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02)
302화
사방이 빛으로 가득한 어느 공간.
그 가운데에 어떤 인물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다들 모인 것 같으니, 892번째 수호자 회의를 개최하겠다.”
한가운데에 있던 소녀가 말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더니만, 갑자기 또 뭐야?”
오른편에 있던 붉은 형체가 으르렁거렸다.
“안 그래도 요즘 세상이 소란스럽던데, 또 얼마나 부려 먹으려고……. 쳇!”
“크큭, 어쩔 수 없지요. 염사.”
구석에 있던 작은 형체가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 지금까지 어느 정도의 혼란은 항상 있어 왔지만……. 최근 들어 그것이 더욱 심해지고 있으니까요.”
“나도 알고 있어. 나무부터 해서 벌레에, 문어, 털 좋아하는 놈까지 온갖 잡놈들이 다 들어오던데?”
“잘 알고 있구나, 다들.”
소녀가 말을 받았다.
“이번에 회의를 개최한 건도 그 때문이다. 외신들의 준동이 하루가 다르게 거칠어지고 있어.”
대지모신의 결계로 세계가 지켜지고는 있지만, 차원 바깥의 외신들은 그 결계에 있는 틈으로 항상 세계에 침투해 올 기회를 노리고 있다.
어둠과 공허 속에 있는 그들에게 이 세상은 먹을 것으로 가득 찬 뷔페.
그들에게서 세계의 문을 지키고, 세상 안팎의 소란을 남몰래 정리하는 게 이들 수호자들의 책무였다.
“모험가들의 활동이나 다른 것들도 그렇고, 그 때문에 대지모신님의 결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네. 고대신들도 이 틈을 타서 계속 기회를 보고 있고.”
“이그나이트 놈…….”
“죄송합니다, 잡으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다른 수호자들이 고개를 숙였다.
“아니, 그 얘길 하려고 부른 게 아니야.”
처음 말을 꺼냈던 소녀가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관심을 두지 않던 다른 이계신이 이 세계를 노리고 있어. 아들이 치욕을 당한 것에 대한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인과율을 가지고 있는 신이다.”
“그렇다면……. 설마…….”
“그래, 마안귀다.”
“으음…….”
수호자들의 분위기가 갑자기 가라앉았다.
마안귀, 세상 밖에 도사리는 수많은 외신 중에서도 특출 나게 강하고 흉악한 외신.
더욱 까다로운 건 그놈이 힘뿐만 아니라 치밀한 계산도 갖췄다는 거다.
만약 놈이 그 일족과 함께 이 세상에 본격적으로 오게 된다면.
초월적인 힘을 가진 문의 수호자들이라 해도 힘든 싸움을 해야 하리라.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최악의 사태는 막아야겠죠.”
“고맙구나…….”
살며시 미소 지은 소녀가 말을 이었다.
“물론 마안귀도 신경 써야 하지만, 하던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모험가들의 움직임, 그리고 기존의 여타 다른 이계신과 고대신들에게서도 눈을 떼지 말도록 해.”
“예, 대모님.”
“특히 그 녀석을 조심해라. 분노의 불꽃은 너희라 하더라도 쉽지 않을 테니.”
“예.”
원탁을 둘러싼 수호자들이 일제히 합장했다.
면면을 둘러보던 소녀가 질문했다.
“그나저나 그 녀석은 안 온 게냐? 운사.”
소녀의 물음에 한쪽에 있던 흰 형체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쯧쯧, 내 그럴 줄 알았다. 지난번에 제대로 치욕을 주더니만……. 기어이 삐지게 했구나.”
“죄송합니다.”
흰 형체가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그 녀석은 조금 정신을 차릴 필요가 있습니다. 하면 되는 녀석이니까요.”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니, 너를 탓하는 건 그만두겠다.”
소녀가 말을 이었다.
“뭐, 네가 원인을 만들었으니, 이번 회의는 네가 그 녀석에게 직접 찾아가 전달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자, 그럼 큰 이야기는 마쳤으니, 늙은이는 이만 자리를 비켜 주도록 하마.”
슥,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근처의 문을 열고 사라졌다.
“흠.”
잠시 후 그녀가 도착한 곳은 어느 청동거울 앞.
거울에 손을 댄 소녀가 말했다.
“들리시나요? 홍익인간이여.”
