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296)
296화
카작스.
레벨 500의 사마귀 군주로.
단단한 갑피와 엄청난 속도, 그리고 모든 방어 스킬을 베어 버리는 공격력으로 악명 높은 보스 몬스터다.
그 특성 때문에 플레이어들에게 불리는 별명은 탱커의 사신.
모든 탱커를 쓸모없게 만드는 스킬 세팅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그런 괴물이기에 협곡 위쪽으로 몰려온 괴충 군단의 보스가 될 수 있었다.
“헛, 챠! 챠아!”
그런 괴물을 상대로 존스 박사는 온 힘을 다해 싸웠다.
채찍을 계속 휘두르며, 놈이 움직이지 못하게 견제!
억지로 빠져나오려 하면, 그때마다 그물을 던지고 권총을 쏘았다.
“키아아악!”
카작스는 괴성을 내질렀다.
“키에에! 키에에엑!(X 같은 인간 놈아, 이따위로 싸우지 말고 좀 제대로! 악!)”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전투처럼 보이지만, 사실 존스 박사가 불리했다.
아무리 때려도 찰과상밖에 나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그래도 존스 박사는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메인 딜러는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알아, 안다고!”
슈슉, 카작스의 뒷머리 근처에서 목소리가 났다.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인영 하나가 놈의 머리와 목을 가볍게 베어 냈다.
말도 안 되는 속도와 은밀함이었다.
아무리 몰래 노렸다지만, 카작스의 속도나 감각을 완벽히 가리며 약점들을 전부 베어 냈다는 것.
세상에서 단 한 명을 제외하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됐다!”
투툭, 떨어지는 머리 위로 검은 인영이 나타났다.
주변 유저들이 고개를 들다가 흠칫 놀랐다.
“오오!”
“저 괴수의 머리를 단칼에……!”
“역시 칠흑의 사신인가……. 한 방 대미지가 최강이란 말이 허명은 아니로군.”
시선이 집중되는 가운데, 칠흑의 사신은 피식 웃었다.
“이딴 녀석, 나한테 걸리면 한 방이지.”
어떤 강적이라 하더라도 일단 약점을 보이면 끝장!
파프닐 녀석에겐 아직 맞힌 적 없지만, 그놈을 제외하면 백발백중의 타율이었다.
“잠깐만, 조심해!”
“조심? 뭔 조심……. 우와앗!”
반문하던 칠흑의 사신이 흠칫 놀랐다.
아래에 있던 카작스의 몸이 손날을 휘둘러 왔기 때문이다.
“우왓!”
“저 녀석, 머리가 없어도 한동안 살아 움직인단 말이다!”
존스 박사는 말과 동시에 채찍을 휘둘렀다. 칠흑의 사신을 베려던 카작스의 손날이 충격을 받고 멈칫했다.
그 순간 칠흑의 사신이 재차 단검을 찔렀다.
팔다리의 혈을 찌른 순간 카작스의 몸이 뒤틀리더니, 바닥으로 뻗었다.
사신의 스킬에 있는 비전 중 하나인 팔괘 점혈!
다른 스킬에도 점혈이 있긴 하지만, 이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개체에 가능하다는 게 비전의 차이였다.
쿠우웅, 혈이 막힌 카작스의 몸이 쓰러지더니, 그 안에서 검은 지렁이 같은 것들이 튀어나오려 했다.
“어딜!”
존스 박사의 사격이 놈들을 전부 처리하자, 비로소 움직임을 멈추는 카작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머리를 잘라도 계속 움직이는군.”
“맙소사, 깜짝 놀랐습니다.”
“어떻게 그 사실을……?”
“탐험가니까. 온갖 데를 돌아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되더군.”
이번엔 기생충까지 나왔으니 확실히 끝냈다.
존스 박사는 사마귀를 향해 외쳤다.
“괜찮나?”
“음, 뭐 그럭저럭?”
이에 반응해 몸을 일으키는 칠흑의 사신.
다음 순간 모든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왜 저래?”
“옷! 옷 좀!”
“옷?”
칠흑의 사신은 피식했다.
원래부터 몸에 착 달라붙는 암행복 차림으로 싸우고 있는데, 심지어 지금은 사마귀의 체액 때문에 푹 젖은 상태.
안 그래도 굴곡이 심한 데다 그러니 한층 더 돋보일밖에 없었다.
“아니, 꼬우면 보지 말든가, XX들아!”
