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91)
291화
서부 주둔지 회의실.
왕성에서 내준 요새에서, 파프닐은 회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정말 만날 거냐?”
킨도르한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추천하지 않아. 그 녀석들이랑 이야기라니, 무슨 함정을 파 놓을 줄 알고.”
“함정은 아닐 거다.”
“근거 있어? 내기 할래?”
“그 녀석들은 수상할 정도로 멋지다고 스스로 말하는 녀석들이니까. 멋지다고 할 거면 그런 짓은 안 하겠지.”
“……너무 머릿속에 꽃밭 피우고 생각하는 거 아냐?”
한숨을 내쉰 킨도르한이 말했다.
“아씨, 난 말렸다. 네가 고른 결정이다. 나중에 나한테 뭐라 하지 마.”
“그래, 알겠으니까 전선 유지 잘 하고 있어.”
짐을 다 확인한 파프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동안 나는 놈들과 회담을 하고 올 테니.”
“하……. 시발! 야, 같이 가!”
결국 킨도르한이 자리를 박찼다.
파이브스타에 간다 해도 저렇게 반응하진 않을 거다.
파프닐은 막 다가오는 킨도르한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진정해라.”
“진정하게 생겼어? 그놈들은…….”
“지금까지 내가 확신 없이 일을 진행해서 실패한 적이 있었나?”
“그건…….”
킨도르한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없지. 아직까지는.”
“그래, 이번에도 그런 정도의 일이니까, 금방 끝내고 오마.”
파프닐은 주둔지 외곽의 숲으로 향했다.
한참을 걷자 곧 사방이 탁 트인 공터, 그리고 그 가운데 놓인 책상과 의자들이 보였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
“그럴 리가요.”
다음 순간 의자 맞은편으로 대여섯 명의 인영이 나타났다.
모두 검은 로브로 온몸을 칭칭 감고 있지만, 가끔 드러나는 장비나 기세만 봐도 최소 레벨 500이 넘는 고수였다.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예, 사실 몇 번 시도해야 열릴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면 서로 시간낭비니까.”
파프닐은 다리를 꼰 채 말했다.
“그래서, 이계신의 교단이 내게 무슨 일이지?”
“간단합니다.”
로브 남자들이 로브를 벗었다. 다음 순간 알록달록한 동물 인형 옷들이 나타났다.
가운데에 있는 사람 한 명은 예외였다. 그는 실제로 북슬북슬한 반 회색 늑대 인간이 된 채였다.
“서쪽에서 몰려오는 괴충 웨이브 막기, 저희가 힘을 빌려드리겠습니다.”
퍼리우스 교단.
수상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계신 퍼리우스를 섬기는 플레이어, NPC 교단이 이들의 정체였다.
-하데스가 분노합니다.
-리리스가 분노합니다.
-토르가 분노합니다.
-토르가 당장 저들을 베어 내라고 명령합니다.
-리리스의 피가 들끓습니다. HP가 +30%, 이동, 공격속도, 스킬 시전 속도가 +20% 상승했습니다.
-어둠의 마나가 힘을 받습니다. 일시적으로 모든 어둠 속성 공격의 위력이 상승합니다.
곧바로 뜨는 메시지.
파프닐은 그것을 지운 뒤 말을 이었다.
“내게 도움을 주고, 대신 나를 그쪽으로 끌어들이려는 속셈인가.”
“그럴 리가요. 단지 공통의 적을 맞아 힘을 합치자는 겁니다.”
“공통의 적? 같은 이계신이?”
“후후, 이계신은 사실 다 바깥 세계의 신일 뿐, 그 출신이나 내용물은 제각각입니다.”
늑대 인간 남자가 말을 이었다.
“유저들도 다 제각각인 것처럼 말이죠.”
놀랍게도 여기 온 사람들 모두 플레이어였다.
원작 소설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예상 못 했었는데.
“그래서 공공의 적이라니.”
“경쟁자라고 해야 하겠지요. 퍼리우스 님께서는 복슬복슬한 것을 좋아합니다.”
복슬복슬한, 털 많은 것을 좋아하는 퍼리우스.
그러나 현재 서쪽에 나타난 이계신 ???와 수하들은 매끈매끈한 갑각이나 미끈한 피부를 가졌다.
털이라 해 봤자 나방이나 송충이 정도.
“그럼 설마 복슬복슬하지가 않아서?”
“바로 그겁니다.”
퍼리우스 입장에서는 이대로 내버려 두면 자신의 신도, 그리고 모든 복슬복슬해질 가능성(?)이 있는 개체들이 전부 매끈매끈해질 상황이다.