잠시 후, 거울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르셨습니까, 짹!
“해 주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홍길동.”
-어떤 일이신지요?
“한 남자에 대한 것입니다.”
-호오.
화면 너머, 활빈당의 당주인 홍길동은 씩 웃었다.
“누군지 알 것 같군요.”
***
킨도르한은 신대륙에 가장 먼저 관심을 보인 유저 중 한 명이었다.
기존 한국 서버의 뒷골목은 장악했으니, 새로운 영업처를 찾는 거다.
신대륙에 우미간이 생기면 조직의 규모도 더 커지고.
강패의 특성상 킨도르한의 힘도 훨씬 더 강해질 테니까.
이 때문에 괴충 웨이브를 상대할 당시에도 그는 신대륙에서 계속 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업을 확장했다.
“지금 유저들의 개척 자체는 꽤 진행된 편이긴 해. 처음 올 때 많이들 실패하긴 했지만, 여러 길드랑 유저들이 상륙했고, 또 콘텐츠 개척한다고 안쪽으로 들어가서 살아남았거든.”
킨도르한은 신대륙의 정세를 설명했다.
“다만 문제가 있지.”
“문제?”
“사건이 잘 풀리면 항상 생기는 그것.”
“강패가 머리에 먹물 들이는 소리 하지 말고 설명이나 해.”
“뭣, 이래 봬도 사회에서는 건실한 대졸 직장인이었다고!”
‘었다고’라는 말은 지금은 아니라는 뜻.
호라이즌에서 워낙 크게 성장한 덕에, 킨도르한도 다니던 중소기업 사무직을 때려치우고 여기에 올인했다.
결과는 대박!
매달 수십억이 넘는 거금이 꽂히고, 재투자를 제외하고도 월 삼천만 원이 넘는 순수익을 달성하고 있다고 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먼저 온 길드들이 세력을 만들었고, 그 녀석들이 개척 지역을 꽉 틀어막고 있어.”
“사다리 걷어차기군.”
“맞아, 그 녀석들 입장에서는 대박 터진 셈이지. 다른 길드들이 와야 하는데 괴충 웨이브 때문에 개척 붐이 주춤하면서 힘을 키울 시간이 주어졌으니까.”
신대륙에서 각각 기연을 얻은 세 길드는 새로 온 플레이어들을 철저히 통제하며 이득을 보고 있었다.
서로 경계하면서도 직접적인 전투는 피하고 있었는데, 만약 싸웠다간 후발 주자들만 이득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대형 길드랑 다를 바 없군.”
“사실 그 녀석들도 대형 길드가 그대로 온 거나 다름없으니까.”
킨도르한이 말을 이었다.
“하는 짓도 대형 길드랑 똑같지. 더 큰 놈한테는 찍소리도 못 하면서, 중소 길드한테만 소리치는 거라든가.”
가장 먼저 신대륙을 개척하고, 지금도 개척 중인 파이브스타 길드.
길목을 막고 있는 삼대 길드들도 파이브스타한테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길을 열고 있다고 했다.
“아무튼 상황은 그렇고……. 세 길드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킨도르한이 말을 이었다.
“각각의 길드 이름은 위, 촉, 오. 셋 다 길드원 수가 1만 5천 명가량인 대형 길드야.”
위, 촉, 오?
“무슨 삼국지 덕후 모임이냐? 길드 이름이 뭐 그딴…….”
“잘 아는군. 걔네들 삼국지 좋아해.”
“…….”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동양권에서 삼국지는 성경 다음으로 읽혔다고 여겨지는 명작.
가상현실 게임에서 그 생각을 실현하는 사람은 흔치 않으니까.
다만 소설에서 관련 길드 언급이 없던 게 마음에 걸렸다.
“삼국지 길드라니……. 그럼 네임드 이름은 뭐, 유비랑 조조, 손권인가?”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좀 다르더라고.”
“뭐?”
“위나라는 항우, 촉나라는 척준경, 오나라는 대장금.”
“뭔 이름이 다 짬뽕이야?”
상상을 초월한 네이밍센스에 파프닐은 순간 관자놀이가 쑤시는 것을 느꼈다.
애써 멘탈을 붙잡은 파프닐이 본론을 물었다.
“그래서 그 녀석들이 여기서 힘깨나 쓰는 놈들이라고?”
