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necromancer villain in a game novel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아이고오, 형니이이임!”
“흑흑흑…….”
로우타운 남부 중앙청 지하.
뇌옥 한 곳의 주변엔 대여섯 명의 성인 남자들이 모여 울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꺼…….”
“우리들이 형님을 좀 더 잘 보필했어야 하는데…….”
우는 사람들의 몸에는 크고 작은 흉터가 가득했다.
옆에서 보다 못한 경비병이 투덜거렸다.
“별……. 깡패 놈들이 뭐 이리 호들갑이야?”
“우리 형님은 다른 깡패랑 다르오!”
“깡패가 깡패지, 그럼 땡깡패냐?”
“형님은 양민들 돈을 함부로 빼앗지 않았단 말이오!”
어깨에 검은 가시 문신을 한 깡패가 외쳤다.
블랙쏜.
킨도르한에게 뚜드려 맞은 뒤, 그의 휘하에 억지로 들어갔던 갱이었다.
“형님께선 더러운 부자 놈들이랑, 다른 갱 조직만 털었다고!”
“맞아, 네놈이 뭘 알아!”
“이, 이 자식들……. 안 닥쳐?”
병사들이 창을 들고 소리를 높였다.
일촉즉발의 순간.
파프닐이 도착한 건 그때였다.
“비켜, 단독 면회다.”
“저놈은…….”
“…….”
자신들을 때려눕힌 남자.
갱들은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나가, 나가!”
“빨리 나가!”
병사들이 그런 갱들을 몰고 나가자, 감옥 안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제야 파프닐은 킨도르한이 갇힌 철창 정면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
잠시 침묵이 흘렀다.
먼저 깬 건 킨도르한이었다.
“너 뭐야? 대체 무슨 히든 직업이길래 그딴…….”
“위에서 들어 보니, 여기에 최소 6개월은 갇혀 있어야 한다더군.”
범죄 조직을 만들고 일반인들에게 보호비를 징수했다.
6개월이면 그나마 싸게 먹힌 편이었다.
“6개월 동안 접속해서 이 감옥에서 시간 보내기…….차라리 캐삭 후 다시 키우는 게 낫겠는걸.”
“이젠 티배깅까지 하네, 개 같은 새x…….”
이를 가는 킨도르한.
당연한 일이다.
지금까지 그가 세워 온 기반과 조직은 파프닐에 의해 철저히 와해된 상태.
거기에 6개월 동안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하니, 사실상 그의 겜생은 여기서 끝인 셈이었다.
미끼를 놓기엔 딱 좋은 시기였다.
“제안을 하나 하지.”
파프닐이 말했다.
“그거 협박 아닌가?”
킨도르한의 대답은 날카로웠다.
“애초에 제안 같은 걸 할 거면 우미간파를 때려 부수기 전에 했어야지. 일없어.”
먼저 때려 놓고 이제 와서 밑으로 들어오라는 말 아닌가.
보통 협상 제의를 받으면 적당한 손익을 따지는 게 맞지만, 이 경우는 기분 나빠서라도 받아들일 수 없다.
“시간 낭비하지 말고 꺼져. 아니, 계속 낭비하든가. 어차피 날 보고 비웃으러 온 거겠지만.”
각종 욕설이 이어졌지만, 파프닐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일단 두 가지만 바로잡지. 첫 번째로 내가 우미간파를 부순 건 퀘스트를 받아서 시행하는 와중에 네가 막아선 거고, 두 번째로 내가 온 건 시간 낭비가 아니라 네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려고 하는 거다.”
‘기회?’
“웃기지도 않는…….”
“기회가 맞지. 내가 나가면 너는 여기서 6개월 동안 접속해서 개미나 바라보거나, 캐삭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호라이즌에서도 죄를 짓고 잡히면 감옥에 들어간다.
NPC는 경우에 따라 십수 년, 혹은 평생 동안.
모험가, 플레이어는 그 정도까진 아니지만, 죄질에 따라 최대 3년까지도 갇혀 있게 된다.
게임 시간으로 1년, 현실로는 약 4개월 남짓의 시간.
그런데 보통 시간이 아니다.
