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04)
304화
위 길드의 영역에는 여러 알짜배기 사냥터가 있다.
신대륙 안쪽을 개척한 삼대 길드 중 하나로, 신대륙에 있는 여러 꿀 사냥터 곳곳을 인수했다.
그중에는 위 길드가 주로 사냥하는 곳이 아닌, 봉쇄만 해 둔 곳도 있었다.
당장은 레벨이 너무 높아 사냥이 잘 안 되니, 나중에 들어가 사냥하려고 만든 곳.
파프닐이 던전을 만든 ‘백년 멧돼지의 숲’도 그중 한 곳이었다.
“흠, 고레벨 필드로 오니 방해가 없군.”
위 길드에서도 통제하지 못하는 곳인 만큼, 사람 한 명 없이 한적한 필드.
던전을 만들고 있기엔 딱 좋은 곳이었다.
마침 시간도 있겠다, 파프닐은 한 가지 실험을 준비했다.
“어디…….”
던전 안 홀.
파프닐은 준비한 곤충들의 신경절들을 한데 연결했다.
전극이 꽂힌 신경절들은, 서로가 연결될 때마다 진동으로 대답했다.
“어디에 꽂는 게 좋을까…….”
파직, 파지직.
전류가 흐르는 신경 덩어리를 만지는 파프닐의 모습은 괴수 영화에 나오는 미친 과학자를 연상케 했다.
물론 파프닐, 김강한에겐 딱히 미친 과학자 같은 지식은 없었다.
대신 쓸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킬.
게임 시스템상으로 구현된 흑마법 스킬과 스킬 북 내의 지식이 정확한 지점으로 손을 움직여 주고 있었다.
마치 나 혼자만 상태창이 뜨는 현실처럼!
‘진짜 작가 놈, 설정 대충 짠 게 맞다니까.’
애초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기능이 있다면, 고작 가상현실 게임 따위에 전부 들이붓겠는가.
당장 군사 목적으로 쓰거나, 연구 및 다른 부분에서 무한히 활용했을 거다.
직접 연구하는 대신, 상태창이란 가이드라인을 옆에 두고 쓰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가상현실 게임에 미친 원숭이 같은 게 아니고서야…….
-뇌파가 활성화되었습니다.
-‘마스터브레인 42’이 활동을 시작합니다.
“됐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처음엔 몇 번이나 실패해서 멀쩡한 신경절을 폐기 처분 해야 했다.
다행히 요령이 쌓이며 신경절을 하나의 생체 컴퓨터처럼 만드는 것까진 문제가 없게 되었다.
물론 진짜 컴퓨터나 슈퍼컴퓨터처럼 알아서 고레벨의 계산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다룰 수는 없었다.
아직은 말이다.
“그래도 이건 할 수 있지.”
파프닐이 손가락을 튕겼다.
“해골병 사역, 자율 조종.”
어둠의 마나를 받은 신경절 덩어리가 빛을 냈다.
동시에 주변에 있던 뼈다귀, 외골격이 일어났다. 개미 모양으로 조립된 해골병이 턱을 딱딱거렸다.
“오, 이번엔 되나?”
파프닐은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해골병을 바라봤다. 개미 해골병은 천천히 몇 걸음을 내딛더니, 술 취한 것처럼 움직이며 헛공격까지 해 보였다.
마치 초창기 로봇 같은 모습.
그러나 그게 끝이었다.
잘 움직이다가 두 다리가 맞물려 꼬인 해골병은 그대로 넘어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역시 아직은 성능이 부족하군.”
파프닐은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별달리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실험과 개발은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꾸준히 연구하고, 수많은 테스트와 실패 끝에 비로소 개발되는 것이기에.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신경절 컴퓨터로 해골병을 조종할 수 있다는 게 밝혀졌으니까.
“용량을 늘리면 고등급 연산도 될 테지. 거기에 자율 조종까지 링크시키면 첫 목표는 달성하는 셈인가.”
뇌를 이용한 생체 컴퓨터로 조종하는 해골병 군단을 부린다면, 그 숫자는 바알런의 해골병 군단도 훌쩍 넘을 것이다.
그래도 아직 여유를 부릴 수는 없었다.
플러시 놈과 파이브스타, 해외 유저들을 상대로 이기려면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으니까.
“일단 뇌 역할을 할 몬스터와 재료부터 구해야겠군.”
그 외에도 고민할 게 많았다.
해골병들의 분류라든가, 자율 조종을 부여한 언데드들의 용도, 영혼을 이용한 서버 구축 등.
그때였다.
인스턴스 던전 바깥이 갑자기 지진이라도 난 듯 소란스러워졌다.
“왔나.”
실험 장소를 치운 파프닐은 포션 몇 개를 통째로 비운 뒤 기다렸다.
