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92)
292화
파이브스타의 영역을 넘어, 미개척지가 섞인 끝자락.
그곳에 있는 어느 숲에, 수많은 개미핥기가 모였다.
“오랜만이야, 킬더랫!”
“자네도, 코이즈!”
“케세츠는 어디 갔나? 안 보이는데.”
“그 녀석……. 백 년 묵은 지네를 잘못 먹다가 그만…….”
“저런……. 조심했어야 하는데.”
평소엔 각자 땅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영물 개미핥기들이지만, 오늘만큼은 모두 모여 서로 소식을 나눴다.
영수가 된 전 세계의 개미핥기들이 모여 짝짓기 상대를 찾는 곳.
골드랫은 그 안에서 천천히 움직였다.
“잘 붙어 있게.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친구들이 많으니.”
“그런데 제가 따라와도 됩니까? 혼자 가셔도 상관없었는데.”
“혼자서는 아무래도 불안해서 말이야. 자네가 있어 주니 든든하군.”
원래는 바로 전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골드랫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었다.
‘뭐, 개미핥기들의 짝짓기 파티라니 궁금한 것도 있었고.’
주변을 둘러보자, 여러 개미핥기들이 등에 금속 상자나 보석들을 짊어진 게 보였다.
골드랫이 지나가자, 그런 개미핥기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모였다.
“저 녀석은……!”
“어, 엄청난 공물이다. 저 금과 은 덩어리들을 봐!”
다른 어떤 개미핥기들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양.
파프닐이 숨어 있어도 티도 안 날 정도였다.
“저기 보이나?”
그때였다.
골드랫이 개미핥기 무리 너머의 한쪽을 가리켰다.
“보았나? 저기! 내가 구애할 피앙세일세. 이름은 막시나라고 하지.”
“저 개미핥기군요.”
“그래, 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 보물 전부보다도 더 가치 있는 개미핥기일세.”
잔뜩 들뜬 채 속삭이는 골드랫. 파프닐의 눈동자에 물음표가 나타났다.
‘그냥 평범한 개미핥기처럼 보이는데?’
손가락 끝엔 약간 아담한, 밤색 털이 있는 개미핥기였다.
딱히 그렇게 특징이 있다거나 귀여운 것도 아니고.
보통 사람의 관점으로는 차라리 복돌이가 더 귀여울 지경이다.
‘뭐, 세상에는 다양한 취향이 많으니까.’
생각해 보니 김철의 경우보단 낫긴 했다, 생각하던 순간. 저만치에서 흰 개미핥기 한 마리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아타후알파……. 저놈도 왔었나?”
“아는 사이십니까?”
“그래, 내가 하는 것마다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보다 많은 개미를 얻기 위해서 생태계의 보전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놈이지. 자네 인간들 사이에선 악마라는 말도 있다고 들었네.”
“흐음…….”
그 정도라면 보스 몬스터겠군.
“골드랫, 이번에는 꽤 노력한 것 같아 보이는데?”
마침 가까이 온 그가 코웃음 치며 말을 걸었다.
“하지만 혈통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다는 걸 또다시 알게 될 거다.”
“너야말로 가진 게 그것밖에 없잖아? 겨우 핏줄 하나에 으스대는 주제에, 한참 멀었어.”
“네놈이……!”
한 치도 지지 않는 둘.
흰 개미핥기를 보던 파프닐의 눈에 이채가 스쳤다.
‘잠깐만, 저 몸에 있는 갑주와 서린 기운은 분명…….’
“뭐, 따로 싸우고 싶다면 나중에 상대해 주지. 지금은 해야 할 일이 있잖나.”
“그래, 할 일이 있었지. 암, 그렇고말고…….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때마침 높은 절벽 위로 늙은 개미핥기 한 마리가 올라서더니, 속이 빈 나팔 모양 나무에 대고 소리쳤다.
“다들 잘 왔습니다. 많이들 근질근질할 테니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지요. 개미핥기의 밤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흥, 어디 두고 보도록 하지.”
흰 개미핥기가 사라진 후.
파프닐은 골드랫에게 물었다.
“저 개미핥기랑 무슨 관계입니까?”
“원수지간이지. 나는 일반 개미핥기에서 영수가 되었는데, 저 녀석은 영수의 아들로 태어났거든.”
“개미핥기 세계에서도 가문은 중요하군요.”
“가문이라기보단 핏줄이지. 유전적인 요소야.”
“그렇군요. 그나저나 말입니다. 혹시 저 개미핥기…….”
“잠깐만, 이제 시작일세.”
그사이 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늙은 개미핥기의 지시에 따라 무대 위로 작달막한 개미핥기 한 마리가 올라왔다. 손에는 개미 한 마리를 들고 있었는데, 살아 있는 듯 가끔 다리를 떨고 있는 놈이었다.