접속해 있는 시간만을 치기에, 4개월 내내 꼼짝없이 감옥에서 눈만 뜨고 있어야 하는 것.
한마디로 영창 4개월과 같은데, 여기선 월정액까지 내야 한다.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캐릭터를 삭제하기 일쑤.
지금까지 키워 온 시간이 허사가 되는 건 물론, 새로 캐릭터 슬롯을 채우는 데도 적잖은 금액이 들기에, 사람들은 웬만하면 캐릭터를 잘 키우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흥……. 그래서 뭐 어쩌라고?”
“말했잖아, 나랑 거래를 하자.”
파프닐이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 봤자 넌 작은 갱 두목이나 되겠지, 진짜 커다란 마피아나 범죄 조직의 상대는 안 될 거다.”
“그건…….”
“비슷한 급인 나조차도 못 이기는데, 그런 놈들과 맞먹는 게 가능할 것 같나?”
파프닐은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전부 거짓말이다.
킨도르한, 그는 미래에 호라이즌 전 세계 밤거리를 지배하는 제왕이 된다.
‘킨도르한, 설마 이 정도 거물을 만날 줄이야.’
운빨로 게임 지존.
원작 소설 속에서 킨도르한은 후반부까지도 꾸준히 등장하는 거물이었다.
심지어 어느 정도 영향력까지 가진 채로 말이다.
‘별빛 대장장이 시현보다도 훨씬 더 거물이고……. 사실상 내가 만난 네임드 중 가장 강해지는 사람이라고 봐야지.’
예상이 아니라 확실한 사실.
그만큼 킨도르한의 히든 클래스는 잠재력이 높았다.
‘더욱 놀라운 건 킨도르한이 아직 레벨 70 정도밖에 안 된다는 것이고.’
다른 네임드들.
대마도사 호프나 마인 흑세자, 연금술사 세오른 등은 이미 극초창기부터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
지금 이 정도 레벨일 만큼 느리게 시작했음에도 추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
계산하면, 그만큼 킨도르한이란 남자의 성장 포텐셜과 속도가 높다는 결론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이용하고 끌어들일 만한 가치가 차고 넘친다는 이야기지.’
파프닐이 정점이 되고, 플러시를 이기기 위해선 수많은 적과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이를 도와줄 아군은 많을수록 좋았다.
“하.”
킨도르한이 코웃음을 쳤다.
“옘병할, 결국 구슬리려는 거 아니냐?”
“어차피 여기 반년 동안 갇혀 있는 것보다는 나와서 뭐라도 하는 게 너도 좋잖아.”
“…….”
“만약 삭제하고 다시 키운다고 하자, 그런데 이번처럼 잘될지 또 어떻게 확신하지?”
“노하우야 있으니…….”
“조만간 큰 이벤트가 올 텐데 거기에 맞춰 따라갈 수 있겠어?”
“……!”
킨도르한의 솜털이 곤두섰다.
“뭐……. 큰 게 있나? 넌 어떻게 그걸 알고…….”
“협력하면 가르쳐 주지. 조직 재건에, 추가 정보와 성장까지.”
“으윽…….”
킨도르한은 잠시 멈칫하다 물었다.
“어떻게?”
“그건 영업 비밀이고.”
“대가가 뭐야? 노예 계약이나 부하로 들어오라는 거면 어떤 조건이건 캐삭하고 다시 키울 거다.”
“그럴 리가.”
파프닐은 고개를 저었다.
“장기 스폰서십 관계를 체결하자. 네가 호스트, 내가 스폰서로.”
“그게 끝인가?”
“거기에 두 가지 조건만 지키면 된다.”
“들어 보고 결정하지.”
“첫째, 스폰서로서 조직을 재건할 수 있게 군자금을 대 줄 테니 추후 그 금액을 그대로 갚을 것.”
“……이자 없이?”
“이자 없이. 6개월 후.”
괜찮은, 아니 솔직히 말해서 너무 좋아서 자선사업 같은 조건이다.
“두 번째는?”
“1년 후 금액을 갚은 다음에, 나랑 계약 한 가지를 더 맺을 것.”