칠흑의 사신은 어이없어하며 따졌다.
“이거 레전더리 장비야! 더 좋은 거 줄 것도 아니면서 뭐 생김새 가지고 따져.”
단순 옷뿐이 아니다.
칠흑의 사신의 세계에서, 모든 건 결국 결과로 이어졌다.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잊히는 승자 독식의 세상.
그런 곳에서 살아남아 온 칠흑의 사신이었기에, 장비 생김새가 어쩌고저쩌고는 배부른 소리였다.
아니, 당장 불편하기 짝이 없는 갑옷을 입은 탱커들부터 그랬고 말이다.
“그렇게 말할 거면, 나처럼 이 녀석 목 따고 말하라고.”
“아니, 그게 아니라!”
“어?”
“옷이 찢어졌단 말일세!”
“……아.”
다음 순간 사신의 몸이 그대로 그림자에 녹아들었다.
“미친……! 왜 빨리 말 안 했어!”
“내가 어떻게 말하나! 방금 눈치챘는…….”
“그럼 봤단 소리네??”
“아니!”
한바탕 실랑이가 있던 후.
존스 박사는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아무튼 위는 확보했으니, 슬슬…….”
그때였다.
아래쪽을 지켜보던 유저 한 명이 외쳤다.
“신호가 왔습니다!”
“그래. 드디어.”
고개를 끄덕인 존스 박사가 권총을 쏘았다.
팅! 바위 사이로 들어간 탄환이 이리저리 튕기다 안쪽의 마나석을 건드렸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우웅!
마나석들이 일제히 발동하더니,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바위와 흙으로 된 벽을 일시에 터뜨리는 대폭발.
다음 순간 그 너머에 있던 엄청난 물이 그대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
수공.
옛날부터 우리 민족이 두고두고 썼던 전술이다.
살수대첩, 귀주대첩.
주로 중국군처럼, 엄청나게 많은 상대를 쓸어버리기 위한 최고의 전술!
불로 태우는 화공과 거의 같은 급이면서, 날씨에 관계가 없다는 점이 더 좋았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처음부터 이 전술에 주목했다.
‘적당히 양옆이 좁고, 들어올 길이 많은 협곡이라면 최선이지.’
상당수의 곤충들이 불 내성이 있기에, 더욱 수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지형상 물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건데, 그 부분은 게임이기에 해결할 수 있었다.
“마법사들이랑 마나석으로 물 마법을 마구 쓰게 하지 뭐.”
“미친……. 그거 얼마가 깨지는 줄 알아? 최소 10만 골드가…….”
“무슨 상관? 우리 돈 많은데.”
통일왕국의 국고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프리 패스권.
거기에 퍼리우스 교단의 수상할 정도로 많은 돈까지.
돈이 무한대로 남아돌자, 마법과 마나석으로 물을 채우는 짓도 할 수 있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의 상황이었다.
키에에에에!
끼에에에!
드넓은 협곡 안을 가득 메웠던 벌레 군단이 물에 쓸려 내려갔다.
단순 물뿐만이 아니라, 바위와 통나무 등을 가득 채워 넣어 살상력을 높인 해일.
“지금이다!”
“썬더 스톰!”
마법사 플레이어들은 튀어나오는 벌레들에게 전격 마법, 불꽃 마법을 써 댔다.
그때였다.
카라라락!
키이익!
물속에서 익숙하게 헤엄치는 벌레들이 나타났다.
물장군이나 장구벌레, 개아재비, 물자라 등의 수생 곤충 괴수들!
카아아!
키아아악!
그뿐만이 아니다.
개미들은 한데 모여서 압력을 버텨 내려 하고, 하늘 위에서는 잠자리, 파리, 모기 등의 비행 괴충들이 몰려들었다.
이대로라면 수공이 실패로 돌아가는 상황.
그때였다.
“지금이다!”
“발사!”
킨도르한의 지시에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대포를 쏘았다.
포탄은 그대로 하늘로 날아가더니, 주변에 황색 연기를 뿜어내며 터져 나갔다.
키익?
키이이익!
다음 순간이었다.
연기에 닿은 곤충들이 일제히 땅이나 물 위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됐다!”
“놈들이 반응을 보인다!”
땅에 있던 연금술사 유저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포탄의 정체는 다름 아닌 개발 완료된 살충제.
