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16)
316화
위촉오 연합은 신대륙을 주름잡던 거대 길드였다.
신대륙의 주요 거점을 미리 통제하에 둔 뒤, 파이브스타 길드도 직접 전투를 피할 정도의 거물 랭커들을 통제하에 두었다.
심지어 그리 길지 않은 시일 내에 이 정도 세력을 키워 냈기에 더욱 대단했다.
그런 길드의 세 우두머리, 항우와 대장금, 척준경.
한때 신대륙 초입을 호령하던 셋이지만, 지금은 이미 죽은 항우를 제외한 두 명 모두가 바닥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파프닐 이놈……! 아무리 전쟁에서 이겼다고 해도 우릴 이렇게…….”
“일단 풀어 주시고 이야기해요. 교양 없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척준경과 대장금은 으르렁거리며 파프닐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파프닐은 위압감을 받는 대신 차갑게 웃었다.
“이해가 안 되나?”
파프닐이 말했다.
“길드의 장이라면야 협상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 너희는 개인 유저 한 명에 지나지 않는데. 무슨 자격으로 나와 협상을?”
위촉오 길드가 완전히 무너졌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이건 면접이고, 지금은 너희의 가치를 어필해야지.”
“놈……!”
“그래서, 내 밑으로 들어올 거냐? 말 거냐?”
파프닐이 덧붙였다.
“나도 시간이 별로 없어서, 빨리 대답해 줬으면 하는데.”
“……흥.”
척준경이 코웃음 쳤다.
“감히 이 몸더러 네 밑에 들어가라고? 나 척준경이?”
“싫다고?”
“당연히 거절한다. 네놈이 내 밑에 들어와라.”
당당하게 역으로 선포하는 척준경.
옆에서 지켜보던 대장금이 급히 귓속말을 보냈다.
-대장금 : 미쳤어요? 포로로 잡힌 상태에서 무슨……!
함부로 척준경이 이야기를 파투 내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돌아온다.
하지만 척준경에게도 생각이 있었다.
‘흥, 원래 처음에는 강하게 튕겨야 하는 게 협상의 기본 원칙이지.’
척준경은 애초에 프론티어 길드에게 잡힐 때부터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예상했다.
그가 직접 해 온 일이기도 하니까.
이 때문에 척준경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다.
‘우리를 영입하려는 건, 파프닐 놈도 그만큼 인재에 목말라 있다는 터.’
파이브스타와 아크가 성장하는 프론티어를 내버려 둘 리 없다.
인재가 한 명이라도 절실한 파프닐의 입장을 이용해, 최대한 이득을 취하려는 속셈.
파프닐로서도 자신과 같은 고급 인력을 포기하긴 쉽지 않을 테니 합당한 생각이었다.
지금 높은 조건에 들어간다면, 추후 단단한 입지도 유지할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그래?”
그런데 파프닐이 뭔가 이상했다.
“그렇다. 하지만 만약 네가…….”
“그럼 됐어.”
파프닐은 별달리 아쉽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더니 그대로 흰 물약을 하나 꺼내 척준경의 입에 꽂았다.
“넌 그냥 게임 접어라.”
“웁, 우우우우웁!”
척준경은 묶인 채로 발버둥 쳤으나, 강제로 투여하는 포션을 막을 수는 없었다.
-레벨이 내려갔습니다.
-레벨이 내려갔습니다.
-레벨이…….
……(후략)……
“다 됐군. 1레벨.”
포션을 다 먹인 파프닐은 그대로 검을 휘둘러 척준경의 목을 날렸다.
초보자 수준이 된 척준경은 저항 하나도 못 하고 그대로 목이 날아갔다.
“내가 이러지 못할 거라 생각했나.”
파프닐은 씩 웃으며 생각했다.
‘골칫거리가 알아서 사라져 주다니, 운이 좋군.’
애초에 척준경은 단신으로 싸우는 무인 스타일의 플레이어.
레벨도 높아 고용하면 거액의 봉급을 줘야 하는데, 특출 난 능력이 있지도 않으니 고용해 봤자 가성비가 좋지 않다.
그래도 잘 싸우는 편이니, 일반 간부로 들어온다고 하면 받아 주려고 했는데.
저렇게 튕기면? 죽여 버리면 그만이다.
“자, 그럼 이제 한 명 남았나.”
파프닐은 남은 한 명에게 고개를 돌렸다.
‘대장금.’
