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19)
319화
화염산 사냥 사흘째.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헉, 헉.”
채찍을 내려놓은 존스 박사는 숨을 마구 내쉬었다.
불과 수미터를 사이로 죽음의 대기가 흐르고 있지만, 숨이 차니 어쩔 수 없었다.
“다들 괜찮나?”
“어, 네! 아직 촉촉합니다!”
가습기의 대답에 존스 박사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확실히……. 예상보다는 쉽군.”
파프닐이 설명한 대로다.
유독성 가스에 의해 보호받다 보니, 오히려 몬스터들의 패턴이나 움직임 자체는 일반 필드의 몬스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자네들이 있어서 다행이야.”
“어휴, 딜은 박사님이 다 넣고 있는데요, 뭘.”
“아니야. 역시 최종 시험을 통과한 친구들답군.”
존스 박사는 두 사람을 보며 피식 웃었다.
비전투 직업이지만 가습기와 비타민 둘 다 1호를 쓰러뜨린 네임드.
비타민이 말만 제대로 하면 좀 더 좋겠지만……. 뭐, 그것도 개성이니 터치할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사냥이 되긴 하는데…….”
그래도 이 녀석들, 모두 600레벨대 몬스터다.
600레벨대 필드 몬스터들의 평균과도 같다는 뜻.
경험치와 골드가 몇 배로 들어오긴 한다.
하지만 월급을 많이 준다고 무한히 야근을 시킬 순 없는 노릇이다.
사냥을 안 하고 쉬면 안 되냐고?
“딱!”
도끼를 든 해골병 한 기, 6호라 불리던 녀석이 물병을 내밀었다.
“고맙다.”
“딱!”
존스 박사가 물병을 받자 돌아가는 6호.
박사는 그 해골병을 남몰래 흘겨보았다.
도와주는 것도 있지만, 사실상 감시병 역할이다.
‘가다가 콱 넘어져 버리라지.’
가운뎃손가락을 세우는 존스 박사.
그때였다.
돌아가던 6호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
“헉? 흠, 흠.”
“따닥, 딱!”
급히 손가락을 집어넣은 박사에게 다가온 6호가 수신호를 보냈다.
“음…… 음??”
미리 정해 놓은 파프닐의 호출 신호.
존스 박사는 급히 길드원들을 불러모아 베이스캠프로 향했다.
“무슨 일 있나?”
“아, 오셨군요. 새 데이터는 있습니까?”
“미안하지만 갱신된 건 딱히 없군.”
한 번 사냥하는 데도 갖은 고생을 다 하고 있는데, 가능할 리 없었다.
파프닐은 그런 셋을 향해 종이를 내밀었다.
“다들 하나씩 받아 가십시오.”
“이건…….”
“사냥 가이드라인입니다. 사냥하실 때 참고하십시오.”
슥, 내용을 훑던 세 사람의 눈이 커졌다.
“이, 이럴 수가.”
“이건……. 공략법!”
“비타민D의 한국 기준 일일 권장량은 400 IU (10mcg)이고, 미국의 일일 권장량은 800 IU (20mcg)이다. IU는 국제단위(international unit)로…….”
그 말 그대로다. 종이에 적힌 건 화염산 곳곳에 나타나는 화염 전사, 독성 암석 골렘, 가스 안개정령 등에 대한 각각의 공략법. 그리고 어떤 식으로 사냥하면 최적의 루트가 나올지에 대한 지시와 대처법이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가스유와 화염 전사들은 뭉치면 폭발하니, 서로 모아 놓고 터뜨리는 식으로……. 암석 몬스터들은 습도를 조절하고 산성 용액…….”
굉장히 뛰어난, 구체적으론 밥 먹고 분석만 하는 파이브스타의 전문가들이 올린 게시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공략이다.
“이걸 어떻게……?”
“자료를 모아 온 지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안 돼서, 완벽하지 않은 부분이나 누락된 게 좀 있습니다. 별거 아니에요.”
파프닐이 지시했다.
“한번 사냥해 보시지요.”
“흠, 알겠네.”
네 명은 재차 사냥에 돌입했다. 이번엔 파프닐이 알려 준 방식대로였다.
일단 가습기가 습도를 조절해 강력한 바람을 만들고. 비타민은 그곳에 가연성 약물을 넣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람의 구로 몬스터를 유인한 뒤, 존스 박사가 유인해 온 각종 몬스터들이 모인 걸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총을 쏴 불을 붙였다.
