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03)
303화
호라이즌에서 인스턴스 던전은 유저 한 명당 하나밖에 만들 수 없는 던전이다.
그런 인스턴스 던전에서 타인과 마찰이 일어날 시.
일단 누군가가 선제 공격을 한 순간, 그곳은 PVP 존이 된다.
도전자를 죽이거나, 기존 던전 마스터를 죽인 순간 재차 풀리게 되는 식.
또한 그 모든 것은 로그에 기록이 된다.
이 때문에 이런 건 명분이 중요했다.
PVP 존이 된 순간, 먼저 공격했다는 증거가 남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증거가 남은 순간, 그 후부터 던전 마스터나 도전자는 살해에 페널티를 받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경험치를 얻게 된다.
“이놈!”
조장이 검을 휘둘렀다. 신대륙에서 힘을 키웠다는 말답게 빠르고 군더더기없는 공격.
검술 숙련도로 치면 60%가 넘어 보였다.
그런 공격을, 파프닐은 맨손으로 잡았다.
조원들은 그 순간 뭔가 틀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이 새끼가……. 이거 놔! 안 놔?”
얼굴이 시뻘개진 조장이 악을 썼다. 그 순간 파프닐이 가볍게 검을 놓았다.
원래대로라면 그 순간 힘의 차이를 인식해야 했지만, 흥분한 조장에겐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크앗!”
재차 조장이 검을 휘두르자, 파프닐은 그것을 피하며 창을 찔렀다.
푸욱. 궁드닐의 창날은 갑주를 뚫고 조장의 등에서 빠져나왔다.
“헉…….”
“위, 위험…….”
처음 얕잡아 보던 기색은 싹 사라진 조원들이 급히 협공 진영을 취했다.
순간 그들의 뒤에서 해골병들이 일제히 창칼을 내질렀다. 단숨에 쓰러진 나머지 조원들은 곧바로 정리가 되었다.
“커, 커헉……!”
생환 스킬이 있었던 듯, HP가 다시 찬 전사 유저 한 명이 피를 토했다. 그가 말했다.
“너, 너 감당할 수 있겠어? 우린 위 길드다! 네놈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위 길드에 들어가려면 시끄럽게 떠드는 게 기본 조건인가 보군.”
“뭐……. 커헉!”
해골병들의 창이 일제히 전사를 찔렀다. 이번엔 살아남지 못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인스턴스 던전 ‘P의 던전’의 수비에 성공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던전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던전이 레벨 업 했습니다.
-현재 던전 레벨 : 5
-던전의 넓이, 깊이를 보다 확장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함정을 설치할 수 있습니다.
-던전에 가디언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후략)……
위 길드의 수거조를 처치하자 알림이 떴다.
보상 및 성장을 할 수 있다는 내용.
그러나 파프닐은 알림을 무시한 채 시체들을 주워 모았다.
신경쓸 이유가 없었다.
지금 파프닐이 이곳을 개설한 목적은 겨우 던전 성장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중요한 건 명분이지.’
삼대 길드를 치워 버릴 수 있도록, 힘을 쓸 수 있는 명분.
막무가내로 먼저 쳐도 네크로맨서답긴 하지만, 그랬다가는 다른 길드나 세력들에게 개입할 명분을 준다.
‘다른 길드는 몰라도, 파이브스타는 안 되지.’
파이브스타는 원작에서도 악마교단과 함께 주인공인 플러시의 가장 큰 적 중 하나.
그런 초대형 길드를 상대로 싸우려면 아직 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지지는 않겠지만, 이기더라도 상처뿐인 승리가 되겠지.’
그 결과까지도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조개와 도요새가 서로 싸우는 사이.
지나가던 어부(플러시)만 이득을 보는 구도가 백이면 백 나올 터.
원작의 전개 방식이나 운빨을 생각해 봤을 때, 안 나오는 게 이상했다.
이 때문에 파프닐은 이번 계획에선 철저히 명분을 가지고 행동할 작정이었다.
빌런이 아니라 프론티어 길드장이자, 선량한 한 명의 유저로서.
‘중요한 건 진짜로 선량한 게 아니라, 최소한 그렇게 보이는 척이라도 하는 것이지만.’
파프닐은 밖을 보았다.
이제 슬슬 올 때가 되었으니, 준비를 하려는 거다.
그때였다.
콰앙! 쾅!
수많은 소음과 함께 바깥쪽이 시끄러워졌다.
“여기가 그 인스턴스 던전이냐?”
“우리 수거조를 전멸시켰다던?”
척, 척. 붉은 갑옷을 걸친 위 길드의 전투부대가 열을 맞춰 걸어 들어왔다.
“야, 거기 너!”
“네가 그놈인가 보구먼.”
“어떤 놈인진 모르겠지만, 감히 우리 위 길드를 건드린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기세등등한 전투 부대.
