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김도한은 어릴 적부터 남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신기.
신병 들린 것처럼 심한 건 아니고. 병원에서 희끄무레한 실루엣을 보거나 무당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는 정도긴 했다.
완전히 신들린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평범하지도 않은 상태.
딱히 큰 불편함은 없었다.
아니, 대신 치트라 할 만한 능력 하나가 주어졌다.
직감.
몸이 신호를 보내면, 곧 그곳엔 안 좋은 일이 닥친다.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오면 미리 신호가 오는 것.
그 직감 덕분에 김도한은 여러모로 이득을 보며 살아왔다.
수능 시험에서는 틀려야 할 문제를 맞혔고.
군대에서 가혹 행위를 하는 선임이 올 때마다 기가 막히게 자리를 피한다든가.
나름 대기업인 면접에 합격한 것도 그 직감 덕분이었다.
바로 그 직감이, 지금 킨도르한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다들, 엎드려!”
킨도르한의 외침에 모두가 몸을 아래로 눕혔다.
다음 순간 수많은 와이어와 표창, 수리검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커헉!”
“크아아악!”
“윽!”
더블 블레이드, 해머, 썬더, 부산조, 도그노우즈.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순식간에 벌집이 된 채 쓰러졌다.
“후후후, 드디어 잡았다. 벌레 같은 놈들.”
사방에서 음산한 안개가 끼는 가운데.
뻐드렁니가 인상적인 중년 일본인 한 명이 나타나 말했다.
“너희는 모두 여기서 죽는다.”
“젠장……. 어떻게 뒤를 잡았지?”
킨도르한이 이를 갈았다.
“분명 기도비닉은 철저히 했을 텐데…….”
오다 클랜원들이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던 게 그 증거.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함정을?“
“후후후후, 기도비닉은 잘해도, 사람 관리는 생각 못 한 모양이지?”
“뭐라고……?”
경악한 킨도르한에게 뻐드렁니가 말을 이었다.
“네놈의 부하가, 널 팔아넘겼다! 이 멍청한 조센징!”
“뭐, 뭐라고……?”
“대체 누가……!”
비틀거리던 부하들이 서로를 보았지만, 다들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아, 아닙니다.”
“알고 있어.”
애초에 배신을 했다면 같이 수리검을 맞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굳이 그럴 만한 이유도 없고.
“후후, 모른다면 알려 주도록 하지. 어이!”
검호의 부름에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킨도르한이 허탈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 김통수! 네가 어째서!”
“죄송합니다, 보스.”
원통형처럼 생긴 머리의 남자, 김통수가 짧게 고개를 숙였다.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젠장……. 김통수 너만큼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야 이 새X야!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그렇지, 어떻게 우리를 팔아넘겨!”
“진짜 씨X……. 남자도 아니다!”
길길이 날뛰는 부하들을 킨도르한이 제지했다.
이를 악문 킨도르한이 심호흡하더니 물었다.
“설마 가족이라도 인질로 잡힌 거냐? 현실에서?”
“응? 그냥 집 한 채 준다고 하니까 받던데?”
“…….”
“…….”
계속 이죽대던 뻐드렁니 일본인이 정색하고 말을 이었다.
“저기, 우리도 그런 나쁜 짓은 안 하지……. 아무리 게임 자본이 많다고 해도, 그런 짓 하면 운영진이 제재한다고.”
“…….”
물론 거대 기업이나 마피아 등은 그게 가능하지만.
그럴 경우는 게임 운영진에서 캐릭터를 없애 버리면 되는 문제였다.
“잡담은 그쯤 해라.”
슥, 뻐드렁니인 남자 옆으로 희끗희끗한 새치가 인상적인 미청년이 나타났다.
“나 하야시에게 상대를 놀리는 악취미는 없다. 네 할 일이나 해라, 가비소리.”
하야시라면 일본 서버 랭킹 7위의 유저!
현실에선 30년 동안 검도를 수행한 네임드였다.
“하, 하이!”
뻐드렁니 일본인이 물러나자, 하야시라 불린 남자가 돌아섰다.
“킨도르한, 제안을 하나 하지.”
“뭐냐.”
“오다 클랜과 손을 잡고, 전 세계의 뒷골목을 차지하지 않겠나?”
하야시의 눈은 진심이었다.
“오다 노부나가 길드 마스터는 인재라면 적아를 가리지 않는다. 너의 수하들을 대하는 그 태도……. 그리고 그 능력……! 여기서 쓰러지기엔 아까워.”
“흥……. 함정을 파고 그런 말을 하면 쪽팔리진 않냐?”
“함정은…… 미안하다. 정정당당히 싸우고 싶었으나, 대업은 대업이니까.”
“말은 잘하네. 쓰읍.”
거절한다면 절대 살려 보내지 않을 터.
