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29)
329화
“이상이 해외 주재원 팀에서 입수한 영상입니다.”
파이브스타 사옥.
오직 호라이즌만을 위해 준비된 빌딩 안에서, 이시우는 수하들과 함께 영상을 지켜보았다.
“라쿤맨의 활약으로 인해 남군은 전선에서 패퇴했으며, 5개 이상의 대도시, 13개의 중소 도시, 24개의 마을을 잃었습니다.”
“영토는 됐고, 유저나 랭커들의 손실은요?”
“총 여섯 번의 전투가 있었으며, 남군 사상자는 5만 명이 넘습니다. 그 과정에서 힘틀러, 히어로 슬레이어 등의 최상위 랭커들도 라쿤맨에게 패배했습니다.”
수많은 개성적인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는 미국.
라쿤맨에게 패배한 힘틀러나 히어로 슬레이어, 블랙 페이스 등의 랭커들은, 그중에서도 정점의 끝에 오른 최강자들이었다.
어떤 서버를 가도 정점을 노릴 수 있는 수준인 그들이, 라쿤맨 한 명에게 전부 당한 것.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이군요.”
“죄송합니다.”
“여러분이 그러실 건 없습니다. 저 라쿤맨이란 녀석이 이상한 거니까.”
이시우는 이지적인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본 파이브스타 특무대원들과 좋은 승부가 되겠는걸요.”
게임의 초고수, 한국인 중에서도 작정하고 육성된 최강과 우열을 가릴 만한 상대.
아니, 사실 그보다 더했다.
이시우가 말한 건 다대일의 싸움이란 뜻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이상한 녀석은 한국 서버에도 있었다.
라쿤맨만큼, 아니 어쩌면 라쿤맨보다 더한 놈이.
‘라쿤맨은 인공이지만, 그 녀석은 순수히 자연이 만들어 낸 놈이다.’
그 점에서는 한국에서 나온 K-라쿤맨이 이시우의 마음엔 훨씬 끌렸다.
물론 그렇다고 인정을 베풀진 않을 테지만 말이다.
“실적은 거기까지, 라쿤맨의 스펙이나 능력에 대해서 설명하세요.”
“네, 라쿤맨의 능력은…… 말 그대로 라쿤의 몸으로 엄청난 스킬들을 쓴다는 겁니다.”
이시우의 질문에 수하가 브리핑을 이어 갔다.
“몸이 작다 보니,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면서도 강한 힘으로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요?”
“주력은 검술, 하지만 그 외에도 각종 총포나 포탄, 도구의 사용에 능숙한 모습을 보입니다.”
“메카닉다운 모습이군.”
“도구를 잘 쓴다면 성가시겠는데…….”
참모진이 덧붙였다.
“그래도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단 저 라쿤 시그널 자체가 버프인 느낌도 있고. 라쿤이라는 동물 자체의 약점 및 여러 상태이상 스킬들의 적용도 안 해 봤지요.”
“덫을 놓거나, 광역 독가스를 살포하며 압박해 봅시다.”
순식간에 세 가지 이상의 공략 방안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게, 여기 있는 모두가 게임이나 전략, 전술의 천재다.
괜히 파이브스타에서 간부 직책을 내준 게 아니라는 뜻.
“흠…….”
이시우는 유심히 지켜보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요, 지금은 굳이 시험할 필요가 없을 것 같군요.”
“그 말씀은…….”
“미국 서버 공격 계획은 보류합니다. 남부군이 북부를 이기고 서로 수십 개로 나뉘어 싸울 걸 예상했는데, 라쿤맨 때문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군요.”
술렁. 파이브스타의 간부진 사이로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이 일어났다.
미국 서버 공격은 파이브스타의 장기 플랜 중 하나.
그것을 접는다는 말에 다들 놀란 거다.
“회장님, 하지만…….”
“공략 준비에 들어간 예산이…….”
보통 이시우가 결정하면 백이면 백 곧바로 통과된다는 걸 생각하면 꽤 큰 동요.
“도련님, 굳이 그럴 것까진 없습니다…….”
심지어 평소 나서지 않던 검노인마저 조용히 말을 건넸다.
“라쿤맨이 걱정된다면 제가 가지요.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김 기사……. 뜻은 알겠습니다만, 괜찮습니다.”
“하나…….”
“라쿤맨을 이기지 못할 것 같아 이러는 게 아닙니다.”
탁, 자리에서 일어난 이시우가 말했다.
“라쿤맨은 어차피 우리의 적이 아니니, 게임이 외통수에 몰릴 때까지 그곳에서 설치고 있으라 하지요.”
“으음…….”
“그리고 미국 정복을 완전히 포기한다는 게 아닙니다.”
