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컹, 결판이 난 듯하오.”
그렇게 말하는 복돌이의 상태는 처참했다.
HP는 바닥.
온몸에는 백 개가 넘는 상처가 있고, 한쪽 눈은 발톱에 당해 피가 흘러내리고 있다.
“카오옹…….”
그러나 복돌이는 아직 더 싸울 수 있었다.
쓰러져 있던 고양이, 뽀삐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동시에 사실상 적토마 기사단이 패배했다는 것도 말이다.
“어째서…… 내가 진 거지?”
뽀삐는 피를 토하며 물었다.
“말 대 오토바이……. 분명 질 수 없는 싸움이었을 텐데…….”
적토마 부대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출력을 자랑하는 연금술 오토바이와 신들린 평형감각을 가진 고양이의 시너지는 인간이 생각지도 못하는 곡예 운전을 밥 먹듯이 선보였다.
그에 적응한 마법사와 궁수들이 쏘아 내는 공격까지.
자칫 일방적인 사냥으로 흘러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복돌이는 곧바로 오토바이를 탈취한 후 적의 우두머리를 노렸다.
그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고, 뽀삐와 적토마, 그리고 적토마 부대의 고양이들은 패배의 쓴맛을 보아야 했다.
물론 개 기사단도 멀쩡하지 못했다.
해피는 고양이들의 협공에 사망했고.
살아남은 개 기사들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
복돌이의 HP도 5% 아래까지 떨어졌으니 알 만했다.
“멍, 네가 왜 졌냐고?”
복돌이는 상추를 하나 씹으며 말했다.
“간단하지.”
“……?”
“나는 나를 믿었고, 너는 오토바이와 도구를 믿었다.”
“애우웅…….”
적토마 부대장, 뽀삐가 고개를 떨궜다.
“죽여라. 사는 게 숯이다.”
승부는 이미 결정 났으니, 깔끔하게 포기하는 모습.
그런데 복돌이는 대번에 고개를 저었다.
“멍, 소인에게 그런 취미는 없소.”
“야옹?”
“나도 지쳐서 움직이기 힘들뿐더러……. 승부는 이미 끝났으니까.”
그때였다.
띠링! 위촉오 길드 연합에게 뜬 메시지가, 고양이들 앞에도 나타났다.
“승부가 끝났군.”
“야옹……. 저 파프닐이란 남자가 네 주인인가?”
“그래.”
대답을 들은 뽀삐가 잠시 복돌이를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어째서 그렇게 여유가 있었는지 알겠군.”
동시에 뽀삐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주인이 강제 로그아웃을 시키고 있는 것이리라.
“정말 안 죽여도 되나?”
“멍, 물론이오.”
“……개치고는 꽤 마음에 드는군.”
“멍, 대신 당신의 오토바이를 가져갈 테니, 찾고 싶으면 나중에 따로 도전하도록 하시오.”
복돌이는 씩 웃으며 사라지는 뽀삐에게 앞발을 흔들어 주었다.
“멍! 이겼군…….”
이제 주인에게 돌아갈 차례.
복돌이는 가볍게 시동을 건 뒤, 뽀삐에게서 뺏은 검붉은 오토바이를 탔다.
처음 타 보는 것이지만, 마치 태어날 때부터 한 몸이었던 것처럼 익숙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한쪽 다리가 없는 복돌이를 지탱한 것도 의족 같은 도구였으니까.
“가자, 멍!”
부아아앙! 엔진음을 내며 달리기 시작하는 오토바이.
운전을 하던 복돌이가 문득 생각했다.
“멍! 주인님도 태워 드려야겠다, 멍!”
복돌이의 눈이 사이드카로 향했다.
아마 주인도 꽤 기뻐하겠지. 해골병들을 지휘하면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기뻐해 주시면 좋겠군.’
씨익, 복돌이의 입꼬리가 반달을 그렸다.
***
“후우, 오늘은 느긋하게 쉬어 볼까.”
다음 날 아침.
김강한은 기지개를 켰다.
“큰일도 마쳤고, 요 며칠간은 전쟁 때문에 신경을 전부 거기에 썼으니 오늘은 조금 나를 위한 하루를 보내야지.”
오진환의 몸도 체력이 좋아졌다지만, 전쟁은 단순히 체력뿐만 아니라 정신력도 갉아먹는다.
그것이 전쟁.
24시간 한눈을 팔 수 없고, 언제나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해 한발 앞서 최선의 행동을 해야만 이길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유격이나 혹한기 훈련을 종료 날짜 없이 계속하는 느낌!
그래도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기에, 승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만큼은 승리자로서의 권리를 누릴 시간.
“오늘은 아무것도 안 하고 빈둥대야겠군.”
물론 정말 누워만 있는 건 아니다. 대신 김강한은 은행 어플을 켰다.