잠시 후 안으로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다.
“저기 있다!”
“포위해!”
파프닐은 방 한가운데에 서서 소리치는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대부분 레벨이 500~550 사이인 것처럼 보이지만, 아는 얼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랭커들은 랭커들이지만, 얼굴이 매체에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
“저기 있구먼.”
그런 사람들 사이로 거대한 체구의 말총머리 남성이 나섰다.
“어이, 거기 너!”
“음?”
“드디어 잡았다. 고레벨 몬스터 존에서 존버하면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냐?”
“존버라고?”
“지금까지 감히 우리 영역에서 잘 날뛰어 주셨던데. 그동안 이득은 많이 보셨나 모르겠군.”
남자는 꽤 화가 난 듯, 콧김을 씩씩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크롬웰이란 녀석이 딱 저런 느낌이었는데.
파프닐은 남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누구?”
“나를 모르나?”
“그야 모르지, 처음 보는데.”
“후우…….”
거구의 남자는 심호흡을 하더니 말을 이었다.
“그럼 이번만 알려 주지. 나는 항우다. 네놈이 그동안 피를 빨아먹던 위 길드의 마스터고…….”
항우.
위촉오 연합 중 위 길드의 마스터인 그는, 전사 클래스 랭킹에서도 3위 안에 드는 초강자였다.
레벨은 무려 578이고, 신대륙에서도 알아주는 뛰어난 인물.
그런 그가 수하들을 이끌고 직접 나섰으니, 어지간한 상대는 이길 자신이 있었으리라.
물론 그 상대는 어지간한 놈이 아니었다.
다른 길드 마스터들과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네크로맨서의 정체는 다름 아닌 파프닐.
그러나…….
‘흥, 파프닐이 뭐 별건가?’
상대가 설마 파프닐이라도 그냥은 안 질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나한테 그 항우가 무슨 일로?”
“왜 왔냐고?”
이 때문에 파프닐의 질문에 항우는 배에 힘을 주고 말했다.
“잘 들어라, 네놈이 지금까지 우리 길드에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랬는진 모르겠지만…….”
항우의 걸걸한 목소리가 인스턴스 던전 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니까 네놈이 한 짓거리가…….”
한창 말을 잇던 항우의 눈이 커졌다.
눈앞에서 파프닐이 대놓고 귀를 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저 새X가……!”
더 말할 것도 없다. 항우가 무기를 들려 하는 순간.
한 금발 남자가 그런 항우의 옆을 붙들었다.
“제가 말해 보겠습니다, 항우 님.”
“음, 너는…….”
“저 믿으시지요?”
놀랍게도 항우는 그 말을 받아들였다. 고개를 끄덕인 항우가 뒤로 물러섰다.
“5분이다.”
“알겠습니다.”
항우를 진정시킨 금발 남자가 곧바로 파프닐에게 다가갔다.
“파프닐 님을 뵙습니다.”
“날 아나?”
“그건 아닙니다만, 이 정도 해골병은 파프닐 님밖에 못 다루시는 것인지라 바로 알아봤습니다.”
일단 처음은 칭찬으로 시작.
파프닐의 반응이 가타부타 없자,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저는 평화를 좋아합니다. 그러니 파프닐 님과도 되도록 평화롭게 이번 일을 해결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말을 마친 금발 남자가 손짓하자, 날을 세웠던 위 길드의 정예들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진심이라는 듯 미소 짓는 금발 남자에게 파프닐이 물었다.
“네가 누군데? 위나라면 뭐, 순욱이라도 되냐?”
“허허, 순욱은 아니고요. 제 소개가 늦었군요.”
금발 남자는 자기소개를 했다.
“제 이름은 트럼프입니다. 위 길드 간부로 일하고 있습니다.”
“……!”
트럼프라니. 파프닐은 순간 입에서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애써 집어넣었다.
‘무슨 닉네임이 짬뽕이군.’
김치와 피자, 탕수육을 한데 넣고 휘휘 저어 섞으면 저런 네이밍이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트럼프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이번 사태는 저희로서도 유감스럽군요. 사냥터 자리를 원하셨다면 곧바로 내어 드리겠습니다. 퀘스트가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도대체 뭐가 불만이시라 이러시는 겁니까? 말씀이라도 좀 해 주십시오.”
“흠…….”
“파프닐 님도 길드를 이끄는 분이시니 잘 아실 것 아닙니까. 파프닐 님과는 싸우고 싶지 않지만, 저희 애들이 맞고 온 걸 대처하지 않으면 체면상 문제가 되고요.”
그러니 서로 이쯤하고 물러나자는 뜻!
합리적인 제안이긴 하다.
그러나 굳이 들어줄 이유가 없기도 했다.