다음 순간 산이 뒤흔들리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끼 아 아 아 악!”
“카 아 아 아!”
기존에 솟구치던 유독가스들까지 한꺼번에 터뜨리는 대폭발.
암석 거인들은 진작 쓸려 나갔고, 가스형, 생명체형 몬스터들도 형체도 못 남긴 채 사라졌다.
대신 나타난 것은 거대한 화염 전사!
“어 리 석 은.”
“불 은 우 리 의 힘.”
폭발을 흡수해 나타난 엘리트 화염 전사가 손을 뻗었다.
대기 자체에 물도 없다 보니, 화염 전사만큼은 막기 어려운 상황!
그때였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 화염 전사의 등 뒤를 그림자가 덮었다.
“무 슨?”
뒤를 돌아보던 화염 전사의 몸을 거대한 바위가 덮었다. 그대로 밑에 깔린 화염 전사는 채 싸워 보지도 못한 채 불이 꺼졌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 업!
동시에 들려오는 레벨 업 알림.
“이건……!”
“저 돌은 대체 뭡니까?”
“퀘스트 보상으로 얻은 아이템이지요. 이렇게 쓸 줄은 몰랐지만.”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흐룽그니르의 숫돌을 본래 크기로 되돌렸다.
원래는 토르가 거인을 때려잡고 얻은 귀한 재보.
하지만 이젠 파프닐의 것이니, 어떻게 쓰건 파프닐 마음이었다.
“어디…….”
파프닐은 사냥이 끝난 필드에서 스톱워치를 멈췄다.
3분 31초.
사전 준비 시간까지 합치면 한 타임당 최대 20분을 넘지 않는다.
수십 마리의 화염 전사와 암석 골렘, 도깨비불 등을 단번에 처치한 것치고는 믿기지 않는 효율!
“나쁘지 않네요.”
파프닐은 짧게 감상평을 남겼다.
“이……. 이게…….”
“일단 첫 번째 장소는 처리를 마쳤으니 바로 두 번째로 가죠.”
몰이사냥의 기본 방식은 터를 몇 곳 마련해 두고, 몬스터들을 끌어들인 뒤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다.
한 장소를 처리한 다음엔 다음 장소, 그곳을 처리한 다음엔 또 다음 장소로.
그렇게 공장식 루틴을 만들어 두고 사냥하면 일반 사냥보다 훨씬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양을 해결할 수 있었다.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쓸데없는 낭비를 줄이는 것이지.’
감탄하는 길드원들을 향해 파프닐이 손짓했다.
“자, 그럼 계속 가 보죠.”
화염산은 원작에서도 나온 노다지 사냥터 지역.
플러시는 이곳에서 열 배 가까운 경험치 효율을 뽑으며 파이브스타의 길드원들이 생각지도 못한 무시무시한 성장 효율을 보였다.
그렇지만 파프닐이 노리는 건 ‘좀 더’.
아니, ‘조금 많이 더’였다.
‘플러시가 대충대충 운빨로 10배 정도를 업했으니, 나는 20배는 올려야지.’
원작 소설에서 나온 히든 피스나 이득을 볼 만한 요소들.
그 모든 걸 알고 있는데도 그 정도도 못 번다면, 작가가 비웃기 전에 스스로 부끄러워서 고개를 못 들 거다.
“저, 그럼 저희 언제까지 사냥 돌면 되나요?”
“음…….”
가습기의 물음에 파프닐은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일단 오늘은 시간이 꽤 지났으니까, 열 번만 돌고 끝내죠.”
“뭐 그 정도면 나쁘지 않…….”
순간 가습기의 표정이 굳었다.
“오늘만이라면, 설마…….”
“네, 내일부터는 하루 50번을 목표로 돕니다.”
“……!”
횟수당 30번이라 치면 거의 15시간에 가까운 강행군이다.
길드원들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설마…….’
‘에이, 아무리 그래도 적당히 돌고 쉬겠지.’
그 후.
파프닐은 길드원들과 함께 계속 캠프 주변의 사냥터를 순회하며 몬스터를 쓸어 담기 시작했다.
화염 전사나 도깨비, 암석 골렘들을 수도 없이 잡았고.
가끔 곳곳에 있는 자연 동굴 던전, 혹은 산 곳곳에 있는 옛 고대 문명의 유적 등을 발견하면 그곳들도 남김없이 파헤쳤다.
던전 내에 있는 변이한 생명체, 혹은 지옥에서 올라온 듯한 악마 계열의 강력한 몬스터들도 남김없이 처리했다.