“하, 역시나인가.”
“단 계약은 상호 동의하에 체결한다. 만약 사정상 너무하다 싶다면 스폰서십 3년 유지 조항으로 대체해도 좋다.”
“상호 동의?”
“어떤 외압이나 협박도 없을 거다. 그건 약속하지.”
“…….”
이 정도면 충분히 생각해 볼 만하다.
약간 손해 보는 건 있지만, 이 감옥에서 나오는 걸 감안하면 생각보다 이득일지도 모를 정도.
“생각할 시간을 줘.”
킨도르한의 말에 파프닐은 손가락 다섯 개를 펴 보였다.
“5분. 나도 월정액비가 나가고 있으니 오래 있을 순 없어.”
“…….”
킨도르한은 팔짱을 꼈다.
‘일단 첫 번째 계약으로는 내 신뢰를 얻으려는 셈이겠지.’
개털도 없는 자신에게 저렇게 제안을 한단 것 자체가 그런 의도로밖에 안 보인다.
아마도 진짜 목적은 뒤에 이어질 두 번째 조건이리라.
‘내가 거절하면 스폰서십 기한만 늘어날 뿐인데, 그럼에도 이런 조건이란 건…….’
순간 킨도르한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설마 그동안 내 신뢰를 얻을 자신이 있다는 건가? 반드시 수락하게 될 거라고?’
1년 뒤에 있을 제안을 무조건 받을 거라는 확신.
이쯤 되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바보거나, 혹은 정말로 뭔가 있는 놈이란 뜻이다.
‘이쯤 되면 저 녀석 대체 뭐 하는 놈인지 좀 궁금해지는걸.’
킨도르한은 파프닐을 짧게 훑어보았다.
네크로맨서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녀석.
개털이 된 지금 신세에선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긴 하지만, 그와 별개로 저자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알았다, 계약하지.”
결론을 내린 킨도르한이 대답했다.
씩, 미소 지은 파프닐은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럼 바로 이걸 작성하지.”
“그건…… 뭐야?”
“영혼의 계약서. 흑마법사와 마족들이 쓰는 거다.”
호라이즌에도 계약서라 할 수 있는 서류가 있다.
현실처럼 게임 내 조직의 법으로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마법을 통해 직접 계약을 거는 계약서가 훨씬 인기가 많았다.
지금 가져온 영혼 계약서는 그중에서도 최상급.
계약 불이행 시 캐릭터가 그대로 삭제되고, 아이템이나 평판까지 떨어지는 악마의 계약서였다.
“지원 금액은 현금으로 3천만 원. 부족한가?”
“아니, 충분하다.”
“좋아, 그럼 계약을 진행하자고.”
“3천만 원 6개월 무이자 대출에, 감옥에서 빼 주는 것. 그리고 그 이후 한 가지 계약을 더……. 이게 다인가?”
“그래.”
조직을 과거보다 더 성장시켜야 한다는 조건 같은 건 달지 않았다.
어차피 파프닐이 말 안 해도 킨도르한은 그렇게 할 테니 말이다.
“좋아, 그럼 계약은 성립됐다.”
“나도 서명하지.”
두 사람이 서명하자 계약서는 그대로 검푸른 불길이 되어 타 없어졌다.
[영혼 계약서에 서명했습니다.]-감옥에서 킨도르한을 빼내기(0/1)
-킨도르한에게 300골드 일시불 대출(0/1)
“서명이 완성됐군.”
파프닐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짓했다.
“그럼 나가 볼까?”
“……?”
“보석금은 이미 냈는데. 더 있고 싶다면 있어도 괜찮고.”
“……!”
‘그럼 수락할 걸 확신하고 왔다는 건가?’
킨도르한의 표정이 뭐라 표현하기 미묘하게 변했다.
***
“형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감옥 밖으로 나오자 부하들이 킨도르한을 맞이했다.
“이분이 보석금을 내 주셨다.”
“하지만 형님…….”
“이 사람은…….”
“자, 그럼 형씨, 약속한 걸.”
갱들이 멈칫하는 사이.
파프닐은 준비한 금화를 내밀었다.
“여기.”
“……!”
