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10)
310화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설인 삼국지연의는 우리나라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이 하늘의 별처럼 많다.
유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도 위나라, 촉나라, 오나라 각 삼국의 개성은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두드러진다.
따라서 그 나라의 이름을 딴 길드가 고개를 들이미는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그러나 위·촉·오 각 3국이 연합을 하게 된 건 우연의 산물이었다.
누구나 최고를 꿈꾼다. 삼국의 마스터들도 마찬가지였다.
각기 다른 재능과 뛰어난 실력, 훌륭한 리더십을 가졌던 세 개 길드의 마스터들은 저마다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난공불락과도 같던 철옹성 철혈 길드가 무너진 이후, 각 길드 할거의 시대가 왔다. 그들은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의 벽은 높다.
대기업 자본과 천재라고 일컬어지는 인력을 대거 투입한 파이브스타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했다.
이인자도 마찬가지다. 가상현실 게임의 시대가 오기 전부터 유명했던 프로 게이머들이 뭉쳐서 탄생한 아크는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인지도와 실력을 보였다.
그럭저럭 쓸 만한 길드 수준에서 만족할 수도 있었지만 위촉오 길드의 마스터들은 겨우 그 정도 그릇이 아니었다.
‘우리 길드 하나의 힘으로 최고의 자리를 노릴 수 없다면…….’
어느 순간 역사 속의 삼국지처럼 티격태격하던 길드 마스터들 중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같은 생각을 품었다. 동상동몽의 야망이 이야기 속의 도원결의처럼 그들을 이끌었다. 운명 같은 위촉오 길드의 행보는 파이브스타, 아크와 같은 선두 주자들을 제외하면 누구나 겁내던 신대륙으로 향했다.
사람은 익숙한 걸 선호한다. 미지·위험한 지역에 이끌리는 건 ‘잃을 게 없는’ 젊은이들이나 확고한 신념에 찬 이들뿐이다. 실은 둘은 동의어일지도 모른다.
이제 중년. 아무리 젊어도 30대 후반인 위촉오 길드의 마스터들은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겨우 이 정도일 리가 없는데.’
전장에서 독풋벋풋들에게 솔선해서 호령을 내리던 오 길드의 마스터 대장금은 전장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 전황은 유리했다.
어떤 스킬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 속의 장각처럼 태평요술을 부리던 적군의 전략은 훌륭했다. 그러나 오 길드에게 독풋벋풋이 있다는 걸 그들은 간과했다.
‘항우의 유지가 우리에게 아직 남아 있을 줄은 몰랐겠지.’
독풋벋풋은 원래라면 현재 유저들의 수준으로는 사역 자체가 불가능한 마물. 그러나 물불을 가리지 않는 다혈질적인 성격만을 제외하면 전쟁에 있어서 천부적인 자질을 자랑하던 항우가 모종의 수단으로 길들인 괴물들이다.
대장금과 척준경은 현실의 항우에게서 자신의 복수를 해 줄 것을 당부받고 이 독풋벋풋의 조종권을 양도받았다. 원래는 파이브스타와의 결전을 대비해 특급 기밀로 유지하고 있던 물건인지라, 천하의 파프닐이라 할지라도 여기까지 예상한 건 아닌 듯했다.
‘하지만 철갑선까지 준비해 둔 파프닐이다. 고작해야 이 정도일 리가 없지.’
그 반증으로 현재 전장에는 파프닐이 보이지 않는다.
‘역시 예상했던 방법으로 오려는 건가?’
위촉오 길드 마스터 세 명은 각각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항우는 전략·전술적인 재능(불행하게도 그는 ID와는 달리 대규모 전투에서의 광역 버프 스킬을 보유하고는 있었으나, 소규모 난전에서 도드라질 정도로 강한 무력을 지니지 못했다.). 대장금은 길드의 관리나 외교에 관한 재능. 그리고 척준경은 일대일 전투에서의 재능이다.
항우는 캐삭 직전까지 몰렸지만 그럼에도 군사로서 활동할 수는 있었다. 게임에서 죽는다고 현실에서 죽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그 항우가 예견한 안 중 하나가 있었다.