이를 막기 위해 살펴보던 중 가장 눈에 띈 게 바로 파프닐이라는 게 이들 교단의 이야기였다.
“정말로 딱히 바라는 건 없습니다. 퍼리우스 님께서도 그렇게 계시를 내리셨고, 저희들도 온 세상이 벌레 놈들로 덮이는 건 바라는 바가 아니니까요.”
“으으……. 그 미끈미끈하고 꿈틀거리는 놈들.”
“히이익!”
인형 탈을 쓴 채 뒤에 있던 다른 남녀들이 각자 말을 보탰다.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턱을 괴었다.
‘제안만 보면 거의 무조건 협력 같긴 한데.’
뭐, 기존 신들이야 화낼지도 모르지만.
유저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사냥터들을 다 이상하게 만들지 않는 이상은 괜찮지 싶다.
문제는 퍼리우스 녀석이 강제로 걸어 놓은 이 저주 같은 축복.
“아무리 그래도 그 녀석을 믿긴 어려운데.”
파프닐은 퉁명스레 대답했다.
“처음 보았을 때 적들에게 힘을 빌려주던 것도 그렇고. 어쨌든 NPC들을 제물로 받던 이계신이잖아.”
“일단 주는 걸 마다할 순 없으니까요.”
“원하신다면 저희도 공을 주장하진 않겠습니다. 이번 일만 해결하신다면 조용히 음지로 돌아가지요. 계약서를 작성할 수도 있습니다.”
“…….”
“물론 파프닐 님에게 드릴 보상도 충분히 준비했습니다.”
“보상?”
“예. 이것도 어디까지나 퀘스트. 저희와 협력해 괴충 웨이브를 막는다면, 복슬복슬해지는 것이나 그분의 힘과 관련이 없는 레전더리 등급 특별 비전 스킬을 드리지요.”
레전더리 등급 비전 스킬.
다른 곳에서 공통적으로 구할 수 없는, 특별한 기능이 있는 스킬이란 뜻이다.
“그럼 뭐……. 일단은 받아 두도록 하지.”
“감사…….”
“아 참, 조건이 하나 있는데.”
“네?”
“퍼리우스 그놈, 내 주변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걸로.”
다른 건 몰라도, 괴상한 스킬을 주고 사라진 뒤이니 이 정도 안전장치는 해 놓아야 파프닐도 안심이 되었다.
***
퍼리우스 교단의 힘은 다음 날부터 곧바로 보이기 시작했다.
“파프닐 님! 엄청난 양의 황금을 실은 수레들이……!”
“헤르메스의 날개에서 왔습니다. 수신인은 파프닐 님이고. 내용물은……. 금 1톤, 은 15톤, 유니크 장비 200점, 그 외에 여러…….”
수상할 정도로 매력적인 교단답게.
퍼리우스 교단은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았다.
어디 가서 내로라하는 랭커, 최고위 상인, 생산 직업, 예술 직업 쪽의 고위 유저들.
인게임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은 재력가가 프론티어 길드에 지원금을 전달했다.
심지어 외국 서버에서 들어온 국제 화폐도 있었다.
유럽, 미국, 남미, 심지어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상상을 훨씬 뛰어넘은 지원 추세였다.
설마 퍼리우스 교단이 이 정도까지 퍼져 있다니.
역시 수상할 정도로 매력적인 교단다웠다.
“살충제 예산 쪽은 걱정 없겠는데?”
“이 정도면 필요한 수량만큼 약재를 모을 수 있겠어.”
“이쪽도 실험해 볼까?”
실험 중이던 연금술사들은 살판이 났다.
예산은 3일 밤낮 실험한 대학원생도 춤추게 한다고.
할 수 있는 건 뭐든 할 수 있게 되자, 곳곳에서 강력한 살충제 약이 나오기 시작했다.
“b-32번 약은 효과가 꽤 있는데?”
“지울 수가 없고, 독성이 너무 강해서 아예 땅을 버리는 것만 빼면 좋겠군. 황메기의 수염을 넣어 볼까?”
“개당 1골드나 되긴 하지만……. 뭐, 이 정도나 예산이 남으니 한번 해 볼 법도 하지.”
빛을 보지 못할 수많은 조합법, 새로운 물질들이 자본을 앞세운 실험에 의해 만들어졌다.
3티어 직업이던 연금술사들이 단숨에 2티어, 1.5티어로 올라올 정도의 대투자!
키에에에에!
“좋았어, 효과가 있다!”