물론 던전 내부에 남아 있는 광석들도 깨끗이 긁어모았고 말이다.
유독가스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다른 곳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귀금속들!
시간이 약간 지체된다고 해도, 이것들만큼은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사냥, 사냥, 끝없는 사냥의 시간!
물론 파프닐이 24시간 파티원을 굴리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하루 두 시간.
화염산의 유독 가스 분출이 최대로 강해져 하늘로 솟구치는 가스 폭풍의 시기에는 사냥을 잠시 멈췄다.
대신 베이스캠프에서 데이터를 정리하거나, 수리 및 금속 수집 작업을 했다.
‘추가 특성 세 개가 부여된 미스릴이 세 개, 추가 특성 두 개가 부여된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이 각각 13개씩…….’
추가적인 특성 하나도 찾기 힘든 금속들이 가득하다.
쉴 새 없는 여정이지만, 파프닐의 입가엔 미소가 가실 날이 없었다.
그렇게 화염산에서의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가상현실 게임 속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프론티어 길드가 신대륙에 기반을 만들고, 삼국 길드와 전쟁을 벌이는 동안.
파이브스타 길드, 나아가 한국 서버와 해외 서버들도 매일같이 요동쳤다.
[유럽 서버, 샤를마뉴 길드와 나폴레옹 길드 간 길드전 발발. 양측 모두의 동원 인원을 합치면 70만 명에 달해……] [남미 서버, 전 해외 서버 인원 및 운영진에게 구원 요청해……. 몬스터 랜드화된 필드와 마을들] [적룡 길드, 선계대전 이벤트의 승리에 한 걸음 다가서……]한국 서버뿐만 아니라 해외 서버에도 수많은 유저가 있고, 이들 수십억 명이 일으키는 사건들은 매일같이 지면을 다 채워도 모자랄 만큼 많았다.
그래도 그중 가장 큰 사건은 다름 아닌 파이브스타와 오다 클랜 간의 전쟁이었다.
[파이브스타, 오다 클랜의 오다 노부나가와 전면전을 벌이다] [21세기의 명량 대첩과 행주산성 대첩?]신대륙의 꿀 사냥터, 그리고 바다의 섬과 항로들을 두고 벌어진 두 길드의 싸움.
얼핏 보면 길드 간 싸움이지만, 사실 체급을 따지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일단 파이브스타는 한국 서버의 대형 길드 중 가장 큰 길드 하나일 뿐.
하지만 오다 클랜은 일본 서버가 있는 열도 전체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군주나 다름없었다.
한국과 일본의 두 배에 가까운 인구수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열 배에 가까운 적을 상대로 싸우는 셈.
그렇다고 일본 서버 유저들이 약한 것도 아니다.
아니, 무력으로만 따지면 최강에 가까웠다.
수많은 실전으로 다져진 검사들은 각종 무기를 기예의 수준으로 다뤘고.
전술과 전략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 때문에 대다수는 오다 클랜이 승리할 거라 생각했다.
“……라고 생각하겠죠.”
“하하…….”
사방이 물결로 출렁이는 남색의 바다 한복판.
수많은 배와 부서진 배의 조각들 사이에서, 수많은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1조 클리어.”
“2조 클리어!”
“3…….”
“……12조 클리어, 올 클리어!”
“승리입니다, 오다 클랜은 전부 후퇴했으며, 전력의 7할을 이곳에서 묻었습니다.”
“……만세!”
“우오오오!”
지쳐 있던 파이브스타 길드원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른다.
이시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그 한복판을 바라보았다.
“뭐, 예상대로 흘러갔군요.”
오다 클랜은 분명 강했다.
하지만 자신과, 자신이 키우고 발굴한 랭커들은 그 이상으로 강했다.
이시우 자신, 베로니카, 혈귀, 나찰, 그리고 일본의 검신, 무사시를 앞장서서 베어낸 검노인까지.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당연한 결과일 뿐입니다.”
검노인의 묵례에 이시우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눈을 빛냈다.
이걸로 신대륙에서의 경쟁은 파이브스타의 승리.
그러나 이시우의 표정은 전혀 만족한 게 아니었다.
“게다가 이 승리도 하나의 과정에 지나지 않지요.”
아니, 오히려 투지로 빛나고 있었다.
“아직 큰 적이 둘, 아니 셋이나 남아 있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는 이시우의 눈은, 일본 서버가 있는 지역 너머의 대해를 향하고 있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