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15)
315화
자리에 앉자 수많은 요리가 차례차례 나왔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을 건물이나 해변가, 과자 등의 모양처럼 만들어 낸 애피타이저.
최고급 스테이크와 각종 육, 해산물. 거기에 맞는 수십 년 된 프랑스 와인들까지.
“음, 맛있네.”
“소녀도 그렇게 느끼고 있습니다. 호호.”
오한별은 놀란 표정을 지우지 못한 채 셰프의 창작 생선 요리를 먹었다.
단순히 생선 한 마리를 요리한다고 해도, 최소 13가지 이상의 기술이 들어간 콤비네이션.
고기를 잘라 입 안에 넣을 때마다 확실히 요리사의 내공이 느껴졌다.
‘맛있긴 한데……. 조금 불편하군.’
김강한은 입맛을 다셨다.
‘이런 건 빨리빨리 먹어서 그릇을 비워 줘야 하는데…….’
소설 속 세계에 오기 전부터, 그는 스테이크보다 삼겹살을, 캐비어보다 광어회를 좋아했다.
프로게이머를 할 땐 시간을 금처럼 썼으니 두말하면 잔소리.
다른 때도 식사란 배를 채우고, 적당히 건강을 유지하는 정도일 뿐이었다.
‘비싼 레스토랑이라 한 번쯤 와 봤는데, 차라리 동네 고깃집이 나았겠는걸?’
주방의 셰프가 들었다면 얼굴이 토마토처럼 변할 소리지만.
생각뿐이니 괜찮았다.
‘요리를 좀 더 빨리 나오게 해야겠군.’
김강한은 웨이터를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던 중 한쪽 테이블에 한 사람이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저 사람은…….’
김강한의 눈이 커졌다. 귀공자처럼 생긴 20대 후반 미청년.
TV나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얼굴이지만, 김강한은 저 남자의 모습을 실제로 한 번 본 적 있었다.
이유? 간단하다.
그 남자와 직접 거래를 한 적 있었으니까.
‘이거 반갑지 않은 만남인데.’
김강한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빨리 먹고 가자.”
“네?”
“이유는 묻지 말고. 나가서 설명해 줄 테니까.”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오빠 미쳤어? 이런 데까지 와서 무슨…….”
“말도 안 됩니다! 지금 나오는 게 메인 요리란 말입니다!”
격렬하게 반발하는 둘에게 이유를 말해 줄 수도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그때였다.
소란을 느낀 먼 테이블에서, 엮이고 싶지 않았던 그 남자가 이쪽을 돌아본 것은.
“음……?”
유심히 이쪽을 바라보던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혹시나 했는데, 우연히 뵙는군요.”
“아.”
“실례가 안 된다면 혹시 합석해도 될는지요? 제가 마침 혼자 먹기 심심했던 참이라.”
“누구?”
“설마……. 오성 그룹 이시우 님?”
고개를 갸웃하는 미즈호 옆에서, 한별이 흠칫 놀라며 말했다.
“저희 오빠랑 아는 사이세요?”
“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오성 그룹의 후계자이자 파이브스타 길드의 길드장.
이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
결론부터 말하자면, 식사 자리는 괜찮게 끝났다.
이시우는 젠틀한 태도로 말했고, 오한별과 미즈호도 김강한을 놀란 눈으로 바라본 것 외엔 딱히 이상함을 느끼지 않았다.
“담배 피우십니까?”
발코니로 나온 김강한 옆으로 다가온 이시우가 물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사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시우는 식당 안을 보며 말했다.
“그나저나 우연이군요.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레스토랑 퍼리 러브.
세간엔 소문조차 나지 않았고.
고위 정치인이나 재계 인물, 셀러브리티 같은 유명인들 몇만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다.
“저도 이시우 님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같은 입장이군요.”
이시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파프닐 님을 여기서 만날 줄 몰랐던 건 저도 마찬가지이니까요.”
“……!”
김강한은 애써 표정을 관리했다.
설마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나?