“그럼 같이 먹이를 드실 분?”
“오, 내가 나서지.”
“나는 그다지…….”
슥, 개미핥기 두 마리가 나선 뒤, 서로 가져온 공물들을 쌓았다. 늙은 개미핥기 한 마리가 보석 더미들을 비교하더니, 한 개미핥기의 손을 들어 주었다.
“오오!”
“아아…….”
수컷 개미핥기가 내놓은 개미를 나란히 앉아 같이 먹는 개미핥기 한 쌍!
“먹이를 같이 먹는군요.”
“그래, 신성한 혼인의 의식이지.”
개미핥기는 먹이를 같이 먹음으로써 한 쌍이 된다.
현실의 습성 그대로였다.
“자, 그럼 다음……!”
이후로도 열대여섯 마리의 개미핥기들이 나왔다가 사라졌다.
“자, 그럼 오늘의 마지막! 막시나, 나오도록!”
“내 차례군.”
막시나란 이름이 나오자 개미핥기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곧이어 아까 본 밤색 털의 개미핥기가 가운데로 나왔다.
“나다!”
“난가!”
사방에서 열댓 마리의 개미핥기가 나섰다.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인기.
확실히 저 개미핥기가 개미핥기들 사이에선 인기인인 듯했다.
“내게……. 음?”
“아닛…….”
구애하는 개미핥기들 사이로 골드랫과 아타후알파. 두 개미핥기가 걸어 나왔다.
양쪽 다 다른 개미핥기들의 몇 배나 되는 보물을 등에 짊어진 상태.
곳곳에서 감탄성이 나왔다.
“저 보물들…….”
“엄청나다!”
다른 개미핥기들이 물러서는 가운데.
두 개미핥기가 보물들을 쌓았다.
“막시나, 내 손을 잡으시오. 하얀야수 가문의 일원이 될 것이니.”
고개를 든 채 손을 내민 아타후알파가 말했다. 이에 맞춰 골드랫도 구애의 말을 건넸다.
“당신과 함께 같은 개미굴을 파먹고 싶습니다.”
막시나는 두 사람, 아니 개미핥기를 번갈아 보았다.
선택의 순간. 그녀가 조용히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골드랫의 표정이 어두워진 순간, 막시나는 아타후알파에게도 같은 제스처를 취했다.
“뭣……!”
“뭐야, 방금?”
“둘 다 거절한 거야?”
“죄송해요. 두 분 다. 하지만 저는…….”
“그만! 그만! 예식은 여기까지로 하겠습니다!”
분위기를 확인한 늙은 개미핥기가 재빨리 식을 정리했다.
자리로 돌아온 골드랫은 얼이 빠진 기색으로 자리에 앉았다.
“골드랫 님.”
“…….”
“골드랫.”
“막시나한테 거절당했어……. 막시나한테…….”
“골드랫!”
“음? 아, 미안하네. 뭐라고?”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만약 제 추측이 맞다면…….”
파프닐은 어디론가 사라진 아타후알파 쪽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저 녀석, 인간이랑 손을 잡았습니다.”
“인간? 그래……. 자네도 인간이잖나.”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내가 차이다니…….”
개미핥기라고 하지만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영수들.
이런 구애에서 차이게 되면 실의에 빠질 만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극약 처방이 필요했다. 파프닐은 골드랫에게 속삭였다.
“그러다 막시나란 개미핥기도, 골드랫 님도 다 죽습니다.”
“막시나가 죽……. 뭐라고?”
그제야 골드랫이 흠칫 놀랐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까 그 흰 개미핥기, 이계신의 힘을 받은 인간과 손을 잡았습니다. 착용한 장비도 그렇고,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다 죽을 겁니다.”
아타후알파의 흰색 털 사이에서 움직이는 것들은, 놀랍게도 독을 지닌 흰개미들.
각종 작은 요소도 확인하던 파프닐의 습관 덕분에 발견할 수 있었다.
만약 그게 맞다면 이곳은 이미 위험했다.
“그럼 어떻게 하지? 놈, 놈은 어디에…….”
“일단 모두에게 사태를 알리고, 막시나란 개미핥기를…….”
파프닐이 지시하려는 순간이었다.
슈우웅, 쾅! 하늘 위에서 검붉은 폭발이 연이어 터지더니, 사방에 붉은 안개가 깔렸다.
“쿨럭! 커헉! 카아악!”
“도, 독이다!”
개미핥기들이 거품을 물었다. 파프닐은 급히 금속으로 골드랫과 자신이 쓸 용도의 필터를 만들었다.
“누구냐! 대체!”
“크하하하, 어리석은 놈들.”
숲 바깥쪽에서 아타후알파의 비웃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죽여야 할 놈들이 한곳에 모여 주다니, 이렇게 다행일 수가!”