“그래, 정확히는 그놈들 때문에 다른 모두가 힘을 못 쓰고 있지.”
신대륙에 도착한 후발 주자들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각종 몬스터들 외에도 이들 삼대 길드의 통제를 뚫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길목 문제야 다른 곳으로 가더라도, 유저들이 퀘스트를 받을 도시가 다 위촉오 길드의 소유라면 성장에 제한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데 힘으로 뚫기도 쉽지 않은 게, 그 녀석들도 만만찮은 랭커들이거든.”
일반 유저들로는 삼대 길드와 싸우느니 통행료를 내거나 통제를 받으며 사냥하는 게 훨씬 편하니 그쪽을 선택한다.
가이드나 서비스 자체의 질은 나쁘지 않기에, 그다지 손해도 보지 않는 일.
“나랑 우미간파도 그쪽을 뚫으려고 하고 있지만, 몇 번이나 번번이 막혀서 고민이야.”
세 길드가 있는 이상, 프론티어 길드의 신대륙 진출도 큰 차질이 생길 게 틀림없는 상황.
“그럼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겠군.”
파프닐은 씩 웃었다.
“막혀 있으면 부숴야지.”
***
신대륙이 업데이트된 후.
호라이즌에는 한 가지 시스템이 업데이트되었다.
인스턴스 던전 메이킹, 그리고 던전 쟁탈 시스템.
플레이어는 인스턴스 던전을 만들어 주인이 될 수 있고, 그렇게 주인이 생긴 던전은 일정 시간마다 아이템과 골드, 경험치를 제공한다.
위촉오 삼대 길드는 그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주요 길목이나 사냥터마다 던전을 만들어 길을 막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오면 통행료나 사냥 비용을 걷는 식.
“길목 지나가는 데 1골드나 받는다고? 진짜 미쳤어요?”
“우린 뭐 땅 파서 장사합니까. 님들이 구대륙에서 꿀 빨 동안 개척한 곳이니, 돈 좀 받는 게 뭐 나쁜가?”
“누가 칼 들고 늦게 오라고 협박함?”
수많은 항의가 있었지만 단칼에 무시!
그만큼 위촉오 길드가 힘이 있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비록 파이브스타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건 자연재해 같은 것이고.
파이브스타도 딱히 길목 통제는 뭐라고 하지 않으니, 이들 세 길드로서는 지금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랄 뿐이었다.
“그러니까 여기선 뭐, 우리가 왕이라 이거지.”
“오오……!”
그런 위 길드의 영역 중 하나인 누름돌 고개.
위 길드의 수거조 조장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자, 다들 기억해라. 첫째. 파이브스타는 건드리지 마라. 둘째, 던전은 빠릿빠릿하게 수금해라. 셋째, 다른 놈들이 깔짝대면…….”
“캐삭시켜라……. 맞죠?”
“그렇지.”
지독하긴 하지만,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수많은 경쟁자가 가득한 상황에서, 이렇게 강경하게 나가지 않으면 계속 적을 마주하게 될 테니 말이다.
“자, 오늘도 수금 시작하자고.”
“네.”
대여섯 명의 인원들이 각 지역의 인스턴스 던전에 들어가 물건을 챙겼다.
그때 도적 한 명이 조장을 불렀다.
“조장님!”
“뭐야?”
“저기, 지도에 없는 던전이 생겼습니다!”
“던전?”
“인스턴스 던전 같습니다.”
“감히 누가 우리 영역에서……. 가 보자!”
대장을 필두로 한 정찰조들이 의문의 던전에 들이닥쳤다.
-P의 던전에 입장했습니다.
-현재 P의 던전에는 던전 마스터가 있습니다.
-던전 입장 인원 수 : 5명
알림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한창 땅을 파는 중인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위아래로 스캔한 조장의 눈이 가늘어졌다.
‘쪼렙이잖아? 장비도 450제고. 파이브스타 길드 특징도 안 보이고.’
그럼 거리낄 게 없지. 눈에 불을 켠 조장이 다가갔다.
“어이.”
“네?”
“여기, 우리 자리.”
말을 마친 조장이 검을 뽑아 휘둘렀다.
대처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쾌검.
그러나…….
“아…….”
땅을 파던 남자, 파프닐은 손에 난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씩 웃었다.
“이거 그쪽이 먼저 친 거죠?”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