
“아, 아니……. 네크로맨서가 아닙니까?”
“그런데? 네크로맨서건 뭐건 우릴 도와준 덕에 내가 여기 있는데……. 혹시 당신, 그게 아쉬운 것이오?”
“그, 그럴 리가요!”
“그럼 이 친구에게 사과하시오. 진심을 담아서.”
추상같은 상단주의 명령에, 집사도 어쩔 수 없이 몸을 굽혔다.
“……미안하네, 직업만 보고 자넬 섣불리 판단했어.”
“아뇨, 뭐, 괜찮습니다.”
“의뢰는 그대로 해 주게. 보상은 섭섭지 않게 해 줌세. 정말 미안하네.”
그 꼬장꼬장한 집사라기엔 믿기지 않는 모습.
파프닐은 속으로 씩 웃었다.
‘역시 인맥은 하나라도 더 많은 게 좋다니깐.’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다른 할 일도 했겠다, 파프닐은 힐데와 같이 별채로 향했다.
“이건 좀…….”
“굉장한 흉가군요.”
녹슨 철문, 무성한 잡초, 깨진 창문까지!
문을 넘자, 청소 퀘스트가 아니라 흉가 체험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히히히, 인간이다!
-피를 내놔라!
별채 곳곳에서 유령들이 가득 몰려왔다.
-공포에 젖은 아우성을 들었습니다.
-공황 상태에 빠집니다.
-같은 속성의 공격입니다.
-공포에 젖은 아우성에 저항합니다.
-공황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유령들은 실체가 없으며 각종 디버프를 걸기에 일반 유저들에겐 상당히 짜증 나는 몬스터다.
그러나 파프닐과 힐데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페넬로페, 힐데 님을 도와!”
“알았다.”
신성력을 갖춘 힐데와 마나를 쓰는 페넬로페가 전장을 휩쓸었다.
“다크 볼!”
파프닐은 지원 공격을 하며 아까 본 아덴시의 전경을 떠올렸다.
‘확실히 백작이 자신만만할 만하긴 해.’
왕국의 수도다 보니, 플레이어도 NPC들도 레벨 100은 넘는 사람들이 흔했다.
각종 고급 콘텐츠는 물론, 히든 퀘스트나 고급 스킬 전문 NPC들도 가득한 이곳.
아무리 오크나 흑마법사들이 몰아쳐도 수도를 무너뜨리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소설 속 내용을 떠올린 파프닐이 심호흡을 했다.
‘수도는 불타고, 왕국은 그 피해를 복구하지 못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멸망한다.’
평소엔 절대로 오크 따위가 뚫을 수 없는 수도의 방위.
그것이 뚫린 이유는 간단했다.
‘……수도 안에 적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지.’
배신자.
적은 이미 성벽 안에 생겨나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