‘분명 김철과 저 녀석이 따로 연락하진 않았을 텐데.’
아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당시 이시우에게서 산 복돌이는 그 후로도 계속 파프닐 옆을 돌아다니며 전투와 사냥을 수행했고.
가장 최근 전투에서는 적토마 부대를 상대로 혈전 끝에 승리를 거머쥐며, 길드전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수훈 갑 중 한 마리가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김철이 개를 팔 리 없을 테니, 결국 이시우 입장에선 그때 만난 녀석이 파프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다.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시우는 씩 웃으며 고갤 저었다.
“속는 쪽이 잘못된 거죠. 그나저나 설마 그 개가 그 정도로 클 줄 몰랐습니다.”
“다른 녀석들은 어떻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복돌이와 똑같습니다. 다만 주인이 저라는 게 다를 뿐.”
다른 세 강아지는 각각 이름을 받고 파이브스타의 직속 간부로서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최고의 장비와 스킬, 교관까지 붙여 주었는데도 다리 하나 없던 그 녀석보다 못하니.”
“아…….”
확실히 원작 소설에서도 그런 말을 본 적 있는 것 같긴 했다.
최강의 개의 혈통을 이은 형제 중에서도 가장 특출한 막내가 바로 복돌이.
하긴,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복돌이는 무려 원작 소설에서 운빨 만렙 주인공이 골랐던 바로 그 녀석이니까.
“같이 온 분들은 여동생과……. 여자 친구분?”
“여자 친구는 아니고……. 그냥 아는 사이입니다.”
“흐음…… 그쪽과도 연관이 있으신 건 예상외군요.”
그쪽? 미즈호가 뭔가 관련이 있나?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흠, 혹시 복돌이가 저 여자분을 쫓아내려 하진 않습니까?”
듣고 보니 자주 이를 내보이며 으르렁대긴 했다.
몇 대 꿀밤을 먹여도 계속 그러기에 물지만 말라고 하긴 했었지만.
“글쎄요, 아직은 딱히?”
“개인적인 조언입니다만, 그 사람과는 너무 가까이 지내지 않는 게 좋겠군요.”
이시우는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그 얘기는 그쯤 하죠.”
“확실히…….”
“최근 큰일을 성공적으로 잘 치르셨던데, 진심으로 축하드리는 바입니다.”
최근 일이라면 프론티어 길드와 위촉오 길드 연합과의 싸움밖에 없다.
김강한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 녀석…….’
삼국 길드 연합 뒤에 파이브스타의 지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당장 특무대원인 백무강이 뉴 장안성을 지키고 있는 것부터가 파이브스타의 포지션을 보여 주는 것.
그런데도 제삼자 일처럼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마음 같아선 비아냥거리기라도 하고 싶지만, 여기서 따져 봤자 이시우는 발뺌하면 그만.
김강한은 대신 태연히 받아쳤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저희를 응원해 주시는 건 미처 몰랐는데요.”
“일반 유저분들의 권리를 위하시는 분들은 저희 길드도 환영이니까요.”
일반 유저들을 위해 움직였으니, 삼국 길드처럼 이득 뽕 뽑을 생각은 하지도 말라는 뜻이었다.
“그래서 하실 말씀은 그걸로 끝이신지.”
“그럴 리가요.”
이시우는 손목시계를 흘긋 보고 말했다.
“시간도 얼마 없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
“혹여, 파이브스타와 ‘동맹’을 맺으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동맹?”
“간단합니다. 한국 서버 전체를 위해서 잠시 힘을 합치자는 이야기입니다.”
이시우가 말을 이었다.
“글로벌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오다 클랜이, 중국에선 적룡 길드와 천마 길드가, 유럽과 미국에서도 정점을 노리는 기라성 같은 플레이어들이 움직이고 있지요.”
“아.”
원작에서도 플러시의 적이 항상 한국 서버뿐만인 건 아니었다.
해외의 난다 긴다 하는 길드들이 기연을 가지려 하거나, 강력한 보스 몬스터를 공략하려는 가운데.