애초에 이들 길드가 이러는 건, 파프닐이 가진 힘 때문이지 파프닐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계속 이러시면 저희로서도 힘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부디…….”
“흠, 다른 건 됐고, 댁이 위 길드의 간부란 말이지.”
가만히 듣고 있던 파프닐이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그런데 그런 잘난 길드 간부진이 왜 고작 사냥 좀 하려는 일반 플레이어를 방해하는지 모르겠군.”
“뭐, 뭐라고요? 방해?”
“지금 사냥을 해야 하는데, 너네들 때문에 사냥을 못 하고 있잖아?”
“아니,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미리 말씀을 해 주시면…….”
“여기가 언제부터 네놈들 사유지였지?”
“아니, 파프닐 님은 저희 쪽 던전에도 들어오셨지 않습…….”
“그거야 사냥 중에 다른 유저들을 보니 반가워서 툭 쳐 본 거지. 그래서 일부러 장비도 빼고 가볍게 쳤잖아.”
어처구니없는 말에 트럼프와 항우의 말문이 막혔다. 거기에 쐐기를 박듯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아, 참. 지금 도핑 포션도 못 썼는데. 그거 책임지고 배상 좀 해라.”
“하…….”
아무리 좋게 봐도 억지에 억지가 거듭되는 파프닐의 말!
동네 깡패가 김밥 한 줄 사고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죽치는 꼴이다.
그런데 어쩌라고?
원래 진상 부릴 땐 당당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쪽이건 손해가 적으니까.
“자, 알겠으면 꺼져. 사냥해야 하니까.”
아무리 트럼프가 평화주의자고, 위 길드의 최고 간부라 하더라도 이건 참지 못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그러는데 항우가 참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야, 비켜.”
“헛……. 항우 님! 잠시만……!”
놀라는 트럼프를 밀어 낸 뒤, 심호흡을 한 항우가 말했다.
“보아하니 잼민이 새X가 게임이라고 날뛰는 것 같은데, 느그 집 가정교육이 좀 잘못된 것 같구나.”
“이제는 욕까지? 가지가지 하는군.”
“넌 여기가 현실 아니라 게임인 걸 다행으로 알아라.”
휘익, 항우의 옆에서 대도가 뽑혀 나왔다. 붉은 피의 오라가 모여들었다.
소의 신, 소우셰크의 붉은 오라 블레이드 스킬(임모탈).
일반적인 오라 블레이드라 생각하던 수많은 사람 모두가 두 동강이 났다.
무려 600레벨이 넘는 네임드 몬스터들, 다른 랭커들도 마찬가지.
“여기에 맞아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
콰아아! 항우의 온몸에서 시뻘건 기운이 줄기줄기 솟구쳤다.
신대륙에서 최강으로는 열 손가락 안에 든다는 위 길드장 항우의 진심진력.
활빈당의 전우치, 파이브스타의 검노인과도 비교된다는 평가를 가진 그가, 마침내 무기를 들었다.
“오늘 제대로 교육 좀 받자. 네 해골병들도 같이.”
***
위촉오 연합 길드의 수뇌부.
척준경과 대장금이 자리에 앉았다.
“그럼 계획은 결정된 건가?”
“그래, 어제 계획대로 하면 될 것 같아.”
길드 연합의 계획은 이랬다.
태세를 완전히 갖춘 뒤, 파프닐을 포위하고 단번에 전투를 벌인다.
포위전에서 잡는다면 좋지만, 아니라면 놈을 신대륙 안쪽으로 몰아붙인다.
“아무리 파프닐이 혼자 강하더라도, 고레벨 몬스터 존으로 몰려가다 보면 한계가 오겠지.”
“파이브스타의 영역에 들어가면 그 순간 자살 행위일 테고요.”
사실 파이브스타 영역으로 들어가 주길 은근 바라기도 했다.
삼대길드 입장에서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것이니까.
“완벽하네요. 이대로 가죠.”
“항우도 부르지. 그 녀석에게도 알려야 하니까.”
척준경의 말에 대장금도 고개를 끄덕였다.
항우가 단순하긴 하지만, 그 녀석도 어디까지나 동맹의 한 축이자 삼대길드의 장.
가진 힘도 만만치 않으니, 표면상으로나마 동등하게 대해 주는 게 맞았다.
“제가 할까요?”
“아니, 내가 하지.”
척준경이 메시지창을 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트럼프 : 척준경 님, 대장금 님! 큰일 났습니다!
단체 메시지로 트럼프의 전갈이 도착했다.
“무슨…….”
고개를 갸웃하는 두 사람에게, 트럼프가 말을 이었다.
-트럼프 : 항우 님께서 토벌대를 이끌고 가셨다가, 놈에게 생포당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전멸했습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