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28)
328화
호라이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가장 주목을 많이 받는 서버는 단연코 한국 서버다.
게임의 나라인 한국!
워낙 콘텐츠 공략이 빠르기에, 개척이나 성장은 물론 콘텐츠 정복도 전 세계 1위가 아니라면 서러운 게 한국 서버다.
그러나 한국 서버는 어디까지나 호라이즌의 여러 서버 중 한 곳일 뿐.
한국 서버 외에도, 지구촌 각 지역의 다른 서버들에서 수많은 유저가 저마다의 모험을 하고 있었다.
-오다 클랜, 토착신 쿠쿠노치 레이드 공략 성공하다……. 레벨 600 이상의 레전더리급 보스 몬스터로서는 세 번째 퇴치……
-중국 서버에서 일어나는 대전투, 200만 대 200만의 혈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가상현실 게임 호라이즌.
초월적인, 진짜 현실보다 더한 퀼리티 덕에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인도나 아프리카 등의 오지에서도 서비스가 진행 중이다.
자연히 그곳의 유저들은 매번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 내는 한국 서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국내의 실황 플랫폼, 중계방송에는 해외 사람들의 시청 수가 국내 인원보다 늘어 갔고.
한국 유저들이 개발한 육성법과 공략 루트, 스킬 팁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유저들의 1순위 참고 노트 중 하나였다.
천천히 진행되던 콘텐츠 개척이 요동치듯 바뀌는 것은 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원작과 다르게 변해 가고 있었다.
동시에 그들의 눈에 파프닐이라는 닉네임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지 않은 일이다.
전 세계의 십수억 게이머에게 그 이름을 각인시킨다는 것이었으니까.
자연히 해외의 랭커들도 그 이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와아아!”
“더러운 깜둥이들을 죽여라!”
수령의 명령에 흰색 두건을 뒤집어쓴 KKK 단원들이 전장으로 달려간다.
“이 더러운 인종차별주의자 새끼들!”
반면 북부에서는 옛날 남북 전쟁 의상을 입은 건슬링어들이 KKK 단원들과 맞서 싸웠다.
웃기는 일은 남부 측에서는 흑인으로 구성된 갱단들도 더럭 있다는 점이었다.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위해!”
남미 갱단으로 이뤄진 흑인들이 KKK 단원과 함께 싸우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치 군복을 입은 미국인, 네오 나치 아메리칸들과 성호를 긋는 성기사단, 동물 잠옷을 입은 동물 성애자들과 동물 보호 협회 깃발을 올린 협회원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미국 서버의 내전이 이토록 격렬한 건 이념의 대립 때문이었다.
‘아무리 게임상이라고는 해도 지킬 건 지켜야 된다.’ VS ‘언제부터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리 억압했는가.’로 대두되는 명제로 인해 발발된 제2의 남북전쟁.
언제부터인가 극단적으로 치달은 이 양극단의 첨예한 대립에, 게임사는 어느 쪽 편도 들지 않고 관망하는 길을 택했다.
혼돈을 원하는 남부와 질서를 원하는 북부의 대립은 전 세계에서도 주목하는 대일전이었다.
너무 많은 인구수 때문에 따로 격리 처리된 중국 서버를 제외하면 세계 최강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서버였기에 더더욱 그랬다.
그러나 결국 억압과 구속을 벗어던지고 자유를 위해 바다를 건넜던 이들의 후손들답게, 전쟁은 남부 측이 종일 유리했다.
아무리 도덕적으로 옳다고 해도 북부의 이념은 게임이라는 유희 거리 내에서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현실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건 법을 어기는 일이지만 게임상에서는 좀 어기면 어떤가? 남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지극히 개인주의적인 자유를 숭상하는 미국민들에게 있어서 북부 연합의 이념은 답답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깜둥이들에게 죽음을!”
따라서 지금 북부의 흑인 총병을 매달아 놓고 불태우는 KKK단과 그 옆에서 백인을 처형하는 흑인 갱이 공존하게 되는 건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애초에 그들은 컨셉 플레이어지, 실제로 KKK단도 남미 갱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큭! 여기까지 밀리면 미국은 전 세계인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북부군 사령관, 사막의 여우 롬멜은 혀를 찼다. 그는 남군을 견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진격전을 펼쳤지만 역시 현실 속 롬멜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번 쪽박을 차고 있는 지휘관이었다.