한 종의 괴충들뿐만 아니라, 모든 종의 괴충들에게 통하는 약들도 만들어 냈다.
기부금을 가득 받은 신들의 축복은 덤.
연구에 활력이 붙은 사이, 파프닐은 카르쉬크 산맥으로 향했다.
“골드랫 님!”
“오, 왔구먼.”
번쩍, 골드랫은 기다리고 있었던 듯, 눈 깜짝할 사이 나타났다.
“그건 가져왔나?”
“그거라면…….”
“거 참, 지난번에 가져왔던 그것 말이야.”
“아아.”
파프닐은 철 우리 열댓 개를 꺼냈다.
지난번에 반응이 좋기에, 이번엔 같은 걸 열댓 마리 가져왔다.
“여기 있습니다.”
“오오…….”
골드랫은 단숨에 세 개를 집어삼키더니 멈칫했다.
“나머지는 포장해 가져가도 되나?”
“뭐……. 그러시죠.”
“고맙구먼. 바로 다 먹기엔 너무 많아서.”
골드랫은 재차 말했다.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지. 내가 말했던 것들은 구해 왔나?”
말은 했지만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게 그가 요구한 수량은 인간이, 그것도 단시간에 모으기 어려웠으니까.
이 때문에 그는 파프닐이 사과의 말을 할 줄 알았다.
성의가 보이는 정도만 모인다면. 거기에 맛있는 개미도 받았으니, 그 정도면 져 주는 척 제안을 들어줄 생각.
‘개미도 개미지만, 저 녀석 왠지 모르게 친근감이 든단 말이지.’
다른 인간 같았으면 나타나자마자 찢어 죽였을 거다.
그것이 개미핥기계의 패왕, 골드랫의 법칙.
한데 저 녀석은 왠지 그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친숙한 냄새도 그렇고, 가까이만 가면 복슬거리고 폭신한, 수상할 정도로 매력적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간 기준을 못 맞춰도 적당히 져 줄 생각이었다.
나중에 생색도 좀 내고, 적당히 부탁도 몇 개 더 하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여기 있습니다.”
파프닐이 인벤토리를 열고, 그 안에서 금은보화를 꺼내기 시작했다.
점차 쌓이기 시작하는 수많은 보석과 귀중품들.
그 양은 급격히 늘어나더니, 파프닐의 키를 넘어, 골드랫의 키에 근접할 정도로 쌓였다.
“자, 잠깐만. 이제 괜찮네.”
“괜찮다뇨? 아직 더 있습니다.”
인벤토리뿐만이 아니다.
파프닐은 퍼리우스 교단이 제공한 금괴와 은괴, 그리고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마나석들을 가지런히 쌓았다.
작은 도시 하나는 사들일 수 있을 거액.
파프닐의 전 재산을 훌쩍 뛰어 넘었지만.
어차피 전부 후원금, 즉 남의 돈이었기에 딱히 아깝진 않았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금방 다 꺼낼 테니.”
“……어…….”
골드랫의 금빛 털 안쪽 낯빛이 새하얗게 질려 갔다.
금액이 쌓이는 걸 보던 그가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고 앞발을 모았다.
“사, 살려 주십시오!”
“네?”
“제가 큰 분을 몰라뵈었습니다! 일부러 높게 불렀는데 이 정도나…….”
“아니, 뭘…….”
파프닐이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이거면 필요한 분량은 맞춘 겁니까?”
“그렇습니다!”
“말 놓으시지요. 그게 편합니다.”
“하지만…….”
“놓으세요.”
“고, 고맙군.”
나이 많은 사람? 아니, 영물에게 존댓말을 듣는 건 파프닐도 불편했다.
“그럼 일을 해결하고 오시지요. 그다음 바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음……. 그게…….”
머리를 벅벅 긁는 골드랫. 그가 덧붙였다.
“이 정도면 짝짓기는 거의 따 놓은 당상이긴 한데……. 꼭 바로 출발해야 하나?”
“그럼요?”
“그……. 신혼 하룻밤 정도는 어떻게…….”
“…….”
“크흠! 물론 농담일세. 걱정하지 말게. 승리만 하면 곧바로 따라감세!”
왠지 못 미덥지만, 어쨌든 이로써 전설의 개미핥기를 동료로 얻을 수 있었다.
살충제도 착착 생산 중이니, 남은 건 이제 곤충들과의 싸움뿐.
‘자,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 볼까?’
파프닐은 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일단 몰아내면서 챙길 벌레 재료들의 리스트부터 만들어야겠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