파프닐은 그 앞에서 씩 웃었다.
“경험치들이 또 왔군.”
***
위 길드의 길드장 항우는 운이 좋은 편에 속했다.
남들이 겜생 동안 하나도 얻기 힘들어하는 기연을 세 개나 얻었으니까.
그 이유에는 그가 현실에서 씨름 선수였다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트레이닝과 체중 조절을 겪으며 생겨난 인내심!
인게임에서도 이를 통해 여러 대박을 터뜨렸고, 결국 신대륙을 틀어막은 삼대길드 중 한 곳의 장이 되었으니까.
당연히 그는 길드장이 된 후로도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무서울 정도의 인내심으로 자신을 관리했고, 계속 레벨링과 컨트롤 성장에 몰두했다.
어지간한 일에 반응하지 않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항우의 얼굴이 오랜만에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우리 길드에 시비를 걸고 다니는 놈이 있다고?”
“예, 예.”
부관인 방통이 굽신거리며 말했다.
“최근 그놈 때문에 입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네크로맨서의 술수는 교활했다.
위 길드의 주요 사냥터인 무지개버섯 월드, 고대인 전장 등의 필드는 물론, 도시 근처나 길목 주변에도 인스턴스 던전을 마구 파 놓고는, 그 안에서 수거조나 토벌대원이 들어와 시비를 걸면 미리 준비한 해골병이나 스스로의 힘으로 토벌대원들을 역으로 쌈 싸 먹어 버렸다.
이 때문에 최소 500명에 달하는 길드원들이 한 번 이상 사망하면서 경험치와 아이템을 털렸다.
심지어 인스턴스 턴전 쟁탈전은 모든 아이템을 떨어뜨리기에, 한 번 죽은 플레이어는 알거지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
그렇다고 추방시킬 수도 없으니, 결국 길드 예산에서 사망자의 장비를 새로 맞추고 있었다.
“망할……! 언데드가 있다 해도 한 놈이잖아! 숫자로, 상성으로 조져 버리란 말이야!”
“네, 그렇긴 한데……. 보통 놈이 아닙니다.”
방통이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저희 측에서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힘으로 안 해 보려 한 건 아니다.
그만큼 그 영역들은 중요했다.
놈이 인스턴스 던전을 만든 곳은 위 길드의 주요 거점인 신대륙에서도 알짜배기인 장소들.
흔히 말하는 명당이다.
그런 곳에 남이 만든 던전을 내버려 두는 건, 실질적인 손익을 따지기 전에 체면 문제였다.
그래서 몇 번 당하고 난 뒤에는 철저히 준비했다.
미리 던전 위치를 파악해서 미리 몇 겹으로 포위망을 짠 뒤.
진짜 던전을 공략하듯 인원을 들여보냈다.
결과?
투입된 120명 중 30명가량만이 멀쩡히 돌아왔고, 나머지는 몽땅 팬티 바람 신세에 레벨까지 다운된 채로 돌아왔다.
죽었다는 말이다.
“젠장……. 그놈을 당장에라도 친위대를 끌고 가서……!”
이를 가는 항우.
그때 방통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저, 그보다 그냥 내버려 두는 건 어떻습니까?”
“뭐? 내버려 두라고? 저 새X 명백히 도발하는 거잖아!”
“그럼 도발하라고 하십시오.”
방통이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저놈은 한 명이고, 저희가 반응해 주지 않으면 혼자 던전에서 죽치고만 있을 겁니다. 경험치요? 어차피 던전 레벨도 얼마 안 될 테니, 그냥 내버려 두면 됩니다.”
“흐음……?”
“외부 소문이야 뭐, 적당히 댓글 알바 돌려서 저딴 거 신경 안 쓴다고 해 주고요. 어차피 세상에 사건 사고가 한둘입니까? 그렇게만 처리하고 정보 통제하면 조만간 잊힐 겁니다.”
“오…….”
“뭐, 그러다 다른 곳에 사냥하러 가면 그때 빈 던전을 깨면 그만이고요.”
항우는 인내심과 별개로 귀찮고 복잡한 일은 싫어했다.
방통의 제안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런 그의 마음에 쏙 드는 내용이었다.
“좋아, 그럼 그놈 따윈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건재하단 걸 보여 주자고.”
“예.”
그 후 위 길드는 네크로맨서의 모든 움직임을 철저히 무시로 일관했다.
길드 하우스가 있거나, 정말 주요 인원이 사냥하는 주 장소는 인의 장벽으로 막아 두고.
나머지 지역에서는 던전을 만들건, 사냥하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네크로맨서 남자는 던전에서 별다른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영역 필드 안에 남의 인스턴스 던전이 있는 건 기분 나쁘지만, 그래도 금방 놈이 지친다 생각하면 그 정도는 참아 줄 수 있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군. 방통, 잘했다!”