그가 지휘관으로 꼽힌 이유는 외모가 실제 롬멜과 흡사했기 때문에 투표로 뽑히게 되었다.
“네오 아메리칸 나치들의 특공으로 우익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부관 잭 니콜슨의 보고에 롬멜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이대로라면 저 혼돈의 세력에 의해 미국 서버가 장악당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번 대회전은 남북 전쟁의 승리를 가르는 분수령이었다.
“하는 수 없군.”
롬멜은 이마를 매만지며 고민하다 결국 명령했다.
“라쿤 시그널을 켜게.”
롬멜의 명령이 떨어지자 참모들이 서둘러 막사 옆에 설치되어 있던 거대 렌즈에 불을 켰다.
푸른 하늘 위에 사지를 벌린 너구리의 사지가 떠올랐다.
“라, 라쿤 시그널이 떴습니다!! 사령관님!!”
남부군 사령관 에이브라함 링컨(이 사람도 링컨하고 닮아서 선출됐다)은 미간을 찌푸렸다.
“큭······ 그 털북숭이 놈이 오는 건가.”
미국 서버엔 수많은 컨셉의 유저가 있다.
실제로 그럴 만한 능력을 갖췄다면, 히어로도 될 수 있고 빌런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저 경우는…….
“온다!”
“라쿤 시그널이다!”
남군 플레이어들이 경악하는 순간.
그런 플레이어들의 등 뒤에서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컥!”
“윽!”
“억!”
순식간에 쓰러지기 시작하는 플레이어들.
“조져!”
“끼에에에엑!”
부르르릉, 연금술 오토바이를 탄 흑인 갱들이 달려든다.
그 순간 흰 연기가 군단 사이에서 솟구쳤다.
“케헥!”
“Gas, gas, gas!”
단숨에 갱들 사이를 빠져나간 형체가 드루이드 세력, 카우보이 군단을 연달아 쓰러뜨리며 남부군 진영을 흐트러뜨렸다.
위기에 처했던 북부군의 전열이 재정비되고, 재차 밀어내기 시작하는 것은 덤.
“……!”
한참을 대활약하던 형체의 앞으로 검은 천으로 온몸을 둘러싼 괴인이 돌입했다.
양팔을 뒤로 뻗은 자세에, 십자 표창을 든 괴인이 천천히 상체를 곧게 뻗었다.
“도-모. 히어로 슬레이어 데스.”
“히어로 슬레이어…….”
형체의 모습은 놀랍게도 인간이 아니라, 진짜 미국 너구리인 라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슈트와 아머, 각종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곤 하지만, 그는 엄연한 라쿤.
하지만 미국에서 그건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다.
아무리 라쿤의 모습이지만, 그는 엄연한 플레이어였으니까.
“오늘의 이쿠사 배틀로, 라쿤맨이란 히어로는 폭발 사산한다. 그것이 나, 히어로 슬레이어의 예언!”
“그래?”
라쿤 유저는 심호흡을 하더니, 가볍게 웃었다.
“그렇다면 내가 이기겠군.”
“……?”
시그널 신호에, 슈트와 가면까지 갖춰 입고서 히어로가 아니라고?
“나는 히어로가 아니라 라쿤‘맨’이니까!”
“…….”
잠시 멍해져 있던 히어로 슬레이어가 외쳤다.
“하이쿠를 읊어라! 라쿤맨!”
***
“이겼다!”
“북부 만세!”
전투가 끝난 평원.
수많은 시체 위에서 북부군 유저들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수많은 아군이 쓰러졌지만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럴 만했다.
이 전투에서 패배하면 북부 연맹은 주요 요충지들을 뺏기고, 수도의 턱밑까지 칼날이 들어온다.
풍전등화의 상황에서 기적적으로 수비에 성공했고, 역전승까지 거뒀으니 더욱 기쁠 만했다.
“이겨서 정말 다행이야, 존.”
“만약 우리가 졌다면……. 저 네오 나치랑 흑인 갱, 인디언, 일본 따라 한 닌자 놈들에게 무슨 꼴을 당했을지…….”
혼돈으로 가득한 남부군 진영은, 북군 유저들에게 있어 실제 지옥보다 더한 곳이었다.
그런 놈들의 지배를 받을 뻔한 위기를 넘기다니, 다시금 안도의 한숨을 쉬는 북부군.
“고맙네. 덕분에 오늘도 저 사이코 놈들을 막을 수 있었군.”