‘랭커 수십 명을 상대로도 이겼다고 전해지는 파프닐이 우리 본진으로 파고드는 것.’
1인 군단이라 불리는 파프닐이 본진에 파고들어 시그니처라 할 수 있는 ‘강철 해골병’들을 소환하는 순간 본진이 함락됨은 물론, 현재 이 본대까지도 앞뒤로 샌드위치 당할 수도 있다.
물론 그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 뒀다.
‘하지만……. 역시 좀 불안하군. 일단…….’
대장금은 고민했다. 이대로 파프닐의 본진을 쓸어버릴 것인가? 아니면 일단 귀환해서 역으로 파프닐을 포위해서 붙잡을 것인가?
그는 위촉오 연합의 외교를 맡고 있는 만큼 신중하고 안전을 기울이는 성격이었다. 나쁘게 말하면 소인배지만 좋게 말하면 길드의 내실과 기반을 다지고 언제나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안전주의자다.
파프닐과의 일전은 불확실성이 많았지만 여기서 물러나면 앞으로 위촉오 길드의 체면은 완전히 무너지고 만다. 따라서 전쟁에 참여한 대장금은 이번 회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안전하게 가는 게 좋겠지.’
그리고 판단을 내렸다. 그의 성정대로 일단은 퇴군한 다음 역으로 파프닐을 포위해 놈을 붙잡거나, 혹은 그를 따르는 전력을 죽인다. 그게 현시점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판단이라 생각한 거다. 욕심을 부려서 좋을 일은 없다.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
“독풋벋풋들을 불러들여라! 일단 회군해서 본진을…….”
“길마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전면에서 독풋벅푿에게 명령을 사역하던 천인장 직위의 플레이어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도, 독풋벋풋들이……. 쓰러지고 있습니다!”
“뭐라고!”
***
-네 말대로다. 너 무슨 예언가라도 되냐? 아니면 해커? 첩자라도 둔 거야?
-잔말은 좀 있다가.
킨도르한에게서 날아온 메시지에 간략한 답변을 남기고는 계속 전진한다.
파프닐은 현재 전장에서 아득히 떨어진 곳, 즉 위촉오 길드의 본진을 향하는 우회로를 타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말을 탄 기수들이 따르고 있었다.
실상 대장금이 예측한 요소는 하나도 맞는 게 없었다. 그는 지극히 이성적인 여자였으니 이상한 건 파프닐 쪽이었다.
파프닐은 ‘독풋벋풋’에 대해 알고 있었다. 원작 소설에도 나온 몬스터이기 때문이다.
위촉오 길드가 플러시에게 개박살이 나고 있을 때 그나마 눈에 띄는 게 그놈들이었다.
마법도 상태이상도 먹히지 않고, 날붙이에도 내성을 지닌 괴물. 그러나 온갖 사기적인 스펙으로 도배된 플러시의 ‘맨손 공격’ 앞에서는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파프닐에게는 그 ‘맨손 공격’의 스페셜 리스트들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또한 파프닐은 ‘전력’을 남겨 두고 우회한 게 아니었다. 실상은 이번 전쟁은 그에게도 조금 빡빡한 승부였다.
구대륙에서 랭커들을 꼬드기긴 했지만, 그들은 기본적으로 아웃사이더들. 그 능력은 출중하나 정도에 들지 못한 사도들이 대부분이다. 신형만 같은 명문 길드 출신도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지.’
따라서 모든 플레이어 전력은 본진의 수비 대형에 배치해 둔 상태였다. ‘그러지 않으면 위촉오 길드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는 우회 공격을 해야 한다. 파프닐은 이 생각을 관철하기로 했고, 그리고 그에 따른 ‘전력’을 만들어 뒀다.
‘기동성이 빠르고, 자신의 명령을 잘 들을 수 있는 충성심과, 그만한 무력’을 갖춘 병력을. 그들이 바로 지금 파프닐의 후미에서 말을 타고 따르는 기사들이었다.
“……멍! 전방에 적입니다.”
