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31)
331화
검성의 무덤.
위대한 검성이 잠들어 있다고 하는 이곳에는, 600레벨대의 악마병 정예와 650레벨의 어둠에 오염당한 검귀들이 나온다.
악마병은 그렇게 신경 쓸 것 없지만, 문제는 검귀.
공격력, 방어력 등의 스펙도 무난하며, 특별한 기믹도 없지만.
게임사가 제작한 최첨단 AI가 들어감으로써, 검술 컨트롤과 실력 모두 현실의 전문 무술인을 한참 뛰어넘는 실력을 지녔다.
물론 이 세계에서 실력만 가지고는 살아갈 수 없다지만.
650레벨이란 특성과 합쳐진다면, 그것은 충분히 유세를 떨 만한 힘이 된다.
실제로 이곳을 얕보고 들어온 현직 무술인 랭커나 대형 스트리머.
그리고 군대를 이끌고 온 대형 길드 몇 곳이 쓴맛을 본 게 여기니까.
“이놈들……!”
“정정당당히 싸워라!”
그런 검귀들을 상대로, 해골병들은 단 한 대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은 채 몰아붙이고 있었다.
“딱딱(딱딱)!”
“딱(딱)!”
돌진해 오던 검귀들은 창 해골병들이 저지하고.
적들이 뭉친다 싶은 곳에는 어김없이 어둠 속성 고위 마법인 트리스메기스토스의 불(에픽), 그리고 파프닐의 스킬인 흑뢰 주술이 떨어진다.
“고작해야 해골병 따위가 우리를 이렇게까지…….”
“살아 있는 놈이 아니니 제 실력이 안 나는……군…….”
거의 일방적으로 검귀들을 몰아붙이는 해골병 군단.
가끔 네임드 검귀들이 나섰지만, 그때마다 엘리트 해골병, 그리고 데스나이트가 앞을 가로막았다.
“꽤 순조롭군.”
일방적으로 적들을 몰아붙이는 해골병 군단.
파프닐은 언덕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저놈들에게 상성이 좋은 건가?”
아다만티움 도금을 한 해골병들은 확실히 검사들에게 있어 최악의 상대이긴 했다.
그러나…….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신대륙 초입의 검사 몬스터들도 관통 스킬을 가졌거나 약점을 집중적으로 노려 공략하는 건 할 줄 안다.
지금 검귀들이 저렇게 고전하는 건, 전적으로 해골병들의 능력이었다.
-상성은 무슨, 저놈들이 그냥 강한 거다.
동의하듯 머릿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
-뮤 대륙의 검호들은 확실히 강하군, 내가 살아생전에 있었더라도 승부를 내기 힘들었겠어.
“확실히…….”
카라미트의 레벨은 대략 500대.
반면 신대륙의 몬스터들은 평균이 6~700대이니 그럴 만도 했다.
-태연한 척하지 마라. 그런 놈들을 저 꼴로 만든 네 해골병이 더 이상한 거니까.
각각의 해골병들에게 장착된 칩은 2코어 4소울 용량의 멀티 코어 칩.
그런 걸 네 개까지 장착했으니, 기존 해골병들의 두 배 이상 강해진 상태였다.
-단순 스펙뿐만 아니라, 적의 공격에 대처하는 컨트롤이나 상황을 읽는 능력도 늘었군. 진짜 사람 같아.
카라미트가 덧붙였다.
“그럴 겁니다. 저 안엔 진짜 영혼들이 처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뭐야? 너 이 자식…….
“물론 몬스터들이나 죽이려 드는 놈들만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크흠……. 그래, 그건 어쩔 수 없지.
아직 충분히 강해지지 않았으니 선 넘는 플레이는 금물이다.
특히 지금처럼 적이 많을 때는 더욱 그랬다.
“주인님, 지시하신 대로.”
“아, 고맙군.”
마침 벨이 커다란 자루를 가져왔다.
안에는 보존 처리를 마친 검귀들의 뇌가 가득 들어 있었다.
“이 정도면 필요한 양은 다 모았으려나?”
검귀들은 딱히 좋은 아이템을 주거나, 경험치를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굳이 노린 건 그들의 뇌가.
정확히는 그 속에 있는 검술 경험 같은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데이터가 있으면 구현이 가능하겠지.’
원작에서 플러시의 주된 무기는 다름 아닌 검.
여러 차이가 생겼지만 그건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플러시가 아니라도 검을 쓰는 랭커들은 많고.
다른 무기들을 상대할 때도 데이터가 많아서 나쁠 건 없으니까.