환생 물약을 먹여 아예 폐급으로 만들어 처리하려 들리라.
“됐으니까, 너희 할 거 해라. 나도 우리 할 거 할 테니까.”
“원한다면 부하들은 살려 줄 수 있다.”
“그래? 너흰 어쩔 건데?”
킨도르한의 물음에 부하들은 피식 웃었다.
“쪽X리한테 서렌치면 잠 못 자죠.”
“어딜 혼자만 빡겜하려고.”
“같이 갑시다.”
대답을 들은 킨도르한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렇게 됐다!”
“그렇군.”
하야시는 짧게 고개를 까닥인 뒤 등을 돌렸다.
“이렇게 된 건 미안하지만, 오다 클랜의 미래를 위해 너는 죽어 주어야겠다.”
그 주변으로 검호와 야쿠자, 무도인들의 무리가 나타났다.
얼핏 봐도 수십 명은 넘어 보이는 데다, 하나같이 랭킹 순위권에 든 정예들.
“킨도르한은 생포하고, 나머진 죽여도 좋다.”
“하이!”
지시받은 검호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
일본 서버는 수많은 섬과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섬을 지배하는 다이묘들 간의 전투가 주 콘텐츠였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한 일본 유저들이니, 근접 집단전에 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막강한 적장을 사냥하는 다대일의 싸움에 말이다.
“2조 교대!”
“3조 투입!”
파팟, 신호가 떨어지자 야쿠자들이 뒤로 물러났다.
그 자리를 채운 건 또 다른 야쿠자들.
마치 정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리를 채운 야쿠자들이 검을 휘둘렀다.
“크아아앗!”
킨도르한과 부하들은 열심히 싸웠지만, 부상 상태인 데다 인원수도 부족했다.
“보스, 저희가 길을 뚫을 테니 어서 도망을…….”
“그런 말 마라.”
킨도르한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야쿠자들만 나서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만약 도망치려고 한다면 저 하야시란 자가 직접 나서리라.
“계속 공격해!”
“쉬지 못하게 해라!”
파파팟, 검호들의 검이 쇄도했다.
어떻게든 막던 수하들이지만, 한두 명씩 쓰러지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보스, 그럼 나중에……!”
척, 경례를 마친 쌍칼이 쓰러진다. 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서 있는 부하들은 없게 되었다.
“킨도르한……!”
“죽어라!”
“네놈을 죽이면, 이 히가시류 검술의 명성이……!”
우르르, 검호들이 몰려왔다.
그 순간 킨도르한이 철판을 들었다.
“보이냐?”
“엉?”
검호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크아아압!”
킨도르한은 곧바로 제 머리에 철판을 내리쳤다.
다음 순간 머리에 맞은 철판이 그대로 두 동강이 났다.
“아, 아니!”
“크아아아아아!”
이마가 깨진 채 피 칠갑이 된 킨도르한.
온몸에 잔상처가 가득하지만, 쓰러져 간다는 기색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
“…….”
야쿠자들이 눈길을 교환했다.
그 순간 킨도르한이 한발 먼저 움직였다.
“이 새X들!”
급소를 피해 칼날 사이를 파고들더니, 사무라이 한 명을 박치기로 때려눕힌다.
그대로 사방으로 쌍절곤을 휘두르면서, 회칼 한 자루로 가까운 사무라이를 한 명씩 처치했다.
“들어와! 들어와! 들어오라고!”
마치 양 떼 사이의 사자처럼.
킨도르한이 가는 곳마다 피바람이 분다.
호전성이라면 어디 내놔도 지지 않는 일본 유저들이지만, 킨도르한 앞에선 절로 주눅이 들 정도.
“키…… 키사마!”
“크흑!”
-전투의 호흡이 끊겼습니다.
-공격력이 30% 감소했습니다.
-스킬 위력이 350 감소했습니다.
-피격 시 피해량이 증가합니다.
일본의 검호는 무사도를 따른다.
용맹히 싸우는 것을 제1 미덕으로 치며, 등을 보이는 자를 비겁자로 여기는 풍조.
실제로 전투 중 두려움에 물러선다면, 이런 식으로 디버프가 주어지게 된다.
그럼에도 물러설 만큼 킨도르한의 모습은 무시무시했다.
하지만 일본 서버에는 또 다른 풍조 하나가 더 있었다.
“바, 반자이!”
파팟, 야쿠자 한 명이 몸에 폭약을 두른 채 달려들었다.
“잡아!”
“크아아아!”
동시에 수많은 야쿠자가 킨도르한의 팔다리를 붙들고 늘어졌다.
평소 킨도르한의 폼이라면 가볍게 피했겠지만, 지금처럼 피로가 누적된 상태라면 달랐다.
“이 미친……!”
킨도르한의 표정이 뒤틀렸다.
해골병도 아니고, 설마 사람 목숨을 직접 던지면서 자폭을 하다니!