“아닙니다, 사령관님.”
롬멜의 감사 인사에 라쿤맨은 고갤 저었다.
“제 파티원, 제 서버를 지키려고 하는 거니까요. 저 미친놈들에게서.”
“오늘의 전투는 특히 힘들었을 텐데……. 잘해 줬네.”
상대에서 나타난 히어로 슬레이어는, 미국 서버에서 랭킹 5위 안에 드는 초고수.
그런 사람을 상대해서 이겼기에 전황을 뒤집을 수 있었다.
“처음 봤을 땐 라쿤 같은 개XX인 줄 알았는데, 저주 때문에 캐릭터가 변한 플레이어였다니……. 진짜 슈퍼 히어로도 아니고 원.”
“그런데 이럴 때가 아니시지 않습니까?”
“음?”
“전투에서 이기셨으니, 이득을 더 보려면 한시가 급하지 않습니까.”
“아차차, 그렇지.”
남군이 재정비하기 전에 추격을 하고, 거점을 차지하는 일이 남아 있다.
급히 일어나던 그에게, 라쿤맨이 말했다.
“참, 저 휴가 좀 내겠습니다.”
“휴가?”
“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겨서요.”
“자네가 관심을 보이다니……. 미국 서버의 누군진 모르겠지만……. 대단한 일이군.”
“미국 서버가 아닙니다.”
라쿤맨은 그렇게 말하며 씩 웃었다.
“1부 리그……의 네크로맨서 유저죠.”
***
“작업 진행은 어떻습니까?”
“오, 파프닐.”
신대륙 항구도시, 칼람시에 자리 잡은 초대형 대장간.
윈필드가 고개를 들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진행이 더디군. 시행착오가 자꾸 나서 말일세.”
“시행착오요?”
“각각의 코어 여러 개를 부착해 힘을 끌어내는 건 성공했네. 그런데 그 힘을 그대로 더하는 부분이 자꾸 문제가 되는군.”
“흠…….”
흔히 말하는 충돌, 호환성 문제다.
몸에 좋은 거라고 마구잡이로 먹으면 반드시 속이 상하듯.
부착된 칩에 들어 있던 영혼들이 서로 다른 힘을 뻗거나, 혼들끼리 충돌하면서 오히려 출력이 감소하는 것.
“이것만 해결하면 되는데……. 도통 안 된단 말이지.”
윈필드는 스트레스를 받는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러고 보니 세 드워프의 머리카락 개수가 조금 줄어든 기분이 난다.
바닥에 긴 털들이 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음 같아선 알려 주고 싶긴 한데.’
현실의 지식을 그대로 게임 속 세상에 적용하는 것은 게임 사측이 정한 제재 조건 중 하나다.
결국 깨닫는 건 NPC 스스로가 되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쉽지 않을 듯했다.
“알겠습니다. 완성되면 제게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게 함세…….”
고개를 끄덕이던 윈필드에게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그건 그렇고, 혹시 새로운 작업 하나 가능하십니까?”
“새로운 작업? 또 이런 의뢰를 맡길 거라면 나는 사양함세.”
대장장이 일이라면 스스로 만들어서라도 하는 워커 홀릭 종족이 저런 반응이라니.
아무래도 이 의뢰가 보통 진을 뺀 게 아니었나 보다.
“뭐, 이번 일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마법과 저주, 흑마술을 막는 코팅 정도면 됩니다.”
“코팅? 그 정도야 뭐, 하루면 해 주지.”
고개를 끄덕이는 윈필드가 물었다.
“그런데 자네, 리치나 흑마법사는 잡아서 뭐 하려는 건가?”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 세팅이라면 할 게 그것밖에 없지 않나.”
척 하면 착이라고 하더니, 곧바로 계획을 꿰뚫어 보는 윈필드.
“뭐……. 갑자기 선행에 눈을 뜬 건 아닌 것 같고, 경쟁자 제거라도 하려는 건가?”
“경쟁자 제거라……. 그런 건 아닙니다.”
“하긴, 자네만큼 실력 있는 흑마법사가 그런 걸 할 리가…….”
“아니, 생각해 보니 비슷하긴 하군요.”
“음?”
파프닐은 선뜻 고개를 끄덕였다.
“경쟁자 제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경쟁자라고? 자네에게?”
“네, 경쟁자죠. 살아남으려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