“이놈들, 시답잖은 수도 이젠 끝이다!”
검귀들 사이에서 살벌한 기세를 풍기는 보스 몬스터, 타락한 검성의 수제자가 나타났다.
엘리트 해골병들의 방해까지 튕겨 내며 순식간에 해골병들 사이로 파고든다.
“죽어라!”
해골병의 두개골이 훤히 드러났다.
수제자의 검이 내리쳐졌고.
깡!
맑은 소리와 함께 파고들다가 튕겨 나갔다.
“딱(딱)?
“딱(딱)!”
멀티 코어를 장착했기에 소리가 겹쳐서 울리는 해골병들.
“따다닥(따닥)!”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수제자를 포위하더니, 곧바로 린치를 놓는다.
마치 영화 속에서 사람마저 집어삼키는 개미 떼를 연상시킬 정도.
“저 녀석은 칩으로 쓰면 좋겠는데?”
뇌 컴퓨터에 달아도 되고, 칩으로 써도 괜찮은 자원의 발견이었다.
‘이럴 땐 고민된단 말이지. 어느 쪽으로 써도 둘 다 유용한 재료일 때.’
강한 보스 몬스터와 싸우는 것보다 더 무서운 선택 장애!
“으음…….”
“헥헥헥……!”
파프닐이 생각에 잠긴 사이 복돌이는 바닥에 있던 뼈를 물어뜯고 있었다.
“멍멍! 맛있다, 멍!”
현실에서 김강한이 주는 각종 특식도 맛있지만.
인게임 안에서 이렇게 주어지는 통뼈는 또 색다른 맛이다.
마치 밥과 피자, 스파게티 등의 차이라고 할까.
특히 강한 몬스터를 잡았을 때의 뼈는 현실에서 찾아보려야 찾을 수 없는 별미다.
씹을 때마다 잇몸에 묵직한 울림이 오는 것도 좋고.
가끔 나오는 육즙의 맛은 현실의 어떤 사료들에서도 나지 않는 천상의 맛이다.
아, 상추랑 그 부드러운 초록색 아이스크림은 빼고.
“아니, 복돌아.”
밑을 내려다본 파프닐은 그 모습을 발견하곤 혀를 찼다.
“그거 지지야, 먹으면 안 돼.”
“멍! 맛있는…….”
“이따가 돌아가서 용 뼈랑 상추 하나 구해 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좀 참아라.”
“요, 용 뼈에 상추!”
복돌이의 입가에서 폭포가 쏟아졌다.
“그러니까 저런 건 먹지 마라. 더러운 거니까.”
“알겠다, 멍!”
그때였다.
삐리릭, 파프닐의 커뮤니티창에서 통화 아이콘이 울리더니 화상창이 떴다.
발신자는 뻔했다.
이 때문에 파프닐도 전화를 받자마자 퉁명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무슨 일이지?”
전화 너머의 상대, 킨도르한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아크 길드에서 지원 요청이 왔다.
흔치 않은 일이었다.
평소 녀석이라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했을 테니까.
-길드 차원에서 도와달라는군.
이어지는 말을 들은 파프닐은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일본 세력에게 밀려났다고 했지?”
-바로 맞혔어.
아크 길드가 일본 서버의 공격에 결국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는 것을.
꽤 큰 사안이었다.
파이브스타에 깨진 일본 서버가 다시금 한국의 영역을 노린다는 사실.
더불어 그 일본 서버의 공세를 막을 만한 길드는 파이브스타를 제외하면, 한국 서버에서 아크를 제외하면 없다시피 했으니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크 놈들 자존심은 존나 높거든? 근데 이런 요청 보내는 거면 진짜로 똥줄 타고 있다는 거다.
그런 아크 길드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일반적인 상황은 아닐 터.
-물론 우리도 같이 피 흘려라라는 걸 수도 있지만, 실제로 아크 길드가 일본 서버에 패배하면 일이 복잡해져.
전쟁을 막기 위해선 힘이 있어야 한다.
한국 서버에서 힘의 축이라면 단연코 파이브스타지만, 아크나 프론티어, 그 외의 여러 길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아크가 쓰러진다면?
“다른 서버들에게 맛집으로 인식되겠군.”
-그래, 사실상 안 도와주면 항복하겠다는 거지. 그리고 네 책임도 조금 있다고 하고.
“내 책임?”
-그래, 네가 철혈이랑 길드 연합 같은 길드들을 전부 때려잡았잖아.