오 길드의 마스터 대장금.
위촉오 길드의 셋은 각각 서로를 동급으로 인정해 주고 있었지만, 사실 대장금은 척준경 따위와는 다른 에이스 자원이다.
대장금 도시락이라는 최고급 요리 버프를 쓸 수 있는 요리 아이템 계열의 권위자이자.
직접 만든 노래도 있고, 각종 버프 능력은 최상위 힐러마저도 능가하는 거물.
본신의 전투 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지만.
주변의 인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쓸모가 늘어나는 타입이다.
파프닐은 그 점에 주목했다.
대규모 전투가 자주 생길 추후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녀의 활용도나 쓰임새도 몇 배, 몇십 배로 늘어날 터.
위촉오 길드 내부 인물 중에서, 그녀는 강백호보다도 더 가치가 있는 최중요 영입 대상이었다.
따라서 파프닐도 대장금이라면 어느 정도 양보해 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이시우의 말대로 해외 길드들과 인게임 내의 강적 세력들을 상대하려면, 프론티어 길드에 인재가 한 명이라도 더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
음.
구체적으로는 연봉 수억, 거기에 최고 간부 중 한 명의 대우 정도?
‘뭐, 대장금이니 그 정도는 인정이지.’
오나라, 오나라.
도시락을 품에 싼 채 행군하는 해골병들을 떠올리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이제 슬슬 말을 해 볼…….’
그때였다.
대장금이 딸꾹질을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엎드렸다.
“사, 살려 주시와요!”
“어?”
잠시 딴생각을 하던 파프닐은 정신을 차렸다.
“뭐?”
“파프닐 님 밑으로 들어가겠사옵니다! 배신하지 않을 테니 받아 주시와요!”
“…….”
속사포처럼 터져 나오는 항복 선언에 파프닐도 한순간 멈칫했다.
‘어? 이렇게 쉽게?’
몇 차례 튕기는 대장금을 구슬리기 위해 준비했던 조건이나 협박 등의 멘트가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뭔가 헛고생을 한 기분인걸.’
살짝 일그러지는 파프닐의 표정.
그것을 본 대장금이 기겁하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간부가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기존 땅과 인원들만 통솔할 수 있게 해 주신다면 기꺼이 충성을 바치겠습니다.”
“…….”
“사, 사실 제가 숨겨 둔 비자금 창고가 있어요. 그곳도 알려 드리겠습니다. 한 곳…….”
“…….”
“아, 아니. 사실 세 곳…….”
“…….”
“……다섯 곳이 있습니다. 전부 가르쳐 드릴 테니 부디 밑에서 일하게 해 주세요.”
이거 너무 설설 기는데?
계속 보고 있다 보니, 어디까지 조건이 낮아지나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일단 계속 볼까.’
파프닐은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대장금을 응시했다.
그 모습이 대장금 입장에서는 염라대왕이 눈을 번득이는 걸로 보였다.
“자, 잘못했습니다! 사실 제가 연금술 오토바이 제작법도 갖고 있는데, 그것도 드릴 테니 부디…….”
“…….”
이젠 굳이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알아서 계속 조건을 낮추는 대장금.
“땅이랑 부하들 전부 드리겠사옵니다. 아이템이랑 골드도, 제 스킬과 능력도요! 월급쟁이가 되어도 좋으니, 부디 캐릭터만 살려 주세요!”
결국 대장금은 밑천까지 전부 다 드러냈다.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알겠습니다. 항복을 받아들이죠.”
파프닐은 살짝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흑흑, 감사합니다…….”
“조건도 그 정도까진 할 필요 없고요, 그냥 뭐……. 적당히 간부 직책에, 봉급도 인사 쪽이랑 적당히 이야기해서 받는 걸로 합시다.”
“네? 아이고! 사장님!”
대장금이 연신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일어나세요. 괜찮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파프닐은 그런 대장금을 일으켜 다독이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예상보다 훨씬 나은 결과로군.’
적당히 내줄 걸 내줄 생각이었는데, 그마저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충성은 충성대로 얻었다.
물론 공짜로 노동력과 재산만 착취할 수도 있었지만, 파프닐이 보기에 그건 삼류의 답안이었다.
‘대장금 정도면 당장 뽑아내는 것보다 진심으로 따르게 하는 게 맞지.’
어쭙잖게 착취해 봤자 반감만 키울 뿐이다.