“3, 300골드!”
“저 거금을 어떻게…….”
갱들 사이로 술렁임이 번졌다.
1골드당 10만 원이니, 현금으로 따지면 3천만 원이 맞았다.
“기한은 6개월에서 1년 사이다. 6개월 후 아무 때나 연락하면 돈을 받도록 하지.”
파프닐의 말에 킨도르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 돈을 받지 않았을 시 페널티는 그대로 파프닐에게 간다.
혹시 몰라 조건까지 확실히 해 뒀으니, 사채업자처럼 고의로 피할 걱정은 안 해도 되었다.
“이자가 없는 건 확실하겠지? 내가 갚고 싶을 때 갚을 수 있고.”
“마음에 안 들면 환율은 반영해서 받도록 할까?”
“아, 아니! 괜찮아.”
재빨리 고개를 젓는 킨도르한.
파프닐은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걸로 계획대로인가.’
현재 킨도르한은 세력이고 뭐고 대부분 망가진 상태.
강패란 직업의 특성상, 몰락하면 직업 특성이나 돈까지 압류로 인해 쓸 수 없게 된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나가다가, 한순간에 밑바닥 거지 신세가 될 수 있는 직업!
하지만 그만큼 성장하기도 쉬운 게 바로 강패였다.
‘거의 잡초급이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다시 성장하니까.’
아마 6개월 후면 이 골목은 물론 암흑가 전체를 통틀어서도 한가락 하는 거물이 되리라.
‘그런 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성장이 한참 더 빨라지겠지.’
어차피 이대로라면 암흑가가 문제가 아니다.
파프닐은 멀어지는 일행을 보다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진짜 하수도 탐사를 시작해야겠군.”
잡화점들에 들른 파프닐은 탐험에 필요한 여러 물품들을 샀다.
칼, 밧줄, 부싯돌, 숫돌, 수리 키트, 횃불, 식량 등의 야영 물품들.
대도시에서 웬 말이냐 싶긴 하지만, 오히려 대도시이기에 더욱 필요했다.
‘여기 하수도는 다른 곳이랑 다르니, 어쩔 수 없지.’
천년 왕국 바란의 이전부터 계속 있어 온 수도.
고대 유적 위로 수많은 흥망성쇠가 쌓이며, 하수도는 거의 미궁 수준으로 복잡해지고. 또 위험해졌다.
“솜 백작가를 들어 봤나? 이백여 년 전 역모 사건에 엮여 억울하게 몰살당한 가문인데, 그 가문의 재보가 하수도에 남아 있다는 소문이 있어. 어디냐고? 글쎄……. 벨링턴 거리의 거지들 중 진주 목걸이를 주운 놈이 있던데.”
-솜 백작가의 보물에 대한 단서를 획득했습니다.
“하수도는 위험하지……. 한 달 전인가, 보트리스 거리에서 말이야, 철창 사이로 길이가 3m는 되는 거대 악어가 지나가는 걸 내 똑똑히 봤어.”
-거대 악어 괴담의 정보를 획득했습니다.
“얼마 전에 병사들이 하수도에서 해골 대여섯 구를 들고 오더군. 용병 몇 놈들이 길을 잃었다가 못 나왔나 봐. 자네도 하수도에 들어가면 남쪽은 특히 조심하게.”
준비를 하는 동안 상점의 NPC들에게서 정보를 들을 수 있었다.
작은 소문들이지만, 모아 보면 퀘스트의 단서!
“자, 그럼 힐데 님에게…….”
파프닐은 순간 멈칫했다.
하수도는 더럽고 무법자들로 가득한 곳.
여차하면 혼자 도망치기도 해야 하는데, 그런 곳에 친한 사람을 데려가기는 약간 꺼려졌다.
“그렇다고 오크 사냥 중인 베인 님을 불러올 수도 없고…….”
혼자 가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잠시 고민하던 파프닐이 문득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잠깐,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
바로 옆에 정답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던 걸 떠올린 것이다.
파프닐은 씩 웃었다.
“나 원 참, 나도 생각보다 멍청하군.”
#게임 소설 속 네크로맨서 빌런이 되었다