“미친놈들아, 이건 아니잖아!”
“반자이!”
“반자이!”
달려든 야쿠자의 몸에 있던 폭약들이 일제히 폭발했다.
콰쾅!
다음 순간, 천지가 크게 뒤흔들렸다.
***
“저번엔 미안했어.”
파프닐이 오다 클랜과의 전쟁에 투입된 지 사흘째 되는 시점.
베라와 전선의 아크 길드 유저들이 파프닐을 보는 시선은 3일 전과 180도 달라져 있었다.
“대단하더라. 네 해골병도, 너도.”
베라는 파프닐을 향해 진심 어린 감탄, 그리고 경의와 약간의 기대감을 담은 시선을 보냈다.
이 녀석이 함께한다면 오다 클랜을 격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당연한 일이다.
3일 동안 파프닐이 한 활약을 봤다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무슨 미친 괴물이 왔어. 정상급은 다들 이런가?’
파프닐의 해골병들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일본군을 학살했는지.
그리고 파프닐이 족히 두 자리 숫자에 달하는 오다 클랜 네임드들을 직접 쳐 죽였는지.
베라와 루시퍼, 아크 길드 유저들만큼 똑똑히 본 사람은 얼마 없었다.
심지어 몇 명이 실시간 방송 송출이나 동영상 촬영으로 그걸 남기기도 해서, 파프닐의 이름은 화제에 언급되고 있었다.
‘수뇌부가 그 정도 금액을 주고 영입할 만도 하군.’
물론 아직까지 수뇌부의 결정이 옳다고 여기는 건 아니었다.
그저 미친 짓에서 장단점이 있는 선택으로 바뀌었을 뿐.
‘파프닐이 계속 우리 편으로 싸워 준다면, 오다 클랜을 신대륙에서 밀어낼 수도 있어!’
단순히 해골병 무쌍이 아니다.
무적의 해골병들이 무대를 만들어 준 뒤, 아크 길드원들을 그 판 위에서 뛰어놀게 해 주는 배려까지.
이대로만 간다면 충분히 ‘뽕’을 뽑을 수 있으리라.
“그래서 다음은 어디지?”
“다음은 뉴 오사카 성입니다. 그곳에 몰린 적의 군세를 일소한다면, 오다 클랜의 좌익이 완전히 꺾입니다.”
루시퍼의 말에 파프닐은 씩 웃었다.
“참, 그 전에 따로 청구한 값도 쳐줘.”
“네? 하지만…….”
“나 외에도 한 명이 더 싸우고 있잖아. 그 녀석 활약도 넣어 줘야지.”
안 그래도 신대륙과 구대륙 간 거리로 인해 보급이 어려운데, 킨도르한과 특수부대 덕분에 오다 클랜의 자원 상황엔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물론 그것도 값을 쳐드리겠습니다. 제니스 님께 말씀드리면…….”
“창고 21곳을 파괴했으니, 거기에 맞게.”
“21곳이요? 아직 갱신이 안 됐군요.”
흠, 그러고 보니 킨도르한이 슬슬 추가 연락이 올 때가 되었는데.
“그 녀석, 재미 보다가 연락도 까먹은 건가.”
원래 강패 클래스의 직업 특성이 그런 만큼, 충분히 가능한 일.
그때였다.
띠링! 갑작스러운 보이스 콜 알림이 생각을 방해했다.
“이건…….”
발신인은 다름 아닌 듀얼블레이드.
킨도르한의 최고 측근이었다.
“무슨 일이지?”
-큰일 났습니다!
연락을 받자마자 절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님께서……. 형님께서 쪽바리 놈들에게 포위당했습니다! 하야시란 놈이 나타나서는…….
하야시.
파프닐의 눈이 빛났다.
-빨리 가야 합니다. 부디 형님을……!
“어디지?”
-거점 안쪽……. 말오름 언덕이었나? 거기일 겁니다!
말오름 언덕이라면 오다 클랜의 점령지 중에서도 꽤 후방에 있는 곳이다.
작정하고 판 함정에, 소수의 아군.
“알겠다.”
연락을 끊은 파프닐을 향해 베라가 물었다.
“설마 지금 빠진다고? 뉴 오사카 공략은?”
“파프닐 님께서 가시면 공략 계획은 백지가 됩니다.”
루시퍼도 같이 말했다.
“게다가 그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애초에 소규모 게릴라를 할 만큼 깊은 적지인데, 만약 들어갔다가 포위라도 된다면…….”
“어차피 현실에서 죽는 거 아니잖아. 우리가 나중에 책임지지. 지금은 여기 공략에 집중해 줘.”
킨도르한을 구하러 가거나, 오다 클랜의 주력을 쳐 없앨 절호의 기회를 잡거나.
파프닐은 그 앞에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