“아……. 아타후알파! 이게 무슨……. 크억!”
“흠, 확실히 놈들에게도 이 독은 듣는군요.”
아타후알파의 옆으로 사람 여럿이 걸어 나왔다.
“이 개미핥기들만 없애면 괴충 웨이브 이벤트는 우리의 승리라 이 말인가…….”
“빠르게 끝냅시다.”
500레벨대 장비들을 낀 채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길드 연합 측 엘리트들이 대량 양산형 장비라면.
지금 나타난 사람들은 장인이 한 땀 한 땀 만들어 낸 명검 같은 기세.
파프닐은 숨을 들이마셨다. 어느 쪽이 더 위험한지는 명확했다.
“쿨럭, 젠장……. 아타후알파, 이계신에게 붙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부끄럽다? 후후후, 그것도 힘이 있어야 말할 수 있는 것이지. 네놈들 모두 여기서 죽으면 누가 그걸 말할 수 있을까!”
아타후알파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막시나, 내 손을 잡았다면 너만은 살려 주려 했건만……. 다 필요 없다. 처리해!”
“알겠습니다.”
“분부대로.”
몇 명의 남자들이 개미핥기들에게 접근했다.
그때였다.
갑자기 땅속에서 창날이 솟구쳐 진로를 막고, 회피 기동을 하는 인원들의 양옆과 뒤로 또 다른 칼날들이 튀어나와 찍었다.
“컥!”
“크헉!”
귀신같이 장비 틈을 찌르는 공격들.
땅속에서 나타난 해골병들이 귀화를 일렁였다.
“뭐야!”
“잠깐, 저 해골병들…….”
파티의 리더로 보이는 장년인이 내려왔다.
“혹시 파프닐 님입니까?”
“그렇긴 한데…….”
파프닐도 마주 나왔다.
“이거 놀랍군요. 저희는 미리 정보를 알고 있어서 온 거지만, 설마 그사이 개미핥기를 포섭할 준비를 했다니.”
장년인은 진심으로 감탄한 어조로 말했다.
“그럼 저희가 누군지도 알고 있겠군요.”
“아크 길드.”
파프닐은 인물들의 면면을 훑으며 말했다.
“사실 그쪽은 딱히 안 봐서 모르긴 하는데, 파이브스타는 아니니 아크밖에 없겠죠.”
“허 참, 이거 다 알고 계시군.”
아크와 파이브스타.
파이브스타가 요람 때부터 오성 그룹의 육성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면.
아크 길드는 수많은 프로게이머와 랭커들, 방송인들이 모이며 자연스레 만들어진 패권 길드다.
“그럼 여기서 비켜 주실 생각은 있으십니까?”
장년인의 질문에 파프닐은 피식 웃었다.
“입장 바꿔서 제가 비켜 달라 하면, 할 겁니까?”
“어쩔 수 없군요.”
협상이 결렬되자 아크 길드원 열댓 명이 무기를 들고 다가왔다.
“당신이 아무리 1인 군단이라 하지만, 우리 모두를 잡을 수는…….”
“누가 혼자라 했나?”
파프닐은 손가락을 튕겼다.
다음 순간 곳곳에서 화살과 마법이 쏟아졌다. 프론티어 길드 견장을 낀 길드원들이 쏜 것이었다.
“파프닐의 부하들……!”
“보통 놈들이 아닌데!”
아크 길드원들이 흠칫 놀라며 물러섰다. 그 자리로 프론티어 길드원들이 내려왔다.
“괜찮습니까?”
“덕분에.”
파프닐은 태연히 대답했다. 소속된 최상급 랭커들을 모은 대랭커전 부대를 첫 임무차 호출했는데, 생각보다 체계가 잘 잡힌 듯했다.
이대로라면 양측 정예는 비등비등한 상황.
1인 군단인 파프닐이 있으니, 프론티어 길드 측의 우세였다.
물론 저쪽도 그걸 알 텐데, 그러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있었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
도망칠 수 없기에 결사 항전을 하거나.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거나다.
“이거 어쩔 수 없구먼.”
파프닐에게 제안했던 장년인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내가 나서는 수밖에.”
“키야옹!”
그 옆엔 어느새 고양이 한 마리가 붙어 있었다.
“헉…….”
“서, 설마!”
“김애용과 박단토……!”
김애용이랑 박단토?
‘다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원작엔 안 보였던 것 같은데.’
원작에서도 듣지 못한 이름.
김애용이라 불린 유저가 씩 웃었다.
“자, 가자, 박단토!”
“키야오오옹!”
박단토라 불린 삼색 고양이가 팔다리를 폈다. 다음 순간 파프닐의 눈이 번쩍 뜨였다.
“저건 또 뭐야!”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