몇 날 며칠 고생해서 만든 프로젝트의 완성품이 제대로 효과를 보고 있으니, 개발자 입장에서는 아드레날린이 가득 분비될 만한 상황이었다.
>ㅋㅋㅋㅋ
>진짜 준비 더럽게 많이 해 뒀네 ㅋㅋ
>살충제에 수공에 ㅁㅊㄷㅁㅊㅇ
>살수대첩이냐고~~
상황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살충제 준비야 워낙 소문이 많이 났기에 잘 알려졌지만.
설마 수공과 살충제를 같이 쏟을 거라곤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 해외에서도 100만 명이 보는 중ㅋㅋ
>삼국지에서도 저런 식으로 여포를 잡았는데, 파프닐이 삼국지를 좀 참고한 듯?
>삼국지? 삼~하하하하하!
>근데 저러면 벌레 세력 이대로 밀리는 거임? 거의 다 쓸려 나가는 거 같은데.
>어? 야! 저거, 저 뒤에!
물벼락에 시원하게 쓸려 나가는 벌레들!
그때였다.
실시간 영상을 보던 유저들이 지목한 대로, 땅이 흔들리며 융기했다.
이윽고 그 끝에서 구멍이 열리더니, 검은 개미, 흰 개미, 붉은 개미 등의 개미들이 쏟아졌다.
한두 마리가 아니라 엄청난 숫자.
각각의 개체가 성인 남성만 한 크기의 거대 개미들이었다.
키에에엑!
“허억!”
“위, 위험해!”
이대로라면 재차 괴충들이 태세를 정비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어, 어떻게든!”
유저들은 급히 주변에서 물러난 뒤 방어 전열을 만들려 했다.
그러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건 사실.
이대로 개미들이 오면, 다시 전황이 혼돈에 빠질 수 있었다.
키이이이!
개미들이 눈을 번득이며 유저들에게 달려들었다.
마법사 유저들이 친 배리어는 압도적인 숫자와 공격력 앞에서 순식간에 찢어졌다.
“으아아악!”
플레이어들이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제일 앞에서 쏟아지던 개미 웨이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죽음을 각오했던 마법사, 성직자 유저들이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떴다.
그사이 제2 파, 제3 파의 개미들도 순식간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저, 저기!”
유저 한 명이 손가락을 들어 가리켰다.
그곳을 본 다른 유저들은 물론, 실시간 방송들에서도 엄청난 술렁임이 일었다.
“저건!”
“개미핥기!”
“지, 지금 개미핥기가 개미들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엄청난 속도입니다!”
휘릭, 휘릭.
개미핥기, 골드랫이 혀를 움직일 때마다 개미 수천 마리가 사라지고 있었다.
개미에게 있어서는 거의 사신과도 같은 모습!
당연한 일이었다.
골드랫은 무려 수백 년 동안 수행하며 마나를 쌓은 전설의 개미핥기였으니까.
“키에에에엑!(사, 살려 줘!)”
“시이이이익!(개미핥기다!!)”
개미들 사이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고, 동시에 시큼한 냄새가 사방으로 퍼졌다.
개미들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포름산 화학성분.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고 격렬한 경고에 사용하는 성분이었다.
“와아아아아!”
“이 개미핥기는 우리 개미핥기입니다!”
얼이 빠진 채 있던 유저들은 두 팔을 들고 환호했다.
“뭣들 해! 우리도 계속 잡아야지!”
“아, 참!”
더불어 잠깐 주춤했던 수공을 계속 이어 가며 공격!
협곡으로 몰려왔던 괴충 웨이브들이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어디를 봐도 구경거리뿐.
이 때문에 사람들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어느 순간부터 해골병들은 물론, 그 해골병들을 조종하던 파프닐의 모습이 사라졌음을.
***
“아, 지난번에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전직 곤충 연구가 파브르는 손을 들고 인사했다.
“덕분에 쓸모없는 인간 놈들로 가득 찬 세계에 위대하신 분의 뜻을 펼치고, 아름다운 곤충들로 세상을 가득 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가움 가득한 어조로 말하던 파브르의 표정이 굳었다.
“그런데 영문을 모르겠군요. 어째서 저희를 이해하던 당신이 이렇게 제 앞에 나서고, 제 동포들을 그렇게나 학살한 겁니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남자의 발걸음이 멈췄다.
슥, 고개를 들어 올린 파프닐이 짧게 대답했다.
“필요했기 때문이지.”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