곁에서 달리던 복돌이가 코를 찡긋했다.
파프닐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공짜로 들여보내 줄 것 같지는 않군.’
저 멀리 떨어진 본진 아래 점 같은 것들이 보인다. 모래바람을 휘날리며 급속도로 전진 중인 부대. 위촉오 길드의 최후 방위선이 틀림없었다.
코를 타고 기름 냄새와 비린내가 전해진다.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고 파프닐은 미간을 모으고 전방을 주시했다.
모래바람이 점차 커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폭풍이나 다름없었다.
마침내 완연히 모습을 드러낸 그건 이 게임과는 전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바이크’의 모습이었다.
적군은 땅바닥에 궤적을 그리며 전방에 멈춰 섰다. 크르르릉- 울부짖는 듯한 폭음이 천둥처럼 울려 퍼진다.
“연락을 받고 왔는데……. 정말로 이곳을 ‘단신’으로 올 줄은 몰랐군.”
장관이었다. 파프닐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위촉오 길드의 최후의 저력인 건가? 이만한 전력을 남겨 두고 오다니 꽤 얕보인 모양이다. 파프닐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적군은 ‘기병’이었다. 수는 어림잡아 수백.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놀라운 건 그들이 하나같이 강철로 된 말을 타고 있다는 점이었다. 햇볕을 받아 곤충의 껍질 같은 윤곽을 반짝이며, 정면에는 두 눈과도 같은 라이트, 매연을 내뿜는 꼬리처럼 뻗은 머플러. 다리를 대신하는 두 개의 타이어.
“내가 적토마 기사단을 이끄는 적토마다.”
‘오프로드 바이크’ 옆에서 텁석부리 장한이 나직하게 말했다.
“우리 본진을 공략할 셈이겠지만, 쉽사리 네 의도대로 되진 않을 거다.”
“그 꼬라지로?”
“……이, 이건 전술적인 이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는 거거든?”
적토마는 얼굴을 붉혔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오프로드 바이크’의 수평에 장착된 ‘사이드카’에 쪼그려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인간은 모두 사이드 카에 탑승해 있었다.
정작 바이크의 조종자는 헬멧과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고양이’였다.
‘이게 위촉오 길드의 비장의 카드인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지만 틀림없이 효율적일 거다.
이 정도 수준까지 오른 길드들은 단지 낭만이나 재미를 위해서 우행을 저지르지 않는다. 이 세계에서의 게임에서 거래되는 자금은 말 그대로 현금이나 다름없다. 인간은 자본 앞에서 누구나 한없이 진지해진다.
“복돌이.”
“왈.”
파프닐은 말을 끊고 손을 치켜들었다.
“개 기사단 돌격.”
동시에 복돌이를 필두로 지금까지 파프닐을 뒤쫓던 전력들이 뛰쳐나갔다. 그건 ‘말을 타고 있는 개’들이었다. 지금까지 길드 내에서 전력이 될 만한 펫도그들을 끌어모아 이 별동대의 전력으로 삼은 것이다.
“왈!! 명예를 위하여!! 주인님을 위하여!”
“멍멍!”
“컹컹컹컹!”
처음에는 주인과 떨어져 행동해야 하는 필요성에 의아해하던 개 기사들. 그러나 이제 그들은 복돌이의 호령에 맞춰 동시에 말을 몰아 돌진했다.
“흥, 시간을 좀 더 끌어 볼까 했더니 성질도 급하군.”
적토마는 바이크의 프레임을 손등으로 툭툭 건드렸다. 그러자 ‘적토마 기사단’, 즉 고양이 라이더들이 타고 있던 특제 연금술 오토바이들이 일제히 머플러에서 불꽃을 내뿜었다.
6기통 엔진을 탑재한 바이크들은 순식간에 속도를 내며 궤적을 그리며 좌측으로 돌았다. 말을 탄 개와 바이크를 탄 고양이들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일단 여기는 개 기사단에 맡기고 나는 본진으로 향한다.’
저 멀리 브레멘음악대 같은 광경을 바라보던 파프닐은 이목을 피해 본진으로 향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