포기하는 게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간부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저희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누리. 그것이 완성되면 어차피 일개 유저가 어떻게 움직이건 큰 의미는 없으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그것이 있었지요.”
파이브스타 간부진은 동시에 그것을 떠올렸다.
게임 내 파이브스타 길드의 이익, 그리고 오성 그룹의 자산까지 투자해 제작 중인 그것.
만일 완성만 된다면, 더 이상 일개 유저 개인의 힘으로는 국면을 바꾸기 불가능하게 될 거다.
그때가 되면 두려운 게 없어진다.
심지어 운영사인 ㈜타이탄까지도.
그들의 원칙은 게임에 대한 무관섭과 자유.
게임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버그가 아니라 인게임 요소만 사용했다면 그들은 간섭하지 못할 테니까.
“지금은 성장의 시간입니다. 시일이 되면 파프닐도, 미국도, 중국도. 한꺼번에 처리하도록 하지요.”
이시우는 차갑게 미소 지었다.
***
뮤 대륙.
모든 서버와 연결된 신대륙인 이곳은, 당연한 말이지만 기존 대륙들보다 훨씬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중엔 유저들 공공의 적, 악신들을 섬기는 악마교단의 본단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고 말이다.
레벨 800이 넘는 최고 사제들에, 수많은 진짜 악마와 마수들의 군단을 몇 번이나 출격시킬 수 있는 강적.
비록 원작에선 플러시나 주 세력들의 동네북이긴 하지만.
오히려 악마교단은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세력이 크고 강하다는 뜻이었다.
수백 년 전 자취를 감춰 문헌에서나 언급되던 강력한 리치.
명망이 높던 기사가 변해 만들어진 다크나이트, 인페르노 나이트!
각 서버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각종 고위 언데드들이, 신대륙 곳곳에 던전을 만들고 앉아 있었다.
“해골병 소환.”
어둠 속에서 파프닐이 짧게 읊조리자, 땅속에서 수천 개의 금속 뼈가 일어섰다.
공포 영화의 한 장면.
다만 지금은 그걸 보는 관객이 없었기에 눈에 띄지 않았다.
파프닐은 복돌이와 벨을 보내 적이 있는 성채를 확인했다.
공중에 여러 돌이 떠서 주변을 방어하고, 그 주변과 지상으론 셀 수 없이 많은 해골병이 있는 상황.
레벨 700의 아크 리치답게, 부리는 군단의 양과 질 모두 무시무시했다.
“본 드래곤은 없고……. 바포메트랑 밴시, 본 와이번이나 악마 비공전사들인가.”
슥, 파프닐은 그곳을 향해 손짓했다.
다음 순간 바닥과 그 아래에서 연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공중에 떠 있던 건물들이 추락하며 해골병들을 덮치고.
곳곳에서 일어난 폭발의 불은 사방에 옮겨붙었다.
크아악!
캬아악!
요새가 혼란해질 때, 폭발 속에서 황색 해골병들이 연달아 솟아나며 색 바랜 해골병들을 공격했다.
시체들이 서로 창칼을 휘두른다.
“키이익! 적도 네크로맨서구나!”
“해골 쪼가리를 다루는 주제에, 감히 우리 네메스 유파에게 싸움을 걸어?”
네메스는 수하에 여러 흑마법사를 뒀으며, 그들도 최소 레벨 550은 넘는 고위 리치들이었다.
그런 리치들의 버프를 받은 해골병들은 보통 유저들이나 소환물로는 상대가 불가능한 강적들이다.
물론 여기엔 두 가지 조건이 붙었다.
상대하는 소환물 개체가 일반적인 수준이거나.
그리고 그 상대가 리치들을 내버려 두거나.
물론 파프닐과 해골병들은 어느 쪽도 아니었다.
카학!
컥!
공중에 떠 있던 수하 리치들이 저격을 맞고 떨어졌다.
지상의 해골병들도 기세를 타고 공격!
전쟁에서 위협이 되는 마법사들 먼저 처리한 덕분에, 전황도 유리하게 흘러갔다.
“감히 네크로맨서가 내 거처를 공격해!”
그때였다.
성 안쪽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와 함께 검은 로브의 인영이 걸어 나왔다.
“빨리빨리 정리하지 않고 뭣들 하느냐!”
아크 리치 네메스의 등장.
주변에 얼음이 얼더니, 네메스의 해골병들이 프로스트 해골병으로 변했다.
“움직여라, 버러지들아!”
“딱딱!”
부하들을 보내던 네메스의 눈이 번득였다.
슬슬 이쯤 되면 저 해골병들을 보낸 놈이 움직일 터.