‘어디 보자, 그동안 얼마나 들어왔지?’
탁, 탁. 기억나지 않는 비밀번호를 애써 떠올리고 누른다.
잠시 후 보안이 풀렸다.
“……?”
김강한은 액정 속 어플 화면을 바라보다 눈을 비볐다. 혹시 꿈인가 싶어 은행으로 가 이제는 구세대의 유물이 되어 버린 종이 통장을 정리해 왔다.
0이 아홉 개쯤 박힌 숫자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눈을 비빈다.
‘부자.’
실감은 나지 않지만 아마도 사실일 거다. 거울 속에 비친 모습에는 빌어먹을 작가인지 신인지 하는 작자가 만들어 둔 가상 알림창에 [부자 되기 달성] 축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심지어 퀘스트 달성을 대가로 여러 보상을 선택할 수 있었다.
“왈! 주인! 기분 좋아 보인다! 왈왈!”
복돌이가 종아리에 얼굴을 비비며 시끄럽게 떠들어 댄다. 개 놈의 자식이 사람 말 쓰지 말라니까 이제는 완전 버릇이 되었다.
뭐, 오늘만 봐준다.
“복돌아, 오늘 맛있는 거나 먹으러 갈까?”
복돌이를 끌어안고 물으니 뺨을 핥아 왔다.
“상추 먹으러 가냐. 왈.”
상추라면 1톤 트럭을 몇 대는 사고도 남을 돈을 갖고 있는데. 물론 복돌이에게 이런 말을 해 봤자 알아먹지 못하겠지.
솔직히 말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위촉오인지 삼족오인지.
삼국지 길드래 놓고 삼국지 인물명을 ID로 쓰는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든 그 괴상한 길드를 궤멸시킨 다음에는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풀렸다.
철혈 길드, 구대륙의 길드 연합, 위촉오 연합까지 박살 내고 나니 게임 내 통화의 흐름이 절로 이쪽으로 모인 것이다.
그중 일부만 처리했을 뿐인데도 이 정도다.
지금까지 번 돈은 대부분 게임에 다시 투자하거나 혹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저축 및 안전 자산에 투자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별로 달라진 건 없다.
맨 처음 이 빌어먹을 세계에 왔던 때, 그러니까 원룸에서 어떻게 게임기를 구매할지 고민할 때나 지금이나 같았다.
‘이게 현실이라면 좋아서 방방 뛰고 난리를 쳤을 텐데, 어차피 게임 소설 속 세계라는 걸 아니까 어쩐지 위화감이 든단 말이야. 현실감도 없고.’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하던 김강한은 어느새 복돌이를 데리고 유명 레스토랑에 와 있었다.
일반적으로 레스토랑이라 하면 엄격하고 진지하고 근엄하며 모피 동물의 털 한 가닥도 용납하지 못하는 곳이라는 인상이 크지만, 이 세상은 언제나 동물 애호가들이 승리하는 곳이며 그들을 타깃으로 삼은 식당은 언제나 많았다. 이 레스토랑 역시 그런 곳이었다.
[퍼리 러브]“…….”
간판을 보던 김강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슐랭 3스타 맛집에, 공짜만 아니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텐데.’
그랬다.
이곳은 단순한 레스토랑이 아닌, 퍼리우스 교단 플레이어들의 모임 장소.
수상할 정도로 매력적이고 돈 많은 부자 플레이어들에게 초대받은 거다.
“우와, 이런 데 들어가도 되는 거야?”
“호에에에…….”
옆엔 정장 차림을 한 오한별, 그리고 흰 스웨터와 체크무늬 치마 차림을 한 미즈호가 서 있었다.
“여,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요?”
정신없이 주변 거리를 둘러보는 미즈호.
마치 도시에 처음 온 산골 사람처럼 혼이 다 빠진 모양새다.
“분명 식당 같긴 한데…….”
“식당 맞아. 그러니까 침 좀 그만 흘려라.”
“아, 흐, 흐흠!”
헛기침을 한 미즈호가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세요! 저도 알고는 있지만 혹시나 해서 여쭤본 것이니까요.”
생각해 보니 미즈호는 일본에서 온 유학생.
과거를 알진 못하지만, 산속에서 살았으면 못 볼 만도 했다.
“뭐, 알겠으니까 들어가자.”
“네.”
“왕! 왕! 헥헥헥…….”
김강한은 줄 옆으로 빠져나가 가드에게 향했다.
“예약한 오진한과 일행 둘, 그리고…….”
잠시 이곳의 규칙을 떠올리자 입이 간질간질했지만, 이쪽이 그걸 바란다면 존중해 주는 수밖에 없지.
“……그리고 견공 한 명입니다.”
“확인했습니다.”
가드들이 비켜나자 등 뒤로 수많은 시선이 꽂혔다.