대장금이 한 번만 쓰고 버릴 사람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같이 갈 만한 인재.
굳이 눈앞의 이익만 뽑아내는 것보다야, 적당히 대우해 주면서 진심으로 길드에 헌신하게 하는 게 일류의 방법이었다.
“자, 감사 인사는 됐고. 이제부터 들어 보도록 하죠.”
“네?”
파프닐은 자리에 앉았다.
“프론티어 길드가 지금보다 더 강해지려면, 당신이 볼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
삼국 길드를 쓰러뜨린 뒤.
전쟁의 피해를 수습한 프론티어 길드는 곧 한 가지 소식을 발표했다.
[오 길드 길드 마스터였던 대장금 전격 영입.] [파프닐, ‘삼국 길드의 일반 길드원들도 원한다면 얼마든지 영입할 것. 단 카오틱 플레이어 및 적극적으로 플레이어, NPC들을 이계신에게 바쳤던 유저들은 제외.’]얼마 전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위촉오 연합의 인원들을, 충성만 한다면 전격적으로 일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공지!
물론 처음엔 대부분 믿지 않았다.
당장 구대륙 명문 길드도 그랬고, 자신들도 그렇게 데려온 다른 플레이어들을 제물로 바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런 분위기는 단 한 사람이 등장하자마자 눈 녹듯이 사라졌다.
“길드원 여러분, 거짓말이 아닙니다. 한때 오 길드의 마스터였던 제가 보증할게요.”
오 길드 마스터였던 대장금이 직접 나와 한 연설.
그녀의 보증에 반신반의하던 삼국 연합 길드원들도 하나둘씩 프론티어 길드에 가입 신청서를 냈다.
그렇게 늘어난 길드원들만 최소 2만 명대.
파프닐은 그 많은 숫자의 인원을 곧바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단 항구와 항로들을 개척하며 구, 신대륙을 오갈 수 있는 길을 더 늘렸고.
신대륙 영역 안쪽에서도 적극적으로 확장 정책을 펼친 것이다.
[프론티어 길드, 위촉오 연합 길드 지역들 인수하다] [적극적인 신대륙 확장? 미개척지 개척에 ‘속도 붙어’.]기존 위촉오 길드 연합이 관리 중이던 구역은 물론.
여기엔 파프닐의 적극적인 재투자와 공격적인 정복, 개척 작전이 있었다.
-모든 전력을 써서 미개척지들을 개척하세요. 필요하다면 해골병과 독가스까지 써도 좋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지난 전쟁에서 톡톡히 효과를 봤던 가습기와 비타민 듀오의 광역 독가스 살포.
원래대로라면 그 지역은 사람 한 명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되어야 정상.
그러나 신관 유저들이 곧바로 해당 장소를 정화해 버리자, 몬스터만 깔끔히 없애 버리는 효과가 나왔다.
-지금이다, 땅을 점령하고 요새를 만들어!
-앞으로!
심지어 프론티어 길드엔 독가스가 아니라도 새로 들어온 최상위권 랭커들이 있었다.
그들이 한꺼번에 나서자 프론티어 길드의 영역은 급격히 늘어났다.
일단 길목을 막고 있던 삼국 길드가 사라지자, 믿기 힘들 정도로 가파른 개척 속도와 성장세!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못내 불안한 기색을 내보였다.
“파프닐, 이거 진짜 괜찮은 거냐?”
킨도르한이 물었다.
“이거 너무 뒤 없이 개척에 쏟아붓고 있는데.”
“그래서?”
“그래서라니, 만약 파이브스타가 치기라도 하면, 우리는 그대로 전멸이잖아.”
실제로 그랬다.
현재 프론티어 길드는 터지기 직전까지 배를 짼 상황.
모든 인원이 사냥에 여념이 없는 지금.
파이브스타가 공격을 하면 프론티어 길드는 말 그대로 배가 터지게 된다.
“성장이 나쁘다는 건 아니야, 다만 최소한의 대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아니, 괜찮아.”
파프닐은 피식 미소지었다.
“파이브스타는 우릴 칠 수 없어.”
“뭐?”
어이없어하는 킨도르한에게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뭣하다면 증명해 주지. 마침 해야 할 일도 떠올랐으니.”
“뭐?”
킨도르한의 표정이 굳었다.
“너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걱정하지 마라,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안 일어날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단언하는 파프닐을, 킨도르한은 또 이 녀석이 뭔 짓을 꾸미는 거지?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