일단 아크 길드 입장에선, 같이 싸워 줄 명문 길드들이 파프닐 때문에 사라진 것이 이 상황의 원인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남은 게 파이브스타랑 너뿐인데, 파이브스타는 함부로 말하기도 뭣하단 말이지.
“아크 길드 내부의 파이브스타파 때문이겠군.”
-그것도 있고, 얼마 전에 한 번 크게 싸워서 이긴 데다……. 사실 그냥 순수하게 강한 것 때문에.
그래서 남은 게 파프닐과 프론티어 길드라는 것이다.
거절할 명분이야 많긴 했다.
경쟁자 사이라는 것도 있고, 신대륙 개척이나 기존 길드 정비 등.
하지만 거절할 수는 없었다.
“거절했다가는 프레임이 씌워지겠군, 매국 길드라는 프레임이.”
-아마 그렇지 않을까? 우리도 자주 쓰거든. 경쟁 조직 간부 중 한 명에게만 뇌물을 먹이고 막…….
“거기까지.”
명분을 주게 되면 그것으로 집요하게 공격해 올 거다.
게다가 파프닐은 킨도르한도 모르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고 있었다.
‘아크가 밀릴 리 없지. 애초에 밀어낼 필요가 없으니까.’
아크 길드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아크파는, 사실 일본 서버의 협력자……. 아니, 앞잡이가 된 지 오래다.
킨도르한이나 다른 사람들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지만.
원작 소설의 설정을 기억하고 있는 파프닐만이 아는 사실.
이 때문에 이 요청 자체가 검은 의도를 품고 있다는 사실도 곧바로 눈치챘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어쨌거나 결정을 내리긴 해야 했다.
-솔직히 너무 큰 걸 다짜고짜 원해서. 거절하려고 하면 가능한데.
“흠…….”
파프닐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래서, 내가 가는 게 조건이라면 보상은?”
-보상? 그건 달라는 대로 주겠다고 하던데.
“그거 마침 잘됐군.”
저쪽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니, 갑의 입장에 서게 된 것.
그렇다면 그걸 안 쓸 이유가 없었다.
“최대한 많이 뜯어내. 네가 옛날에 하던 대로.”
-그래도 되는 거냐?
“어차피 도움을 요청한 건 저쪽이다. 그러니 안심하고 해도 좋아.
-좋아, 그렇단 말이지…….
목소리만으로도 화면 너머에서 웃는 킨도르한이 그려졌다.
파프닐은 마지막으로 고삐를 풀어 주었다.
“참, 정말 작정하고 받는 게 좋을 거야. 내 몸값을 적게 받는다면, 나머지는 네 지분에서 차감할 테니까.”
-어? 어……. 알겠어! 물론이지!
갑자기 킨도르한의 목소리가 떨려 오기 시작했다.
마지막 말은 안 할 걸 그랬나?
***
뮤 대륙 남부에 있는 사트라 평원.
어떤 NPC들의 세력도 없이 탁 트인 평원이었던 이곳은, 지금 수많은 인원의 싸움이 벌어지는 무대가 되어 있었다.
“도츠케키(돌격)!”
“막아라!”
한쪽은 갑옷과 로브, 가죽 제복을 갖춰 입은 전형적인 판타지 스타일.
다른 쪽은 일본식 사무라이 갑옷, 그리고 길고 날카로운 일본도를 장비한 채 달려오는 검객, 그리고 주술사들이 가득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나날.
“흠.”
파프닐은 그곳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전쟁터인가…….”
“잘 오셨습니다, 파프닐 님.”
사령부 쪽에서 한 30대 초반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본부에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지원 신청을 받아들여 주셨다고요.”
“뭐……. 그렇지요.”
파프닐은 씩 웃고 말했다.
“우리끼리는 딱히 좋은 사이도 나쁜 사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놈들이 몰려온다는데 힘을 합치긴 해야 하니까.”
“감사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자본이 오고 갔다는 사실은 둘 다 알고 있지만, 굳이 말할 필요가 없으니 말할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그쪽은……?”
파프닐이 남자에게 물었다. 순간 남자가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모르십니까? 꽤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프로게이머나 그에 준하는 사람이었던 모양.
“제가 좀 바쁘다 보니까…….”
“아하, 확실히 그럴 만하군요. 파프닐 님이야 워낙 바쁘시니…….”
머쓱하게 웃은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기사 랭킹 5위, 아크 길드 수비군 사령관, 루시퍼입니다.”
“푸훕!!”
순간 파프닐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