“저 사람 뭐지?”
“왜 쟤만 일방통행으로 바로 들어가?”
작가 놈이 준 보상 중에 ‘좋은 청력’도 있었기에, 본래라면 듣지 못할 귓속말도 뚜렷하게 들려왔다.
“나이는 20대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이런 고급 식당에?”
“뭐 하는 사람이지? 스포츠 선수? 연예인인가?”
정체가 뭔지 궁금해하는 말들도 있었고.
“이 녀석들, 뭐야? 왜 나는 못 가?”
“죄송합니다. 하지만 VIP 예약이…….”
“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VIP라고? 뭐 하는 놈인데! 양옆엔 여자까지 끼고!”
저 녀석은 대체 뭔데 나를 앞서느냐는 질투나 시기도 있었으며.
“와, 잘생겼다…….”
“연예인?”
“에이, 그 정도는 아니지.”
그냥 외모 칭찬을 해 오는 사람도 있었다.
김강한은 여러 가지 말들을 뒤로한 채 VIP 룸 문 앞으로 걸었다.
놀랍게도 김강한의 내면에서 딱히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게임 속 NPC, 소설 속 세계의 등장인물들이 말하는 칭찬을 듣는 기분.
아니, 그래도 실제 사람들이긴 하다. 신이 만든 조연이라면 진짜 사람만큼 잘 만들었다고 할 만큼.
어쩌면 진짜 다른 평행 세계는 아닐까?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옆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누구긴, 영웅은 삼처사첩이 기본이라는데. 둘 다 애인 아닐까?”
등골에 오스스 소름이 돋아났다.
잠깐, 저건 그냥 못 넘어가겠는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그게.”
“들어가자.”
어느새 웨이터들이 레스토랑 안쪽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홀로 들어서자 유리 벽으로 갈라진 두 구역이 보였다.
한쪽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온 최고급 레스토랑의 풍경.
다른 쪽은 음식과 물, 각종 놀이 기구나 고무공 등이 가득한 놀이터였는데, 이미 여러 개가 밥그릇에 담긴 사료를 먹고 있었다.
“우와아아…….”
“저쪽은 애완동물 전용인가요?”
오한별의 질문에 웨이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원래 견공님들도 동등한 위치에서 식사를 하셔야 합니다만, 공기 중 흩날리는 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시설을 분리했습니다.”
사람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개들에게도 최고급 유기농 사료가 제공된다는 모양.
“아하, 그렇구나…….”
“그저 견공, 견주 여러분께 죄송할 따름입니다.”
웨이터는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듯 허리를 굽혔다.
아니, 뭐 그럴 필요까지야.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군.”
식당이 분리되어 있으니까.
김강한은 복돌이에게 손짓했다.
“자, 너는 이쪽으로 가서 먹으면 된다.”
“멍멍! 끼이잉…….”
복돌이는 안쪽을 잠깐 보더니 흠칫 놀랐다.
곧바로 머리를 발목에 부벼 오는 녀석.
“멍! 헥헥헥.”
“이 개새X가 왜 이래?”
“멍멍! 멍멍멍!”
“유기농 최고급 사료에 음료수까지 준다는데 뭐가 문제야?”
사람도 못 누리는 호사 아닌가?
“쟤네도 맛있다잖아.”
복돌이가 기다렸다는 듯 짖었다.
“멍멍! 쟤네 다 진짜 맛없다고 했다, 멍!”
“아니, 내가 사람 말 하지 말랬지.”
“크릉……. 아잇, 씨X, 그럼 사람 말 하지 않게 해 주든가!”
이러다 투쟁, 쟁취 같은 팻말이라도 목에 걸고 들고일어날 기세다.
하는 수 없지.
“알았어, 나중에 상추랑 깻잎 줄게, 고기랑 같이.”
“크릉……. 이번만이다, 멍.”
복돌이는 마지못해 견공 칸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그 뒤를 따라 사람 한 명이 더 따라 들어가고 있었다.
“멍멍!”
개들 앞에 놓이는 밥그릇들.
미즈호는 그중 주인 없는 그릇 하나를 잡더니, 그 앞에 네 발로 엎드렸다.
“캥!”
“캥은 무슨 캥.”
재빨리 난입한 김강한이 재빨리 끌고 나오지 않았다면 진짜로 개밥 그릇 앞에 얼굴을 파묻었을 거다.
“넌 이쪽이야. 사람이 무슨 개밥을 먹으려고 그래?”
“노, 놔라! 저걸 내버려 두고……! 안 돼, 난 저걸 먹어야……. 끼야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끌려오는 미즈호.
허 참, 알면 알수록 신기했다.
김강한은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일본 시골 사람은 개 사료를 좋아하는 건가? 진짜 모를 일이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