플러시는 퀘스트를 받아 그것을 막거나, 혹은 남들이 노리던 아이템을 먼저 가져갔다.
“비록 지금까지는 그렇게 좋은 관계는 아니지만. 그래도 같은 한국인이니까요.”
“구체적인 조건은요?”
“기본적으로는 상호불가침에, 원하신다면 수익 배분이나 독점, 통제 등 여러 면에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실 수 있을 겁니다.”
“흠…….”
확실히 좋은 제안이다.
기존엔 파프닐을 수하로 영입하거나, 아예 돈으로 캐릭터 자체를 사들이려 했으니까.
거기에서 동맹으로 올라온 것만 봐도 그만큼 대우를 해 주겠다는 뜻.
게다가 내용도 마찬가지다.
일단 파이브스타의 공격을 배제한다면, 플러시 녀석을 잡는 데 온 힘을 쏟을 수도 있고.
또 준비 중인 계획들도 한층 더 편하게 진행할 수 있을 거다.
그러나…….
“말씀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역시 안 될 것 같군요.”
“그런가요?”
이시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유감입니다. 당신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말을 마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음번 만날 때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시우는 가볍게 걸어 나갔다.
김강한은 심호흡을 한 뒤 그런 이시우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오성 그룹 차기 회장이자, 파이브스타 길드라는 한국 서버 최강의 길드를 이끄는 길드장.
그와 다음번에 만날 때는 아마도 최종적인 패권 경쟁의 막바지가 될 거다.
‘그리고 그 싸움의 결과로 누가 플러시 놈을 잡을 최종 보스가 되느냐도 결정이 나겠지.’
소설 속에서 엄친아 그 자체로 묘사되는 이시우.
그와 결전을 치러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해골병들의 성장이랑 금속 퀘스트를 좀 더 서둘러야겠군. 그리고 그것의 제작도.’
김강한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
[위촉오 길드 연합, 프론티어 길드와의 전쟁에서 최종적으로 패배하다] [파프닐의 승부수, 뉴 장안 점령!] [신대륙으로 승승장구하는 프론티어 길드, ‘대모험시대’ 열리나?]프론티어 길드의 승전 소식은 곧 모든 커뮤니티 사이트의 전파를 탔다.
말도 안 되는 기적.
-이걸 이겨? 이걸 이겨? 이걸 이겨?
-말이 안 되는데. 구대륙에서 길드 대 길드로 붙은 것도 아니고, 신대륙으로 원정 부대 보내면서 이겼다고?
유저들은 경악의 반응을 내보였다.
-와, 어떻게 이겼대?
-전투는 전투대로 하면서, 파프닐이 직접 본진 습격해서 장안성 먹었나 봄.
-빈집 털이 제대로 먹혔네 ㅋㅋ
물론 모든 전투가 마무리된 건 아니었다.
수도가 먹혔을 뿐.
아직 위촉오 길드의 병력은 상당수가 남았고, 독풋벋풋들도 존재했으니까.
그러나 파프닐은 침착했다.
천천히 다른 거점들을 정리하며, 해골병들을 계속 보내 두 길드의 전력을 깎아 나갔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가스를 계속 뿌리며 연합의 후방 거점들을 파괴하길 반복!
보급이 끊긴 연합 길드는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병력 부족에 스펙 부족이었다.
[프론티어 길드, 공식적으로 위촉오 길드 섬멸] [신대륙 최초의 길드전. ‘삼국지’ 침몰하다]삼국 길드의 완전한 패배.
기존 길드들이 가지고 있던 거점과 이권은 프론티어 길드의 것으로 개편되었고, 막혀 있던 신대륙 진출도 모두에게 제한 없이 허용되었다.
그렇게 길드전이 끝났지만, 아직 한 가지 해야 할 게 남아 있었다.
“자, 그럼.”
어두운 방 안.
파프닐은 눈앞에 무릎 꿇려진 두 사람에게 말했다.
“고용 면접을 시작해 볼까?”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