하지만 그는 자신이 있었다.
숨겨 둔 패와 몇 겹의 마법, 물리 보호막 그리고 라이프 포스 베슬까지.
‘어디서 올 거냐! 암살 공격을 한번 해 보아라!’
그 순간 파프닐이 움직였다.
다만 그 방향은 네메스가 아닌 정면이었다.
황동색으로 코팅한, 얼핏 보면 진흙을 바른 것처럼 보이는 해골병들의 전진.
“어리석은……! 감히 나의 해골병들과 군단 싸움을 하자는 게냐!”
비웃음을 흘리던 네메스의 표정이 굳었다.
“잠깐, 네놈의 해골병들…….”
싸움이 시작되고, 그가 나온 후에도 꽤 오래 지속되었는데도, 파프닐 측의 해골병이 단 한 마리도 눕지 않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거다.
심지어 자신이 직접 힘을 불어 넣은 프로스트 해골병들마저도 말이다.
‘위험!’
네메스는 수백 년간 살아온 마법사.
위기를 직감한 순간 곧바로 도망치려 했다.
수많은 해골병이 방패가 되고.
끼아악! 해골로 된 와이번이 공중으로 올라갔다.
그 순간 파프닐이 무언가를 던졌다.
“커어어어-엉!”
휘익! 공중으로 뜬 것은 다름 아닌 복돌이.
녀석이 날린 발 차기에 네메스의 신형이 그대로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크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설마 개 새끼를 직접 던질 줄이야.
전사의 전투 방식도 아니고, 네크로맨서의 전투 방식은 더더욱 아니지만 분명 통했다.
그렇게 땅에 닿을 무렵.
“컥!”
네메스의 등에서부터 검은 창 한 자루가 튀어나왔다.
“네, 네놈……. 어디서!”
“처음부터 여기 있었지.”
땅속에서 나온 파프닐은 그렇게 말하며 네메스의 머리를 몸에서 떼어 낸 뒤, 궁드닐로 몸을 찔렀다.
힘이 빨려 들어간 몸이 그대로 바스러지자, 파프닐은 이쪽으로 달려오는 1호를 보았다.
“잘했다. 이제 안심하고 내 대타를 맡겨도 되겠는데?”
“딱!”
1호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파프닐이 부재중일 시 지휘를 넘어, 아예 파프닐인 척 위장해 싸우는 데 성공한 것.
이건 꽤 큰 가능성이었다.
방금처럼 쓸 수 있는 전략의 폭을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것이었으니까.
“그럼 여기도 토벌했으니 다음은…….”
파프닐은 지도를 펼쳤다.
그때였다.
“감히 내게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머리만 남은 아크 리치, 네메스가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나를 죽이더라도, 불멸의 힘을 가진 이상 언젠가 나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때 네놈들은 알게 될 거다. 악마교단의 악마들이 네 피와 살을 뜯고, 네놈이 가진 어둠의 마나는 나의 힘이 될 거다!”
“죽인다고?”
애초에 죽여서 경험치로 만들 거라면 더 효율 좋은 꿀 사냥터가 가득했다.
그럼에도 파프닐이 굳이 리치 사냥을 한 건 겨우 그딴 것 때문이 아니었다.
“걱정 마십시오. 안 죽입니다.”
“흥, 이제 와서 죽음이 두렵나? 네놈은…….”
네메스가 뭐라 더 말하려 하던 순간.
“주인님.”
푸드득, 검은 고딕풍 드레스를 입은 벨이 공중에서 내려왔다.
가방을 내민 그녀가 말을 이었다.
“지시하셨던 대로, 다른 수하 리치들의 뇌를 전부 수집했습니다.”
“살아 있지?”
“생기 공급을 하고 있으니 한동안은…….”
“좋아.”
파프닐은 케이스 안에 담긴 뇌 덩어리들을 인벤토리에 넣은 뒤 고개를 돌렸다.
“보자, 유니크급 두뇌 여섯 개에 에픽급 세 개, 이모탈급 두뇌 한 개인가.”
“……두뇌라니, 네놈 설마…….”
“이 녀석까지 한번 넣어 보지. 그다음 성능도 한번 체크해 보고.”
다음 순간 파프닐이 꺼낸 것은, 커다란 수조 하나였다.
그 안에는 수많은 신경과 뇌 덩어리가 가득 엉켜 붙어 심장처럼 고동치고 있었다.
“무, 무슨……. 저건…….”
수백 년을 살아오며 각종 실험을 자행한 아크 리치 네메스조차도 처음 보는 소름 끼치는 무언가.
그 앞에서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절대 안 죽이지요. 당신은 죽이기엔 너무 뛰어난 리치니까요.”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