“후후, 감사합니다.”
항우의 얼굴도 다시 펴졌다.
그러나 며칠 후.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뭐? 그놈이 이제 돌아다니면서 시비를 건다고!”
더 이상 던전에 미끼가 들어오지 않자.
파프닐이 바깥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오, 여기는 어떤 던전이지?”
위 길드가 관리중인 다른 던전에 들어온 뒤 제 던전처럼 자유롭게 산책!
던전을 관리 중인 유저가 오면, 가볍게 인사를 하며 공격을 날리거나 가디언을 쓰러뜨린다.
“이런 미친! 뭐 하는 새X야!”
당연히 위 길드의 관리직들이 그걸 그냥 내버려 둘 리 없었다.
날파리 같은 침입자를 응징하기 위해, 단숨에 스킬을 사용해 공격!
그러나 그것이 네크로맨서가 노리는 바였다.
“아이고, 이거 인사만 하려고 했는데 이쪽에서 공격하시네요.”
“뭐? 인사?”
“그럼 맞아야지.”
말이 끝나자마자 우르르 밀고 들어오는 해골병들!
어어 하는 사이 관리직 유저들은 해골병들에게 둘러싸이고, 잠시 후 인스턴스 던전은 네크로맨서 남자의 소유가 되었다.
“어떻게 된 거야! 반응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게……. 놈이 초보자 옷이나 전사 갑옷을 입고 다니면서 시비를 걸어서……. 미처 모르고 공격하다 그대로 당한 모양입니다.”
“그럼 반응 안 하면 되잖아!”
항우의 고함성에 방통은 머리통을 어깨에 한껏 파묻은 채 대답했다.
“그게, 전부 그렇게 하면 다른 놈들에게도 던전을 뺏기다 보니…….”
“뭐야? 아이고! 아이고 속이야!”
앞으로 가나 뒤로 가나 꽉 막힌 상황.
결국 항우가 폭발했다.
“이 새X, 가만 안 놔두겠어!”
그는 메신저를 열더니, 두 사람에게 연락을 넣었다.
잠시 후 통화음이 사라지고, 카랑카랑한 남성의 목소리, 그리고 요염한 중년 미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여?
-사냥터 분배는 지난번에 얘기 다 끝냈잖아요?
남자의 목소리는 촉 길드의 길드장 척준경, 그리고 여자의 목소린 오 길드의 길드장 대장금이었다.
적대 중인 세 길드의 마스터가 개인 연락처를 가지고 있는 상황.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전후 협상을 하거나, 길드전이 너무 커져 생사결이 되기 전 적절한 수준에서 싸움을 멈춰야 할 시, 이런 핫라인은 반드시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세 길드 사이의 일에만 쓰였다면, 이번엔 다른 일이었다.
-설마 이제 와서 또 구질구질하게 좀 더 달라는 건 아니겠죠? 그랬다간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항우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잠시 후 듣고 있던 대장금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혹시 파프닐 아녜요?”
“파프닐?”
“네, 얼마 전에 괴충 웨이브가 끝났고. 조금 이르긴 하지만 파프닐이 신대륙에 온다면 딱 지금이 적기니까요.”
확실히 파프닐이라면 위촉오 길드를 두려워하지 않을 만도 했다.
놈은 철혈 길드, 화성 길드, 한국 서버 대륙의 명문 길드 연합 등 쟁쟁한 적을 쓰러뜨린 최강급 유저였으니까.
“만약 파프닐이라면…….”
-그럼 그놈도 잡아 버리지! 까짓것!
척준경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놈은 어차피 소환물만 부리면서 혼자 다닐 테지, 우리 셋이서 힘을 합치면 그놈 따윈 잡을 수 있어!
“그건…….”
-게다가 우린 에이스도 있잖아?
-음……!
-그렇지, 그 녀석이 있지.
세 길드 마스터가 동시에 한 사람을 떠올렸다.
-만약 그 녀석이 그러는 게 사실이라면, 이 참에 제대로 짓밟아서 우리의 힘을 보여 줄 수밖에!
-좋아요. 저희도 힘을 보태죠.
“이 녀석들…….”
항우는 시큰해지는 눈시울을 훔쳤다. 투닥댈 때는 그렇게 나쁜 녀석들이더니만, 지금은 왠지 모르게 미운 정 든 친구 같았다.
-일단 인원을 모아! 우리는…….
세 길드 마스터는 정신없이 작전 회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 모든 내용이 칠흑의 사신을 통해 파프닐의 귀로 들어가고 있음을 말이다.
“세 길드가 뭉쳤단 말이지.”
정보를 들은 파프닐은 씩 웃었다.
“드디어 놈들이 동굴에서 나왔군.”
작전이 성공한 사냥꾼의 미소였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